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6)
#75화.
백시우는 강하다.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서우진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욱신-
‘섬뢰’를 막아낸 팔이 살짝 떨려왔다.
‘이놈 진짜 강하네.’
완벽하게 막아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실린 힘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역시 SSS급.’
지금껏 겨뤄본 용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무래도 이번엔 쉽게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서우진이 팔에 마력을 흘리며 백시우의 검을 튕겨냈다.
파지직-!
검에 남아 있던 뇌전의 잔해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래도 내가 질 것 같진 않은데.’
이번 충돌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은 결코 백시우의 아래가 아니었다.
“…이걸 막은 사람은 검공을 제외하곤 당신이 처음입니다.”
백시우의 눈에 진심으로 놀란 빛이 서렸다.
아직 그의 레벨이 낮을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몬스터든, 교육을 하던 기사들이든.
그 누구도 ‘섬뢰’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서우진이 막았다.
그것도 별것 아니라는 듯이, 너무도 쉽게 말이다.
백시우는 호기심과 더불어 호승심이 들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명색이 결승인데, 너무 빨리 끝나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서우진 역시 백시우와 마찬가지였다.
살아남기 위해 휘두르는 검이 아니라,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검.
북방에서 내려온 이후로,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니 즐겁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번엔 제가 갑니다.”
서우진은 별다른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육체의 능력으로만 쇄도했다.
순식간에 백시우의 측면에서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쩌엉-!
이번엔 백시우가 그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서우진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충격을 이용해 몸을 빙글- 돌린 뒤, 허리를 노렸다.
“제법!”
백시우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서걱-
“쯧.”
서우진이 혀를 찼다.
약간의 부상이라도 입힐 생각이었는데, 그저 옷깃을 베어내는 것에 그쳤다.
“제대로 붙어보죠!”
백시우의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너무도 빨라 웬만한 사람들은 인지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
그러나 서우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꺼운 표정으로 검을 벼락같이 내뻗었다.
땅- 따당- 따다다다당-!
몇 번이나 부딪혔을까?
마치 총을 쏘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단하다.’
서우진이 속으로 감탄했다.
백시우는 대단한 놈이다.
단순히 등급과 레벨만 높은 게 아니다.
저건 제대로 배운 검이었다.
다른 용사들처럼 스킬에만 의존하지 않는, 진짜 검술.
잠깐 충돌해 본 것으로, 서우진은 백시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출력을 높여볼까?’
서우진이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웅-
압도적인 마력이 파도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서우진의 검이 점점 더 빨라지고,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구경하고 있던 용사들의 표정이 굳어질 정도로 강맹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그럼에도 백시우는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질 수 없다는 듯, 서우진의 검에 맞춰 속도를 높였다.
핏-!
백시우의 검이 뺨을 스쳤다.
핏방울이 튀며 허공을 수놓았다.
얼굴에 붉은 상처가 기다랗게 새겨졌다.
‘재밌어.’
하지만 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검에 베이고, 피가 튀기며, 전력을 다해 검을 나눠본 게 언제던가?
제국으로 오기 전, 반 슬레인과 나눴던 것이 끝이었다.
물론 게랄드, 부르타엘, 로지 루비 같은 괴물들이 있긴 했지만…….
‘그놈들은 논외로 쳐야지.’
애초에 서우진이 제대로 싸울 수도 없는 존재들이었고, 실제로도 그저 당하기만 했으니 말이다.
핏- 피핏-!
조금씩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백시우의 검속이 조금씩 서우진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이 미친 재능충 같으니라고.’
백시우는 어느새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검을 나누며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인지, 점점 녀석의 공격이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아니, 껍질을 깨고 날아오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검신’이라는 직업답게 검에 있어선 신에 가까운 재능을 타고난 듯했다.
급히 머리를 젖혀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피하고는,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주르륵-
“이런.”
완벽하게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조금 더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네.’
목이 잘릴 정도는 아니어도 꽤나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기도 끝났을 테고.
‘그건 안 되지.’
서우진은 심호흡하며 백시우를 살폈다.
그는 고고한 기세를 뿜어내며 검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빈틈이 가득해 보였지만, 서우진은 소름이 돋았다.
“진짜 사기 아니냐?”
자신은 SSS급을 넘는 ‘측정불가’ 등급이다.
하지만 남들에 비해 별다른 장점이 없었다.
사용하지 못할 스킬들만 잔뜩 주고, ‘마왕’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마법은 감도 잡지 못하는 중이었다.
레벨 업 속도가 조금 빠른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눈곱만치도 장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백시우는 달랐다.
고작 이런 대련에서 깨달음을 얻고 한 단계 진일보했다.
안 그래도 강한 녀석이 더욱 강해지고 있으니, 서우진은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역시 대단하군요.”
백시우가 입을 열었다.
무아지경에서 벗어났는지, 눈빛이 또렷해지고 표정 역시 한결 가벼워졌다.
‘저 녀석이 조금만 더 크면…….’
반 슬레인이나 검공 다리엘의 수준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덕분에 조금 더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백시우는 진심으로 서우진에게 감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 대련은 그에게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후우-”
몸속을 질주하는 마력을 진정시킨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안 끝났어.”
“…그렇군요.”
잠깐의 충돌로 서우진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지만, 대부분 살갗이 찢어진 것에 불과했다.
겉으로 보기엔 서우진의 패색이 짙어 보였지만, 사실 제대로 된 타격은 전혀 입지 않은 상황.
서우진은 잠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대기석에 있던 용사들은 물론이고, 루데인과 아이에르의 사제들 역시.
모두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뭐가 번쩍번쩍 하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애초에 두 사람의 싸움은 웬만한 용사들이 인지하지도 못할 영역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몇몇은 어렴풋하게나마 전투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더욱 경악했다.
둘의 수준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조용해진 주위를 모두 둘러본 서우진이 다시 검을 들었다.
‘이가 나갔네.’
오러를 두르지 않은 탓일까?
백시우의 검에 흑검의 날이 많이 상했다.
몸도 그렇고, 검도 그렇고.
누가 봐도 서우진이 패배할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웃었다.
“그래도 역시 질 거 같진 않아.”
백시우가 대결 중에 깨달음을 얻어 한 단계 성장한 것은 예상 외였다.
하지만 그뿐이다.
화르르륵-!
청색의 오러가 밝게 타올랐다.
“……오러?”
백시우는 서우진이 피워 올린 오러가, 스킬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설마 오러의 경지에 오른 겁니까?”
그것은 ‘검신’인 백시우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경지다.
물론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긴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운이 좋았거든.”
서우진은 ‘가속’과 ‘강타’를 발동시키고는, 오러에 ‘흑염’을 접목했다.
검은 불꽃의 오러가 더욱 맹렬하게 불타올랐다.
‘본래라면 불가능했을 텐데.’
오러를 사용하며 한 번에 세 가지의 스킬을 동시에 발동시켰다.
소모되는 마력도 마력이었지만, 육체에 과한 부하가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서우진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력은 대해와 같았고, 육체는 대지와 같이 굳건했다.
우드득-
서우진이 발가락에 힘을 주자, 비무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발끝에서 마력이 폭발하며 서우진의 육체가 공간을 갈랐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가공할 속도.
거대한 풍압이 얼굴을 짓눌렀다.
하지만 서우진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그의 육체는 그것을 견디기에 충분했다.
콰과과과-!
뒤늦게 압축된 공기가 터져 나가며 소닉붐이 발생했다.
찰나의 순간, 백시우의 코앞에 나타난 서우진이 후폭풍을 뒤로한 채, 검을 휘둘렀다.
그것을 보는 백시우의 눈에 불신이 서려 있었다.
뒤늦게 검을 들어 방어를 하려 했지만…….
‘늦었어.’
쩌어엉-!
서우진의 검과 부딪힌 백시우의 검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강격’의 충격과 ‘가속’의 속도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검게 타오르는 오러가 백시우의 몸을 갈랐다.
화르륵-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불길이 치솟았다.
핏방울은 ‘흑염’의 고열을 견디지 못해 순식간에 기화해 버렸고, 백시우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미친!”
“치료를……!”
“대련 중지! 대련 중지!”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뛰어오고, 루데인과 교관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피를 흘리며 검은 오러를 두른 검을 들고 오연하게 서 있는 서우진의 모습은…….
용사보단 다른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너무 심했나?’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중간에 백시우가 너무도 강해지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뭐, 흥이 좀 과하게 난 것 같기도 하고.’
서우진이 생각하기에 이번엔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다.
‘백시우가 처음부터 모든 스킬을 사용하면서 전력으로 덤볐다면 이렇게 쉽게 이기지 못했을 거야.’
물론 백시우가 방심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서우진의 공격이 이렇게 가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제대로 된 방어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도 결국엔 내가 이겼겠지만.’
어쨌든 승리는 승리.
서우진은 자신의 새로운 검을 보며 히죽- 웃었다.
흑검과는 정반대로, 백색의 심플한 디자인을 갖춘 검이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상상 이상으로 화려했다.
흑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하고, 단단했다.
제국의 보물인 백시우의 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지금의 서우진에겐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아쉽게도 흑검은 부러졌지만.’
마지막 일격에서, 서우진의 마력을 견뎌내지 못한 흑검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어차피 부러지지 않았더라도 더는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백시우와 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가 나갈 대로 나가, 거의 톱처럼 변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 대가로 이렇게 훨씬 더 좋은 검을 얻게 되었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서우진은 콧노래를 부르며 걷다, 문득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그런데 얼마나 더 가야 되는 겁니까?”
훈련이 끝나자, 갑자기 다가와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있다며 초대한 노인.
서우진은 어리둥절했지만, 거절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노인 특유의 고집스러운 표정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 앞입니다.”
노인이 가리킨 곳에는 자그마한 저택이 있었다.
“…누가 초대한 건지 알 수 있어요?”
“들어가 보시면 아실 겁니다.”
노인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저택의 문을 열고는 서우진을 안으로 들였다.
‘꽤 크네.’
밖에서 봤을 땐 그리 커다래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오니 넓었다.
노인은 서우진을 2층의 한 방으로 안내했다.
다른 곳과는 달리 꽤나 큰 문이 달려 있는 방이었다.
똑똑-
“체이스터입니다.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들어와.”
‘여자?’
문 안쪽에서 들린 음성은 분명 여자의 음성이었다.
“들어가시지요.”
노인이 문을 열자, 안쪽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갖 서류와 책들이 쌓여 난장판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방.
그 안에는 담배를 입에 문 채, 피곤에 찌든 여인 한 명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아그나라고 한다. 만나서 반갑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