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83)
#82화.
10레벨.
상급 기사에 버금가는 레벨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무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서우진이 북방에서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은 것처럼, 실전 경험의 부재가 크기 때문이었다.
제이로닌이 경악한 이유는 바로 그것에 있었다.
10레벨도 되지 않은 서우진이 드레이카스를 사냥하다니?
도무지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의 상식으론, 적어도 15레벨 이상은 되어야 놈과 대적할 만하다 할 것이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물론입니다.”
서우진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이카스를 사냥하고 레벨 업을 하며 10레벨이 되었으니까.
“믿기 어려운 말이군요.”
제이로닌은 불신의 눈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속내를 살펴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당당했다.
일말의 거짓도 말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제야 제이로닌은 서우진이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 님이라고 하셨던가요? 요즘 자주 들려오는 이름이라 했더니, 그럴 만한 것 같습니다.”
SSS급을 이긴 D급 용사.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당연히 서우진이라는 이레귤러의 존재는 귀족들 사이로 퍼질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다시 본래의 내용으로 돌아갑시다. 드레이카스는 하위 몬스터 지배라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제이로닌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듯, 수업을 이어나갔다.
“그 사실을 알고 싸우는 것과 모르고 싸우는 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겁니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드레이카스를 이길 실력을 갖춘 상급 기사라도, 죽을 수 있다.
물론 압도적인 무력을 갖춘 지금이라면 상관없는 이야기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제게 배워야 할 것은, 바로 그 정보입니다.”
몬스터와 마수, 그리고 마경의 권속들까지.
머지않은 미래에 서우진과 용사들이 싸워야 할 놈들에 대한 모든 것을 숙지해야만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생존율이 올라갈 테니까.
“북방의 시온에는 몬스터 도감이라는 것을 배포한다고 합니다. 지금 여러분께 나눠 드릴 것은 그와 비슷한 겁니다.”
제이로닌의 손짓에 시종들이 들어와 용사들에게 두꺼운 책자들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와, 이게 다 몬스터야?”
“엄청 많네.”
책을 훑어본 용사들이 감탄했다.
그들이 본 몬스터의 수도 절대 적지 않았지만, 이 책에 적힌 종류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총 1,372종의 몬스터에 대한 기록입니다. 놈들의 외형과 특징, 그리고 약점까지 모두 적혀 있지요.”
제이로닌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그걸 모두 외우시면 됩니다.”
“미친 거 아니에요? 이걸 어느 세월에 다 외워? 천… 몇이었죠?”
“대충 1,300종? 그 정도.”
그 정도 숫자면 이름만 외우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름뿐만 아니라 내용도 전부 외워야 한다니, 이지아는 벌써부터 머리가 쪼개질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는 걱정도 안 돼요? 왜 그렇게 태평한 표정이에요?”
“음?”
책자를 빠르게 훑어보던 서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뭐, 쉽진 않겠지만… 할 만할 것 같은데?”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요?”
사실 서우진은 방금 한 말처럼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물론 그가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천재적인 기억력을 지녔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일린 덕을 이렇게 보네.’
북방에서 서우진이 걸어 다니는 몬스터 백과사전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아일린.
그녀의 일대일 맞춤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이 그녀가 가르쳐 준 놈들이었다.
그러니 남들보단 숙지하는 게 훨씬 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이지아는 계속해서 궁금해했지만 말이다.
“우진 씨, 오늘도 연무장에서 대련을 하나요?”
그때, 계수지가 물었다.
지금 그녀는 이런 책보단, 서우진과 다시 붙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훨씬 큰 것 같았다.
“아, 그게…….”
서우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설마 오늘은 대련 안 합니까?”
구동환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고, 다른 이들 역시 무슨 일 있냐는 듯 쳐다봤다.
“오늘은 일이 좀 있어서요.”
서우진이 머쓱하게 웃으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데요? 어제처럼 조금 늦는 정도면 그냥 기다려도 되는데.”
몸이 달아오른 계수지가 다급히 물었지만, 서우진은 대답해 줄 생각이 없었다.
오늘 그가 할 일은, 웬만하면 눈에 띄지 않는 편이 좋았으니 말이다.
“죄송해요. 대신 내일은 꼭 합시다.”
“어쩔 수 없죠.”
서우진이 사과하자, 다들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서우진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입장인데, 그것을 강요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으니까.
“으하하!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내일 합시다, 내일!”
구동환 역시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서우진이 인사를 하고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이지아가 엉겨붙으려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홀로 걸음을 옮겼다.
‘음…….’
손이 주머니로 향했다.
딱딱한 돌멩이 하나가 만져졌다.
“소환석.”
마르테스가 준 선물이었다.
“원하는 몬스터를 소환해 준다고 했었지?”
횟수는 총 열 번.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딱히 쓸모가 없는 아이템일 것이다.
마왕의 추종자처럼 테러를 위해 사용하던가, 그게 아니면 기껏해야 기사들의 훈련용으로나 쓰일까?
하지만 용사들에게는 아니다.
‘레벨 업을 할 수 있으니까.’
물론 아카데미에서도 앞으로 몬스터들을 공수해 온다고 들었다.
실전 경험도 좋고, 이론 교육도 좋지만…….
용사들은 결국 레벨을 올려야 강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그 몬스터들은 오직 용사들의 경험치만을 위한 것이었다.
부르타엘이나 로지 루비와 같은, 목숨을 건 실전 경험과 경험치를 모두 충족해 줄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런 놈들은 생포해 오기엔 개체 수도 너무 적었고, 그럴 만한 실력자들도 많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환석’은 서우진이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었다.
‘부르타엘 같은 놈을 소환해서 사냥하면…….’
놈을 잡고 3레벨이나 올랐다.
루데인과 함께 싸웠음에도 말이다.
동시에 검과 스킬들을 갈고닦을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다.
“문제는 어떤 놈을 소환해야 하냐는 건데.”
서우진이 ‘소환석’을 쥔 손의 반대편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제이로빈이 배포해 준 몬스터 도감이 있었다.
무려 1,372종이나 되는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기록된 책자.
“적당한 놈을 골라보자.”
서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총 열 번.
그 정도면 꽤나 많은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로지 루비가 죽었다.”
명부(冥府)의 존재가 이러할까?
듣는 것만으로도 혼이 떨려오는 것 같은 음산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사마귀가?”
게랄드는 놀란 듯, 눈이 살짝 커졌다.
“성소를 지키고 있었을 터인데?”
“침범자가 있었다.”
게랄드의 의문에, 검은 로브를 입은 사자(死者)가 답했다.
“…용사인가?”
지금까지 성소는 제국의 그 누구에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왕 카데마인이 직접 마법을 사용해 눈을 가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용사라 하더라도, 그분의 마법을 파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허나 이미 벌어진 일이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했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사마귀를 죽인 놈은?”
“SSS급 ‘검신’.”
게랄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날 필히 죽였어야 했거늘.”
그의 머릿속에 찬란한 ‘오러’를 내뿜던 용사 하나가 떠올랐다.
당시엔 아직 여물지 못해 손짓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죽일 수 있었던 존재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았는데, 무려 로지 루비를 사냥했다.
“용사란 것들은 참으로 불합리한 존재들이다.”
“불경하고, 불쾌하며, 부조리하지.”
사자는 냉소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사마귀가 죽었으니, 대계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겠구나.”
“…뿐만 아니라 부르타엘도 명을 달리했다.”
뿌드득-
게랄드의 손에서 무언가가 부서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숭이도 죽었단 말이냐? 그 역시 ‘검신’이 저지른 짓인가?”
“다른 이다.”
사자가 고개를 젓자, 게랄드는 분노한 표정으로 대답을 종용했다.
“누구인가? 놈의 머리를 뽑아 척수를 마시지 않고서는 분이 풀리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사자는 쉽사리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답답함에 게랄드가 살기를 피웠다.
“혹 밝혀내지 못한 것이더냐?”
“그건 아니다. 그저, 정보의 신뢰성이 조금 떨어지기에 망설인 것일 뿐.”
“말하라.”
“최상급 기사, 루데인. 그리고 D급 ‘검병’. 둘의 손에 부르타엘의 목이 달아났다.”
게랄드의 표정이 굳어졌다.
“D급?”
루데인이라는 놈은 누군지 모르겠다.
아니, 그딴 조무래기에게는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D급 용사는 다르다.
“그놈인가?”
자신의 마기에 일말의 영향도 받지 않았던 희귀한 종자.
비록 그 실력이 일천했으나, SSS급 용사도 버텨내지 못한 마기를 D급 따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냈다는 건 기사(奇事)였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게랄드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놈에 대해 알아야겠다.”
어쩌면 눈을 가리고 있던 성소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 그놈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따로 집중해야 할 일이 있어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이제부턴 아니다.
성소가 더럽혀지고, 부르타엘과 로지 루비가 죽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이미 조치를 취해두었다.”
“‘검신’과 ‘검병’. 둘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 역시 생각해 둔 것이 있다. 그러니 게랄드, 너는 따로 일을 하나 맡아줘야겠다.”
“말하라.”
게랄드는 머리를 잘 쓰는 편이 아니었다.
그가 자랑할 것은 오직 무력뿐.
계획을 짜는 것은 언제나 사자였다.
“제국 동부로 가라.”
“동부면, 메르노타인으로 가라는 뜻인가?”
동부 최대의 도시.
신이 직접 빚은 풍요의 대지.
메르노타인을 가리키는 말은 많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이보다 유명한 것은 없었다.
대공의 가호가 서린 땅.
제국의 다섯 수호자 중 하나인, 대공 브리아나의 영역이라는 뜻이었다.
그 누구도 지금까지 메르노타인을 범접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만큼 강한 존재였고, 자신의 것을 아끼는 인물이었으니까.
“그곳에서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무엇이지?”
게랄드는 메르노타인이라는 이름을 듣고서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대공에게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뜻인지, 그것이 아니면 걸려도 상관이 없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자는 그런 태연한 게랄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음울하고, 소름이 끼치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브리아나. 제국을 수호하는 날개 중 하나를 꺾어야겠다.”
그 말에 게랄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리하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