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89)
589화.
뭔가 다르다.
신지환은 여전히 빠르고 강했다.
서우진이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힘.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두렵지가 않았다.
“이게 되네?”
신지환의 한쪽 팔을 날려 버린 서우진이 오히려 어안이 벙벙해 중얼거릴 정도였던 것이다.
“크윽!”
눈 깜짝할 새에 회복했던 조금 전과는 달리, 이번엔 쉽지 않아 보였다.
혼돈기가 절단면을 파고들어 마기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네놈…….”
멀찍이 거리를 벌린 신지환이 차가운 눈빛으로 서우진을 노려보았다.
“뭔가가 변했군.”
그러곤 나지막이 으르렁거렸다.
“그러게. 확실히 뭔가 변하긴 한 것 같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힘은 그대로다.
혼돈기의 양도, 힘도, 속도도.
그 어떤 것도 전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변했다.
“내가 꽤 높은 격이라는 걸 얻은 모양이야.”
왕의 격을 뛰어넘어, 신의 격에 도달했다.
인과율이란 절대적인 율법 아래 속박되어, 운명이란 정해진 순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필멸자.
서우진은 그 틀을 부수고 나와, 하나의 진정한 ‘존재’가 되었다.
신지환이 제아무리 강한 힘이 있는 왕이라 한들, 신을 당해낼 수는 없는 법.
“말했지? 이제 네 검은 나에게 닿지 않아. 뭐, 닿아도 상관없고.”
그래도 죽지 않는다.
아니, 죽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제대로 덤벼.”
‘카 라니엘’을 들었다.
마왕을 베는 검이 마왕 신지환을 겨누었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 얼른 끝내 버리게.”
‘혼돈 세계’에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 * *
‘…뭐지?’
강병규가 허공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착각인가?’
방금 전.
아주 짧은 순간, 막대한 양의 기운이 느껴진 것 같았는데.
‘곧장 사라졌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전투에 지친 탓에 자신의 감각이 이상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계수지, 구동환, 이지아, 진태성, 그리고 엘리트 친구들까지.
모두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병규 씨.”
계수지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자신을 불렀다.
“괜찮으세요?”
일단 정체불명의 기운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마지막 남은 권속인 카르뤼옌을 가루로 만들어 버린 계수지의 상태는 심각했다.
겉으로 보이는 부상은 크기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었지만, 문제는 내부.
너무 강한 힘을 한 번에 사용하는 바람에 마력 회로가 완전히 찢어져 버렸다.
거기에 마력까지 완전히 동나는 바람에, 심각한 마력탈진까지 발생했다.
그야말로 두 발로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
그런데도 계수지는 일말의 내색도 하지 않았다.
강병규 역시 자신의 스킬이 아니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저는 괜찮아요.”
계수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입술 사이로 흘러내리는 핏줄기는 감추지 못했다.
스윽-
다른 사람이 볼 새라 재빨리 그것을 닦아낸 계수지가 말을 돌렸다.
“방금 느끼셨나요?”
강병규는 그 사실을 눈치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느꼈던 것이 착각이 아니란 말이었으니까.
“네.”
“마기였어요.”
알고 있다.
방금 전에 죽은 카르뤼옌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하고 가공할 마기.
그리고 그만한 힘을 지닌 존재는 하나밖에 없다.
마왕.
‘저기 있었군.’
서우진과 자리를 옮겨서 싸운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저 구름 너머에서 싸우고 있던 모양이었다.
다만 이해가 안 되는 건…….
“바로 사라졌던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조금 전까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다가, 갑작스레 등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초 남짓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사이, 그대로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한번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계수지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우진 씨의 기운은 못 느끼셨죠?”
“…네.”
마왕의 마기는 감지됐다.
하지만 서우진 특유의 기운은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왕이 당장 전장을 향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니, 서우진이 당한 건 아닐 것이다.
강병규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수지의 말대로 한번 알아보긴 해야 할 듯했다.
만약 서우진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마왕이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거라면?
‘도와야 해.’
자신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심각한 내상을 입은 계수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르다.
이곳에는 무려 40명이 넘는 용사들과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이 있었으니까.
그들이 함께한다면, 조금이라도 도울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한번 확인해 볼게요.”
“부탁드려요.”
어느새 두 사람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둘이 나누는 대화를 들은 모양이었다.
“가능하겠습니까?”
구동환이 물었다.
“여기서는 힘들 것 같네요. 거리를 좀 줄일 필요가 있겠는데.”
안 그래도 방금 ‘탐색’을 사용해 보았다.
하지만 저 구름 너머의 장소까지 파악하기엔 무리였다.
스킬의 영역이 닿기는 했지만 뭔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전혀 감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리라…….”
강병규의 말에 구동환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조금 더 가까워지기만 하면 된단 말이죠?”
“아, 네. 거리가 좁혀지면 좁혀질수록 파악하기가 더 수월해질 겁니다.”
가장 좋은 건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는 것이겠지만, 지금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흠…….”
뭔가 계산이 끝났는지, 구동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봅시다.
“네?”
무슨 말일까?
강병규가 눈을 끔뻑이자, 구동환이 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민성아‘ 혹시 ‘근력 강화 물약’ 같은 거 있냐?”
“아, 네! 아직 남은 게 있네요.”
‘근력 강화 물약?’
강병규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박민성에게 물약을 받아 든 구동환이 그대로 강병규를 붙잡은 것이다.
“몸에 힘 빼세요. 그래야 멀리 날아갑니다.”
우드드득- 하며 근육이 압축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 그래도 괴물 같았던 구동환의 근육이 ‘근력 강화 물약’을 마시며 극한까지 강화된 것이다.
“자, 잠깐!”
이대로 날려 보내질 순 없었다.
자신이 무슨 포탄도 아니고, 사람 손에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 리가 없다.
‘가능해도 문제지!’
내려올 땐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제아무리 인간의 육체를 아득히 뛰어넘은 용사라 해도, 아무런 방도 없이 떨어진다면 다리가 부러지는 정도로 끝나진 않을 터.
“에헤이, 걱정 마시라니까. 받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비행기 탄다 생각하고 다녀오쇼.”
마치 나이 어린 조카와 놀아주듯 달랜 구동환이 팔에 힘을 주었다.
불끈하며 지렁이 같은 핏줄이 튀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강병규로선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마력이 느껴졌다.
‘이거 진짜냐?’
장난이 아니다.
정말로 구동환은 자신을 저 하늘 높이 던져 버릴 생각인 듯했다.
“잠……!”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를 제지해 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흐아아아아압!”
대지를 떨어 울리는 듯한 외침과 동시에, 엄청난 압박감이 몸을 짓눌렀다.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의 강렬한 바람.
‘이런 미친!’
강병규는 그렇게 포탄이 되어, 허공을 가로질렀다.
지구의 비행기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승 속도였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것 같은 상황에, 가까스로 팔을 들어 바람을 막았다.
‘으윽!’
실눈이 떠졌다.
빠르게 멀어지는 땅이 보인다.
‘포탄이 아니라…….’
이건 숫제 로켓이나 다름없었다.
우주를 향해 쭉 뻗어나가는 로켓.
예전에 TV에서 봤던 영상이 절로 떠오르는 듯한 광경이었다.
‘젠장.’
어느새 위로 올려다보는 이들의 모습이 점처럼 보일 정도의 고도까지 도달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탐색’.
스킬을 발동했다.
순식간에 감각의 영역이 하늘을 뒤덮었다.
마기가 느껴졌던 곳은 땅에서 감지할 수 없는 장소였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없어.’
그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기는 물론이고, 서우진의 혼돈기 역시 티끌만큼도 감지되지 않았다.
‘이런.’
설마 정말로 자리를 옮긴 것일까?
그렇다면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일 텐데?
누가 우세한 상황인 거지?
짧은 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강병규가 알아낼 수 있는 해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우진과 마왕은, 그의 실력으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경지의 존재들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네.’
별다른 소득 없이 그냥 내려가는 수밖…….
과연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지 걱정하던 찰나였다.
강병규의 시야에 뭔가가 들어왔다.
당연히 구름들 중 하나겠거니, 하고 생각하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저건?”
잿빛의 안개다.
먹구름처럼 칙칙하고 커다란 무언가.
만약 ‘탐색’을 사용한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이상하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분명 눈으로는 보인다.
하지만 ‘탐색’에는 감지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괴리감.
그것이 저 잿빛 안개가 범상치 않은 현상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저기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서우진은 저 안에 있다.
마왕과 함께 저 정체모를 공간 안에서 싸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추진력이 다하고, 중력의 힘이 강병규의 육체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아직은 안 돼!”
저 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아내야만 했다.
특히 서우진은 무사한지!
강병규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발버둥쳤다.
조금이라도 허공에 머무르며, 저 내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하지만 강병규에게는 아쉽게도 날개가 없었다.
중력을 거스르고 추락하는 것을 늦출 수 있는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서서히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눈을 부릅뜨고 눈에 마력을 집중했다.
‘이글 아이’.
스킬을 사용한 덕에 급상승한 시력으로, 잿빛 안개를 꿰뚫어보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물론, 그건 불가능했다.
고작 강병규의 능력으로는 ‘혼돈 세계’의 경계를 들여다볼 수 없었으니까.
‘아, 안 되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없다는 사실에, 강병규가 한숨을 내쉬며 스킬을 해제하려 할 때였다.
찌이이익-
‘응?’
잘못 본 것일까?
방금 균열이 생기는 모습을 본 것 같은데?
다시 한번 마력을 집중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잘못 본 게 아니야!”
확실했다.
정말로 균열이 생겼다.
그것도 웬만한 성인 남성들 키보다 더 크고, 굵은 균열이!
찌지직- 찌지지직-!
균열은 빠르게 그 크기를 키워 나갔다.
2미터, 3미터, 4미터.
그리고 눈을 몇 번 깜빡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콰과과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잿빛 안개가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서우진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의 손에는 피투성이가 된 누군가의 멱살이 잡혀 있었다.
“…마왕?”
신지환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