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82)
#81화.
날이 밝았다.
전날 겪은 일 덕분에 꽤나 피곤했는지, 몸이 침대에 들러붙기라도 한 듯 일어나기가 싫었다.
“하아-”
하지만 일어나야만 했다.
오늘부터 다시 아카데미의 교육이 시작되니 말이다.
“끄응.”
앓는 소리와 함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문 너머로 밝은 햇살이 들어와 눈이 부셨다.
“…이 나이에 다시 학교에 다니려니 힘드네.”
눈을 비비며 욕실로 들어가 몸을 대충 씻기 시작했다.
“음.”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육체를 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어마어마하네.”
테스테론이나 구동환같이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탄력과 단단함이 느껴지는 조각 같은 육체였다.
아마 근력도 그 둘을 넘어설 것이다.
“확실히 이전보다 더 좋아졌어.”
북방에서 엄청난 수련을 걸치며 흠잡을 데 없이 다듬어지긴 했지만, 육체가 진화하며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다.
근육뿐만이 아니었다.
틀어져 있던 신체 밸런스도 맞춰졌고, 피부 역시 백옥과 같이 매끄러워졌다.
그러다 보니 지구에서보다 훨씬 잘생겨진 것 같았다.
서우진은 세상 모든 남자가 욕실에서 하는 행동을 했다.
거울을 보며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며 스스로에게 묻는 행위 말이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질문에 자문자답하고는 욕실을 나섰다.
“그래도 씻으니까 좀 낫네.”
애초에 육체의 피로는 쌓이지도 않았다.
그저 정신적으로 지쳐 조금 힘들었던 것인데, 샤워를 하고 나니 뇌가 활동을 시작하며 조금씩 정신이 또렷해졌다.
“오늘 교육은 뭐였더라?”
처음 아카데미에서 계획했던 교육 과정에는 이론도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신학, 역사, 약학과 같은 것들.
대체 왜 그런 게 필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었다.
하지만 게랄드가 나타난 이후, 교육 커리큘럼을 완전히 뒤집어엎고 새로 짰다.
바로 실전 위주.
글자 하나를 읽을 시간에 검을 한 번 더 휘두르고, 역사를 익힐 시간에 스킬의 숙련도를 익힌다.
실전 위주의 전투와 생존 훈련.
그것이 아카데미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론 교육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몬스터와 마수에 관한 수업을 듣는다고 했었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앞으로 싸워야 할 적들에 대해선 많이 알면 알수록 좋았다.
때문에 아카데미에서도 그 과목만은 삭제하지 않고 본래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론이라…….”
솔직히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 건 체질상 맞질 않았다.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공부와 연을 끊은 지 오래된 서우진은 특히나 더욱 그랬다.
하지만 배워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다.
북방에서도 그랬다.
아일린이 몬스터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그 덕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전쟁 전에는 상대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만 했다.
“쩝, 어쩔 수 없지.”
서우진은 아카데미 제복을 갖춰 입고는 방을 나섰다.
“어, 우진아!”
때마침 방을 나서는 강병규가 서우진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이 손을 들며 인사했다.
“피곤해 보이던데, 잘 쉬었냐?”
“아주 죽겠다.”
서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엄살을 떨자 강병규가 웃음을 터트렸다.
“피곤할 만하지. 대련 훈련도 결승까지 갔고, 그 이후에도 여기저기 불려 다닌데다, 마지막엔 계수지랑 맞짱까지 떴으니까.”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자신이 어제 겪은 일들을 그가 안다면 저렇게 웃을 수 없을…….
“어제 하늘탑 다녀왔다며?”
“어?”
어떻게 알았지?
분명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서우진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강병규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제 대련 훈련 끝나고 외출 나갔던 사람들이 네가 하늘탑에 들어가는 걸 본 모양이야. 덕분에 소문 쫙- 났어.”
하늘탑은 용사들 사이에서도 꽤나 흥미진진한 공간이었다.
하늘을 꿰뚫을 정도로 높은 건물이니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그 어떤 용사들도 하늘탑에 초대받지 못했는데, 서우진이 들어갔다니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었다.
“하여간 지구나 여기나 남 얘기하는 건 참 좋아해. 우주 공통인가?”
“그래서? 하늘탑 안은 어떻디?”
강병규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 역시 하늘탑에 지대한 관심이 있던 것이다.
“별거 없었어. 그냥 넓고, 신기하고 그랬지.”
“신기?”
“딱히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네. 눈으로 직접 봐야 해. 어쨌든 이 세계 마법의 총화가 집결되어 있는 장소니까.”
서우진이 대충 얼버무리자, 강병규는 홀로 상상의 나래에 빠져들었다.
“한번 가보고 싶다.”
‘탐험가’라는 직업의 영향 때문인지 강병규는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
평소에도 아카데미 내부를 쏘다닐 정도인데, 하늘탑이 어떨지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지 않겠냐?”
지금이야 갈 일이 없다지만, 조금 더 성장하면 하늘탑에도 들어갈 일이 생길 것이다.
‘물론 나랑은 다른 이유겠지만.’
서우진은 자신이 마공 마르테스를 만났다는 얘기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검공에 이어 마공까지 직접 봤다는 얘기가 돌면, 지금보다 훨씬 더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어쨌든 좀 서두르자. 이제 슬슬 교육 시작할 시간이야.”
기숙사를 벗어난 두 사람은 걸음을 재촉해 강의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마주친 몇몇 사람들이 더 합류했고, 이내 떠들썩한 일행이 완성되었다.
“그래서 어제 힘들었다니까요? 수지 언니 숙소가 10층에 있어서 거기까지 가는데…….”
“으하하! 하체가 약해서 그래, 하체가! 그런 뜻에서 오늘 같이 하체를 조지는 게 어때?”
“아, 제발 그만…….”
“싫음요.”
재잘거리는 소음을 들으며 강의실로 가다 보니, 왠지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와는 배우는 것도, 마음가짐도 다르긴 했지만.
‘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기간이 정해져 있는 평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서우진은 가끔 한 번씩 이렇게 평범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우진 씨!”
그때, 뒤쪽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계수지였다.
그녀는 민망한 표정으로 일행을 향해 달려왔다.
“몸은 좀 어떠세요?”
서우진이 미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의 호승심이 강하다는 걸 알기에 서우진은 계수지를 기절시켰다.
적당히 해선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괜히 대련이 격화되어 부상이라도 입느니, 기절시키는 것이 깔끔했다.
하지만 검집에 머리를 맞고 정신을 잃은 게 좋은 경험은 아니었을 터.
역시나 계수지가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의 정수리를 매만졌다.
“혹이 좀 났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는 해도, 미안한 건 미안한 것이었다.
서우진이 사과하자 계수지가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저도 많이 배웠는걸요.”
그녀는 서우진과 한 판 붙어본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실전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자신의 스킬과 기술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다음에 또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오히려 서우진이 부탁하고 싶은 일이었다.
한 명이 더 늘어난 일행은 이내 강의실에 도착했다.
“하늘탑 얘기 좀 해주면 안 돼요? 저 진짜 궁금하단 말이에요!”
“저, 저도…….”
이야기의 주제는 단연 하늘탑이었다.
이지아는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조르는 중이었고, 심지어 말수가 없는 진태성마저도 궁금해 할 정도였다.
‘마법사니까 더욱 궁금하려나?’
하지만 서우진은 여전히 하늘탑 썰을 풀 생각이 없었다.
지금처럼 강의실 내의 모든 용사가 이쪽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더.
대충 둘러대며 말을 얼버무리자 이지아가 더욱 날뛰었다.
“얘기 좀 해줘요! 조금만, 살짝만!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 테니까 나한테만!”
‘난감하네.’
서우진이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그때, 그를 구해줄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자리에 앉으십시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젊은 남자.
“제 이름은 제이로닌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용사님들의 이론 교육을 맡게 되었죠.”
기사와는 동떨어진 외모의 소유자였다.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는 그는, 마법사나 학자인 것 같았다.
“제국학술원의 1급 회원이며, 강림 전쟁의 역사와 몬스터 생태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예상한 것처럼, 젊은 남자는 학자였다.
‘이번 교육도 기사가 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솔직히 학자보다는 기사의 교육이 더 신뢰가 될 것 같았다.
책상머리에 앉아 글만 보는 이들보단, 직접 몸으로 겪어온 기사들의 정보가 더 정확할 테니 말이다.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서우진이 할 수 있는 생각을 제국이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제이로닌이 교육을 맡은 것엔 이유가 있을 터.
서우진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그럼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제 소개는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고,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제이로닌은 거대한 칠판 앞으로 가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몬스터란 무엇인가?]손에 묻은 분필 가루를 탁탁- 턴 그가 용사들을 향해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시는 용사님 계십니까?”
하지만 손을 들고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머릿속으로 대충 윤곽은 그려진다.
그러나 그것을 말로 풀어 설명하려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제이로닌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몬스터와 마수를 구분할 수 있으십니까?”
“…마수는 마기에 영향을 받은 짐승들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용사들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정답입니다.”
제이로닌이 미소 지었다.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죠. 몬스터란 무엇일까요? 사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먼 옛날 마왕의 강림 때 살아남은 권속들의 후예다.
마기에 오염되어 변질된 종족들이 세대를 거쳐 변이된 것이다.
태초부터 이어져 온 맹수의 일종이다.
“무수한 가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완벽한 규정을 내리지 못했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 가설들을 알아야 합니다. 그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놈들이 우리의 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적과 싸우는 건, 아무리 용사님들이라 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정보라도 있다면 어떨까요?”
제이로닌이 다시 한번 칠판에 글씨를 썼다.
[드레이카스].서우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북방에는 드레이카스라는 아룡종 몬스터가 있습니다. 지배자 급의 몬스터로, 상급 기사 이상이 아니면 상대를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렇긴 하지.’
북방에서 본 드레이카스를 떠올렸다.
지금이야 쉽게 잡을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공포, 그 자체였다.
“드레이카스는 본신의 힘도 강력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능력이 있습니다.”
“하위 몬스터 지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방금 대답하신 분은 누구시죠?”
제이로닌의 눈동자가 서우진을 정확히 쳐다보고 있었다.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과연. 시온에서 지원하시는 분답군요.”
서우진의 이름을 들은 제이로닌이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드레이카스를 사냥해 보셨겠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몇 레벨 때였죠?”
서우진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0레벨 이전이었을 겁니다.”
제이로닌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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