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6)
#65화.
로지 루비는 확실히 강했다.
서우진이 사용하는 그 어떤 스킬도, 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생채기 정도가 전부지만…….’
로지 루비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있었다.
고작 표피를 조금 잘라낸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답이 없네.’
더는 스킬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마력이 모조리 바닥난 것이다.
지금 서우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르는 것밖에 없었다.
까앙-!
놈의 앞발과 검이 부딪혔다.
“크윽!”
단단한 흑검은 그것을 견뎌냈지만, 서우진은 아니었다.
낫과 같은 생김새의 앞발에 담겨 있는 힘이 너무도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은 공격을 막은 대가로 뒤로 날아갔다.
“젠장…….”
충격이 심했다.
놈이 앞발을 휘두를 때마다 뒤로 튕겨져 날아가니, 제정신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가만히 누워 있을 순 없었다.
그랬다간 몸이 반토막나고 말 테니까.
“흡!”
허리를 튕겨 몸을 벌떡 일으킨 서우진이 사선으로 그어지는 앞발을 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카가각-!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표피에 스크래치가 생겼다.
‘얕아!’
제대로 된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겉을 살짝 긁는 것에 그쳤다.
아일린이 봤으면 잔소리를 쏟아냈을 검격이었다.
키기긱-!
로지 루비는 그런 서우진을 비웃으며, 위에서 아래로 앞발을 내려쳤다.
‘이건 못 피한다.’
그렇다고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었다.
자세가 흐트러진 탓에, 검을 들 시간조차 부족했다.
서우진은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놈의 앞발을 쳐다보다, 눈동자를 돌렸다.
끼긱-!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동시에 놈이 멈칫- 했다.
‘지금!’
서우진은 놈의 움직임이 굳은 틈을 타, 몸을 뒤로 굴렸다.
데구루루 몇 바퀴를 구르자, 공격권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후욱- 후욱-!”
참았던 숨이 한 번에 터져 나왔다.
‘다, 다행이다.’
벌써 몇 번째일까?
놈이 움직임을 멈춘 덕에 살아난 것이?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로지 루비는 서우진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잠깐씩 굳었다.
드레이카스나 얼음벌레가 굳어졌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놈들과 로지 루비가 다른 건…….
‘그 시간이 1~2초 정도에 불과하다는 거지.’
한참 동안이나 움직이지 못한 북방의 몬스터들과는 달리, 로지 루비는 금방 다시 움직임을 재개했다.
그러곤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더욱 광분하며 날뛰었고.
서우진은 잠시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아니나 다를까, 놈은 또다시 자신이 멈춘 것에 대한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은 이기는 것보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다들 도망은 잘 친 것 같고.’
싸움이 오래 지속된 것 같았지만, 사실은 고작 10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 10분간 서우진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
마력이 모두 동날 정도로 공격을 퍼부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더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어떻게든 도망을 갈 궁리를 해야만 했다.
‘팀원들이 있는 쪽은 제외하고.’
그쪽으로 갔다간 괜히 쓸데없는 희생만 더욱 커질 뿐이다.
그렇다면 반대쪽이 좋긴 한데, 그러려면 놈이 서 있는 곳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건 불가능하지.”
서우진의 움직임으론, 놈을 뚫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럼 남은 건…….’
앞과 뒤가 막혔으니, 좌우밖에 남지 않았다.
그중 서우진은 왼쪽으로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로지 루비는 지닌 힘에 비해 속도가 느렸으니, 잘하면 도망에 성공할 수도 있었다.
“정 안 되면 한 번씩 눈을 마주쳐 주면 되겠지.”
고작 몇 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정도면 위험한 상황에는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은 벌 만큼 벌었으니, 튀자!’
로지 루비가 다시 달려들기 전, 서우진이 몸을 날리기 위해 발을 내딛을 때였다.
“아저씨!”
뒤쪽에서 아주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이런 빌어처먹을!’
이곳에서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지 않은가?
뒤를 돌아보자, 역시나 이지아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도망갔던 모두가 되돌아오고 있었다.
심지어 성유라까지 말이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자신을 돕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껏 도망가기로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려고 하던 찰나였으니까.
끼에에에엑-!
로지 루비는 사라졌던 먹잇감들이 다시 돌아오자, 신이 난 듯 소리를 지르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냥 튈까?’
순간적으로 그런 고민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이동하면 놈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사라지면, 놈의 목표는 분명 팀원들이 될 테니 말이다.
“도움이 안 되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검을 들었다.
남아 있는 마력은 전무하다.
그럼 순수한 검술만으로 놈의 공격을 막아내야만 했다.
팀원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어그로를 자신에게 묶어두어야만 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지.
카가각-!
놈의 앞발이 서우진의 흑검을 타고 흘렀다.
정면으로 막기보단, 비스듬히 빗겨낸 것이다.
힘을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해 손목이 시큰거렸다.
“지금!”
서우진의 외침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김다혜였다.
그녀는 이번에도 분홍색의 길쭉한 알라의 요술봉을 소환했다.
푸슈우웅-!
발사된 탄두가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로지 루비에게 발사됐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로지 루비가 고개를 돌리자, 서우진이 발로 놈을 차며 몸을 날렸다.
콰아아앙-!
“으으윽!”
충격파가 덮쳐왔다.
* * *
“으음.”
마도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문제라도?”
리오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마도사의 표정이 왠지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리오크의 질문에 답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조금 더 가라앉은 눈동자로 눈앞의 상자를 살펴볼 뿐이었다.
‘일종의 봉인인가?’
카데마인의 인장이 새겨져 있는 상자는, 봉인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것인데.’
그저 소멸한 마왕의 흔적 정도로만 판단을 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더 가치가 있는 것 같았다.
아직은 무엇이 봉인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왕이 손수 봉인한 것이니, 그 안에 든 것이 결코 범상치는 않겠지만…….
마도사는 상관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상자에 새겨져 있는 봉인식은 그리 높은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덕분에 해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봉인식의 마력 패턴을 순서대로 해제하는 것뿐.
마도사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하나씩 천천히 봉인을 풀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상자 안에서 마치 자물쇠가 풀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도사는 손바닥보다 조금 커다란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뚜껑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뒤로.”
마도사는 호기심이 잔뜩 서린 눈빛으로 상자를 쳐다보며, 기사들에게 물러나라 명령했다.
“마기가……?”
상자에서 풍기던 마기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지만, 만약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른다면 꽤나 심각해질 수도 있었다.
리오크가 마도사를 쳐다보자, 그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이내 사라지겠지.”
무작정 믿기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상자가 완전히 오픈되기만을 기다릴 뿐.
“되었군.”
마도사의 말과 동시에 상자의 뚜껑이 완전히 열렸다.
화아악-!
그와 동시에 어두운 빛줄기가 하늘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비하다기보단, 불길하기 짝이 없는 빛이었다.
리오크를 비롯한 기사들이 모두 자신의 검에 손을 가져다댔다.
점점 강력해지는 마기에 긴장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마도사가 유일했다.
그는 불길한 빛을 가만히 쳐다보다, 손을 뻗었다.
“캔슬 릴리즈(Cancel release).”
마법의 발동과 함께 모든 봉인식이 해제되고, 빛이 사그라졌다.
“저건?”
리오크의 눈이 커졌다.
“게이트로군.”
빛이 사라지자, 검붉은색의 게이트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도사는 천천히 게이트 앞으로 걸어갔다.
“위험합니다!”
리오크가 말려봤지만, 마도사는 고개를 저었다.
마기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리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마도사는 게이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조건부 게이트로군.”
“……조건부 게이트?”
리오크가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 물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마도사가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말 그대로다. 조건에 부합하는 상황이 되면, 게이트가 열린다는 뜻이지. 지금은 봉인이 풀려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조건만 맞으면 발동되었을 것이다.”
“그 말씀은?”
혹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에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 맞다. 아무래도 용사들은 이 게이트를 통과한 것 같군.”
마도사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리오크가 뒤를 돌아보았다.
“돌입 준비.”
저 게이트가 어떤 곳으로 이어져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더라도, 임무는 완수해야만 했다.
리오크의 명령과 함께 기사들이 도열을 갖추며 게이트를 넘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법사들은 싸가지가 없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가치가 있는 존재들이다.
만약 같이 행동한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터.
리오크가 기대를 하며 의중을 묻자, 마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맡은 일은 마왕의 인장이 새겨져 있는 상자를 분석하는 것이었지만, 게이트가 생긴 이상 끝까지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대체 어떤 곳인지, 무슨 목적으로 이런 것을 만들었는지.
그런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그 역시 위험을 감수할 이유론 충분했다.
“같이 들어가지.”
“감사합니다.”
리오크는 수색대의 준비가 끝나자, 가장 먼저 앞장 서 게이트 앞에 섰다.
검붉은색의 일렁거림을 보고 있자 기분이 나빠졌다.
적당히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검을 뽑은 채,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스으윽-
물컹한 젤리를 통과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그의 몸이 빨려들어 갔다.
“흐읍!”
다가올 압력에 대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역시나 게이트 통과를 하며 엄청난 무게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그렇게 몇 초.
이동을 끝낸 리오크가 혹시 모를 습격을 대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눈앞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걱정했던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 있는 복도가 나타났다.
“여기는?”
“…유적인가?”
뒤에서 들려온 음성에 흠칫 놀란 리오크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마도사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