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4)
#73화.
끔찍했다.
일반 오함마보다 족히 몇 배는 거대했고, 쇳덩이 부분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핏자국이 칠해져 있었다.
‘저게 어딜 봐서 요술봉이야!’
둔기다.
그것도 흉악하기 짝이 없는 둔기!
이름도 묠니르라 하지 않은가?
서우진은 살짝 긴장했다.
외형도 외형이었지만…….
‘마력이 느껴져.’
그래도 명색이 ‘요술봉’이었는지라, 오함마에게서 마력의 향기가 풍겨왔다.
그것도 상당히 강렬하게.
‘백시우의 검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본 무기 중에는 가장 강력해 보이는데.’
웬만한 용사들은 저 오함마의 공격을 막아내기 힘들 것 같았다.
서우진이 슬쩍 자신의 흑검을 쳐다봤다.
‘버틸 수 있을까?’
진짜배기 오러를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한 구동환의 오함마를 막아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었다.
‘이래서 좋은 검을 찾아야 한다는 거야.’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서우진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이 도구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좋은 걸 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서우진은 장인도 아니었으니, 더욱 질 좋은 검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진짜로 갑니다!”
잡생각은 여기까지였다.
경고를 한 구동환이 ‘요술봉’을 휘두르며 질풍처럼 쇄도했다.
‘빠르다.’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쾌속한 움직임이었다.
‘아마도 ‘변신’의 영향이겠지?’
비약적으로 상승한 신체 능력 덕분에 가능한 속도 같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신체 능력으로 따지자면, 자신이 구동환을 아득히 넘어설 테니.
날아오는 총알도 프레임 단위로 쪼개볼 수 있을 정도의 동체 시력으로 얼굴을 향해 휘둘러지는 쇳덩이를 포착했다.
‘움직임은 작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움직임이 큰 공격은 필연적으로 빈틈을 만들어내게 마련이었다.
서우진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회피해 그 틈을 노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걸즈 퍼스트키스 맥시멈 풀스윙!”
“뭐라고?”
후우우웅-!
오함마가 반짝거리는 빛에 휩싸이며,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깜짝 놀란 서우진이 급히 고개를 뒤로 꺾었다.
끔찍할 정도로 파괴적인 소음과 함께, 얼굴을 찢을 듯한 풍압이 스쳐 지나갔다.
‘미친!’
스킬이다.
‘변신’을 제외하면 처음 보는 구동환의 스킬.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낸 서우진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꿀꺽-
만약 저걸 그대로 맞았으면, 멀쩡히 서 있는 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란 것과는 별개로, 서우진은 반사적으로 구동환의 품을 파고들며 검을 찔러 올렸다.
목표는 겨드랑이.
흑검에서는 오러가 피어올랐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지점을 향했다.
하지만…….
“걸즈 프리즘 프로텍션!”
“뭐?”
서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구동환의 주위로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떠올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라 몸이 굳은 사이, 다시 한번 오함마가 날아왔다.
‘이런!’
서우진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몸을 피했다.
“대단하네요.”
스킬명에 계속해서 ‘걸즈’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게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위력과 효과는 확실히 대단했다.
잠깐이었지만, 서우진이 기겁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구동환 역시 서우진의 움직임에 꽤나 놀란 듯,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
“강하시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 정도일 줄은…….”
서우진에 대한 평가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간 보여준 것들이 있었으니, 변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D급이라는 등급은 서우진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낫지’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서우진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이들은 대부분 그러했다.
구동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까?”
서우진은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구동환을 쳐다봤다.
노란색의 찰랑거리는 짧은 원피스.
빵빵한 퍼프 소재로 되어 있는 어깨.
가슴에는 대흉근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리본 장식.
정중앙에 달려 있는 푸른색의 커다란 하트 보석.
그리고 오함마.
‘내가 너무 쉽게 봤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 외형 때문에 조금 얕본 건 사실이었다.
‘마법소녀’라는 농담 같은 직업도 그렇고.
하지만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구동환은 진짜 강했다.
엘리트 친구들을 제외하면, 아마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어쩌면 가장 강할 수도 있고.’
“으하하! 이제야 제대로 싸워볼 수 있겠군요. 지금까지는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었는데, 다행입니다!”
구동환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서우진도 구동환을 더는 우습게보지 않기로 했다.
그 말은 곧,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었다.
“다시 갑니다.”
마력을 끌어올렸다.
미증유의 가공할 마력이 순식간에 서우진의 온몸을 휘감으며 돌기 시작했다.
툭-
가볍게 발을 굴렀다.
서우진의 신형이 사라졌다.
“응?”
구동환의 눈이 커졌다.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서우진은, 그 찰나의 순간에 이미 그의 뒤에서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화르르륵-!
마력을 끌어올린 덕분일까?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찬란한 오러가 피어올랐다.
“흡!”
구동환이 본능적으로 오함마를 뒤로 휘둘렀다.
스킬을 사용할 틈도 없었기에, 오직 마력과 힘만으로 막아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오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할 것 같았던 흉악한 모습의 둔기가, 마치 실처럼 그대로 잘려 나갔다.
“이게 무슨……!”
쩌어어억- 팟-!
갈라진 것은 오함마뿐만이 아니었다.
구동환의 강철 같은 육체에 실선이 생기며 피가 뿜어졌다.
충격 흡수 마법 덕분에 몸이 두 동강 나는 참사는 면했지만, 그렇다고 결코 얕은 상처도 아니었다.
구동환이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줄줄 흐르는 피.
“하하-”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진짜 대단하시네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서우진이 검을 거두었다.
“휴우.”
서우진이 작게 심호흡을 했다.
‘힘 조절을 하는 게 더 힘드네.’
예상보다 훨씬 강한 검의 위력에 서우진은 서둘러 마력을 회수했다.
다행히 검이 구동환의 몸에 닿기 직전에 성공했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정말로 큰일이 날 뻔했다.
‘충격 흡수 마법 덕분에 죽지는 않았겠지만…….’
억지로 마력의 순환을 막은 탓에 내부가 들끓는 중이었다.
“서우진 님의 승리입니다.”
“와, 미친. 저걸 이기네?”
“저 양반 D급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A급 변태, 아니, 용사를 이기지?”
“트롤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루데인의 승리 선언과 함께, 용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서우진이 보여준 싸움은, 그들의 상상을 훨씬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애써 서우진의 실력을 낮춰보고 있던 그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수고하셨어요.”
대기석으로 돌아오자 아일린이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었다.
“와, 아저씨!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에요?”
반면 이지아는 놀란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서우진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별다른 스킬도 쓰지 않고 저 괴물 같은 변태를 이기다니!
이지아의 눈에 존경의 빛이 떠올랐다.
“나도 이제 레벨을 올리고 있으니까.”
서우진은 자신이 강해진 이유가 레벨 업을 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로지 루비의 보석에서 흘러나온 마력을 흡수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긴. 처음 아저씨를 봤을 땐 10레벨이었는데… 지금 벌써 23레벨이죠?”
아카데미로 소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13레벨이나 올랐다.
아무리 서우진이 다른 용사들에 비해 레벨이 낮았다고 해도, 너무 빨랐다.
이지아를 비롯한 다른 용사들은 고작해야 1~3레벨 정도를 올렸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야 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잖아.”
남들은 경험하지 못한 일을 뭉텅이로 겪었다.
게다가 백시우의 SSS급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측정불가’ 등급이었으니…….
‘빠른 레벨 업은 당연한 거지.’
만약 매시브 가디언에서부터 버스를 탔었다면, 백시우보다도 높은 레벨에 도달했을 것이다.
물론 서우진은 후회하지 않았다.
반 슬레인 덕분에 다른 용사들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서우진이 뒤를 돌아봤다.
멀리서 치료받고 있는 구동환의 모습이 보였다.
‘변신’이 해제되었는지라 평범한 옷차림으로 변해 있는 그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흠…….’
구동환은 강했다.
만약 진화에 가까운 성장을 하지 못했더라면, 평범한 스킬만으론 아마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새삼 용사들의 성장 속도에 소름이 돋았다.
‘다른 사람들 중에서도 구동환 씨 같은 이가 또 있을지 몰라.’
100명이나 되니 한 명, 한 명 모두 기억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도 한번 찾아봐야지.’
그리고 가능하면 친해질 생각이었다.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서 말이다.
“아, 제 차례네요! 그럼 이기고 오겠습니다!”
이지아가 서우진을 향해 경례를 하고는 비무대로 뛰어나갔다.
“이겨라!”
뒤에서 소리쳐 응원하자, 손에 낀 거대한 건틀렛을 흔들며 화답하는 것이 보였다.
이내 이지아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패배했다.
“너무 풀 죽지 마라. 상대가 너무 강했던 것뿐이야.”
서우진은 망연자실하고 있는 이지아를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패배의 충격이 큰가 봐요.”
아일린이 조용히 속삭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이지아의 상대는 A급의 ‘싸울아비’라는 직업을 지닌 여자였다.
같은 A급 용사였으니,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그럼에도 그녀가 넋이 나간 이유는 하나였다.
‘한 방이었지.’
고작 주먹질 한 방.
그것에 이지아는 패배했다.
‘피스트 마스터’인 이지아로선 그 충격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과 같이 훈련하며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졌으니…….
“계수지라고 했었나?”
특이한 성이라 이름을 기억하기 쉬웠다.
계수지는 구동환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실력을 자랑했다.
이지아가 어떻게 당한 건지도 모르고 기절했을 정도였다.
“한번 붙어보고 싶은데.”
옆에서 보는 것보단, 직접 손속을 나눠보는 쪽이 훨씬 더 정확히 파악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련훈련에선 불가능할 것 같았다.
‘다음 상대가 백시우니까.’
그녀가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백시우에게는 힘들 터였다.
지금 시점에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 용사였으니까.
“그럼 한번 붙어보시겠습니까?”
갑작스럽게 들리는 음성에 서우진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계수지가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