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5)
#74화.
“A급 용사를 상대로 이겼다?”
“압도적인 경기였습니다.”
부하의 보고에 아그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곤 경기 내용이 세세하게 적혀 있는 서류를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A급 34레벨 ‘마법소녀’라…….’
그녀에게 있어 구동환의 외형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가 눈여겨본 것은 등급과 레벨, 그리고 직업뿐이었다.
“이 정도면 몇 위나 되죠?”
“S급 이상의 다섯 명을 제외하면 4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능력을 측정할 수 없어, 그보다 상위에 랭크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최소 4위 이상.
그 정도면 제국과 크루시엘에서 필히 눈여겨봐야 할 존재였다.
‘그런데도 졌단 말이지?’
아그나는 서우진을 떠올렸다.
확실히 등급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용사였다.
‘어서 만나봐야겠어.’
어차피 조만간 직접 만나 서우진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었다.
아그나는 그 시간을 조금 더 앞당기기로 했다.
“오늘 저녁. 대련 훈련이 마무리 되면, 식사나 같이하자고 초대하지.”
“그리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하가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아그나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서우진과 구동환의 경기 내용이 적힌 서류를 읽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 * *
서우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뒤에서 듣고 있을 줄은 몰랐네.’
설마하니 계수지가 뒤에 있을 줄이야.
“기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서우진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사과는 괜찮아요. 그보다…….”
계수지가 서우진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그쪽하고 한번 붙어보고 싶긴 하거든요.”
서우진이 끙- 하는 소리와 함께 난색을 표했다.
‘진짜 한번 붙어보고 싶긴 한데.’
지금은 불가능했다.
대련 훈련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 중에 그녀와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대진표 상 계수지 역시 결승전에서나 볼 수 있었으니까.
“지금은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서우진이 말하자, 계수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붙자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 말씀은……?
“조만간 시간을 한번 내보세요. 듣자하니, 여러분은 따로 모여 훈련을 한다던데.”
그게 맞냐는 듯 쳐다보는 계수지의 시선에, 서우진은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몇몇의 용사들과 대련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 말이다.
“좋습니다.”
처음부터 계수지와 손을 나눠보고 싶었던 서우진은,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싸울아비라…….’
직업 전투라는 걸 제외하면, 그 어떤 정보도 없었다.
고작해야 이지아의 경기를 보고 맨손 박투에 능하다는 것뿐.
그나마도 한 방에 끝나 버려서 정확하진 않았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계수지가 강하다는 것.
만약 그녀도 훈련에 참가한다면, 서우진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겸사겸사 좀 친해지고 말이지.’
서우진은 용사들 사이에서, 조금씩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 * *
“으하하! 이거 참, 부끄럽네요.”
구동환이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몸은 좀 어떠세요?”
“보시다시피 아주 말짱합니다!”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다.
쩍- 갈라져 있던 몸통에는 부상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만약 신성왕국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파견을 나와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빠르게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성력도 대단하네.’
그만한 부상을 고작 몇 시간 만에 모두 고쳐 놨을 정도다.
그쪽 직업을 가지고 있는 용사들과 친해지면 꽤나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문제는 그게 성유라밖에 없다는 건데…….’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싸가지와 친해지고 싶진 않았다.
뭐, 그쪽도 서우진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건 마찬가지겠지만.
서우진은 이번 기회에 회복 쪽에 특화되어 있는 용사가 더 있는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비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우진 씨는 벌써 결승을 확정 지었죠?”
“네. 운이 좋았네요.”
구동환 이후로는 고만고만한 용사들밖에 만나지 못했다.
나름 실력은 갖추고 있었지만, 서우진의 눈에 차기에는 한참 부족했던 것이다.
대충 상대하며 하나씩 이겨가다 보니, 어느새 결승까지 올라왔다.
“상대는 역시 저 사람이겠죠?”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백시우라는 사실을 눈치채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럴 확률이 높지 않겠습니까?”
지금 두 사람이 보고 있는 경기는, 마지막 준결승전이었다.
백시우와 계수지의 대련.
두 사람의 전투는 꽤나 치열해 보였다.
“저분도 잘 싸우시네요.”
구동환이 계수지를 가리키며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검신’의 검을 맨 주먹으로 받아치다니.”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계수지는 다른 용사들에 비해 한 차원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직업이 대체 뭘까요?”
“‘싸울아비’라던데.”
서우진의 대답에 구동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그 백제의?”
“저도 자세히는 잘 모르겠어요.”
그들에게 ‘싸울아비’란 소설이나 게임에서나 나오는 직업이었다.
그들이 정확히 어떤 존재들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대충 화랑의 라이벌 같은 것 같았는데 말이지.’
그것도 정확한 건 아니었다.
다만 서우진이 보기에 계수지의 ‘싸울아비’는 예상했던 대로 박투가에 가까웠다.
하지만 타격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종합격투기에 가까웠다.
‘잡고, 꺾고, 부순다.’
계수지의 공격은 이 세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휘유, 백시우가 궁지에 처한 건 처음 보네요.”
구동환은 벌써 10분 넘게 버티고 있는 계수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봐주는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백시우는 계수지를 관찰 중이었다.
처음 보는 타입의 용사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더 경험해 보기 위해서 말이다.
만약 백시우가 진심으로 검을 휘두른다면, 계수지는 결코 10합 이상을 나눌 수 없었다.
“슬슬 끝나겠네요.”
서우진의 말에 구동환이 경기에 집중했다.
팽팽하던 싸움이 조금씩 백시우에게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야.’
경기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백시우는 단 1초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자신의 의도대로 전투를 지배했다.
분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계수지의 모습 역시, 그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는 뜻이었다.
‘앞으로 3합.’
서우진의 예상은 옳았다.
백시우의 검이 정확히 3합 만에 계수지의 목덜미에 닿았다.
“허, 역시 ‘검신’은…….”
구동환이 놀란 눈으로 백시우의 모습을 쳐다봤다.
깔끔하게 검을 회수하고는 검집에 넣는 모습은 서우진이 보기에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절도 있었다.
“역시 저 녀석이 결승 상대네요.”
“이거 기대가 됩니다, 으하하!”
최강용사와 자신을 이긴 용사의 대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구동환은 잔뜩 기대한 표정을 지었다.
‘이길 수 있을까?’
조금 전까지는 충분히 자신이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계수지와의 경기를 보고난 뒤엔 살짝 부담이 됐다.
‘로지 루비를 죽인 게 큰 도움이 됐나 보네.’
백시우 역시 이전보다 훨씬 발전된 실력을 보여주었다.
‘대체 몇 레벨이나 오른 건지…….’
서우진도 2레벨이나 올랐으니, 백시우가 얼마나 올랐을지 짐작도 되질 않았다.
“우진 씨.”
비무대에서 내려가는 백시우를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서 아일린의 음성이 들렸다.
“응? 왜?”
“이길 수 있을 거예요.”
서우진의 표정을 본 그녀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부담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였어?”
“조금 그런 것 같았어요.”
아일린의 말에 픽- 웃었다.
“실전도 아니고 훈련인데, 뭘. 부담스러울 게 뭐 있어. 그냥 평소처럼 하다 오면 되지.”
솔직히 상품이 탐나긴 했다.
시온의 지원을 받는 서우진에게, 그런 명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을 얻기 위해 목을 매진 않을 생각이었다.
“지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아일린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길 수 있을 거예요.”
단순한 응원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서우진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그래.”
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결승전을 치를 시간이었다.
“아저씨, 파이팅! 꼭 우승해야 돼요!”
“파이팅요.”
“승리한 뒤에 다 같이 축하의 의미로 하체를 조집시다!”
천천히 비무대로 향하는 서우진의 뒤로, 이곳에서 맺은 인연들의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은 못 들은 걸로 하자.’
하체라니.
생각만 해도 근육통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정말로 D급이 결승까지 가네.”
“좀 대단하지 않아?”
“대단하긴. 그냥 대련 훈련이니까 가능한 거지. 실전이었으면 털려도 벌써 털렸을걸?”
용사들의 음성도 들렸다.
서우진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도 있었지만, 아직은 대부분 의심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반대쪽에서 비무대에 오르는 백시우에 집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이에르의 사제들 덕분인가?’
방금 전에 경기를 끝냈음에도, 일말의 피로도 남지 않은 모습이었다.
최상의 상태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다.
“서우진 씨.”
백시우는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서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둘이 처음 만난 그날부터, 백시우는 서우진에게 관심을 가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지금껏 직접 맞붙을 기회가 없었기에 그 호기심을 짓누르고 있었을 뿐.
이렇게 멍석까지 깔려 있는 상황이 펼쳐지니, 백시우는 더 이상 자신의 호기심을 참지 않았다.
“안 그래도 당신의 실력이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그래요?”
“게랄드 때부터, 지난번 유적까지. 당신은 등급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게랄드 때는 모르겠지만, 유적에서는 딱히 한 게 없는데요. 로지 루비를 죽인 것도 백시우 씨고.”
“유라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 말에 혀를 찼다.
백시우를 만나기 전까지,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로지 루비라는 괴물을 막고 있던 게 서우진이었다.
비록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놈을 상대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텼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서우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백시우가 검을 뽑아 들었다.
명검 중 명검이었다.
‘제국의 보물이라고 불릴 만하네.’
서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흑검을 뽑았다.
화려한 장식이 달려 있었지만, 백시우의 것과 비교해 보면 초라해 보일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나도 그렇겠지?’
명검과 흑검, 백시우와 서우진.
괜히 심통이 났다.
“그럼 지금부터 결승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루데인이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며, 시작을 선언했다.
“섬뢰.”
백시우의 검이 뇌전으로 화했다.
로지 루비의 머리를 자르고 태워 버린 바로 그 스킬이었다.
평범한 용사라면, 절대로 받아칠 수 없는 절대의 검.
하지만…….
쩌엉-!
“…나도 궁금하던 차야.”
네 실력이.
서우진의 검이 ‘섬뢰’를 막아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