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3)
#62화.
서우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들이 한곳에 모두 모여 있었으니 당연했다.
“다혜야!”
뒤이어 나타난 김다혜를 본 이지아가 호다닥 달려왔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고?”
키는 조막만 한 게 보호자라도 된 것마냥 자신의 친구를 챙겼다.
“다행히 모두 모여 있었네요.”
서우진이 반가운 얼굴로 재회의 인사를 나누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루데인은 상처 하나 없는 서우진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야 뭐…….”
어깨를 으쓱했다.
“어? 성녀다.”
그때, 강병규가 성유라를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우연히 만났어.”
서우진이 건성으로 대답하자, 그녀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글쎄… 한 명 더 보긴 했는데, 공간이 바뀌면서 같이 사라져 버렸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병규와 대화하고 있는데, 성유라가 대뜸 끼어들었다.
“뭐가요?”
“한 명 더 봤다면서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임태은 씨를 잠깐 만난 적이 있었는데요. 바로 헤어졌지만.”
서우진의 대답에 성유라는 인상을 구겼다.
“그걸 왜 지금 말해요?”
임태은은 성유라의 친구다.
그 사실을 서우진 역시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게 중요한 일입니까?”
“당연하죠!”
“처음 봤을 때 그 말을 해줬다면, 달라지는 게 있어요?”
애초에 말을 해줄 분위기도 아니었다.
만나자마자 인상을 구기고 쏘아붙이듯 말한 사람이 누구던가?
서우진은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잘 대해줄 만큼 속이 없진 않았다.
덕분에 굳이 그런 정보를 말해줄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그래도 말은 해줄 수 있었잖아요.”
입술을 악물며 말하는 성유라의 모습에, 서우진이 속으로 혀를 찼다.
“태은이는 괜찮았나요?”
‘그래도 친구라고 걱정은 됐나 보네.’
‘타인에겐 차갑지만, 내 친구에게는 따뜻하지’ 같은 성격인가?
“조금 초췌해 보이기는 했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네요.”
펫인 드래곤이 보이지 않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굳이 가르쳐 줘서 불안감을 키워주고 싶진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성유라에게서 시선을 뗀 서우진이 팀원들을 바라봤다.
“다들 괜찮아 보이네.”
조금 지친 것 같긴 했지만, 눈에 띄는 부상은 없었다.
“우리야 3일째부터는 다 같이 모여 있었으니까.”
강병규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3일 째부터?”
“그래. 만약 그러지 못했으면 우리도 큰일이 났을 거야. 특히 내가.”
하하하- 하고 웃는 강병규였지만, 서우진의 표정은 더욱 이상해졌다.
“오늘이 며칠짼데?”
“응? 5일째지. 내가 시간을 계속 체크해서 확실해.”
시간의 괴리가 또 생겼다.
먼저 들어간 사람들뿐만 아니라, 같이 입장한 일행 사이에서도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나는 오늘이 이틀째거든.”
강병규는 서우진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유적 내에서 보낸 시간이 다르다고. 저쪽에 있는 성유라 씨는 벌써 10일이 넘었어.”
강병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에도 이상현상이 있었구나!”
“맞아. 그러니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 해. 우리가 여기서 헤매는 동안, 밖에서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으니까.”
고작 며칠 정도의 차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지났다면?
만약 밖으로 나갔더니 마왕이 강림해 있었다는 끔찍한 경우를 보고 싶진 않았다.
“그, 그럼 다른 기사들을 찾아서…….”
“기사들은 포기해야 할 거야.”
서우진은 살덩이를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혹시 저희가 모르는 것을 보신 겁니까?”
왠지 무거운 서우진의 표정에 루데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두 몬스터에게 당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몬스터 그 자체가 되었지만.
그 사실을 말해줄 순 없었다.
자신의 부하들이 그 꼴이 되었다는 걸 루데인이 알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까.”
루데인은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흔들리는 동공은 그의 심정이 얼마나 괴로운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서우진 씨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요, 제놈들이 부족했던 것을.”
루데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여길 어떻게 벗어나요? 병규 오빠도 도무지 길을 못 찾겠다고 하던데.”
김다혜의 곁에서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지아가 문득 물었다.
“아, 그건 생각해 둔 게 있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서우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게 뭔데?”
강병규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쪽이야.”
서우진은 자신이 헤치고 나온 수풀을 가리켰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너머의 공간.
“내가 저기서 뭐를 좀 발견했거든.”
* * *
“…실종이요?”
“그렇다. 총 두 개 팀과 그들을 지켜보던 기사들 역시 3일째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아일린은 제국 기사의 말에 입을 열지 못했다.
서우진이 포함된 용사들이 실종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억지를 쓰더라도 자신이 그의 곁에 남아 있었어야 했다.
괜한 분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다른 용사들의 호위를 맡은 게 실수였다.
“해서 수색대를 결성하려고 한다. 관심 있나?”
실종자들 중 한 명이 시온의 지원을 받는 서우진이다 보니, 아일린에게 전달을 해준 것 같았다.
“물론입니다.”
당연하게도 아일린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수색대가 조직되지 않는다면, 혼자서라도 찾아 나설 생각이었다.
“수색은 30분 뒤에 시작한다. 준비를 갖추고 집결지로 오도록.”
제국의 기사는 상당히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물론 용사들의 실종은 절대 가벼이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토록 다급해 하는 것은…….
‘백시우가 실종되었기 때문이겠지.’
제국의 지원을 받는 용사이자 SSS급의 초인.
마왕을 상대할 가장 큰 전력이 사라졌으니, 제국으로선 최대한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빠르게 조직된 수색대가, 30분 만에 수색을 실시했다.
“실종된 용사들 중 일부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이 이곳입니다.”
추적에 능한 기사들 중 한 명이 앞을 가리켰다.
“붉은 신호탄이 터졌던 곳이군.”
“다크 엘프와의 전투가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쪽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수색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숲이 모조리 뒤집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크 엘프와의 전투로 저런 폐허가 만들어질 리가 없었다.
“부르타엘이 출몰했습니다.”
“부르타엘!”
기사의 말에 모여 있던 전원이 눈을 부릅떴다.
마경 헬데인에서도 열 손 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위험한 놈이 아닌가?
그놈에게 목숨을 잃은 제국의 기사가 수십 명에 다다를 정도였다.
“혹시 놈에게 당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부르타엘은 사살되었으니까요.”
“…사실인가?”
“루데인 단장과 한 용사의 합공으로 그 망할 원숭이의 머리를 베어냈다고 합니다.”
“허!”
쉽게 말하긴 했지만, 이건 대단한 성과였다.
“루데인 경이 근래 최상급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과연 대단하군.”
제국에도 몇 명 없는 최상급 기사의 힘에 수색대장은 감탄했다.
“그런데 그분과 같이 합공했다는 용사는 누구지?”
“서우진이라는 이름의 D급 용사입니다.”
“아, 그…….”
부하의 대답에 모두의 시선이 아일린에게 향했다.
“등급에 어울리지 않게 꽤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지?”
“그렇습니다.”
서우진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이 끝이었다.
물론 다크 엘프와 부르타엘을 소탕한 것이 큰 전공이긴 했다.
만약 평상시였다면, 제국의 황실에서도 떠들썩하게 그 공로를 치하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우진 같은 낮은 등급의 용사를 신경 쓰기보단, 더욱 중요한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이쪽입니다.”
기사는 엘리트 친구들이 있던 장소를 정확히 짚어냈다.
“다행히 이곳에서 실종된 이들이 향한 방향도 그쪽인지라, 이동하다 보면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어서 이동하지.”
아일린을 포함한 60명의 수색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흔적을 찾느라, 이동 속도는 매우 느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가장 앞장서던 기사가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인가?”
단서라도 찾은 것일까 싶어, 다가가 물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무참히 깨져버렸다.
“…이곳에서 흔적이 끊겼습니다.”
마치 하늘로 솟은 것처럼, 완벽히 사라졌다.
“그게 말이 되나?”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다른 문제가 있다는 듯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봤다.
“백시우 님 역시 이곳에서 사라진 것 같습니다.”
엘리트 친구들의 흔적 역시 이곳에서 사라졌다.
그 말은 곧, 이 앞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그들의 눈앞에는 그저 울창한 숲만이 보일 뿐이었다.
수십 명의 기사와 열한 명의 용사가 사라질 만한 원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라.”
그렇다고 이곳에서 그냥 물러설 수는 없는 법.
수색대장은 이 근방의 땅을 모조리 뒤엎어서라도 그들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의 명령에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일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누구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발자국을 비롯한 수많은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정말 하늘로 솟아오르기라도 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아일린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다.
당연하게도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래를 쳐다봤다.
그러곤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위가 아니라면, 아래일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행동을 본 기사들이 비웃기 시작했다.
“시온의 기사들은 야만스럽기 짝이 없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군.”
“저런 1차원적인 생각밖에 할 줄 모르나?”
대놓고 무시하는 말이 들려왔다.
하지만 아일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별다른 단서가 없는 상황 아닌가?
그렇다면 무슨 짓을 해서든지 흔적을 찾아야만 했다.
기사들의 비웃음을 한 몸에 받으며 땅을 파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른 기사들의 관심도 차츰 멀어질 때쯤.
아일린의 손이 멈추었다.
툭툭-
뭔가 딱딱한 것이 손끝에 감지됐다.
처음에는 돌이라 생각했지만, 느낌이 달랐다.
그보단 가볍고, 평평한 물건.
마치 안이 비어 있는 것 같은 진동까지.
아일린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이내 땅에 묻혀 있던 것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
단순한 돌멩이 따위가 아니었다.
심상찮은 마기를 뿜어대는 상자.
그 상단에는 마왕의 것이 분명한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카데마인.”
바로 일곱 번째 마왕.
카데마인의 인장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