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93)
593화.
순간적으로 주변의 어둠이 모조리 흩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신지환의 눈에서 번뜩인 빛은 강렬했다.
하지만 육체의 대부분이 붕괴되고 혼돈기에 의해 마기가 모조리 갉아 먹힌 상황이다.
거기에 신성력이 담긴 창에 꿰뚫리기까지 했으니, 하늘탑의 마력을 몰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어둠은 흩어지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다시 차올랐다.
“…서우진.”
놈의 입이 열리며, 가뭄의 논처럼 마른 음성이 흘러나왔다.
“깼냐?”
서우진의 물음에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니었다.
으드드드득-!
신지환은 엉망진창이 된 육체를 일으키기 위해 힘을 주었다.
“헛짓거리하지 말고 그냥 누워 있어라.”
콰직-!
서우진이 그런 신지환의 등에 황금색 창을 한 자루 더 박아 넣었다.
“크윽!”
이를 악물며 참으려 했지만, 신음을 완전히 막아낼 순 없었다.
피와 함께 흘러나온 신음에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게 아프냐?”
입술을 꾹 닫은 신지환을 향해 물었다.
“고작 창에 찔리는 게 아프냐고.”
남은 한 자루의 창을 마저 들었다.
“대답해, 이 새끼야.”
콰지익-!
세 자루의 창이 모두 꽂혔다.
동시에 신지환의 육체에서 남아 있던 모든 마기가 소멸하는 게 느껴졌다.
추욱- 하며 몸이 처졌다.
마치 제노니아가 그랬던 것처럼, 실이 끊긴 인형이 되어 창대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고작해야 머리 정도가 전부.
“너 때문에 죽은 사람이 몇 명인 줄은 알고 있냐?”
도저히 단위를 따지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수의 평범한 사람들.
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와 기사.
거의 1/3밖에 남지 않은 용사들.
그리고,
‘김다혜.’
이 세계에서 신지환이 저지른 첫 번째 살인이다.
서우진과 동료들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발기고, 슬픔에 사무치게 만든 죽음.
그런 짓을 저지른 놈이 뭐?
이깟 창에 꿰뚫렸다고 고통스러워해?
창을 붙잡은 손에 혼돈기를 밀어 넣었다.
신성력과 합일이 된 덕분일까?
혼돈기는 창의 기운과 무리 없이 섞여 들어가, 신지환의 내부를 헤집어 놓았다.
까드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고통을 참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하아-”
그 모습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
이런 걸로 마음이 풀어질 리가 없다.
신지환을 아무리 고문하고 괴롭힌다고 해서, 김다혜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녀석의 넋을 기릴 수 있는 건, 오직 신지환의 죽음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당장에라도 놈의 육체를 불태워 잿더미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고개 들어.”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신지환의 머리가 꿈틀거리며 위로 향했다.
고분고분한 태도는 아니었다.
죽기 일보 직전이긴 했지만, 어쨌든 놈은 왕의 격을 이룩한 존재였으니까.
오히려 살기로 가득한 눈동자로 서우진을 쏘아보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물론, 그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괜히 힘 빼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라.”
“…내가 굴복할 것 같은가?”
신지환의 음성은 사람의 것이라기보다, 쇳소리에 가까웠다.
부상과 혼돈기, 그리고 신성력이 빠르게 육체를 갉아먹으며 성대까지 맛이 간 모양이었다.
“버티려면 버텨보든지.”
서우진은 일말의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입을 열었다.
“네게 이 빌어먹을 일을 지시한 놈이 누구지?”
“…….”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놈은 차라리 죽을지언정, 순순히 머리를 숙일 생각 따윈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개의치 않았다.
“너도 네 의지로 소환에 응해서 판데모니엄에 간 거냐?”
“무의미하다.”
질문하는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건지, 아니면 그것을 알아도 아무 소용없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짓을 해서 네게 오는 이득이 뭐지?”
이번 질문에는 반응이 조금 달랐다.
신지환의 눈동자에 분노가 아닌, 허무가 담겼기 때문이었다.
끝없는 공허함.
긴 시간을 살아온 존재의 권태감.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쳐 버린 나른함.
서우진마저 그 무저갱과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영향을 받기 시작할 때쯤.
신지환이 입을 열었다.
“고향.”
“…뭐?”
“나는 그저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신지환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느꼈다.
놈의 음성에서 짙은 그리움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지독한 악몽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내 목적이었다.”
X발.
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아니, 모든 용사가 바라던 일이었다.
이미 죽고 사라진 이들까지 모두 간절하게 원했을 것이다.
“너 이 새끼…….”
말을 하다 이를 악다물었다.
돌아가고자 하던 신지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행동의 결과를 용서할 순 없었다.
놈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이가 죽었기 때문이다.
신지환이 저지른 일을 용서한다면, 그들의 희생은 빛을 잃고 말 것이다.
우드득-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돌아가고 싶어? 그래서 사람들을 죽이고, 세계 하나를 통째로 멸망시키려고 했다고?”
개소리다.
“너 하나 때문에…….”
지금쯤 지구에서 평범하게 살았을 이들이 죽고 말았다.
학업에 열중하고, 취업을 고민하고, 연애에 울고 웃고.
그렇게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냈어야 할 사람들이, 이 낯선 세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 결국 돌아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 모든 건 신지환과 이 빌어먹을 시스템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서우진은 그 사실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돌아가고 싶은 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마라. 나도 네가 저지른 짓을 똑같이 돌려줄 뿐이니까.”
신지환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을 학살한 것처럼, 서우진도 돌아가기 위해 놈을 죽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고통 없이 죽고 싶다면 대답해. 시스템을 만들고, 너에게 이 세계를 멸망시키라 명령한 존재가 누구지?”
서우진의 인내심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신지환이 입을 열지 않자, 창으로 혼돈기를 흘려 넣었다.
놈의 몸이 떨려왔다.
안 그래도 엉망이 된 육체가, 더욱 빠르게 붕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단순히 아프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존재의 소멸.
그 극한의 두려움과 통증은, 제아무리 신지환이라 할지라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나도, 모른다.”
결국 놈이 대답을 했다.
신음을 참으며 억지로 뱉어낸 말이었지만, 서우진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생각 잘하고 대답해. 내가 고작 모른다는 말을 들으려고, 널 여기까지 살려서 데려온 건 아니니까.”
살기를 감추지 않고 여실히 드러내며 말했다.
신격을 얻은 서우진의 살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을 죽일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물론, 신지환쯤 되는 존재가 고작 그 정도에 목숨을 잃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숨통이 조여지는 압박감은 느낄 것이다.
“끄으으-”
악다문 잇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모른, 다.”
그런데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진짜 모르는 건가?’
아니면 끝까지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일까?
신지환의 성격으로 보면, 둘 중 어느 쪽이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건…….”
그때, 놈이 입을 열었다.
“시스템, 은, 존재가 아닌, 현상. 혹은 세계의, 의지다.”
말이 계속 끊겨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모르는군.’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스템의 아래에서 움직여 온 신지환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할까?’
서우진이 알고 싶은 사실을 모른다면, 굳이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
이제 그만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음?”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가던 서우진이 고개를 돌렸다.
‘뭐지?’
방금 마력이 움직였다.
아주 미세한 진동이었지만, 분명히 하늘탑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마력이 움직인 것이다.
그것이 뜻하는 건 하나밖에 없다.
“누군가 들어왔군.”
신지환을 바라봤다.
놈은 어느새 의식을 잃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방금 전의 한마디를 내뱉느라 기운을 모두 소모한 듯했다.
“넌 조금 기다려라.”
어차피 창에 꿰어 빠져나오지 못할 테니, 새로운 방문자가 누군지 확인부터 하고 오는 게 좋을 듯했다.
날개를 펼치고 이동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헤치고 가다 보니, 올 때와는 달리 순식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1층으로.”
말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서우진의 신형이 사라졌다.
화아아악-!
밝은 빛과 함께 눈앞의 풍경이 사라졌다.
어둠은 사라졌고, 대신 익숙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
누군가 하늘탑 내부로 들어왔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다.
적어도 80명.
어쩌면 그 이상의 인원이 계속해서 입구를 통해 안쪽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문을 막아놓을 걸 그랬군.’
하늘탑의 마법사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허락받지 않은 침입자에 가까운 듯했다.
본래라면 이토록 쉽게 들어올 수 없었겠지만, 서우진이 문을 부순데다 방어마법들을 모조리 파훼한 탓에 아무런 방해도 없이 들어오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낯이 익은데.’
전원 복면을 뒤집어쓴 상태라 얼굴을 확인할 순 없었다.
하지만 정보조직의 요원들이 지닌 특유의 마력이, 그들의 정체를 가르쳐주었다.
‘크루시엘인가?’
대체 저들이 하늘탑엔 무슨 용무가 있어 온 것일…….
“아무래도 선객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때 요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누군가를 향해 보고하는 것이 들려왔다.
“찾아내라.”
부하들을 향해 자연스럽게 명령을 하는 여인, 아그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담배를 꼬나문 채, 천천히 뚫린 문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다.
‘잘됐군.’
서우진이 처리해야 할 일들 중에는 제국과 크루시엘도 있었다.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미리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1조는 침입자의 흔적을 찾고, 2조는 국장님과 함께 마공의 행적에 관한 단서를 찾는다.”
서우진은 그제야 저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사라진 마르테스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제국이 보유한 최강의 전력이 사라졌으니, 아그나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찾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유를 알았으니, 괜히 더는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서우진은 감추고 있던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냐!”
갑작스레 공간의 틈 사이에서 나타난 서우진을 본 요원들이 경악하며 검을 겨누었다.
“거, 검은 존재?”
역시 세계 최고의 정보 조직다웠다.
그 짧은 순간에 서우진이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그나.”
서우진은 그런 요원들을 무시한 채, 책임자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아그나가 후우- 하며 담배연기를 내뿜곤, 앞으로 걸어나왔다.
“서우진.”
의심이 아닌 확신.
그녀는 ‘검은 존재’가 서우진임을 확실히 알아차린 듯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마왕은 어찌하고?”
뿌연 담배 연기와 함께 묻는 그녀의 모습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하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