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97)
597화.
마법이 발동됐다.
서우진이 주입한 것은 순수한 마력이 아니었음에도, 종이에 적혀 있던 마법술식은 정상적으로 발동이 되었다.
혼돈기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기운 중 하나가 마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미친!’
고작 한 장의 종이 위에 새겨진 마법이다.
물론, 서우진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고차원적인 마법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대마법이라 부르기엔 술식의 크기가 너무도 작았다.
이 정도라면 고작해야 단거리 게이트 마법보다 조금 나은 수준일 테니까.
하지만 막상 발동된 마법은 서우진의 인지능력을 아득히 벗어난 것이었다.
‘이게 가능한가?’
거대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서우진조차도 도저히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의 초월적인 마력.
‘하늘탑을 채우고 있던 것들이 모두 흡수되고 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
바다보다 깊고 넓은 마력들이 노도처럼 밀려들며, 마법술식에 빨려 들어간다.
노도와도 같은 그 기세에, 서우진이 버텨내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과연 신은 신이구나.’
마르테스는 인간이 아니었다.
비록 대부분의 힘을 잃고 영락한 존재였지만, 그래도 신이다.
그러니 이런 수준의 ‘권능’을 사용하는 게 가능했던 것일 테고.
공간이 붕괴된다.
하늘탑을 구성하고 있던 마력들이 한 곳으로 응집되고 있었으니, 텅 비어버린 공간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마치 세상에서 지워지듯, 하늘탑은 천천히 그 크기를 줄여 나갔다.
그럴수록 마법은 더욱 강맹한 기운을 내뿜었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늘을 꿰뚫을 것만 같았던 탑의 크기가, 고작해야 십여 층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였다.
끝없이 크기를 불려 나가던 마법이 마력의 흡수를 멈추었다.
그리고…….
번쩌억-!
빛이 터져 나왔다.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의 밝기였지만, 서우진은 버텼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똑똑히 확인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술식이…….’
종이에 새겨져 있던 뜻 모를 문자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수십 자에 달하는 그것들은, 마치 바닷속을 유영하듯 빛을 타고 어딘가로 흘러갔다.
‘카 라니엘.’
술식은 처음부터 그곳이 제자리였다는 듯, ‘카 라니엘’의 검신으로 스며들었다.
한 글자, 한 글자씩 천천히.
서우진은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술식이 스며들수록, ‘카 라니엘’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빠르게 커져갔다.
마치 거대한 산을 마주한 느낌.
‘아…….’
그 광활하고 드높은 존재의 힘에,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리고 이내.
모든 것이 멈추었다.
세상을 모두 밝힐 정도로 밝았던 빛도, 끝없이 커져만 가던 존재감도, 휘몰아치던 마력의 폭풍도.
숨이 막힐 정도의 적막이 내려앉았다.
스르릉-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뽑았다.
검신에 새겨진 마법술식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법에 관한 지식이라곤 전무한 서우진이었지만, 그것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
마르테스가 장담했던 것처럼, ‘카 라니엘’에 새겨진 것은 용사들을 되돌려 보낼 수 있는 마법의 술식이었다.
“됐다.”
사용방법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마르테스가 남긴 마법에는 그런 효과도 있었던 것 같았다.
잠시 감격에 찬 눈빛으로 ‘카 라니엘’을 바라보던 서우진은 이내 깊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작아졌구나.’
이젠 하늘탑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크기의 건물이다.
기껏해야 종탑 정도일까?
하지만 서우진의 마음속에서는 영원히 기억될 것 같았다.
하늘에 닿은 마르테스의 보금자리로 말이다.
“이제 돌아가자.”
때가 되었다.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집어넣고는 하늘탑을 벗어났다.
그러곤 그대로 사라졌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전장으로 향한 것이다.
* * *
“모두 방심하지 마요.”
전쟁이 끝나고, 남아 있는 마수와 몬스터들을 처리하던 계수지가 조심스럽게 용사들을 향해 말했다.
심각한 그녀의 음성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우리 뒤통수를 칠지 몰라.’
아직은 쓸모가 있었으니 건드리지 않고 있었지만, 더는 필요 없다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폐기 계획을 발동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용사들은 주변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모습이 보인다면, 곧장 몸을 피할 준비를 할 정도였다.
“허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반 슬레인이 다가오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계수지를 안정시켰다.
“그 빌어먹을 계획이 시작된다면, 우리가 제일 먼저 알게 될 터이니. 미리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을 걸세.”
그도 용사 폐기 계획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만한 일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없다는 것쯤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적어도 모든 왕국의 권력자들에게 언질 정도는 한 뒤에야 실행될 것이 분명했다.
“그 말이 맞다.”
디아로크가 반 슬레인의 말에 동조하고 나섰다.
“그 계획이 실행되기 전에 내가 먼저 알 수 있으니, 걱정은 접어두도록.”
그는 레닌스탕의 왕권을 잡았다.
서우진과 용사들을 지지하기 위해, 왕국을 뒤집어엎으며 최대의 권력자로 발돋움한 것이다.
그러니 용사 폐기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미리 그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르의 성왕께서도 주시하고 계시다 하였으니, 일단은 눈앞의 적들을 처리하는 것에 신경을 쓰게.”
참으로 다행이었다.
만약 저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용사들은 언제 폐기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성장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이, 서우진은 저런 조력자들을 만들어놓았다.
‘대단한 사람이야.’
새삼 그를 향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헌데, 그 녀석은 어디에 가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디아로크가 문득-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마왕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는데…….”
“별일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혹시 마왕이 다시 부활해 서우진을 공격한 건 아닐까?
그래서 돌아오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괜한 불안감이 샘솟는다.
서우진을 믿기는 했지만, 마왕이라는 존재는 그만큼 상식을 초월하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직접 싸워본 적도 없는데 말이지.’
그녀를 포함한 용사들은 겨우 마왕의 권속들만 상대했다.
간신히 승리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만약 수적으로 우세하지 않았더라면, 이쪽이 당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니 마왕은 얼마나 더 강할까?
아무리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그런 존재는 이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아니, 괜찮을 거야.’
마지막으로 본 서우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강대했다.
상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오히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반면 마왕은 엉망진창으로 당하지 않았던가?
그걸 생각해 보면, 다시 싸운다 해도 서우진이 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씨는 무적이거든요? 지금까지 한 번도 진 적 없을 거예요! 마왕이 아니라, 마왕 할아버지라도 아저씨한텐 상대가 안 돼요!”
대화를 듣던 이지아가 슬쩍 끼어들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전에도 막 이렇게 한 번씩 사라지고 그랬었는데… 몇 달씩 안 보일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돌아올 때면 선물 같은 걸 가져오기도 했었어요.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요?”
“으, 으음. 그렇군.”
숨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쏟아내는 말에, 디아로크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봐요. 멋있죠? 이 건틀렛도 아저씨가 선물로 준 거거든요? ‘무한’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건데, 이걸 딱- 끼면 웬만해선 안 지쳐요. 아이에르에서 가져온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손에 끼고 있던 건틀렛을 자랑하기까지 한다.
반 스레인은 허허- 웃으며 슬쩍 자리를 벗어났고, 디아로크는 계수지를 향해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라고 해서 이지아의 수다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자리에 서우진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의 수다력은 그야말로 세계관 최강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분명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올 테니까요. 어쩌면 지금쯤 오고 있을지도 몰라요. 선물을 갖고요!”
씨익- 하고 웃으며 말을 하는 이지아의 모습에 계수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랬으면 좋겠네.”
선물은 필요 없고, 그냥 무사히 돌아오기나 했으면…….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진태성의 스킬이 마수 무리에 직격한 듯했다.
거대한 화염이 치솟고, 순식간에 주변이 불바다로 화했다.
“정리도 거의 끝나가네요.”
마왕의 군세는 무려 400만에 달했다.
하나하나가 평범한 병사들을 상회하게 강하다 보니, 토벌도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남아 있는 놈들만으로도 이 세계의 존망을 걸 정도로 큰 위협이었다.
하지만 이쪽에는 용사들이 있었다.
놈들의 수가 얼마나 많든, 용사들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저 시간의 싸움일 뿐.
“2/3 정도는 처리를 한 듯하다. 이제 기껏해야 100만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
100만이 고작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합군의 병력은 거의 500만에 달했다.
거기에 온갖 이종족들까지 힘을 보태주고 있었으니, 이제부턴 용사들이 빠지더라도 충분히 정리가 가능했다.
“어서 끝내죠. 우진 씨가 돌아오기 전에 마무리를 지어놔야 할 것 같은데…….”
계수지는 이제 그만 휴식을 끝내기로 했다.
“동환 아저씨랑 홍설 언니 불러 올게요!”
다른 쪽에서 쉬고 있을 동료들을 부르기 위해, 이지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장에라도 뜀박질을 할 것 같았지만, 그녀는 멈칫 했다.
방금 눈에 뭔가가 보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
이지아가 눈을 크게 뜨자, 다른 사람들의 고개가 그쪽을 향해 돌아갔다.
“음? 저건?”
뭔가가 다가왔다.
하지만 그 어떤 기운도 느껴지질 않았다.
마치 허상처럼, 눈에는 보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접근에, 다들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계수지가 주변에 경고했다.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상찮아 보이는 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작은 점처럼 보이던 형체가,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
그 존재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바로 이지아였다.
“아저씨!”
언제든 터트릴 수 있도록 끌어올렸던 마력을 풀고는, 두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우진 씨?”
“…그놈이라고?”
다들 긴가민가하고 있을 때, 이지아만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아저씨예요! 제 말 맞죠? 지금쯤 오고 있을 거라고 했잖아요!”
화아아아아아아악-!
계수지는 그제야 이지아의 말이 맞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웃으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건, 정말로 서우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