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1)
#70화.
서우진은 발로 괜히 연무장 바닥을 툭툭- 차보았다.
‘또 부서지진 않겠지?’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지난번처럼 연무장이 박살나며 괜한 눈총을 받을지도 모르니까.
“뭐, 스킬만 사용하지 않으면 되겠지.”
오늘은 스킬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새로 얻은 것들은 죄다 ‘마왕’스러웠기에, 지켜보는 눈이 많은 아카데미 내에서는 쓸 수가 없었다.
“일단 몸을 좀 풀고.”
서우진이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연무장에 나온 이유는, 변해 버린 육체를 테스트해 보기 위함이었다.
성장이 아닌 진화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정도의 변화.
그것에 적응을 하려면 제대로 한 번 움직여 봐야만 했다.
‘속도부터.’
서우진이 가볍게 땅을 박찼다.
그리고,
쾅-!
“으어억!”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서우진의 신형이 일순 사라졌다가 저 멀리 떨어진 구석에 처박힌 채 나타났다.
“미친…….”
마력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달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움직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서우진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뭔데 이거?”
빨라도 너무 빠르다.
마치 ‘가속’을 사용해 전속력으로 달린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빨랐어.’
예상치 못해 놀란 것일 수도 있지만, 서우진이 느끼기엔 그랬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찰나의 순간 동안 그가 이동한 거리는 적어도 50미터 이상.
마른침을 삼켰다.
가볍게 움직인 게 이 정도다.
만약 마력을 사용하고, ‘가속’ 스킬까지 발동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빨라질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긴 하지만.’
그리 걱정이 되진 않았다.
몸을 움직이는 방법이야, 반 슬레인에게 이골이 날 정도로 배웠으니까.
“일주일 정도면 될까?”
완벽하게 체득하는 것에는 조금 더 걸리겠지만, 그럭저럭 적응하는 것엔 일주일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서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속도는 곧 무기.
빨라서 문제될 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서우진은 다음으로 힘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중력장 덤벨이 어디 있더라?”
연무장에는 수련을 위한 온갖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중력장 덤벨은 그중 하나였다.
인간을 초월한 용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그래비티’ 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쇳덩이.
보기에는 10㎏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톤 단위까지 무게를 늘릴 수 있는, 일종의 아티팩트다.
서우진은 그런 중력장 덤벨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곤 무게를 서서히 늘려갔다.
100㎏, 200㎏, 500㎏…….
그리고 5톤.
덤벨 하나가 지닐 수 있는 최대치까지 무게를 늘렸다.
서우진은 속으로 허허- 웃었다.
‘안 무거워.’
중력장 덤벨이 고장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약간의 무게감은 느껴졌지만 고작해야 몇십 ㎏ 수준에 불과했다.
속도에 이어 힘까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상승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요즘 어딜 가든 괴물 같은 놈들이 튀어나와서 죽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게랄드, 부르타엘, 로지 루비…….
죄다 서우진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아, 물론 게랄드는 제외하고 말이다.
‘그놈은 괴물 중 괴물이니까.’
그래도 이대로 계속 성장해 나간다면, 언젠간 게랄드고 나발이고 죄다 꺾을 수 있을 터.
서우진은 그날을 기약하며 계속해서 테스트를 이어갔다.
아무리 격하게 움직여도 지치지 않는 체력.
총알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물체를 프레임 단위로 볼 수 있는 동체시력.
있는 힘껏 검을 내려쳐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 육체의 내구력.
테스트가 이어질수록 서우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인간을 아예 벗어났구만.’
로봇이나 사이보그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정도의 육체였다.
웬만한 몬스터는 마력도 쓰지 않고, 그냥 힘으로 찢어 죽이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신체 능력 테스트는 이것으로 끝.
더 해봐야 새로운 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테스트가 전부 끝난 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게 남아 있지.”
바로 마력.
육체의 진화도 놀라웠지만, 마력에 비하면 그건 사소했다.
대해와 같은 마력 양이 고속도로처럼 뚫려 있는 마력회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본래 그래야 하는 것처럼.
고고하게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느끼며 서우진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가공하다 못해, 두려울 정도였다.
만약 이 힘을 전부 사용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꽤나 큰일이 날 것 같은데.’
이전에 ‘우라노스의 검’을 사용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소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과연 이 힘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시험을 해보고 싶었지만, 서우진은 조금 참았다.
‘10% 정도만.’
마력의 출력을 낮추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힘이 흘러넘쳤다.
몸을 가득 채우는 충만감을 느끼며 검을 뽑아 들었다.
젠로이츠 흑철로 만들어진 단단한 흑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우진은 검을 향해 마력을 흘려 넣었다.
우우웅-
검이 울음을 터트렸다.
너무도 강력한 마력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미세하기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검이 깨질 것만 같았다.
‘이게 한계인가?’
서우진이 입맛을 다시며 마력을 회수하려 했다.
그동안 잘 써온 검을 괜히 잃어버릴 순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응?”
막힌 듯 정체되어 있던 마력이, 한순간에 쑥- 빠져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우진이 당황했다.
설마 벌써 검이 깨져 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깨져나간 검편(劍片)이 아닌,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푸른색의 마력이었다.
“……오러?”
그것은 분명 오러였다.
스킬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기사들이 사용하는 진짜배기.
수십 년을 수련해도 그 흔적조차 쫓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서우진 역시 자신이 진짜 오러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그의 경지가 너무도 일천했으니까.
그런데 만들어냈다.
검을 처음 쥔 지 고작 1년여.
서우진은 자신이 만들어낸 파괴의 광휘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이게 되네?”
“이쪽이에요.”
서우진은 자신을 부르는 아일린을 발견하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침 수련은 어땠죠?”
아일린이 서우진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으니, 걱정이 될 만도 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았어.”
아니, 고작 그런 말로는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서우진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본 아일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알았어. 내일부터는 같이 수련하자.”
오늘이야 테스트하고 싶어서 혼자 나왔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전처럼 다른 녀석들이랑 같이 수련을 이어갈 생각이었다.
“오늘 교육은 뭐였지?”
용사들의 실종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었지만, 수업은 계속되었다.
서우진 역시 아카데미로 돌아왔으니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솔직히 조금 귀찮긴 했지만, 레벨 업을 하려면 참여하는 편이 나았다.
아카데미에선 항상 최적의 레벨 업 방법을 제안해 주니 말이다.
“개인대련이라고 들었어요.”
“대련?”
서우진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서우진의 수준에선, 용사들과의 대련이 그리 도움 되지 않는다.
‘백시우나 엘리트 친구들이라면 모를까.’
나머지는 아니다.
솔직히 서우진의 일격을 받아낼 수 있는 사람도 몇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지금은 레벨도 엇비슷하니 말이다.
“등급과 레벨을 기반으로 조를 편성했다고 하는데…….”
말하던 아일린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이번 교육은 서우진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어떤 녀석들이 있는지 구경이나 하지, 뭐.”
당연한 말이었지만, 서우진은 용사들의 면면을 전부 알지는 못했다.
그것은 그 발 넓은 이지아조차 하지 못한 일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괜찮아 보이는 놈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서우진은 회의적인 생각을 하며 교육장으로 향했다.
“오, 여기야?”
커다란 건물 내부로 들어간 서우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월드컵 경기장보다 큰 것 같네.”
관중석은 없었지만, 크기만큼은 축구장을 훨씬 상회했다.
그 안에는 대련을 위함인지, 사각형의 비무대도 몇 개나 마련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본격적인데?”
대충 널찍한 연무장에서 한 명씩 나와 싸울 줄 알았는데…….
이건 마치 천하제일무술대회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와!”
“엄청 큰데?”
뒤늦게 용사들이 도착했다.
그들 역시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시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기서 싸우는 건가?”
“재밌겠다!”
예전과 달리 그들은 꽤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마경에서 실행된 일주일간의 생존 훈련 덕분이었다.
버스가 아닌, 실전을 제대로 겪으며 자신의 힘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했으니…….
저렇게 자신 있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저씨!”
이지아와 김다혜도 도착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서우진의 옆에 붙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래서요, 제가 또 친해진 아저씨가 있거든요?”
“아저씨?”
이지아가 자신을 제외하고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대부분은 모두 오빠라고 불렀으니 말이다.
서우진이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누군데?”
“조금 이따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 마침 저기 오네요! 여기예요, 아저씨!”
이지아가 문쪽을 바라보며 손을 바쁘게 힘들었다.
‘음…….’
크다.
190㎝는 되어 보이는 큰 키에, 테스테론이 연상되는 근육.
엘리트 친구들 중 ‘금강역사’ 직업인 박진한과도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육체의 소유자였다.
‘저쪽도 그 비슷한 직업일 것 같은데.’
왠지 ‘차력사’라던가, ‘헬창’ 같은 직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었구만, 으하하!”
그는 생긴 것과 어울리는 화통한 웃음을 터트리며 다가왔다.
“아저씨! 여긴 우진 아저씨예요. 저랑 가장 친한 분이고요.”
이지아가 서우진을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서우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큰일을 당하셨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십니까?”
“아, 네. 보시다시피.”
성격도 남자다웠다.
“저는 구동환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25세! 취미는 보시다시피 쇠질이지요.”
말을 하는데도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몸 좋으시네요.”
서우진의 칭찬에 구동환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육체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기꺼웠던 것이다.
“다음에 하체나 같이 조지시죠!”
으하하- 하는 구동환의 모습이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환 아저씨는 A급이에요.”
언제 끼어들지 기회만 엿보고 있던 이지아가, 냉큼 말을 내뱉었다.
‘오?’
C급이나 B급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높은 등급이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는 서우진의 등급을 알고 있는지,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 모습만 봐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의 기분을 살필 줄 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서우진은 괜찮다는 듯 웃으며 구동환에게 물었다.
“혹시 직업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아차, 그걸 얘기 안 했군요.”
구동환은 주변을 살피며 서우진에게 다가가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마법소녀’입니다.”
……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