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5)
#64화.
‘승산은?’
잘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높을 것 같진 않다.
그럼에도 서우진이 뒤에 혼자 남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 편이 조금 더 가능성이 있으니까.”
루데인을 비롯한 팀원들이 강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싸우는 것보단 혼자서 감춰진 힘을 다 사용하는 쪽이 더 강했다.
그만큼 서우진이 드러내지 않은 힘은 많았으니까.
콰곽- 콰과곽-!
땅을 박차고 달려오는 로지 루비의 기세가 심상찮았다.
광폭한 마기와 더불어, 살을 저미는 듯한 살기가 몸을 짓눌렀다.
서우진은 그것을 떨쳐 내려는 듯 허공에 검을 한 번 휘둘렀다.
“덤벼, 이 새끼야.”
‘나락’이 발동됐다.
* * *
“이거 놓으라고! 이 망할 새끼야!”
루데인은 발버둥치는 성유라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더는 쫓아오는 것 같지 않으니…….’
로지 루비가 풍기던 마기는 점점 옅어져 지금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이제 어느 정도 안심을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럼 더 잡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안 그래도 불편한데, 이렇게 발악하니 짜증마저 날 정도였다.
루데인은 성유라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이 일은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내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성유라가 협박하듯 이를 갈았지만, 루데인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의 싸가지 없는 어리광을 들어줄 때가 아니었으니까.
“이쯤이면 충분히 안전해진 것 같습니다.”
다급한 상황이 끝나자, 루데인의 말투는 이전의 정중함을 되찾았다.
“대체 그놈은 뭐예요?”
마지막에 느껴진 끔찍한 마기와 괴성은 이지아에게 공포를 가져다주기 충분했다.
그것은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괴물같은 놈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놈의 이름은 로지 루비입니다.”
“로지 루비?”
강병규가 고개를 갸웃하자, 루데인이 설명을 이어갔다.
“헬데인에서 퇴치된 일곱 번째 마왕 카데마인의 권속이죠.”
권속이라는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마왕의 권속은 일반 몬스터나 마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였다.
대부분은 마왕과 함께 생을 마감했지만, 그중 몇 마리는 아직도 그 목숨을 이어오고 있었다.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말이다.
“그런 게 왜 이곳에 있는 거죠?”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다.
왜 이곳에 마왕의 권속이 있는가?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루데인도 할 수가 없었다.
‘본래 로지 루비는 헬데인의 중심에 있어야 할 텐데…….’
수차례 토벌을 감행하며 알아낸 사실이었다.
로지 루비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마경의 중심지에서 관측되었다.
결코 이런 외곽의 유적 같은 곳에서 나타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놈을 상대할 방법은 있나요?”
이번엔 유홍설이 물었다.
하지만 질문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도망을 칠 이유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저희만으론 무리입니다. 적어도 저와 같은 경지의 기사가 다섯 명 이상은 되어야 붙어볼 만할 겁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제국의 최강자들이 나서거나.
아무리 용사들이 강하고, 서우진이 도움이 된다 하더…….
“…어디 있습니까?”
생각을 이어가던 루데인이 문득 물었다.
“뭐가요?”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용사들이 되물었다.
“서우진 씨 말입니다.”
모두가 뒤를 돌아봤다.
“없어?”
분명 가장 뒤에 있어야 할 서우진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설마!”
루데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서우진이 왜 이곳에 없는지 깨달은 것이다.
“이런, 젠장!”
그의 반응에 다른 사람들 역시 그제야 알아차렸다.
서우진이 뒤에 남아 로지 루비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푸른색의 일렁임이 나타났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마력량은 아일린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옵니다.”
한 기사의 말과 동시에, 일렁임 속에서 발이 삐죽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내 다리, 팔, 몸통과 마지막으로 머리가 모두 빠져나왔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검은 머리카락과 먼지 하나 묻지 않은 하얀 제복을 입은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의 가슴팍에는 심플하지만 고급스러운 금장 배지가 달려 있었다.
‘마도사!’
아일린은 깜짝 놀랐다.
마도사는 마력사, 마술사, 마도사, 대마도사의 4개 위(位)에서 2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고위급 마법사다.
평범한 사람은 평생을 살아도 한 번 볼까, 말까 한 존재란 뜻이었다.
시온에도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가슴팍에 달려 있는 금장 배지는 그가 마도사의 위에 올라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달려 있는 금장 배지가 그것을 증명했다.
“이곳인가?”
마도사는 마경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공기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유렌 기사단의 단장, 리오크라고 합니다.”
수색대장이 앞으로 나서며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귀족이 아닌 이상 기사와 마법사는 계급을 공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도사의 위에 앉은 이라면, 리오크의 예를 받기에 충분한 위치였다.
“반갑군.”
마도사는 작게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까진 밝히지 않았다.
‘오만하다.’
아일린을 포함한 기사들은 마도사의 태도를 보곤,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겉으로는 예의가 바른 척하고 있었지만, 그는 리오크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마법사들이란…….’
아일린은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마법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지금 내색할 순 없었다.
눈앞의 마도사는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온 것이었으니까.
‘우진 씨를 찾으려면 마법사의 도움이 필요해.’
마왕의 인장이 새겨져 있는 상자를 해석하고, 실종자들의 위치를 찾아야만 했다.
“내가 도울 것은? 듣기론 카데마인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하던데.”
“…이것입니다.”
리오크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지, 표정을 굳히며 상자를 건네주었다.
마도사는 상자를 받아 들고는 일단 겉부터 살폈다.
“흐음.”
그러길 5분여.
“카데마인의 인장이 확실하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마도사의 확언을 듣자 기사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렇다면?”
“이 상자가 묻혀 있던 곳은 어디지?”
“바로 이곳입니다.”
리오크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에서 고작 10미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자세한 건 지금부터 알아봐야겠지만, 저곳에 마왕의 권능이 서려 있는 듯하다.”
마도사의 말에 아일린은 마른침을 삼켰다.
마왕의 권능은 불가해(不可解)의 영역에 닿아 있었다.
비록 패퇴하고 시간이 흘러 그 힘이 쇠약해지긴 했어도, 그 격이 어디 가진 않는다.
개념을 뒤틀고, 상식을 파괴하는 절대적인 힘.
그것을 아직 미숙한 용사들이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을 터.
“아무래도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군.”
마도사는 처음의 오만했던 태도를 벗어던지고, 탐구자 본연의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상자와 마왕의 권능에 대해 짙은 호기심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이대로라면 그는 용사들의 행방을 찾는 것보다, 자신의 궁금증을 푸는 것에 집중할 게 뻔했다.
진리의 탐구자라는 이명을 지닌 마법사는, 본디 그러한 존재였으니까.
“해석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때 아일린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마도사를 포함한 모든 기사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다.
고작 중급 기사에 불과한 그녀가 나설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아일린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딴 것보다 서우진의 안위가 더욱 중요했다.
리오크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굳이 제지하진 않았다.
그 역시 백시우를 찾아야 한다는 지상 과제가 있었으므로.
“네 이름은?”
“시온의 기사, 아일린입니다.”
피식-
시온이라는 말에 마도사가 코웃음을 내뱉었다.
자신이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희에겐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일린은 물러나지 않았다.
“저 역시 궁금하군요.”
이번엔 리오크가 나서 아일린을 지원해 주었다.
둘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마도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기사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별다른 불평은 하지 않았다.
“늦어도 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에는 용사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겠지.”
한 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아일린은 제발 마도사의 해석이 빨리 끝나길 빌며, 뒤로 물러났다.
이제부턴 기다릴 차례였다.
* * *
“허억- 헉-! X발.”
서우진이 피를 토하듯 욕설을 내뱉었다.
“무슨 저딴 괴물같은 놈이…….”
처음 ‘나락’을 발동시킬 때만 해도 조금은 자신이 있었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곤란하게는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자신 말이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참히 깨져 버렸다.
로지 루비는 검은 해파리들을 무참히 파괴했다.
공간을 가득 메울 정도의 숫자였음에도, 16개의 다리는 너무도 쉽게 ‘나락’을 파훼했다.
덕분에 서우진은 기겁하며 감춰두었던 온갖 스킬들을 연달아 사용했다.
살덩이를 일격에 해치웠던 ‘무스펠하임’.
거검을 소환해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우라노스의 검’.
지정된 상대의 몸속을 불살라 버리는 ‘낙인’.
그리고 ‘황혼’까지.
마력이 허용하는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을 몽땅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놈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아니, 입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몇 초 지나지 않아 부글거리며 모두 회복되었다.
트롤을 아득히 상회하는 초회복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이었네.”
서우진은 숨을 몰아쉬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감춰둔 힘들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는 상대가 될 줄 알았는데…….
로지 루비는 서우진의 예상을 뛰어넘는 괴물이었다.
“대체 넌 뭐냐?”
몬스터는 아니다.
그렇다고 부르타엘 같은 마수도 아닌 것 같았다.
‘설마 권속은 아니겠지?’
북방에도 마왕의 권속은 있었다.
바로 크라토스.
아일린의 말에 따르면, 매시브 가디언에서도 굳이 놈의 영역까지 토벌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 로지 루비가 크라토스 같은 마왕의 권속이라면, 오늘 이 자리를 무사히 벗어나긴 힘들 것 같았다.
“후우-”
서우진이 심호흡을 했다.
놈이 강한 건 맞다.
도무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서서 죽어줄 수는 없는 노릇.
“한번 끝까지 해보자, 이 새끼야.”
서우진은 이를 갈며 흑검을 들었다.
가벼운 마력 탈진까지 왔기에, 손이 잘게 떨려왔다.
케게게게겍-!
서우진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로지 루비는 마치 비웃는 것처럼 울부짖으며, 서우진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