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90)
590화.
쩌어어엉-!
‘카 라니엘’과 붉은 검이 격돌했다.
밀리는 것은 서우진이었다.
단 한 번의 충격에도 거의 튕기듯 뒤로 날아갔으니까.
하지만 정작 서우진의 표정은 평온했다,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붉은 검이 목을 노리고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서우진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팔에 속력을 더했다.
후우우웅-
튕겨져 나온 힘을 추진력 삼아 그대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서걱-!
“으음.”
피부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신지환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검은 서우진에게 닿지 못했다.
하지만 ‘카 라니엘’은 그와 반대로, 완벽한 원을 그리며 놈의 가슴을 베어냈다.
살갗은 물론이고, 가슴뼈까지 잘려 나갔다.
결코 얕지 않은 상처.
하지만 신지환은 당황하지 않았다.
재빨리 마기를 둘러 출혈을 막는 것과 동시에, 서우진을 걷어찼다.
콰아앙-!
폭탄이 터지는 듯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쯧.’
이번 공격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각에서 들어오는 발끝을 본능적으로 막아낸 서우진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욱신-
발을 막은 팔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부러졌군.’
확실했다.
객관적인 전력은 신지환이 앞서고 있었다.
신의 격을 얻으며, 서우진의 시야는 한 차원 높은 곳에 도달했다.
덕분에 상대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 해.’
지금처럼 한 번만 실수한다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말 테니까.
‘뭐, 그래도 상관없긴 하지만.’
부러진 팔뼈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이런 육체의 손상 따위 더는 서우진에게 아무런 의미도 줄 수가 없었다.
그저 찰나의 불편함과 고통을 주는 게 전부였으니까.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겨져 우주 전역에 사혼의 구슬처럼 흩어진다면 모를까.
“너는 나를 못 이겨.”
서우진이 팔을 주무르며 말했다.
빈말도 아니고, 허세도 아니다.
방금 전의 격돌로 더욱 확실해졌다.
신지환의 힘은 결코 자신을 넘어설 수 없다.
고작해야 뼈를 부러뜨리고, 피부를 베어내는 게 놈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니까 그냥 물러나라.”
기회를 주었다.
놈에게 자비를 베풀거나, 알량한 동정 때문이 아니다.
그런 걸 느끼기엔 놈에게 갚아줘야 할 빚이 너무도 컸으니까.
오히려 갈가리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런데도 돌아가라 제안한 건, 순전히 남아 있는 동료들을 위해서였다.
신지환은 서우진을 넘어설 수 없겠지만, 서우진 역시 신지환을 죽이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놈은 그만큼 강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사이 동료들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만약 다시 한번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된다면, 서우진은 그 충격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복수도 중요했지만, 그만큼 남아 있는 이들의 목숨도 중요했다.
그것이 신지환을 그냥 보내주려는 이유였다.
하지만…….
“헛소리는 거기까지만 하고, 덤벼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신지환은 이대로 물러날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그저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곤 서우진을 향해 검을 까딱일 뿐이었다.
“…그래. 그렇겠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놈에게서 느껴지는 전의는, 단 일 푼도 줄어들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대해져 갔다.
마치 승패는 상관없고, 싸움 그 자체만 모든 관심이 집중된 것처럼.
팔과 가슴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다가오는 신지환의 모습은, 서우진조차도 섬뜩함을 느낄 정도였다.
“최대한 빨리 끝내자.”
미어질 듯한 감정을 억누르며 한 제안은 거절당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
‘놈을 죽인다.’
콰아아아아앙-!
서우진의 신형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혼돈 세계’는 그의 의지를 받들어 신지환의 감각을 뒤흔들었다.
쩌어어어어엉-!
그런데도 놈은 ‘카 라니엘’을 막아냈다.
‘미친놈.’
이런 상황에서도 공격을 막아내다니.
적이긴 했지만,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놈은 대단했다.
물론 그것 머릿속의 생각일 뿐.
육체는 신지환을 베기 위해 다음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핏-!
혼란해진 감각에 아주 잠깐 흔들리는 틈을 타, 검을 찔러 넣었다.
이번에도 놈은 피했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아서, 목에 작은 생채기가 생겼다.
핏방울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월광.”
신지환의 입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스킬!’
급히 몸을 비틀었다.
동시에 은은한 달빛이 사방에 뻗어 나왔다.
서걱- 서거걱-!
단순한 빛이 아니다.
입자 하나하나가 마기를 품은 검격이었다.
서우진은 공간을 도약하듯 뒤로 물러났지만, 완전히 회피할 순 없었다.
옆구리와 어깨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절대 가볍지 않은 부상.
그런데도 그것에 신경쓸 겨를은 없었다.
신지환의 검이 다시 빛을 뿜었기 때문이다.
“참월.”
서거억-!
거대한 초승달이 공간을 잘라내며 서우진을 향해 짓쳐들었다.
‘저건 맞으면 안 되겠군.’
죽지야 않겠지만, 한동안 운신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육체가 쪼개질 테니까.
“십이천검!”
달빛에 대항해, 열두 개의 별빛이 쏘아졌다.
카가가가가가가각-!
쉴 새 없이 회전하며 초승달을 갉아먹었다.
콰아아아앙-!
우열을 가릴 수 없던 두 힘이 동시에 폭발하며,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그 힘을 견뎌내지 못한 신지환이 뒷걸음질 치는 것이 보였다.
‘지금!’
서우진 역시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아니, 신지환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빛의 파편이 날아들어 전신에 박혔기 때문이었다.
끔찍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마기와 더불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까지 섞여 들어와, 육체를 갉아먹는 것이 느껴졌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움직였다.
지금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까드드득-
이가 부서질 정도로 꽉 깨물며, 걸음을 내디뎠다.
도저히 직접 움직일 엄두는 나지 않아 ‘혼돈 세계’의 도움을 받았다.
공간이 접히며, 신지환과의 거리를 0으로 만들었다.
“크읍!”
육체가 붕괴되는 듯한 끔찍한 고통과 함께, ‘카 라니엘’을 내리그었다.
쩌어억-!
비틀거리던 신지환의 몸에서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한 번 베였던 가슴에, 더 깊고 기다란 검흔이 새겨진 것이다.
“크으윽!”
이번에는 놈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려댔다.
정체불명의 기운이 서우진에게 영향을 미치듯, 혼돈기 역시 신지환에게는 상극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압도적인 실력으로 버텨냈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육체를 파고든 혼돈기가 마기를 분쇄하며, 끝없는 내상을 일으켰다.
“죽어, 이 새끼야!”
서우진의 상태도 좋지 못했다.
하지만 한 팔이 날아가고, 가슴이 갈라져 장기가 보이고 있는 신지환보다는 훨씬 양호했다.
‘끝을 내야 해!’
이만한 승기를 잡는 건 처음이다.
그러니 반드시 결판을 지어야만 했다.
“신속!”
스킬을 발동하는 것과 동시에, ‘카 라니엘’은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공간을 베었다.
뒤늦게 붉은 검이 검로를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
그렇지만 서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멈췄다간, 다시 제자리다.
대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지난한 싸움을 계속 이어가야만 한다.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젠장.’
하지만 몸이 받쳐 주질 않았다.
스킬까지 사용했음에도, 평소에 비하자면 너무 느렸다.
이대로라면 신지환의 검에 의해 공격이 가로막힐 게 뻔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마테아의 광명.”
화아아아아아아아악-!
고대신의 신성력이 뿜어졌다.
“크아아아아악!”
빛과 맞닿은 신지환의 마기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극상극의 기운에 속절없이 밀린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이 진짜 노린 건 그게 아니었다.
쐐애애애애애애액-!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졌던 서우진의 움직임이 이제야 진정한 신(神)의 속도(速度)에 도달했다.
슷-!
절삭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아주 미약하게 공기를 가르는 정도만 들려왔을 뿐.
그런데도 서우진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검이, 놈을 제대로 베어냈다는 것을 말이다.
살을 가르고, 뼈를 잘라낸 감각이 손끝에 남아 있다.
서우진이 신지환을 바라보았다.
놈의 가슴에는 십(十) 자 모양으로 베인 채, 검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에 반해 서우진은 ‘마테아의 광명’으로 인해 완벽히 회복된 상태.
손을 뻗어 놈의 머리를 붙잡았다.
아무런 저항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도 심각한 부상에,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서우진은 그런 신지환의 머리를, 그대로 ‘혼돈 세계’의 경계에 처박았다.
콰아아아아아앙-!
가공할 힘에 경계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그것을 본 서우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머리를 처박았다.
콰앙- 콰아앙- 콰아아아아앙-!
세계에 고정되어 있는 공간의 한 축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쩌어어어억-!
그리고 마침내 구멍이 생겼다.
머지않아 다시 복구될 틈.
서우진은 그 사이로 신지환의 머리를 붙잡은 채 걸어나갔다.
혼돈이 사라지고, 새파랗게 시린 하늘이 그를 반겨주었다.
후두둑- 하며 신지환의 육체에서 흘러내린 피가, 새하얀 구름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응?”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우진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강병규?”
이곳은 하늘 위다.
나는 새들조차도 쉽사리 도달하지 못할 정도로 드높은 곳.
그런 허공 한복판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자신의 친구가 있었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 모습으로.
‘뭐지?’
자신이 안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 밖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져야 강병규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고민하기보단 지금은 움직여야 했다.
이대로 가만히 두었다가는, 자신의 친구가 속절없이 땅으로 떨어져 내릴 판이었으니까.
신지환을 붙잡은 채, 그대로 날개를 펼쳐 강병규를 향해 날아갔다.
후와아아아앙-!
공기를 가르며 순식간에 녀석의 곁에 도착했다.
“어, 어……!”
강병규는 어버버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당황할 만도 했다.
갑자기 나타난 서우진과 피투성이가 된 마왕의 모습.
심지어 자신은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서우진은 신지환을 잡고 있는 손의 반대쪽 팔을 뻗어 강병규를 붙잡았다.
다행히 별다른 부상은 없어 보였다.
마력량이 거의 바닥을 기고 있긴 했지만, 최소한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상처를 입진 않은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그런 강병규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병규가 이렇게 무사하다면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았다.
“야, 여기서 뭐하고 있냐? 승천이라도 하게?”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벌리고 있는 강병규를 향해 물었다.
“너……?”
씨익-
자신과 신지환을 번갈아 바라보는 녀석의 시선에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더없이 환하고 속 시원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이겼다.”
서우진이 강병규에게 승리를 선언했다.
“이제 마무리 짓고, 집에 돌아가자고.”
두 명의 용사와 한 명의 마왕은 그렇게 천천히 땅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