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8)
#7화.
전투는 힘겨웠다.
스노울은 크게 위험한 몬스타가 아니었음에도, 서우진은 몇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데다가, 이 미친 날씨가 움직임을 굳게 만든 탓이 컸다.
만약 아일린이 적시에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서우진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눈밭을 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하악- 하악-”
거친 숨이 뱉어질 때마다 목구멍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호흡을 안정시키세요.”
호흡이 흐트러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움직임 역시 조잡해진다.
때문에 아일린은 계속해서 강조했다.
서우진은 그 말에 동의했다.
지금 자신의 상태가 정확히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마음처럼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냐고!’
벌써 다섯 마리째 사냥 중이다.
그냥 운동을 이만큼 해도 힘이 들 텐데, 목숨을 걸고 전투 중이었으니 당연히 더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아일린은 호흡을 안정시키라며 재촉했다.
서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어떻게든 거친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에라이, 씨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스노울을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나도 좀 쉬자, 이 개새끼들아!”
호흡이고 나발이고.
일단은 놈의 이빨을 피해야만 했다.
촤악-!
피가 튀었다.
스노울의 것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서우진의 것이었다.
“아아악!”
몸이 얼어붙은 탓에 반응이 늦어져 가슴팍에 기다란 발톱 자국이 새겨졌다.
이미 많은 상처를 입긴 했지만, 이번이 가장 컸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었기에, 서우진은 비명과 함께 발작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재차 달려들던 스노울의 앞발이 잘려 나갔다.
처음 검을 휘둘렀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솜씨였다.
“호흡!”
그녀는 피를 흘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계속해서 훈수를 두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귀에는 그녀의 음성이 아닌, 오직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둥둥둥둥-
빠르고 무겁게.
서우진은 그 소리에 맞춰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검을 찔러 넣었다.
검은 마치 두부를 찌른 것처럼, 너무도 쉽게 스노울의 입속을 뚫고 들어갔다.
푸우욱-!
붉게 물든 검날이 스노울의 뒤통수를 뚫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화아아악-!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 * *
“저게 레벨 업…….”
찬란하다 못해 성스럽게까지 느껴지는 빛을 본 아일린이 입을 벌렸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고, 기록과 사람들의 입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소환된 용사들의 성장법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했다.
너무도 밝은 빛에 순간적으로 전투가 중지되었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스노울 무리조차도 시선을 빼앗길 정도였다.
‘따뜻해.’
바로 옆에서 빛을 마주한 아일린은 추위가 가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단순한 기분만이 아니었다.
드레이카스를 막아내며 입었던 부상이 완벽하게 치유된 것이다.
“아…….”
레벨 업을 한 용사는 스스로의 부상을 완벽하게 치유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변인들에게까지 그런 효과가 미칠 줄은 몰랐다.
아일린뿐만 아니라 주변 병사들의 부상까지 모두 치유시킨 빛은, 이내 사라졌다.
그러자 가려져 있던 서우진의 모습이 드러났다.
피로 범벅이 된 상태임에도, 상처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처음 토벌을 시작할 때보다도 건강해 보일 정도였다.
“서우진 씨?”
아일린은 자신도 모르게 서우진의 이름을 불렀다.
멍하니 서 있던 서우진은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약간 붉게 상기되어 있는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괜찮으신가요?”
아일린의 물음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느낌은 좀 어떠신가요?”
레벨을 통한 성장이라는 방식은 아일린에겐 너무도 난해했다.
단순히 ‘레벨이 오르면 강해진다’ 정도로밖에는 인식하지 못했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충만감?
만족감?
그런 단순한 단어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건 전보단 조금 더 강해졌다는 것, 정도겠네요.”
서우진은 강해졌다.
근력도 강해진 것 같고, 몸도 가볍다.
물론 2레벨이 된 것만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낸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스노울 한 마리 정도는 이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사냥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인가? 아니면 나만?’
다른 용사들도 이 정도는 강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측정불가’ 등급이기에 이만큼 강해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용사들이 주위에 없다 보니, 정확한 비교를 할 수가 없었다.
‘아일린과 비교해 보면…….’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보던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일린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려면 최소한 5레벨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신기하군요.”
자신을 바라보는 아일린의 눈동자에는 호기심과 더불어 질투가 담겨 있었다.
그것을 느낀 서우진은 슬쩍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그도 아일린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먹고, 잘 때를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훈련에 집중한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강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자신은 고작 몬스터 몇 마리를 사냥했다고 성장하니…….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나라도 빡치지.’
그녀의 입장에선 자신이 치트키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아일린은 서우진의 시선을 보곤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다.
“슬슬 전투가 끝나가네요.”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너무나도 어색한 대응이었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모른 척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네요. 제가 더 나설 자리는 없는 것 같죠?”
밝은 빛 때문에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던 전투가 다시 시작되었다.
본래부터도 압도적인 전황이었는데, 빛 덕분에 컨디션이 회복된 병사들은 더욱 맹렬하게 스노울 무리를 몰아내는 중이었다.
“우린 조금 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일린이 보기에도 더는 서우진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기에 휴식을 선택했다.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아일린은 옆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걷고 있는 서우진을 곁눈질로 살펴봤다.
확실히 분위기가 조금 변한 것 같았다.
‘아직 강자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그래 봐야 고작 2레벨이다.
이제 성장을 막 시작한 초보 용사.
제국에는 벌써 5레벨을 달성한 용사도 있다고 하니, 서우진은 기껏해야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아일린은 묘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고작해야 D급인데.’
D급 용사는 성장의 폭도 좁다.
그러니 당연히 이전과 크게 변한 게 없어야만 했다.
그런데 서우진은 다르다.
‘설마 모든 용사가 이런 건가?’
D급이 이러한데 A급, S급, 그 이상의 등급들은 얼마나 강해진다는 것일까?
살짝 아득해지는 정신에 아일린은 머릿속을 비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이 생각에 매달렸다간 질투심에 사로잡힐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서우진은 후방으로 이동하며 조금 전에 벌어진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빛과 함께 눈앞에 떠오른 글자.
[레벨 업 하셨습니다.]단 한 문장에 불과했지만, 결과물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온몸에 힘이 흘러넘치기 시작했고, 감각이 예리하게 벼린 검처럼 날카롭게 곤두섰다.
하지만 서우진이 가장 놀란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어둠…….’
레벨 업과 함께 터져 나온 빛과는 반대로, 서우진은 칠흑 같은 어둠을 마주했다.
너무도 검고 깊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본래라면 두려움을 느껴야 했겠지만, 서우진은 반대로 한없는 포근함을 느꼈다.
‘마치 어머니 품속에 안겨 있는 것 같았지.’
어릴 때 돌아가셔서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어머니의 품이라니.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일린.”
그때, 누군가의 음성이 서우진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리고 서우진.”
고개를 들자 눈에 들어온 것은 테스테론이었다.
그는 아일린과 마찬가지로 서우진을 향해 신기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일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반 슬레인의 곁에서 호위를 서고 있어야 할 테스테론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 의아했던 것이다.
“영주님께서 찾으신다.”
말은 아일린에게 했지만, 그의 시선은 서우진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좀 껄끄러운데.’
반 슬레인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결국 아일린과 함께 테스테론의 뒤를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걸음을 옮기는 서우진에게 병사들의 따가운 시선이 집중됐다.
“용사가 맞긴 하네.”
“그래 봐야 D급이지. 스노울이랑 싸우는 거 못 봤어?”
“하긴. 엉망이긴 했지.”
성장을 해도 D급인지라 큰 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 여전히 부정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나름대로 잘 싸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첫 전투 아닌가?
엉망진창이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스노울을 다섯 마리나 죽였다.
이 정도면 칭찬을 들어도 부족할 활약이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신경쓰지 마세요.”
서우진의 서운함을 알아차린 것일까?
아일린이 말을 걸었다.
“쉽진 않네요.”
“다들 용사에게 거는 기대가 커서 그런 거예요.”
용사 한 명이 갖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로 치면 핵무기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덕분에 강력한 용사를 보유한 국가는 더 강한 힘과 영향력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나 시온은 몬스터와의 분쟁 때문에 더욱 강하고 높은 등급의 용사를 필요로 했다.
“그런데 D급이 왔으니 뿔이 날 만하네요.”
서우진이 비꼬듯 말했다.
“죄송해요.”
“아, 아니, 당신한테 한 말은 아니었는데요.”
갑작스러운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이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네가 사과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테스테론이었다.
둘의 대화를 들었는지, 어느새 걸음을 멈춰 세운 그는 서우진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이 D급에 불과하고, 시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테스테론 경!”
아일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병사들이 너에게 실망을 했고, 그로 인해 욕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거기까…….”
“그러니까 더욱 성장해라.”
테스테론을 말리려던 아일린이 멈칫했다.
평소처럼 서우진을 비꼬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D급이든, S급이든.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면 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