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96)
596화.
걱정했었다.
혹시나 용사 폐기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계획에 의해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건 아닐지.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서우진은 존재의 불멸성을 얻었다.
하나의 세계를 지배하고 진정한 왕의 자격을 갖춘 신지환조차도 죽이지 못했다.
그런데 고작 평범한 인간의 마법 따위가 그 불멸성을 훼손시킬 순 없었다.
그저 무한히 복구가 가능한 뇌가 잠시 곤죽이 되었을 뿐이다.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순간.
서우진의 격은 곧장 망가진 육체를 복구시켰다.
그 과정에서 입은 손해라고는 피 몇 방울과 짜증스러운 감정이 전부였다.
‘다행이군.’
서우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용사를 폐기하는 방법이 자신에게 먹히지 않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다행인 건 마법이 오직 서우진에게만 향했다는 것이다.
아직 마법의 구축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흘렀더라면?
용사들은 황제의 개가 되거나 정말로 용도 폐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다는 게 정말로 다행이었다.
하지만 잘된 건 잘된 거고, 그와는 별개로 서우진이 분노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서걱-
한마디의 변명이나 유언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제국의 지배자이자, 대륙을 한 손에 집어삼키려던 야심가이며, 용사들의 뒤통수를 치려던 배신자.
황제는 ‘카 라니엘’의 검날 아래 목이 베이며 그렇게 죽어버렸다.
움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 명의 수호자가 몸을 떠는 것이 느껴졌다.
자의든 타이든, 서우진의 편에 선 이들이다.
하지만 황제도 그들이 모시던 군주.
비록 지금은 서우진의 편에 섰다고는 하지만, 충격받는 건 당연했다.
특히나 ‘낙인’이 찍힌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브리아니는 감정의 동요가 꽤 큰 듯했다.
평생을 충성해 왔고, 사사롭게는 같은 핏줄을 타고난 친인척이다.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을 순 없었다.
“괜찮으세요?”
서우진은 ‘카 라니엘’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그녀에게 물었다.
“…꼭 죽여야 했니?”
브리아니가 입술을 짓씹으며 물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대답은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하아-”
침묵이 흐르자, 브리아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 말은 신경쓰지 마렴. 그저 심란해서 그런 것뿐이니.”
“어쩔 수 없었어요. 힘드셨다면 죄송합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어쩔 수 없다.
동료들을 포함한 용사들을 지키기 위해서.
만약 황제가 아니라 제국 그 자체를 멸해야 용사 폐기 계획을 막을 수 있다 해도 망설이지 않고 행했을 것이다.
“나도 알고 있단다.”
브리아니가 미소를 지었다.
힘없이 처연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휘젓고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고작 혈연의 정만을 생각하기엔, 황제의 악행이 도를 지나쳤으니까.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진 이들의 뒤통수를 치려고 하다니.
정말이지 죽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는 돌아가면 되니? 갑자기 여기로 소환되는 바람에 전장의 뒷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전쟁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남아 있는 마수와 몬스터를 모조리 처단하는 것뿐.
그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얼른 가서 한 손 보태야만 했다.
“아, 두 사람은 전장으로 돌아가도 돼요. 하지만 브리아니 님께서는 남아주셨으면 좋겠는데.”
“응?”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자, 서우진이 말했다.
“제국의 황제가 공석이 되었잖아요. 누군가는 그 자리에 올라서 국정을 봐야죠.”
* * *
강림 전쟁은 끝났다.
많은 피해가 발생하긴 했지만, 결국엔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후에 기다리고 있던 가장 위험했던 순간도 넘겼다.
황제와 아그나를 죽이며 용사 폐기 계획을 완전히 파기한 것이다.
각국의 왕족들과 실세들은 그 계획에 대해 알고 있겠지만, 실행 방법은 모를 것이다.
황제가 그런 강력한 힘을 타국과 나눌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남아 있는 건 신지환의 처리뿐.
서우진은 브리아니를 신궁의 옥좌에 앉힌 뒤, 다시 하늘탑으로 돌아왔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서우진은 창에 꿰인 채 기절한 신지환을 향해 다가갔다.
‘고향이라…….’
생각해 보면 신지환도 피해자였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판데모니엄이라는 지옥과 같은 세계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을 뿐이니까.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일념하에 시스템이 시키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어.’
용서가 불가능하다.
참작할 여지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신지환의 행동은 지나쳤다.
스르릉-
‘카 라니엘’을 뽑았다.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지금까지 놈이 한 대답을 보면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듯했다.
신지환도 몰랐으니까.
그저 거대한 현상 속에 놀아난 것에 불과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언젠간 알아내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당장은 이 모든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냐?”
서우진이 물었다.
그러자 처져 있던 신지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돌아가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해다오.”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짐작하고도 남았다.
아마도 부모님.
서우진이 입술을 짓씹으며 ‘카 라니엘’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 알았다.”
쩌저저저저저적-
검날에 극저온의 빙하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스킬 ‘대홍련나락가’.
신지환의 마기는 이미 모두 사라졌지만, 육체는 여전히 단단하다.
웬만한 공격으로는 생채기를 내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단순히 부상을 입히는 게 아니라 목숨을 완전히 끊어내려면, 서우진 역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발휘해야만 했다.
하나의 공간에 지옥을 강림시키는 ‘대홍련나락가’가, ‘카 라니엘’에 내려앉았다.
극한까지 압축되어, 당장에라도 검신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끼기긱- 끼기기긱-!
‘카 라니엘’이 비명을 질러댔다.
서우진은 심호흡하며 신지환을 바라봤다.
놈은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눈을 감고 조용히 목을 내밀었다.
‘카 라니엘’이 떨어져 내렸다.
공간을 부수고, 대기를 찢으며, 세계를 유린하던 적의 목을 향해 꽂혔다.
“엄마…….”
신지환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음성이 귓가에 조용히 들려왔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얼음 지옥으로 뒤덮인 검날이 신지환의 목을 파고들었다.
핵폭발은 물론이고, 태양 한가운데에 떨어뜨려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육체다.
하지만 서우진의 검격은 막아내지 못했다.
조금씩, 하지만 꾸준하게.
‘대홍련나락가’를 품은 ‘카 라니엘’이 신지환의 목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서걱-
연결이 끊어졌다.
머리는 땅을 향해 떨어져 내렸고, 육체는 창의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바스라졌다.
마치 먼지처럼.
서우진은 툭- 하고 자신의 발치에 추락한 신지환의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고통과 분노, 그리고 광기 따위는 엿보이지 않았다.
그저 회한과 슬픔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하아-”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다혜의 복수를 하고,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을 해냈음에도.
서우진의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네가 부탁한 건 들어주마.”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지는 알 수 없었다.
서우진은 고작 몇 년에 불과하지만, 신지환은 무려 2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냈으니까.
분명 시간의 괴리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가능하다면 신지환의 부모님을 찾아가 그의 죽음을 알리기로 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자신이 죽인 이의 소식을 그의 부모에게 알린다는 것은 말이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진 않았다.
이것 역시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었으니, 그 업보를 짊어지는 건 당연했다.
물론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선, 선행되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창과 신지환의 머리를 뒤로하고, 몸을 돌린 서우진은 이동마법진으로 향했다.
‘하늘탑에 방법을 남겨두었다고 했었지?’
분명 마르테스가 안식에 들기 전에 말했다.
용사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그리고 그건 하늘탑에 있다고 말이다.
‘어디에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곳은 없었다.
애초에 서우진이 하늘탑에서 가본 층은 총 열 곳도 되지 않았으니까.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솟아 있는 이 거대한 건축물 내에서, 하나하나 일일이 돌아다니다간 몇 년이 걸려도 찾지 못할 것이다.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으니까.
‘무슨 힌트 같은 건 없나?’
마르테스와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딱히 힌트랄 것은 없었다.
“흐음…….”
일단 이동마법진에 올라섰다.
“고향, 귀환, 복귀, 돌아가는 마법.”
몇 가지의 키워드를 내뱉어봤다.
감옥이라는 단어에 반응해 마법이 발동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동마법진은 그런 서우진의 기대를 처참히 박살냈다.
다른 층으로 이동을 하기는커녕, 발동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으음…….”
조금 머쓱해졌다.
‘이게 아닌가?’
마르테스라면 그렇게 어려운 곳에 숨겨두지는 않았을 텐데.
곰곰이 생각하던 서우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전장으로 돌아가 하늘탑의 마법사나 강병규라도 데리고 오는 편이 훨씬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 정도면 되려나?’
거기까진 말을 타고 달려도 10일 이상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하지만 서우진이 작정하고 이동한다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하루면 충분할 터.
일단 전장에 도착한 뒤 마법사들의 게이트 마법을 이용하면, 바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만 참자.”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는데, 고작 하루쯤 시간을 보낸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방법을 찾으면 여기 꼭대기나 한 번 구경을…….”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우우우우우웅-
“어?”
갑자기 마법진이 발동했다.
마력이 흡수되며 서우진을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서우진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주변의 모습이 바뀌었다.
새하얀 순백의 공간.
방금 전까지 있던 암흑의 감옥과는 정반대의 광경이었다.
“여긴…….”
설마 하늘탑의 최상층인 걸까?
서우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 번 구경을 해보고 싶긴 했지만, 그건 나중의 일.
지금 당장은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쯧, 여긴 다음에 오자.”
일단 1층으로 내려가려던 서우진이 멈칫했다.
“음?”
저 멀리 뭔가가 보였다.
오직 빛으로만 가득차 있는 공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물건이었다.
당연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잠시 고민하다, 그것을 한번 확인해 보기로 했다.
왠지 저기에서 낯익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르테스의 마력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신성력에 가까울 것이다.
서우진의 혼돈기에 합일되어,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녀만의 기운.
저벅-
서우진은 마치 홀린 듯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종이?”
물건의 정체는 한 장의 종이였다.
허공에 둥둥- 뜬 채 가만히 미동도 없었다.
서우진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손으로 쥐곤 살펴보았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서우진은 이해할 수 없는, 고도로 구성되어 있는 마법술식이었다.
‘…설마, 이건가?’
타당한 의심이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종이를 살펴본 서우진이 혼돈기를 일으켜 봤다.
그러자 변화가 생겼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