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7)
#76화.
‘아그나?’
그래서 그게 누군데.
“안으로 들어오도록.”
그녀의 하대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녀의 말투가 아닌, 다른 것이 더 신경 쓰였다.
‘강하다.’
놀랍게도 눈앞의 여인은 강자였다.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윗줄의!
‘반 슬레인이나 다리엘 급인가?’
방안으로 들어가며 그녀의 기운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서우진의 수준으론 아직 아그나의 경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듣던 대로 제법이다.”
아그나는 담배 연기를 후우- 내뱉더니 서우진을 쳐다봤다.
“내가 가늠이 되더냐?”
흠칫-
놀랐다.
설마 그 잠깐 동안 서우진이 무슨 짓을 했는지까지 알아차릴 줄이야.
‘이 여자도 괴물이구나.’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것처럼, 그녀는 극한에 다다른 강자였다.
“한번 소감을 말해보도록.”
아그나는 기대감 넘치는 표정으로 서우진에게 말했다.
“음, 잘 모르겠는데요.”
거짓말은 아니다.
강하다는 건 알겠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도 하기 어려웠으니까.
아그나가 피식- 하며 웃었다.
“감이 좋은 녀석이로군.”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턱짓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라.”
서우진은 딱딱하기 그지없는 의자에 앉으며 머리를 굴렸다.
‘누굴까?’
제국의 수호자라는 다섯 초인 중 한명 아닐까?
만약 아그나가 정말로 다리엘 급의 강자라면, 그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검공 다리엘.
마공 마르테스.
권공 카론.
암공 스테로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공 브리아나.
이 다섯 명이 제국의 수호자들이었다.
그중에 아그나의 이름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때였다.
“일단 대련 훈련에서 우승한 것을 축하한다.”
“아, 네.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슬쩍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축하를 해주는데 인사는 해야겠지.
“설마하니 백시우, 그 아이를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이지.”
“운이 좋았나 봅니다.”
“운이라…….”
아그나가 피식- 웃었다.
“운만으로 SSS급 용사를 이겼다? 대륙 역사 상 최초이자, 최강인 등급을?”
백시우뿐만이 아니다.
제국에서 주목하고 있던 용사, 구동환과의 대련에서도 승리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말 외에는 다른 형용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게다가 용사들 중 일부가 서우진과 함께 아침마다 훈련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들 역시 이번 대련에서 준수한 성적을 냈고.
‘그런데도 D급?’
말도 안 된다.
아그나는 서우진이라는 존재에 강한 호기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궁할 수 없는 노릇.
‘알아볼 기회는 아직 기회는 많으니까.’
적어도 오늘은 다른 목적으로 서우진을 부른 것이었다.
“뭐, 그건 그렇고. 상품으로 그 검을 선택한 건가?”
아그나가 서우진의 허리춤을 가리켰다.
“호오, ‘룬 데아’로군.”
그녀는 순백의 검을 보고는, 그것의 이름을 말했다.
“룬 데아?”
“5차 강림전쟁 당시, 용사가 사용하던 검이지.”
서우진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새로운 검을 쳐다봤다.
예사롭지 않은 검이라는 건 진즉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전 용사들 중 하나가 사용한 것인 줄은 몰랐다.
“강한 용사였습니까?”
서우진이 살짝 기대하며 물었다.
“음…….”
잠시 기억을 더듬던 아그나가 고개를 저었다.
“전쟁에서 사망했다. 마왕의 권속에게 죽었지, 아마?”
서우진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마왕도 아니고, 그 권속에게 죽은 용사가 사용하던 검이라니…….
방금 전까지 샘솟던 기대감이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렸다.
괜히 찜찜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마치 사고가 난 중고차나 살인사건이 일어난 집과 계약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서우진의 표정을 확인한 아그나가 쿡쿡- 하며 웃었다.
“놀리신 겁니까?”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그 검에는 보다 복잡한 사연이 있지만, 굳이 그것까지 설명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누구십니까?”
괜히 놀림을 받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한 서우진이 물었다.
그런데 아그나는 그것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내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다, 알아서도 안 되고.”
그럼 대체 난 왜 부른 건데?
서우진은 입을 삐쭉였지만, 속내를 말하진 않았다.
그러기엔 아그나가 너무도 강해 보였으니까.
‘대충 무슨 얘기를 하는지나 듣고 돌아가자.’
예상이 아예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제국의 귀족이 용사를 만날 만 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않던가?
‘우서라고 했었지?’
이전에 서우진과 식사하며 영입을 제안했던 귀족.
백작인지 후작인지, 정확한 지위는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그는 분명 서우진에게 강림 전쟁 이후, 자신과 함께하자고 했었다.
이미 많은 용사가 긍정적인 뜻을 보였다면서 말이다.
서우진은 아그나도 그런 귀족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에게 제안을 하나 하지.”
서우진이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아그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생각과 조금 다른 내용이었다.
“하늘탑이라는 곳을 알고 있나?”
“…하늘탑 말입니까?”
물론 알고 있었다.
‘이계마왕록’의 문양을 해석해 준 마도사, 바르시크도 그곳 소속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아그나가 입에 담배를 물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팟-
손끝에서 튀긴 불꽃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마법인가?’
서우진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아그나가 진지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곳에서 너의 파견을 요청했다.”
“후우-”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나가 방을 채워 넣었다.
“서우진, 서우진.”
아그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
그동안 그녀는 서우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숨기는 것이 있는 게 분명해.’
서우진은 처음 자신을 볼 때부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것은 단순히 낯선 이를 경계하는 수준이 아니었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D급도 아니야.”
현재 서우진의 레벨은 23.
처음 아카데미에 왔을 때가 10레벨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다른 용사들에 비하면 여전히 최하위에 속하는 레벨이었다.
‘그런데도 느껴지는 기운은…….’
백시우를 넘어섰다.
SSS급의 55레벨이 넘는 그 ‘검신’을 말이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물론 반 슬레인에게 직접 검술을 사사받았으니, 실전에 강하다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서우진과 백시우 사이에는, 실전 경험 따위론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감추고 있는 게 무얼까?”
톡- 톡-
계속해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을 해보았다.
‘등급을 속인 건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의도적으로 더 높은 등급을 불렀다면 모를까, 굳이 낮출 이유가 없었다.
그래 봐야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럼 레벨을?’
그것도 아니었다.
아그나는 매시브 가디언까지 부하들을 보내 서우진에 대해 알아보았다.
서우진이 레벨 업을 한 것은 정확히 아홉 번.
즉, 10레벨까지 밖에 올리지 못했다.
같이 토벌을 진행했던 병사들의 증언이 모두 일치했으니, 그것도 사실일 것이다.
아카데미에 온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서우진이 레벨 업을 한 횟수는 현재 그의 레벨과 얼추 비슷했다.
1~2레벨 정도 차이가 나긴 했지만, 그것은 유적 내에서 홀로 사냥하며 오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오차 범위 내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등급과 레벨이 아니라면 남은 건 하나인데…….’
직업.
서우진은 자신을 ‘검병’이라고 소개했지만, 아그나가 보기엔 절대 아니었다.
‘검신’을 이기는 ‘검병’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었다.
“그렇다면 왜?”
직업을 속인 것일까?
아직은 정보가 너무도 부족했다.
아그나는 서우진이 직업을 속일 만한 이유가 무엇이 있을지 몇 가지 가정을 떠올리다 고개를 저었다.
“의미 없는 짓이다.”
그녀는 정보국의 수장이었다.
온전하지 않은 정보로 어설프게 가정을 세우는 것은, 앞으로의 분석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팩트다.
“등급을 올려야겠군.”
현재 서우진은 ‘5급 관리 대상’.
용사들 중에서도 수위를 차지하는 등급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적어도 백시우 이상.’
아그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도장 하나를 들어, 서우진의 서류에 찍었다.
[2급 관리 대상].지금부터 서우진은 크루시엘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감시해야 할 존재가 되었다.
물론 그는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 * *
“……끝이 안 보이네.”
서우진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가장 높은 건물은 잠실의 롯X타워였다.
당시 그는 하늘에 닿을 듯한 거대한 건물에 위압감마저 받았다.
그런데 여긴 그보다 더했다.
“진짜 하늘에 닿아 있잖아?”
구름을 뚫고도 한참을 더 위로 치솟아 있었다.
대체 저런 건물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법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된다.
아니, 솔직히 마법이라고 해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지만.
서우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하늘탑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무슨 궤도엘리베이터 같네.’
현실감이 떨어지는 하늘탑의 위용에 조금 질릴 정도였다.
“서우진 님?”
그때, 어려 보이는 소년 한 명이 다가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네, 맞는데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년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늘탑 소속 마력사예요.”
마력사라는 생소한 단어에 서우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소년은 그 의문을 풀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이리로.”
가까이서 본 하늘탑의 위용은 더욱 거대했다.
정말로 사람이 개미만 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서우진은 소년의 뒤를 따라 수많은 문 중 하나로 들어갔다.
스윽-
뭔가 이질적인 기운이 몸을 스쳐 지나갔다.
‘마력은 아닌 것 같은데?’
서우진이 잠시 머뭇- 하자, 소년이 재촉했다.
“시간이 없으니 어서 오세요.”
“아, 알겠습니다.”
서우진은 재빨리 발을 놀려 소년의 뒤를 따랐다.
‘쪼끄만 게 빠르네.’
그냥 천천히 걷는 것 같은데, 소년의 움직임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나중에는 서우진이 달려야 할 정도로 말이다.
“이쪽이에요.”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소년이 한쪽에 난 화려한 문을 가리켰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아, 네.”
소년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말 그대로 사라진 것이다.
‘허…….’
순간 조금 놀라긴 했지만, 마법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며 신경을 끊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이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중요했다.
서우진이 노크하기 위해 손을 들자, 문이 스르륵- 하며 저절로 열렸다.
“엥?”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안을 들여다봤다.
방 안에는 한 번 본 적이 있는 바르시크와 처음 보는 어린 소녀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어서 오너라.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