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4)
#63화.
카데마인.
일곱 번째 마왕이자, 혼돈이라는 이명을 지닌 악(惡)의 종주.
대륙에서 그 이름은 공포 그 자체였다.
가장 최근에 강림한 마왕이었기에, 아직 그에 대한 기록이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법칙을 뒤틀어 버리는 권능.
그로 인해 벌어지는 혼란으로 무수히 많은 이가 생명을 잃었다.
결국 용사들의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종말을 맞이하긴 했지만, 카데마인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였다.
아일린은 그런 카데마인의 인장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겠지만, 그녀는 기사다.
그리고 기사는 마왕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이름과 이명을 비롯한 인장의 형태까지.
물론 기록이 훼손되어 소실된 마왕도 있었지만, 카데마인은 아니다.
거기에 짙은 마기까지 풍기고 있었으니…….
‘절대 평범한 상자는 아니다.’
서우진의 실종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 장소에서 발견된 걸 보면 관련 있는 게 확실했다.
아일린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일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수색하고 있던 기사들이 마기를 느끼곤 긴장감을 끌어올린 것이다.
“아일린 경.”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수색대장이 딱딱하게 굳은 낯빛으로 불렀다.
“그게 뭔가?”
“방금 땅속에서 발견했습니다. 카데마인의 물건으로 보입니다.”
상자를 돌려 윗부분을 보여주었다.
수색대장 역시 그곳에 새겨져 있는 인장을 보곤 침음했다.
“마왕의 인장이라…….”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인장에는 마왕의 권능 중 일부가 담겨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저렇게 마기를 풀풀 풍겨대고 있는 걸 보면, 십중팔구는 저 물건 때문에 용사들이 실종된 것 같았다.
하지만 기사들로선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아니, 이런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이들은 단 하나밖에 없다는 더 정확했다.
“하늘탑에 연락해.”
진리의 탐구자, 마법사였다.
* * *
“얼마나 가야 해요? 아저씨는 다혜랑 계속 여기로 돌아다닌 거예요? 깜깜해서 무서웠을 텐데!”
이지아의 수다는 어둠을 몰아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확실해요? 아까도 그 말 들은 거 같은데요?”
서우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북방에서 대체 얼마나 더 가냐 하냐며 아일린에게 투덜거리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왠지 그녀가 느꼈을 심정에 공감이 되는 느낌이었다.
“금방이야.”
서우진이 웃으며 대답하자 이지아는 미덥지 않은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러곤 다시 김다혜에게 쪼르르- 달려가 귀찮게 굴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체 여긴 어디야?”
이번엔 강병규가 물었다.
“글쎄?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네.”
복도 너머에 이런 공간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의 ‘탐색’ 스킬에도 전혀 감지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안에 들어왔는데도 스킬들이 전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어.”
‘탐색’이나 ‘레이더’를 비롯한 스킬들이 전부 먹통이었다.
“어둠밖에 없는데도 시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도 이상하고.”
빛 한 점 없는 어두운 공간이다.
그럼에도 서우진과 일행은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서로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과 공간도 비틀리는 곳이었으니…….
“그냥 대충 넘겨.”
아무리 고민해 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을 가지고 괜한 심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뭐, 그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거 같긴 하네.”
강병규는 어깨를 으쓱하곤 서우진의 뒤를 따랐다.
“그래도 몬스터가 없으니까 좀 편하다. 아까 복도에서는 진짜 죽을 맛이었거든.”
조금 쉴 만하면 어김없이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덕분에 계속해서 체력과 마력이 갈려 나갔고.
정말로 레벨 업을 하지 못했다면, 진즉에 한계에 부딪혔을 것이다.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런데 여긴 그런 고생 안 해도 되고 좋네. 조금 어두운 거 빼곤 위험한 것도 없으니까.”
서우진은 강병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까진 별다른 위험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말이지.’
강병규와는 달리 서우진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살덩이 때문이었다.
‘그놈은 여기서 튀어나왔어.’
복도가 아닌, 이 공간에서 벽을 뚫고 등장했었다.
‘그 말은 여기에도 위험요소가 있을 가능성이 크단 얘기지.’
기사들을 살덩이로 뭉쳐 놓은 몬스터가 있을 수도 있고, 다른 힘이 작용할 수도 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서우진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도 되었다.
때문에 서우진은 여전히 주변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데요…….”
언제 왔는지, 김다혜의 곁에 있던 이지아가 서우진의 뒤에서 작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쟤는 왜 계속 따라와요?”
이지아가 성유라를 가리켰다.
“우리랑 친하지도 않고, 맨날 무시만 하던 앤데.”
이지아는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간 성유라가 보여준 행동은, 친화력 만렙인 이지아마저도 학을 떼게 만들 정도였던 것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엘리트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를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눈에 거슬리면 막말을 해대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딱히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가 SS급이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겉으로는 굳이 내색을 안 했다.
괜히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질 필요는 없었으니까.
성유라의 직업인 ‘성녀’는 후방지원에 최적화 되어 있었다.
회복을 비롯한 수많은 버프 스킬들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효과를 자랑한다.
만약 밉보였다가 강림전쟁에서 그녀의 외면을 받는다면?
‘꽤나 고달파지겠지.’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성유라였기에, 더욱 안하무인으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고.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서우진을 포함해도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서우진이 시선을 돌려 성유라를 슬쩍 쳐다봤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걷고 있었다.
‘예쁘긴 한데.’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엘리트 친구들의 외모는 정말 뛰어났다.
그 녀석들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능력 역시 다른 용사들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니…….
‘그러면 뭐하나. 인성이 글러 먹었는데.’
성격과 비교하면, 저 아름다운 외모가 너무도 아까웠다.
“자기 친구들을 만나면 헤어지지 않을까?”
강병규가 혹시 들릴세라 조용히 대답했다.
“그러니까 그게 언젠데요?”
“나야 모르지. 우진이는 알지 않을까?”
둘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피식- 웃은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그래도 가다 보면 어떻게든 만…….”
말하던 서우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전투 준비해.”
검을 뽑으며 말하자, 순식간에 주변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뭐, 뭔데?”
“마기야.”
“마기입니다.”
강병규가 당황하며 묻자, 서우진과 루데인이 동시에 대답했다.
정면에서 마기가 풍겨오고 있었다.
“강한 놈입니다.”
루데인의 표정이 살짝 굳어 있었다.
그만큼 마기의 농도가 짙었다.
‘어쩌면 부르타엘보다.’
서우진은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살덩이 때처럼 스킬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랬다면 싸움이 조금 더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켜보는 눈이 많다.
용사들이야 대충 둘러대면 되겠지만, 루데인은 아니다.
그가 서우진의 이질적인 스킬을 본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쓰던 것만 써야 해.’
그래도 상황이 아주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부르타엘과 싸울 때랑은 다르다.
지금 이곳엔 다른 용사들이 있었으니까.
거기에 성유라까지.
마기와는 극성이라는 성력을 다루는 성녀가 있으니, 싸워볼 만할 것 같았다.
“옵니다.”
콰과과과곽-!
루데인의 경고와 동시에, 뭔가가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미?’
외형은 거미와 흡사했다.
그 크기가 5미터에 달한다는 것과 얼굴이 인간과 비슷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젠장.”
그 모습을 확인한 루데인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곤 뒤를 향해 소리쳤다.
“로지 루비다! 후퇴해!”
어찌나 다급한지, 정중했던 말투가 사라져 있었다.
‘후퇴?’
왜?
루데인은 부르타엘도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기사다.
게다가 지금은 도와줄 수 있는 용사들이 있었다.
그런데 후퇴라니?
용사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성유라가 앞으로 나섰다.
“흥, 별것도 아닌 놈한테 겁이나 먹고.”
그녀는 오만한 표정으로 로지 루비라 불린 거미를 향해 손을 들었다.
“홀리 크로스.”
성유라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공격 스킬 중 하나가 발동됐다.
동시에 그녀의 앞에 성스럽게 빛나는 십자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 깃든 힘은, 웬만한 몬스터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녹일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루데인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딴 걸론 저놈을 막을 수 없어!”
“뭐래.”
성유라는 루데인의 말을 그대로 묵살해 버렸다.
그러곤 손을 휘둘렀다.
빛의 십자가가 로지 루비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이런 멍청한!”
루데인이 성유라의 허리를 껴안았다.
“이봐요!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거 성희롱으로 고소…….”
“닥치고 도망쳐라.”
그녀를 안은 루데인이 가장 먼저 뒤로 몸을 날렸다.
“일단 교관님 말을 따라.”
그 모습에 심상찮음을 감지한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팀원들이 루데인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대체 저게 뭔데?’
후방을 경계하며 가장 늦게 후퇴를 시작한 서우진이 뒤를 돌아보곤 경악했다.
로지 루비가 빛의 십자가를 찢어 발겼다.
열여섯 개나 되는 다리가 십자가를 붙잡더니 마치 종잇장을 찢듯, 사방으로 조각낸 것이다.
그 모습이 놀랍긴 했지만, 서우진을 경악케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순간적으로 폭사된 마기의 양.
그것은 부르타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무겁고, 강렬했다.
서우진은 그제야 루데인이 왜 도망을 치라고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건 못 이겨.’
서우진이 감춰두었던 스킬들을 모두 사용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다고 장담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저건 정말로 괴물이었다.
‘저놈인가?’
기사들을 한데 뭉쳐 살덩이로 만든 것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실력이 뛰어난 수십 명의 기사를 그 모양으로 만들어놓으려면, 저만한 힘은 있어야 할 터였다.
게에에에엑―!!!
성유라의 스킬을 장난처럼 막아낸 로지 루비가 괴성을 지르며 서우진을 쫓아오기 시작했다.
‘으윽!’
놈의 울음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정도로 역겨웠다.
덕분에 앞에 달리던 팀원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엉키며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러단 잡힌다.’
로지 루비는 갖고 있는 힘에 비해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잡힐 게 뻔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주변을 돌아봤다.
여전히 암흑뿐인 공간.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젠장.”
앞서 달려가고 있는 팀원들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모두 겁을 먹은 듯했다.
‘어쩔 수 없나?’
서우진은 천천히 달리는 속도를 늦추었다.
이곳에서 잠깐이라도 로지 루비를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