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3)
#72화.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 지나고.
서우진은 두 번째 경기를 시작했다.
‘A급. ‘워 메이지’라고 했던가?’
레벨은 적어도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 정도.
잘은 모르겠지만, 100명의 용사 중 상위권에 위치한 강자일 게 분명했다.
‘장비들도 좋아 보이고.’
꽤나 빵빵한 지원을 받았는지 입고 있는 로브와 지팡이는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서우진의 흑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질 좋은 명품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 것 같진 않네.’
평소의 서우진이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육체와 마력이 경이로울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니 지고 싶어도 질 수 없을 터였다.
“시작하십시오.”
루데인의 말과 함께 상대의 입이 열렸다.
“디그!”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발밑이 허전해졌다.
‘이런!’
마치 포크레인으로 파낸 듯,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리 깊은 구덩이는 아닌지라 타격은 없겠지만, 문제는 다른 쪽에 있었다.
‘블링크’와 함께 머리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워 메이지’.
그는 한 번 잡은 승기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마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패럴라이즈, 워터 볼, 체인 라이트닝!”
파지지지직-!
몸을 묶고, 물을 적신 뒤, 뇌전으로 바싹 굽는다.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마법사, ‘워 메이지’다운 마법 운용이었다.
‘대단하네.’
솔직히 감탄했다.
마경 토벌이 확실히 용사들에게 도움이 되긴 한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당한다는 얘긴 아니고.’
서우진이 몸에 힘을 줬다.
딱딱하게 마비되어 있던 몸이 풀리며, 마법을 그대로 ‘분쇄’했다.
“이, 이게 무슨!”
후속타를 준비하고 있던 상대가 눈을 부릅떴다.
회심의 일격이 몸 한 번 털었더니 모조리 사라졌다.
당연히 경악할 수밖에.
그러거나 말거나, 서우진은 발이 땅에 닿는 것과 동시에 박찼다.
콰앙-!
몸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아직 머리 위에 있던 상대가 재빨리 ‘블링크’를 사용해 회피를 하려 했지만, 늦었다.
서우진의 상승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으니까.
퍼억-!
주먹이 배에 꽂혔다.
‘워- 류겐!’
마력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로 가격했지만, 그 충격량은 마법사가 견딜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제아무리 ‘워 메이지’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웨에엑!”
상대는 오늘 아침에 먹은 것을 게워내며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휴우-”
재빨리 토사물을 피해낸 서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우진 님의 승리입니다.”
경기가 시작된 지 고작 1분 남짓.
서우진은 너무도 가뿐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제 다음은…….’
‘마법 소녀’와의 경기였다.
* * *
“아저씨! 저도 이겼어요!”
대기석으로 돌아온 서우진은 이제는 익숙해진 이지아의 호들갑에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해.”
담담하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지아는 그런 서우진의 반응이 마뜩찮은 듯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을 따지기보단, 다른 소식을 전하는 것을 더 급했다.
“다혜도 이겼고요! 와, 아저씨는 못 봤죠? 상대가 A급의 검 어쩌고 하는 직업의 아저씨였는데, 다혜가 이겼다니까요? 진짜 대단하죠?”
이번엔 조금 놀랐다.
“A급을 이겨?”
자신이야 ‘측정불가’ 등급에 다른 용사들과는 달리,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서 쉽게 이겼다.
하지만 김다혜는 아니다.
자신과 함께 훈련하며 실력이 늘긴 했지만, 그녀의 등급은 C.
그런데 한 단계도 아니고, 두 단계나 차이 나는 상대를 이겼다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우진이 김다혜를 쳐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멍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겼음요.”
“그, 그래. 축하해.”
김다혜에게도 축하인사를 건넸다.
“어떻게 이겼어?”
서우진이 슬쩍 이지아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김다혜가 설명을 해주기엔 무리인 것 같았으니까.
“뭐라고 해야 되지? 음… 화력전?”
“화력전?”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어진 이지아의 설명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RPG-7로 시야를 가린 뒤에 수류탄 다발을 콩알탄 던지듯 던져대고, 접근은 K-2로 견제.’
설명은 장황했지만, 요약하면 이 정도였다.
위력이야 레벨에 비례하니 A급 용사에겐 큰 타격은 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접근도 못하고,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수류탄과 총알 세례는 우습게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쓸 때마다 마력이 소모되는 마법과는 달리, 김다혜는 소환 후에 마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니까.’
거기다가 연사 속도는 마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물론 경기가 아닌, 실전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확률이 높았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식의 전투가 벌어졌다면, 김다혜가 버티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C급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네.’
자신과 함께 한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지아가 주춤하며 서우진을 불렀다.
“왜? 무슨 일 있어?”
“그건 아니고요.”
잠시 주저하던 그녀는, 이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다음 상대 있잖아요.”
“아…….”
김다혜를 생각하느라 잠깐 잊고 있었다.
“구동환 씨?”
“네네, 맞아요. 그 아저씨. 싸워서 이길 수 있겠어요?”
이지아의 얼굴에 걱정이 서렸다.
“모르겠네.”
질 것 같진 않다.
아니, 이길 것이다.
하지만 웬만하면 구동환과 붙고 싶진 않았다.
‘무서우니까, 여러 의미로.’
첫 경기에서 구동환이 보여준 스킬은 단 한 개뿐이었다.
바로 ‘변신’.
휘황찬란한 빛과 함께 노랗고 귀여운 드레스 비스무리 한 뭔가를 입은 채 나타났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시각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변신’이 그냥 옷만 갈아입는 건 아닐 거란 말이지.’
아마도 육체 능력 상승이 진정한 효과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헬창이라도 그런 움직임을 보여줄 순 없었을 테니 말이다.
‘다른 스킬들도 있을 텐데.’
구동환은 ‘변신’ 후, 그냥 피지컬로 상대를 때려잡았다.
‘마법소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마법을 사용하긴 할 것이다.
‘어쩌면 진짜 요술봉을 사용할지도 모르지.’
…괜히 상상했다.
서우진은 속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머릿속의 이미지를 털어냈다.
“저는 못 이길 것 같아요.”
이지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서우진이 픽- 웃었다.
“어차피 너는 구동환 씨를 만나려면 결승까지 올라야 되지 않아?”
이지아와 그의 대진표 상 위치는 정반대였다.
그러니 결승전이 아니면, 만날 수조차 없었다.
“저 결승까지 올라갈 거거든요?”
이지아가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열심히 해라.”
사실 이지아의 실력이라면 결승까지 올라가기엔 충분했다.
애초에 A급 직업인데다, 서우진과 함께 훈련을 거듭한 덕분에 다른 용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자랑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그녀가 결승에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백시우.’
대진표를 슬쩍 살폈다.
이지아의 다음 상대는 바로 백시우.
지금의 그녀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녀석이었다.
“아저씨도 꼭 결승에 올라오세요. 저랑 붙어야죠! 그, 변태 아저씨가 절대 못 올라오게 해주세요.”
이지아는 정말로 구동환과 싸우고 싶지 않은지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그래그래. 알았어. 내가 꼭 이기고 올라갈 테니까, 너도 이겨라.”
“네!”
이지아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경기 구경이나 좀 하자.”
서우진은 아일린, 이지아, 김다혜와 함께 대기석에서 이어지는 경기를 구경했다.
꽤나 치열하게 이어지는 경기도 있었고,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난 것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용사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단연 엘리트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상대를 압살했다.
백시우는 말할 것도 없었고, 소심해 보이던 임태은까지 말이다.
‘용을 되찾긴 했네.’
유적지에서는 용과 헤어져 고생을 꽤 했었는데…….
‘드래곤 테이머’라는 직업답게, 용과 함께하자 S급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여전히 소심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되었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겠네.”
“아저씨, 파이팅!”
“이기고 돌아오세요.”
“파이팅요.”
세 사람의 응원을 받으며 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마침 구동환도 저쪽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서우진과 눈이 마주친 그가 미소를 지었다.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순박한 웃음이었지만, 서우진은 몸을 움츠렸다.
‘웬만하면 빨리 끝내야겠다.’
그래야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구동환 님과 서우진 님은 준비해 주십시오.”
마침내 서우진의 경기 시간이 되었다.
루데인의 호명과 함께 서우진이 비무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여기서 다시 보는 군요!”
구동환이 으하하- 웃으며 서우진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꿈틀거리는 상완이두근을 보며 서우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테스테론보다 더한 것 같네.’
남성호르몬을 똘똘 뭉쳐 사람으로 빚은 것 같은 테스테론보다 몸이 좋다니.
헬창의 영역을 초월한 존재였다.
“그럼 좋은 경기 합시다!”
“그렇게 하죠.”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데인이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시작하십시오.”
콰앙-!
서우진이 땅을 박찼다.
‘변신하기 전에 끝을 내야……!’
속전속결을 노렸다.
하지만 구동환은 그런 서우진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변신’.
화아아악-!
휘황찬란한 무지갯빛이 터져 나왔다.
“쯧!”
서우진이 혀를 찼다.
저 빛은 단순히 화려한 효과를 주기 위한 게 아니었다.
‘안 보이는군.’
시야를 가리고, 감각을 속인다.
멀리서 봤을 땐 몰랐는데, 빛은 ‘변신’할 동안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해주는 일종의 방어였던 것이다.
‘변신할 땐 공격하지 않는 게 국룰이긴 하지.’
서우진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웬만하면 저 모습을 보기 전에 끝을 내고 싶었는데, 이미 늦었다.
빛이 사그라지며, 예의 그 노랑 드레스를 입은 변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하하하!”
사이드 체스트 포즈를 취하며 웃는 구동환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하지만 넋을 놓고 보고 있을 순 없었다.
시야가 회복되자마자, 서우진은 스킬을 사용했다.
‘가속.’
피잇-!
거의 빛살과 같은 속도로 쏘아져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이 정도 속도라면…….’
구동환이 반응하기 전에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변신’을 한 ‘마법소녀’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쩌엉-!
막혔다.
강철도 가를 정도의 위력을 지닌 검격이었음에도, 구동환은 그저 근육으로만 막아냈다.
‘미친!’
대체 얼마나 단단한 육체란 말인가?
“…대단하군요.”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구동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르륵-.
그의 피부가 갈라지며 피가 흘러 나왔다.
“설마 제게 상처를 낼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구동환의 얼굴에서 순박한 미소가 사라졌다.
대신 신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조금 진지해져야 할 것 같네요.”
‘안 그래도 되는데…….’
서우진이 살짝 긴장하며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동시에.
“나와라, 묠니르!”
뾰로롱-!
귀여운 효과음과 함께, 노란색 리본이 달린 뭔가가 허공에 떠올랐다.
“…오함마?”
“요술봉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