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0)
#59화.
마력으로 이루어진 탄환이 1초에 수십 발씩 쏘아졌다.
실제 소총보다도 훨씬 빠른 연사속도였다.
파바바바박-!
위력 역시도 실제보다 월등해, 총알에 맞은 것들이 모두 분해되기 시작했다.
문자 그대로 분해였다.
천장과 벽, 바닥은 물론이거니와, 이쪽을 향해 달려들던 몬스터들 역시…….
뼈와 살이 분리되고, 온몸에 구멍이 뚫리며,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내렸다.
“…총?”
갑작스러운 굉음에 깜짝 놀랐던 성유라가 침을 삼키며 김다혜를 돌아봤다.
솔직히 몬스터 몇 마리를 잡는 건 별일 아니다.
성유라라면 김다혜보다도 훨씬 빠르고 깔끔하게 놈들을 ‘녹여 버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총을 쏘는 김다혜의 모습엔 충격받은 것 같았다.
“너, 너 뭐야?”
성유라는 김다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친구들을 제외한 다른 용사대부분에게 관심이 없었다.
하물며 C급에 불과한 김다혜는 더욱 그랬다.
덕분에 그녀가 총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지금 처음 알았다.
“김다혜요.”
김다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것이 비록 성유라가 바라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너 이상하네.”
김다혜의 멍한 눈과 표정을 본 성유라가 인상을 찡그렸다.
“안 이상함요.”
“…이상해.”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성유라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김다혜는 그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야, 너랑 같이 온 사람들은 어디 갔어?”
“나도 모름요.”
그 대답에 성유라는 확신했다.
눈앞에 이 여자가 바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행동할 리가 없었다.
‘하필이면 만나도 저런 애를 만났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성유라는 벌써 1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홀로 유적 안을 헤매고 있었다.
서우진과 마찬가지로 유적에 입장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친구들과 흩어져 버린 것이다.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육체는 그녀가 물과 음식을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큰 외로움과 불안감을 가져다주었다.
육체만큼 정신이 성숙하지 못했기에…….
그래서 솔직히 김다혜를 처음 봤을 땐 기쁘기도 했다.
친구들이 아니라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이젠 혼자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상태가 이상한 것 같았다.
‘봐봐, 지금도 멍하니 있잖아.’
묻는 말에 대답할 때를 제외하면 계속 멍하니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엮이면 피곤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다혜와 떨어지고 싶진 않았다.
그러기엔 혼자 지낸 시간이 너무 길었으니까.
“야, 너 따라와.”
성유라는 쏘아붙이듯 말하고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김다혜는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텅 빈 복도 사이로.
* * *
1. 공간 이상 현상.
2. 시간괴리현상.
3. 몬스터.
서우진은 자신이 파악한 것들을 하나, 하나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유적 내부의 형태와 위치가 바뀌고 있어.’
체감으로는 두세 시간마다 한 번씩 변화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규칙으로 바뀌는 것인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도 다르고.’
임태은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적 내부의 시간이 밖보다 수십 배는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가 너무 약해.’
지금까지 서우진이 만난 몬스터는 십여 마리.
처음 본 악마 형태도 있었고,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종류의 몬스터도 있었다.
서우진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약했다.
일반 공격이 아닌 스킬을 사용하긴 했지만, 놈들은 단 한 번의 공격도 견뎌내지 못했다.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유적의 몬스터라기엔, 너무도 약했다.
‘그에 반해 경험치는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단 말이지?’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몸 안에 차오르는 충만감이 장난 아니었다.
부르타엘을 잡고 3레벨을 올린 게 조금 전인데, 벌써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면 버스를 타는 것보다도 빠른 속도야.’
물론 서우진은 버스를 타본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확실한 건 북방에서 토벌을 진행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아니지. 다른 사람들부터 찾아야 돼.”
문득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사냥하면 순식간에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레벨이 아니다.
이 정체불명의 유적에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팀원들뿐만이 아닌, 루데인을 포함한 기사들까지 말이다.
겸사겸사 엘리트 친구들도 찾으면 좋고.
“좋아, 고민은 여기까지. 일단은 움직이자.”
서우진은 검으로 방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곳에 표식을 남긴 뒤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콰득-!
갑자기 옆쪽 벽면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콰드득-!
점점 커지는 균열에 서우진이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그리고 이내…….
폭음과 함께 한쪽 벽면이 무너져 내렸다.
“…이건 또 뭐냐?”
몬스터였다.
‘아니, 애초에 생명체가 맞나?’
뚫린 구멍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살덩이였다.
마치 수십 명의 사람을 찰흙처럼 짓뭉개 뭉쳐 놓은 듯한 형상.
“우욱.”
코를 찌르는 피와 오물 냄새에 서우진은 하마터면 구토를 할 뻔했다.
게에에에엑-
살덩이는 서우진을 발견하곤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머리와 팔다리가 일그러진 채 제멋대로 달려 있었기에, 제대로 된 움직임조차 보이질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팔 하나가 늘어나며 서우진의 머리를 스쳤다.
콰아앙-!
뒤에 있던 벽면이 폭음과 함께 터져 나갔다.
놈의 느린 이동 속도에 안심하고 있던 서우진은 경악하며 검을 곧추세웠다.
‘반응을 못했어.’
느린 이동속도와는 달리, 공격 속도는 마치 빛살과도 같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공격이 정확했더라면, 서우진은 머리가 날아갔을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마주쳤던 놈들과는 달라.’
지금껏 서우진이 유적 내에서 만난 몬스터들은 외형만 그럴싸하지, 실상은 경험치 셔틀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저 역겨운 모습의 살덩이는 달랐다.
정말로 죽을 뻔했던 것이다.
‘드레이카스 이상.’
어쩌면 부르타엘과 비슷할지도 모르는 괴물이다.
‘자칫 잘못하면 죽는다.’
전신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서우진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살덩이를 관찰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곤 침음성을 내뱉었다.
“저 사람은…….”
살덩이에 묻혀 있는 수십 개의 머리 중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기사?”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분명 자신과 함께 이 유적지로 진입한 기사들 중 한 명이었다.
그것이 뜻하는 건 하나였다.
“저게 기사들로 만들어진 괴물이라고?”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보이는 쇳덩이들은 기사의 갑주가 분명해 보였다.
저 수많은 인체 조직이, 전부 기사들의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일들만 발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민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끼에에엑-!
다시 한 번 공격이 시작됐다.
스걱- 하는 소리와 함께 서우진을 향해 쇄도하던 살덩이가 잘려 나갔다.
‘보인다!’
처음과 달리 집중하고 있던 덕분일까?
서우진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검에 베여 바닥으로 떨어진 살덩이가 잠시 꿈틀거리더니, 이내 썩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내구력도 강해.’
마력까지 뽑아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건만, 잘려 나간 것은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했다.
빠른 공격 속도뿐만 아니라, 저 내구성 역시 놈을 더 위협적으로 만들었다.
“큭!”
살덩이는 마치 일본 만화의 해적왕 지망생처럼 끝도 없이 자신의 몸을 늘려 공격을 해댔다.
다행히 단순하기 짝이 없는 직선적인 공격밖에 없어 막아내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그럼에도 서우진의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콰광- 쾅-!
그 속도와 파괴력이 너무도 강했기 때문이었다.
반격은 꿈도 꾸지 못했다.
‘오러’와 ‘가속’까지 사용했음에도 놈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이대로라면 먼저 지쳐 결국은 당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다시 한번 가슴을 노리고 쏘아지는 팔을 막아내고는 검을 휘둘렀다.
스걱-
놈에게 아주 작은 생채기가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주변의 살에 파묻히며 모두 회복되었다.
트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회복 속도였다.
하지만 서우진의 얼굴에서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싸움이 지속될수록 오히려 잘됐다는 듯 입가에 작은 미소까지 지어졌다.
“어디 보자…….”
공격을 막은 서우진이 살짝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두었다.
그러곤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만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흔적이라곤 보이지도 않아, 이곳에 있는 건 오직 서우진과 살덩이뿐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이 심호흡을 하며 살덩이를 노려봤다.
“보는 사람도 없고… 딱 좋네.”
지금까지 서우진은 남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힘들이 있었다.
바로 스킬.
‘검병’으로써 보여줄 수 있는 스킬 몇 가지를 제외하곤, 모두 봉인한 채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괜히 사용했다가 검공 다리엘의 경우처럼 의심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우진이 갖고 있는 스킬의 대부분은, ‘나락’과 같이 이질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지금까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 혼자지.’
그 말은 새로 얻은 스킬들을 실험해 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 뜻이었다.
“무스펠하임.”
화르르르륵-!
노르드 신화에 등장하는 불의 세계.
그 이름에 걸맞은 거대한 화염이 서우진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다만, 그 색은 일반적인 불길과 달랐다.
마치 ‘흑염’과도 같은 검은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파괴적인 광기와 불길함은 스킬을 사용한 서우진조차도 떨게 만들 정도였다.
부글부글부글-
화염의 온도를 견뎌내지 못한 주변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복도를 구성하고 있던 대리석은 물론이고, 살덩이까지.
오직 서우진을 제외한 모든 것이 말 그대로 불에 타올랐다.
“다시 한번 붙어보자.”
서우진이 땅을 박찼다.
푸시익-!
발과 맞닿은 바닥이 김을 내뿜으며 녹아내렸다.
동시에 서우진의 신형이 순식간에 살덩이 앞에 도달했다.
그러자 놈의 팔들이 폭발하듯 뻗어졌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에 대한 방어를 하지 않았다.
살덩이의 팔은 근처도 다가오지 못하고 모두 녹아내려 한줌의 잿더미도 남기지 못했으니까.
서우진이 검을 들었다.
검은 화염이 몸을 타고 오르며 검을 휘감았다.
지옥불을 검의 형상으로 빚으면 이러할까?
불타오르는 검이 위에서 아래로.
마치 사형을 선고하듯 떨어져 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