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91)
591화.
전투는 끝났다.
마왕은 서우진에게 패배했고, 남아 있는 권속들 역시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토록 완벽하게 준비를 했음에도, 압승은 아니었다.
스무 명에 가까운 용사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남은 용사는 고작 서른 남짓.
처음 이 세계에 소환된 이들이 100명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비참할 정도의 생존율이다.
그래도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는 않았다.
전투는 승리했으니.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패배한 건 마왕과 권속들일 뿐.
남아서 공격하고 있는 마수와 몬스터의 수는 여전히 압도적이었으니 말이다.
이종족들이 가세하고, 모든 왕국에서 바닥까지 긁어모아 병력을 보내준 덕에 크게 밀리는 전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불리한 건 마찬가지였다.
가까스로 버티기만 할 뿐,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밀어닥칠 것이다.
서우진은 신지환과 강병규를 데리고 함께 내려오며 전장을 확인했다.
‘서둘러야겠군.’
아슬아슬하다.
다섯 개로 나눈 군단이 모두 그랬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무너질 게 분명했다.
마치 도미노처럼, 우수수- 쓰러지겠지.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1초라도 빨리 수습을 해야만 했다.
펄럭-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먼지가 피어올랐다.
어느새 지상에 내려온 것이다.
“우진 씨!”
“아저씨,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 없어요?”
근처에서 이미 서우진의 모습을 확인한 동료들이 다급히 달려오며 소리치는 게 들렸다.
“어후, 죽는 줄 알았네.”
팔에서 힘을 풀자, 강병규가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품을 빠져나왔다.
그사이 동료들도 근처에 도착했다.
당장에라도 서우진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쉽사리 다가오질 못했다.
서우진의 손에 머리가 붙잡힌 채, 축 늘어져 있는 신지환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혹시 그 사람은…….”
계수지가 조심스럽게 묻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환, 아니, 마왕입니다.”
마력이 요동친다.
당장에라도 이놈을 공격할 태세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움직임을 막았다.
“지금은 못 움직이니까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없어요.”
신지환의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가까스로 숨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다.
더는 움직일 수도, 마기를 끌어올릴 수도 없다.
딱 죽기 직전의 상태.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놈을 왜 데리고 계신 건가요?”
서우진의 말에 계수지가 의문을 표했다.
갑자기 일어나 공격을 퍼부을 수 없는 상태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놈을 살려둘 순 없었다.
“음, 그게…….”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딱히 이놈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냥 둔 건 아니다.
그저 ‘혼돈 세계’를 나오자마자 강병규의 모습이 보였고, 녀석을 챙기느라 타이밍을 놓쳤을 뿐.
사실 이 자리에서 신지환을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서우진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섣불리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물론, 이제 와 놈에게 동정심이 생겼다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적을 죽이는 게 망설여진다는 이유 따위가 아니었다.
“몇 가지 물어볼게 있어서요.”
“…물어볼 거요?”
계수지는 이해가 안 된다는 뜻이었다.
놈만 죽이면 된다.
그럼 이 전쟁은 완전한 승리로 끝이 나고, 몇 가지 일을 처리한 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고작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다고 살려두다니?
“이해해 주세요, 저에겐 좀 중요한 거라서.”
서우진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자신의 행동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했어요! 아저씨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러진 않을 거예요! 그쵸?”
대답은 이지아에게서 나왔다.
녀석은 히히- 웃으며 동료들을 향해 물었다.
피식-
심각한 표정이던 이들이 미소를 지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저도요.”
“뭐, 저놈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동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우진 씨가 없었으면 우리는 이길 수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뜻대로 하세요.”
마지막으로 구동환이 나서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서우진은 진심을 담아, 다시 한번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단독행동을 이해해 주는 이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럼 우진 씨가 볼일을 마치는 동안, 우리도 해야 할 일을 해야겠네요.”
계수지였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반응을 완전히 감추곤, 동료들을 돌아봤다.
“어서 전쟁을 마무리 지어요. 아직 싸움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니까.”
“아, 그렇지.”
모두 잊고 있었다는 듯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목숨을 잃는 병사들이 부지기수일 테니까.
“그럼 가요! 누가 제일 많이 잡나 내기해요!”
이지아가 가장 먼저 뛰어나갔고, 그 뒤를 구동환이 재빨리 쫓아갔다.
“내기라면 절대 안 진다!”
“잠깐! 동환 씨는 나랑 할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대체 날 어떻게 받아낼 생각이었던 겁니까? 예? 대답 좀 해보세요!”
그리고 그런 구동환을 강병규가 붙잡기 위해 달려나갔고, 이내 모두가 전장으로 사라졌다.
서우진은 그들의 뒷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얕은 숨을 뱉고 있는 신지환의 정수리가 보였다.
‘부술까?’
당장에라도 이 빌어먹을 놈의 머리를 깨트려 죽여 버리고 싶었다.
김다혜의 복수.
용사들의 복수.
그리고 덧없이 들어간 수많은 사람의 복수.
살심이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후우-”
심호흡하며 들끓어 오르는 분노를 강제로 잠재웠다.
이놈에겐 정말로 물어볼 게 있었다.
시스템이 무엇인지.
이런 빌어먹을 상황을 계획한 게 누구인지.
그리고 왜 이런 개같은 짓에 협조를 했는지.
묻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다.
‘시간은 많지 않아.’
본래라면 곧장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 설명했던 것처럼 타이밍이 맞질 않았다.
그러니 이렇게 된 이상, 궁금함이라도 풀어야 할 것 같았다.
‘‘혼돈 세계’ 말고 다른 곳이…….’
저 위에 들어가려면, 막대한 힘을 사용해야만 했다.
서우진의 의지는 바깥에선 통하지 않았으니까.
결국 강제로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럴 시간도 없었고, 힘을 낭비할 이유도 없었다.
‘하늘탑.’
마르테스가 자리를 비운 그곳이라면, 이놈을 심문하기엔 충분할 터.
‘그쪽에서 할 일도 있으니까.’
서우진은 신지환을 붙잡고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목표는 제국.
순식간에 신형이 사라졌다.
* * *
“승부가 갈린 듯합니다.”
아그나가 말했다.
담담한 음성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희열로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런가?”
보고를 듣는 황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까지 떨고 있었다.
“허허- 승리라니, 정말로 강림 전쟁에서 우리가 이겼단 말이더냐?”
“아직 남아 있는 잔당이 많사옵니다. 하지만 마왕과 그의 권속들은 모두 척살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장의 곳곳에 파견 나가 있는 크루시엘의 요원들이 급보로 전해온 소식이었다.
한두 명이 아닌, 백여 개에 달하는 보고가 같은 내용이었으니, 굳이 교차검증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확한 정보였다.
“허허허-”
황제는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계의 멸망을 막았고, 동시에 세계의 패권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니까.
제국 역시 이번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긴 했지만, 아직 여력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왕국들은 아니다.
특히나 아이에르와 레닌스탕 같은 곳은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이 정도면 그들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존한 용사는 몇이나 된다더냐?”
“정확하지는 않지만, 많아봐야 고작 서른 명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고 하옵니다.”
“서른이라…….”
딱 좋다.
그보다 더 많은 이가 살아남았더라면, 꽤 부담스러웠을 텐데.
‘용사 폐기 계획’을 실행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준비에 차질은 없겠지?”
“물론이옵니다. 용사들을 소환하고 지금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준비가 되고 있나이다.”
황제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남아 있는 잔당을 처리하는 일만 남았구나.”
“수호자들에게는 병력을 아끼라 전하겠나이다.”
“그리하거라.”
이미 승리는 확정적이었으니, 더는 선봉에 나서서 적들을 막아설 이유가 없었다.
괜히 더 큰 타격을 입는 건 피해야만 했다.
이 기회에 타국의 병력을 더 줄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이득인 것이다.
“길었던 싸움이 끝나가는군. 그간 고생 많았느니라.”
“황공하옵니다.”
다른 왕국들이 강림 전쟁에만 온 신경을 쏟을 때, 황제와 아그나는 그 이후의 일까지 계획했다.
무려 15년이 넘는 시간.
그동안 황제는 대륙의 유일한 패자가 되기 위해, 수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 결실을 맺을 때가 되었다.
“헌데…….”
미소를 짓고 있던 황제가 문득 입을 열었다.
“마공의 위치는 찾았느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크루시엘의 정보력으로도 마공의 발자취를 찾아내지는 못했나이다.”
“흐음…….”
황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아직은 마공 마르테스의 힘이 필요하다.
그녀의 마법이라면, 계획한 일을 훨씬 더 쉽게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용사 폐기든, 대륙 정벌이든.
그것을 위해 마르테스의 목줄을 채워 강제로 명령을 듣게 할 방도도 마련해 둔 상태였는데…….
‘이제 와 모습을 감추었다라…….’
혹여 뭔가 눈치라도 채고 숨은 건 아닐지 걱정되었다.
만약 다른 수호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르테스가 제국에 반기를 들기라도 한다면?
‘그건 아니 될 말이지.’
절대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찾아내야만 했다.
“다시 한번 샅샅이 뒤져 보거라. 필요하다면 하늘탑의 강제 진입도 허락하겠노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하늘탑은 본래 마르테스의 허락이 없다면,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었다.
그게 설령 황제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계제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움직이거라. 늦어서는 아니 된다.”
황제의 단호한 명령에 아그나는 허리를 숙인 뒤 곧장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수도에 남은 요원의 수가 몇이나 되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요원에게 물었다.
“당장 소집이 가능한 건 170명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요원들이 전장과 타국에 파견을 나가 있기 때문에,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모두 모이라고 전해. 하늘탑으로 간다.”
“…하늘탑 말입니까?”
요원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곳은 금지(禁地)나 다름없는 장소였으니까.
“폐하의 명이시다. 거기서부터 마공의 흔적을 다시 찾는다.”
“알겠습니다.”
황제가 직접 내린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요원은 바로 몸을 돌려 요원들을 소집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하늘탑이라…….”
혼자 남아 복도를 걷기 시작한 아그나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잘됐군. 안 그래도 평소에 그 내부가 궁금했는데.”
궁금했던 걸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그곳에 누가 있는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