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92)
592화.
수도는 조용했다.
전장과는 거리가 멀다지만, 그렇다고 영향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한가롭게 외출 따위를 하고 있을 사람은 없었으니까.
덕분에 서우진은 누구의 시선도 끌지 않고 하늘탑의 입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전히 높구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번 날아가서 꼭대기가 어디인지 확인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관두었다.
지금은 그딴 데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고개를 내려 신지환을 확인해 보았다.
‘흐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호흡이 조금 수월해진 느낌이었다.
아직은 큰 변화가 없긴 했지만, 차츰 회복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르면 의식도 깨어날 수 있을 듯했다.
“일단 들어가야겠군.”
항상 탑을 드나들던 작은 문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이번엔 항상 서우진을 반겨주던 어린 마법사가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
‘설마 참전한 건 아니겠지?’
마력량도 그리 많지 않고,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하기엔 너무 어렸다.
한숨을 내쉬며 부디 그 꼬맹이가 전장에 끌려 나간 게 아니길 빌었다.
어쨌든 문을 열어주는 이가 없었으니 스스로 해결을 해야 했다.
“이거 그냥 열 수 있으려나?”
평범하게 생긴 나무 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으음…….”
안 열린다.
아무래도 마법적인 조치가 취해져 있는 듯했다.
“어쩐다?”
서우진은 마법을 모른다.
그저 스킬이라는 시스템적인 요소로 인해 마법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을 뿐.
‘원소술사’인 진태성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쩔 수 없네.”
평범한 방법으로는 열 수 없고, 마법을 해체할 수도 없었으니 남은 건 하나.
우드드드득-!
서우진의 손가락이 문을 파고들었다.
강력한 반발력이 느껴졌다.
허가받지 않은 침입자를 밀어내기 위한 마법인 듯했다.
하지만 고작 문지기 마법 정도로는 서우진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다.
콰득-!
문이 통째로 뜯겨져 나간다.
동시에 탑 안쪽에서 가공할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두 번째 방어 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서우진은 당황하지 않고 손에 든 문을 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화염이다.
마력이 듬뿍 담겨 있어, 물 따위로는 결코 꺼지지 않는 화염이었다.
물론 서우진에게는 크게 의미 없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지고화.”
화르르르륵-!
검은 불꽃이 붉은 화염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됐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서우진은 들고 있던 문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쿵-
묵직한 소음이 들리는 걸로 봐선, 평범한 나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들어가 볼까.”
더는 침입 방지 마법이 없는 것 같았기에 서우진은 신지환의 머리를 붙잡은 채 천천히 탑 안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압도적인 마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르테스가 탑을 떠나 안식에 들었음에도, 내부의 마력은 아직까지 유지가 되고 있는 듯했다.
서우진은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다, 이동마법진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심문하기 괜찮은 층이 있으려나?”
예전에 마르테스에게 제노니아라는 이름의 사도를 데려온 적이 있었다.
열세 명의 사도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이 있던 여인.
그리고 마르테스는 그녀를 분명 탑의 어딘가에 가둬두고 심문하겠다고 했었다.
“감옥 같은 게 있으려나?”
서우진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동시에, 이동마법진이 발동한다.
“어?”
설마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이동마법진은 서우진과 신지환을 탑의 어느 층으로 곧장 이동시켜 주었다.
“…여긴.”
혹시 탑의 감옥으로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감옥처럼 생기진 않았다.
그 흔한 쇠창살이나 육체를 구속할 수 있는 장치 따위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저 어둠과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는 복도만 존재할 뿐이었다.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도대체 왜 이곳으로 온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동마법진이 발동한 건, 분명 자신의 뜻을 이해했기 때문일 터.
서우진은 일단 이 복도의 끝까지 가보기로 결정했다.
저벅- 저벅-
텅 빈 공간에서 발자국소리만이 가득 울려 퍼졌다.
10분, 20분.
그렇게 한참 동안 걸었다.
“여긴 얼마나 긴 거야?”
금방 끝이 보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긴 모양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스킬이라도 사용해서 갔을 텐데.
“지금이라도… 응?”
‘신속’을 쓰려던 서우진이 멈칫했다.
방금 전까지는 어둠만 가득했던 눈앞에, 황금색의 거대한 문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대체 언제?’
갑자기 만들어진 건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서우진이 마력의 흐름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다는 뜻.
‘인지 저하 마법 같은 거라도 걸려 있던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는다.
머리를 긁적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일단 끝에 도착했으니 됐다.
손을 내밀어 황금문을 밀었다.
하늘탑의 입구와는 달리, 안쪽으로 밀렸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거대한 크기답게 쉽지는 않았다.
꽤 많은 힘을 사용한 뒤에야 문이 완전히 개방되었다.
“여긴 뭐지?”
문 안쪽에는 어두웠다.
복도와 별다를 바 없는 풍경.
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
“무슨 창이 저렇게 크냐.”
마치 손오공의 여의봉이라도 되는 것 같은, 거대한 황금색 창들이 보였다.
총 세 자루.
그리고 그것들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누군가 꿇어앉아 있었다.
‘구속하고 있는 건가?’
세 자루의 창은 하나같이 그 존재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서우진은 그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음?”
낯이 익다.
왠지 어디에서 본 듯한 실루엣이다.
“아, 제노니아인가?”
서우진이 직접 붙잡아 마르테스에게 넘긴 최강의 사도.
그랑데르의 마녀, 제노니아였다.
인기척을 느낀 것일까?
그녀의 머리가 서서히 위로 향했다.
초췌하기 짝이 없는 몰골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죽은 자의 그것과도 같은 눈동자가 서우진을 직시했다.
그리고,
“너!”
파르르르르-!
서우진을 알아본 제노니아가 소리를 지르자, 황금창이 강렬하게 떨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분노를 토해내려던 그녀의 입에서, 대신 고통의 비명이 토해졌다.
“오랜만이네. 아직 살아 있을 줄은 몰랐는데.”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으며 아는 체를 했다.
하지만 제노니아는 대꾸할 정신이 없어 보였다.
너무도 강렬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진 모양이었다.
“뭐, 감옥이 맞긴 한가 보네.”
제노니아가 저런 꼴로 있는 걸 보아하니, 탑의 감옥과 비스무리한 장소인 건 확실해 보였다.
“너… ‘검은 존재’.”
제노니아가 입에서 침을 흘리며 짓씹듯 말을 내뱉는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는데, 지금은 너랑 대화할 시간이 없거든. 나중에 하자.”
이제 와서 사도 따위에게 줄 관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정체모를 창에 봉인까지 된 상태가 아니던가?
서우진은 제노니아에게서 신경을 끄고, 신지환을 땅에 내려놓았다.
“야, 정신 차려봐.”
뺨을 툭툭- 쳤다.
하지만 곧장 의식을 되찾지는 못했다.
이번엔 조금 더 힘을 줘서 깨우려는데, 옆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너! 그분은!”
제노니아였다.
아무래도 신지환이 누구인지 알아본 듯했다.
‘당연한 얘긴가?’
마왕의 추종자가 마왕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비록 얼굴은 알지 못한다지만, 그 격과 마기를 읽지 못할 리가 없었다.
“눈치챘나 보네. 맞아. 이게 네가 그토록 열심히 추종했던 마왕이야.”
“너, 너……!”
얼마나 분노한 것일까?
실핏줄이 터진 눈동자에서 붉은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처음처럼 광분하며 움직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몸에 꽂혀 있는 창이 그만큼 두려웠던 것이다.
‘흐음…….’
제노니아의 반응에 서우진이, 그제야 황금색 창을 눈여겨보았다.
“신성력?”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모시는 주신과는 결이 다른 기운이다.
그보단…….
“마테아.”
자신도 갖고 있는 성물의 주인인 고대신의 기운과 비슷했다.
아니, 동일했다.
“이것도 마테아의 성물이구나.”
이름이 뭘까?
‘마테아 창’?
‘마테아 스피어’?
마르테스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물어봤을 텐데.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런 이름보단, 저 창에 막대한 신성력이 서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걸로 널 봉인한 거구나.”
신성력은 마기와 상극이었으니까.
이만한 성물이라면, 제노니아가 지닌 마기 따위는 눈 녹듯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괜찮겠는데?’
잠시 고민하던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환을 구속하고, 제대로 된 심문을 하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좋아.”
아직 놈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사이에 얼른 준비를 끝내야 했다.
“제노니아.”
서우진이 눈을 부릅뜬 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불렀다.
“죽어도 원망하지 마라.”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서우진이 창을 붙잡았다.
“무, 무슨 짓을……?”
깜짝 놀란 제노니아가 물으려 했지만, 서우진의 행동이 한 발 빨랐다.
“흐읍!”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손에 힘을 주는 것과 동시에, 제노니아의 입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서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런 감흥도 없이, 그대로 창을 뽑았다.
파아아아아아앗-!
피가 흘러나왔다.
꿰뚫린 구멍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그 광경에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저 어마어마하게 길었던 창이, 손으로 뽑자 순식간에 크기가 줄어든 것에만 신기해했다.
“이제 두 개 남았네.”
제노니아는 그걸 말릴 정신이 없었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남은 두 자루의 창을 뽑았다.
“쿨럭-!”
제노니아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몸을 구속하고 있던 창은 모두 제거되었지만, 그녀의 육체는 이미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바닥이 피바다가 되었다.
그제야 서우진이 제노니아를 바라보았다.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마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만큼은 자신의 죽음을 억울해 해선 안 된다.
“너도 사람 많이 죽였잖아.”
괜히 마녀라 불린 게 아니다.
제노니아는 왕국 하나를 통째로 학살한 악마 중 악마였으니까.
“여기에 영원히 갇혀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아쉽게도 이 창은 쓸데가 있어서.”
서우진이 창 한 자루를 들어 그녀의 머리를 겨누었다.
“먼저 가서 기다려. 곧 네가 추종하는 놈도 따라갈 테니까.”
푸욱-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몸통과는 달리, 머리는 꿰뚫린 상태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제노니아는 자신이 지닌 악명에 비해, 너무도 쉽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놈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평생을 고통에 몸부림치게 두는 편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제노니아를 징벌하는 것보다, 신지환을 구속하는 게 더 중요했다.
“이젠 네 차례다, 신지환.”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러니까 일어나.”
콰득-!
황금색 창이 놈의 가슴에 박히는 것과 동시에, 신지환의 눈이 번쩍 떠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