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7)
#66화.
아일린은 황당한 눈으로 앞뒤를 살폈다.
60명의 수색대와 함께 게이트를 통과했는데, 혼자가 되었으니 황당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처음부터 쉬울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도사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마왕과 연관이 된 일이었으니까.
보이지 않는 다른 기사들을 신경쓰는 것보다, 서우진을 찾는 것이 더 급했다.
“복도.”
설마 유적인가?
아일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한 번도 유적을 직접 목도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이야기는 들어봤다.
마왕이 남긴 게이트를 통해 이동한 곳이었으니, 유적일 확률이 높았다.
아일린은 손을 들어 벽과 바닥을 두들겨 보았다.
벽돌로 이루어진 덕에 꽤나 단단한 듯했다.
“다른 길이 있는 것 같지는 않군.”
그렇다면 그저 길을 따라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아일린은 전후방을 경계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오직 그녀의 발소리만이 복도를 울렸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음?”
아일린이 걸음을 멈추었다.
“이건…….”
주변이 변했다.
그저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벽돌로 이뤄졌던 복도가 순식간에 대리석으로 변한 것이다.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에 아일린이 검을 들고 긴장했다.
틱-
그때, 등 뒤에서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그것을 감지한 아일린이 그대로 뒤를 돌며 검을 휘둘렀다.
창졸지간에 뻗은 검격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채앵-!
쇳소리와 함께 너무도 쉽게 검이 가로막혔다.
“진정하시죠.”
검을 막은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아일린을 진정시켰다.
“……백시우?”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바로 백시우였다.
그는 제국에서 선물해 준 신검으로 아일린의 검을 막은 채,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검을 내려놔도 되겠습니까?”
백시우의 말에 아일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풀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밝아져 있었다.
백시우를 찾았다는 건, 이곳에 서우진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
당연히 안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어떻게 들어오신 거죠?”
백시우 역시 검을 거두며 물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아일린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 어떻게 왔는지보단, 저들의 상황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백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유적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습니다.”
그는 유적을 발견하게 된 과정부터 시작해, 이곳에서 벌어진 일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시공간의 이상현상까지.
쉽사리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들을 수도 없었다.
아일린이 보기에 백시우는 고작 며칠 실종이 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췌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의 모습을 보면 정말로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렇게 초췌해질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대충의 사정을 들은 아일린은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혹시 서우진 씨를 보신 적 있으십니까?”
백시우도 중요한 인물이기는 했다.
마왕을 상대할 가장 큰 전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선, 생판 남인 백시우보다 서우진이 더 중요했다.
그는 자신의 동료이자, 전우이며, 친구였으니까.
“……안타깝게도 보지 못했습니다.”
백시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그가 보지 못한 건 서우진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뒤를 따라온 기사들은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마찬가지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만난 지 30분 만에 다시 헤어졌다.
공간이 변하면서 흩어진 것이다.
“누군가를 본 건 50일 만에 처음입니다.”
백시우의 말에 아일린은 입을 다물었다.
50레벨이 넘어 초인의 영역에 도달한 덕분에 이렇게 버틸 수 있었다.
그의 입장에선 1레벨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으니, 레벨 업을 통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아일린은 조금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백시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의 친구인 성유라가 싫었다.
사사건건 서우진을 무시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덕분에 성유라의 친구인 백시우 역시 마음에 안 들 수밖에.
그런데 혼자 50일간 홀로 지냈다는 말에는 조금 동정심이 들었다.
“시간이 됐군요.”
그때, 갑자기 백시우가 아일린의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 모습에 아일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곧 공간이 변화할 시간입니다.”
백시우도 50일 동안 놀고만 있지 않았다.
이 유적 내부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조사를 했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붙어 있어야 흩어지지 않습니다.”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백시우가 아일린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주변의 환경이 다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동굴?’
방금 전까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던 복도가 동굴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제야 아일린은 백시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럼 이동하시죠.”
어깨에서 손을 땐 뒤, 앞장서 걸어갔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습니까?”
“모릅니다.”
백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아무리 돌아다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과도 같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순 없었으니, 계속해서 걷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중이었다.
중간에 한 번 공간이 변하긴 했지만, 별다른 단서나 흔적을 찾진 못했다.
아일린이 서우진을 찾는 게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을 때였다.
“잠시.”
앞장서 걷던 백시우가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든 그녀의 눈앞에 몬스터 한 마리가 나타났다.
검은색의 멧돼지를 닮은 놈이었다.
서우진이 몬스터 백과사전이라 부르는 아일린도 처음 보는 몬스터였다.
“저건?”
“그리 강한 녀석은 아닙니다만,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51레벨에 달하는 백시우에겐 별것 아니었지만, 아일린에겐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중급 기사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멧돼지 몬스터가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복도를 가득 채운 놈의 거구가, 두 사람을 분쇄하겠다는 기세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가 맡을 테니 뒤쪽으로…….”
콰아아앙-!
천천히 검을 뽑아 들며 말을 하던 백시우가 입을 다물었다.
그간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복도의 벽이 무너지며, 누군가 튀어나온 것이다.
엄청난 충격에, 멧돼지는 형체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그대로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아오, X발! 더럽게 강하네!”
“아저씨! 위 조심해요!
카가각-!
벽을 뚫고 나타난 이들을 본 아일린의 눈이 커졌다.
서우진이었다.
* * *
로지 루비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선 서우진은, 공간을 뚫고 뒤로 날아갔다.
벌써 다섯 번째로 보는 복도였다.
‘이번에는 뭔가 다른 것도 부딪힌 것 같은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복도 바닥에 흐르는 푸른 피를 보아하니 몬스터 중 한 마리가 운 없게 휩쓸린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딴 것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지아야!”
서우진의 외침과 동시에 이지아가 튀어오더니, 로지 루비의 옆구리 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하압!”
투우웅-!
기합과 함께 쏘아진 주먹에 놈의 몸이 살짝 기울어졌다.
덕분에 서우진은 앞발을 피할 수 있었다.
투다다다다다-!
K-2의 총구가 불을 뿜어대고, 루데인의 검이 로지 루비의 몸을 갈라댔다.
하지만 놈은 별다른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어?”
몸을 뒹굴며 자리에서 일어난 서우진이 눈을 끔뻑였다.
낯익은 얼굴이 보인 것이다.
“백시우?”
그리고 그의 뒤에 있는 아일린.
그들을 본 서우진은 반가운 표정을 짓다, 이내 발을 굴렀다.
“피해!”
콰득-!
방금 전까지 서우진이 딛고 있던 바닥이 마치 가위로 자른 것 같은 균열이 생겼다.
로지 루비의 낫과 같은 앞발이 휘둘러진 것이다.
“우진 씨!”
아일린이 서우진의 이름을 불렀다.
그토록 애타게 찾던 이가 나타났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우진은 그녀의 인사에 대답할 정신이 없었지만 말이다.
“인사는 나중에! 일단은 저놈부터 어떻게 해야 돼!”
다급한 음성에 두 사람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공격태세를 갖추었다.
끼긱-?
공격을 이어가려던 로지 루비가 고개를 갸웃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새로 나타난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놈은 그중에서도 백시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한 놈을 알아본 건가?’
서우진은 로지 루비의 행동이 백시우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50레벨이 넘는 SSS급의 용사.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저 정도의 힘이라면…….
“백시우 님!”
“시우야!”
뒤늦게 백시우를 발견한 루데인이 소리를 치며 아는 척을 했다.
동시에 그의 표정에 안도감이 서렸다.
‘저 양반이 저런 표정을 지을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하겠는데?’
제국의 기사인 루데인이라면, 자신보다 백시우에 대해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그런 그가 안도한다는 건 백시우가 로지 루비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뜻.
서우진은 백시우 옆에 서며 검을 들었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죠?”
서우진의 말에 백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눈앞의 사마귀 같은 놈을 죽이면 될 것 같았다.
“좋아. 내가 선공할 테니까, 기회를 엿봐서 놈의 머리 좀 날려줘요.”
로지 루비는 지금 백시우에게 정신이 팔려있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서우진에게 어그로가 끌릴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놈을 가장 괴롭힌 게 그였으니 말이다.
자신의 몸에 이토록 많은 상흔을 남긴 서우진을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백시우가 대답하자, 서우진은 땅을 박찼다.
“이제 그만 좀 뒤져라!”
마력은 담겨 있지 않았다.
체력도 바닥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움직였다.
그 어떤 때보다도 빠르고 강력하게.
전신 전력이 담긴 검이 로지 루비의 머리를 가로로 베어갔다.
키기기긱-!
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가소롭다는 듯, 검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지금까지처럼 서우진이 뒤로 날아갈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 새끼야!’
속으로 외치며 검의 궤도를 바꾸었다.
아래에서 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놈의 앞발을 위로 튕겨냈다.
순간적으로 과부하가 걸리며, 손목과 어깨가 부러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서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뒤이어 공격을 할 백시우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버티고 버텨 빈틈을 만들어줘야만 했다.
으드드득-!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이를 악물며 검을 올렸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낸 덕분일까?
로지 루비의 앞발이 서우진의 검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위로 튕기듯 올라갔다.
그리고 서우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
짧은 외침에 기다렸다는 듯 백시우가 앞으로 나섰다.
강력한 적을 앞에 둔 것치고는 너무도 담담하게 가라앉은 표정.
그는 로지 루비에게 검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섬뢰(閃雷).”
벼락이 내려쳤다.
콰르르릉-!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