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2)
#71화.
마법소녀.
직역하자면 마법을 사용하는 소녀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자면 요술봉이라던가, 변신이라던가 하는 요소가 들어가는 장르 중 하나이고.
그래서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마법소녀라고?’
대체 어딜 봐서?
190㎝의 거구.
로니 콜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우락부락한 근육.
상남자 그 자체인 성격.
‘마법소녀’와는 티끌만큼의 연관도 없어 보였다.
“으하하! 그렇게 보실 줄 알았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눈빛을 하고 있었나 보다.
서우진의 표정을 본 구동환이 웃음을 터트렸다.
“보시다시피 저와는 그리 잘 어울리는 직업은 아니죠.”
‘보디빌더’라는 직업이 있었다면 딱이었을 텐데, 라며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저는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레벨도 30이나 되고, 스킬도 제 취향이거든요.”
아무리 봐도 뾰로롱- 하며 마법을 사용할 것 같진 않은데…….
“자세한 건 잠시 후에 교육이 시작되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하고 외쳤다.
서우진은 솔직히 좀 기대가 됐다.
대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말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정렬!”
그때, 시간이 되었는지 교관이 들어오며 용사들을 향해 외쳤다.
‘루데인?’
교관의 정체는 루데인이었다.
유적에서 고생깨나 한 덕에 그는 조금 초췌해 보였다.
하지만 형형한 눈빛은 여전했다.
정렬을 시작한 용사들을 둘러보던 루데인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서우진은 그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루데인 역시 서우진을 알아보고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데인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미 들으셨겠지만, 금일 교육은 개인 대련입니다.”
그 말에 용사들의 얼굴에 다시금 흥분이 서렸다.
“하지만 단순히 대련만 해서는 의욕이 생기지 않을 듯하여, 금일 교육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토너먼트?”
“시합이란 말이야?”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단순히 순위만 정해서는 의욕이 살지 않을 것이니, 성적에 따라 혜택에 주어질 예정입니다.”
“그게 뭡니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용사들 중 한 명이 물었다.
그러자 루데인이 한쪽을 쳐다봤다.
“황제폐하께서 하사하신 물건들입니다.”
그곳에는 정확히 열 개의 물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검, 활, 책 등등.
황제가 직접 하사한 것이라고 하더니, 하나같이 범상찮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대단한데?’
서우진은 그중 검을 눈여겨보았다.
그의 흑검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검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건 외형뿐이었다.
‘검 자체에 마력이 내재되어 있어.’
예전이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화한 서우진의 감각은 100미터 밖에서 기어 다니는 개미도 포착할 정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마력을 감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갖고 싶다.’
반 슬레인이 선물해 준 검도 나쁘진 않았다.
지금까지 제법 잘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용사들이 사용하는 무기에 비하면, 너무도 부족했다.
선물을 한 반 슬레인조차도 미안해하지 않았던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보면, 좋은 검 한 자루 정도는 구해놓고 싶었다.
‘어쩔까?’
솔직히 순위권 내에 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서 서우진의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은 백시우가 유일했으니까.
하지만 조금 망설여졌다.
과연 실력을 내보여도 될 것인가?
괜한 의심을 사지 않을까?
‘…이제 와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웃기긴 하네.’
서우진은 이미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제 와 조금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지레 겁을 먹고 몸을 사리는 것도 그냥 그만 둘까?’
어차피 의미도 없는 것을.
상상을 초월하는 힘도 생겼겠다, 차라리 아낌없이 내보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럼 적어도 귀찮은 시비에는 휘말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좋아, 가지자.’
주목 조금 받고, 저런 좋은 검을 얻게 된다면 무조건 이득이다.
서우진은 더 이상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했다.
“대진표를 발표하겠습니다.”
그사이, 루데인은 훈련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는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A조 1경기는 박한나 님과 김혜령 님입니다.”
“B조 1경기는 장필수 님과 강진표 님입니다.”
루데인의 발표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D조 3경기는 이진호 님과 서우진 님입니다.”
서우진의 이름이 호명됐다.
‘이진호?’
낯익은 이름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린 서우진이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이진호가 누구인지 발견했다.
흑빛이 된 얼굴색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
아카데미 첫날, 서우진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주먹 한 방에 기절해 버린 바로 그놈이었다.
서우진이 씨익- 하고 미소 지었다.
“마법소녀가 뭔가요?”
대련장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대기석에서, 아일린이 문득 물었다.
아무래도 구동환과의 대화가 궁금했던 것 같았다.
“마법사의 일종인가요?”
“어…….”
틀린 말은 아니다.
어쨌든 마법을 사용하긴 하니까.
이 세계의 마법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자세하게 설명하긴 좀 그런데.’
무지갯빛과 함께 예쁜 드레스로 갈아입는 변신과 함께 화려한 요술봉을 휘두르는 구동환.
그걸 대체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보, 보면 알 거야.”
서우진은 궁금해 하는 아일린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각조 1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루데인의 말과 동시에, 용사들이 우르르- 앞으로 나섰다.
다섯 개의 비무대에 선 열 명은 각자의 상대를 마주보며 전의를 다지기 시작했다.
“시작하십시오.”
콰아앙-!
시작 선언과 함께 전투가 시작됐다.
“휘유…….”
서우진이 혀를 내둘렀다.
예전에 트롤 앞에서 얼어 있던 사람들과 동일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움직임이었다.
“확실히 마경 토벌이 효과가 있었나 보네.”
일주일간 용사들은 처절한 전투를 겪었다.
기사들의 보호가 있었으니 죽지는 않았겠지만, 실전 경험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전투에 임한 그들의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파이어 레인!”
불의 비가 쏟아져 내리고.
“광랑참!”
도끼가 미친 늑대처럼 휘둘러진다.
“많이 성장했어. 그치?”
서우진이 묻자 아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용사들의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고작 1년이다.
그 정도 만에 웬만한 기사들은 찜쪄먹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서 이전과 같은 질투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만이 가득했다.
“1경기 종료!”
잠깐 사이에 1경기의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다.
승리한 용사는 환호를 질렀고, 패자는 한숨을 내뱉었다.
꽤나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는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충격흡수 마법을 걸어두었어요.”
일정 이상의 충격을 흡수해, 부상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법이었다.
물론 흡수할 수 있는 충격량의 한계가 있긴 했다.
하지만 생사결도 아니었으니, 용사들도 전력을 다하진 않을 터.
“이런 대련에서 마법이 깨질 위험은 드물어요.”
아일린의 설명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 아니. 제국은 확실히 용사들의 안전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 같았다.
“2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아, 시작한다”
서우진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그 누구보다도 눈에 띄는 외모의 구동환이 비무대로 나서고 있었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서우진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정말로 변신하는 건 아니겠지?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루데인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시작하십시오.”
경기가 시작되자, 다시 한 번 화려한 전투가 벌어졌다.
오직 한 곳, 구동환의 비무대만 제외하고 말이다.
“응?”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에 집중했다.
‘저거 쫀 거 같은데?’
구동환의 상대인 용사는, 다부진 체격의 검을 든 남자였다.
그런데 그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구동환의 덩치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하긴. 나라도 쫄겠다.’
그만큼 구동환의 피지컬은 압도적이었다.
“으하하! 서로 최선을 다해 잘 싸워봅시다!”
구동환이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손을 번쩍- 들었다.
“서, 설마?”
서우진은 아니겠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설마는 또다시 사람을 잡았다.
“변- 신!”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색깔의 빛이 터져 나왔다.
샤랄랄라-.
마치 효과음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음…….’
아니길 바랐는데, 구동환은 기어코 변신을 하고 말았다.
‘마법소녀’로.
빛이 사라지자, 대기석에 있던 용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저, 저게 뭐야!”
“으아악, 내 눈!”
구동환이 나타났다.
노란색의 큐티한 복장 사이로 구릿빛 근육이 꿈틀거렸다.
“…저게 뭐죠?”
아일린의 눈이 부릅떠졌다.
“저게 ‘마법소녀’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소녀가 아니라 ‘마법 헬창’ 정도가 더 어울리겠지만.
서우진은 괜히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으하하하! 덤비시죠!”
구동환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손을 까딱이며 도발했다.
하지만 상대는 처음보다 더욱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이런.”
그의 몸이 굳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구동환은 입맛을 다셨다.
“화끈하게 싸우고 싶었는데, 아쉽군.”
저렇게 겁을 먹어서야 제대로 된 전투가 성립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구동환은 솥뚜껑만 한 주먹을 말아 쥐며 복싱 자세를 취했다.
‘돌겠네.’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세상 어느 마법소녀가 스텝을 밟으며 훅과 스트레이트를 날린단 말인가!
구동환의 주먹이 상대의 전신을 유린했다.
퍼버버버벅-!
한 방, 한 방이 뼈와 살을 분리할 것처럼 묵직했다.
“커, 커어억!”
리버블로를 정확히 맞은 상대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으하하하!”
두 손을 번쩍 들며 자신의 승리를 축하하는 구동환의 모습에 서우진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마법도 안 쓰고, 소녀도 아니야.’
대체 저것의 어디가 ‘마법소녀’란 말인가?
서우진이 슬쩍 아일린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진 씨.”
아일린이 갑자기 서우진을 돌아봤다.
“응? 왜? 속 안 좋아?”
걱정스럽게 묻자 아일린이 고개를 저었다.
“안 좋긴 하지만, 지금 말하고 싶은 건 다른 거예요.”
“다른 거?”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아일린은 근심이 서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우진 씨가 경기를 이기면, 그다음 상대가…….”
서우진이 재빨리 대진표를 살폈다.
‘아.’
낭패였다.
잘못하다간 저 ‘마법 변태 헬창 소녀’와 붙게 될지도 모른다.
“이길 수 있겠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싸우고 싶진 않았다.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타격이 너무 심할 것 같았다.
“헤, 해봐야죠.”
서우진이 마른침을 삼키며 경기장에서 웃고 있는 노랑 드레스의 구동환을 쳐다봤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