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84)
#83화.
꽤나 넓은 실내 공간.
아카데미 측에 요청해 배정받은 개인 연무실이었다.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서우진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하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디 보자.”
몬스터 도감을 펼쳤다.
그러곤 하나하나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트롤은 건너뛰고. 오우거? 이것도 패스.”
서우진이 찾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놈들이 아니었다.
적어도 부르타엘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몬스터나 마수.
그 정도는 되어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데르카. 멧돼지 형태의 마수.’
상당한 강력한 힘을 지닌 놈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내키지 않는단 표정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나름대로 괜찮은 상대이긴 했지만, 놈은 돌진기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마수였다.
이런 실내 연무실에서는 제대로 된 싸움이 될 리가 없었다.
서우진이 바라는 것은 경험치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실전이었으니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이놈도 아니고. 얘도 좀 별로네.”
서우진은 한참 동안이나 몬스터 도감을 뒤적였다.
천 마리가 넘는 개체가 세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보니, 상대를 고르는 것만해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 이놈 괜찮네.”
서우진의 눈에 한 이름이 새겨졌다.
“가이로데스.”
마경 일버런트에서 가끔 출현하는 위험도 상급의 인간형 몬스터다.
특징으로는 상급 기사를 아득히 상회하는 속도에 있으며, 육체의 내구성 역시 뛰어나다.
1미터에 가까운 손톱을 이용한 공격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일반적인 검으로는 상처를 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나, 유독 배꼽 부분은 다른 부위에 비해 무르다는 발표가 있었다.
40레벨 이상의 용사가 아니라면 도주를 권한다.
“40레벨이라…….”
현재 서우진의 레벨은 23.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권장 레벨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50레벨이 넘는 백시우와의 싸움에서조차 승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 40레벨 이상인 사람은 엘리트 친구들밖에 없을 텐데.”
대부분은 30대였고, 등급이 낮은 몇몇만 20대에 남아 있었다.
“좋아, 처음은 이놈으로 하자.”
서우진이 ‘소환석’을 손에 쥐었다.
그러곤 심호흡하며 입을 열었다.
“가이로데스 소환.”
우우우웅-
연무실 바닥에 흰색의 마법진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오, 이게 소환 마법인가?”
처음 보는 현상에 서우진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마법진을 살폈다.
과연 강대한 마력이 몰려들고 있었다.
소환 마법을 발동하기 위한 것인 듯했다.
몰려드는 마력의 양이 많아질수록, 바닥에 새겨진 마법진이 점점 더 밝게 빛났다.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연무실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잠시 후.
팟-
언제 그랬냐는 듯 빛은 사라지고, 대신 붉은빛의 반들반들한 피부를 지닌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형이라더니.”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두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 그리고 머리 하나.
인간과 같은 신체 구조였다.
하지만 도무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살기가 진동을 하는구나.”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도, 놈에게서 퍼져 나오는 살기에 온몸의 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
단일 개체의 힘은 드레이카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였다.
놈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피부와 같은 붉은 안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서우진과 눈이 마주쳤다.
놈은 그 흔한 으르렁-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가만히 노려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흉포한 살기는 점점 그 덩치를 키워가며, 서우진을 집어삼킬 듯 퍼지고 있었다.
“…웬만한 녀석들은 저 살기도 못 버티겠네.”
기사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용사조차도 놈의 앞에선 고양이 앞의 생쥐 꼴을 면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짙은 살기였다.
몬스터 도감에 왜 40레벨 이하는 도주를 권한다고 적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랑은 관계없는 얘기지만.”
당연하게도 서우진에게는 놈의 살기가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런 것에 쫄기에는 서우진이 싸워온 존재들이 너무도 강력했다.
스르릉-
‘룬 데아’가 검집에서 빠져나왔다.
순백의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순한 기운이, 가르아데스의 살기를 갈랐다.
“눈깔아, 이 새끼야.”
검을 내리그었다.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였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카가가각-!
놈의 피부에서 쇠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 도감에 적혀 있던 대로, 배꼽 부분을 제외한 부분은 내구성이 뛰어난 듯했다.
‘일반적인 검으로는 상처를 내기도 힘들다고 했었나?’
분명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룬 데아’는 일반적인 검이 아니다.
스킬을 사용하지도, 오러를 피워 올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가르아데스의 붉은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깨에서부터 허리까지.
오직 검의 예리함만으로 놈의 육체를 갈랐다.
상처에서 가느다란 핏물이 튀며 허공에 꽃을 피웠다.
놈의 피와 같은 검은색의 꽃이었다.
그런데 서우진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얕다.’
한 점의 마력도 싣지 않았기 때문일까?
가르아데스의 상처는 그저 피륙에 그쳤다.
후와아앙-!
분노한 놈의 손톱이 공간을 가르며 서우진을 향해 짓쳐들었다.
부릅-!
‘속도가 특징이라더니!’
놈의 움직은 서우진이 상정했던 것을 아득히 넘어서는 속도였다.
“가속!”
깜짝 놀란 서우진이 재빨리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검속이 뿌려졌다.
카각- 카가각-!
손톱과 ‘룬 데아’가 1초에도 수십 번씩 충돌했다.
‘강해.’
서우진은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며 감탄했다.
‘부르타엘 급?’
적어도 그 정도는 되어 보인다.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에 두려움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조금씩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나는 강해진 게 맞다.’
부르타엘과 싸울 때는 루데인과 합공했음에도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마주했다.
심지어 자신은 놈의 공격을 막는 것에만 급급했다.
제대로 된 공격은 꿈도 꾸지 못했고, 그저 루데인이 놈의 목을 베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가속’을 제외하면 별다른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동등한 싸움이 이어졌다.
‘물론 레벨이 오른 덕분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니야.’
로지 루비와 싸우며 얻은 전투 경험.
육체와 마력의 진화.
이 두 가지가 레벨 업과는 다른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서우진은 가르아데스의 살기보다 짙은 미소를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오러를 피웠다.
푸른색의 고아한 빛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서걱-!
단단하기 그지없던 손톱이 마치 두부처럼 잘려 나갔다.
가르아데스의 붉은 동공에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자신의 신체 중 가장 단단한 손톱이 이렇게 쉽게 잘려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서우진은 놈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며, 올라갔던 검을 다시 밑으로 끌어내렸다.
“내가 눈 깔라고 했지?”
카아앙-!
‘룬 데아’가 가르아데스의 정수리와 충돌했다.
그리고 그대로 갈랐다.
슈화아악-!
약점인 배꼽 부근을 노릴 필요도 없었다.
푸른색의 파괴적인 기운을 머금은 ‘룬 데아’가 가르데아스의 머리부터 정수리까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정확히 일직선으로 그어졌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
백시우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벌써 이틀째.
미동도 하지 않고 서우진과의 대결을 복기했다.
‘왜 졌지?’
백시우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등급, 레벨, 재능.
자신이 모든 것을 앞섰다.
서우진이 앞서는 건 오직 실전 경험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마저도 지금에 와선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런데 졌어.’
분명 대련 초기에는 자신이 앞섰다.
검속은 자신이 더 빨랐고, 검술 역시 압도하진 못했지만 우세했다.
‘오러 때문인가?’
서우진의 검게 불타오르던 검.
스킬이 아닌 진짜 오러였다.
심지어 다른 스킬과 결합을 해, 본연의 위력보다 훨씬 뛰어난 힘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진 것 같진 않았다.
‘오러’는 자신도 피워 올릴 수 있었으니까.
아쉽게도 아직은 스킬을 사용해야만 가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었다.
‘최소한 세 개 이상의 스킬을 동시에 사용했어.’
그게 가능한 일인가?
백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스킬을 사용했다.
‘섬뢰’, ‘낙뢰’, 그리고 ‘광야’.
“커흑!”
미처 ‘광야’를 완전히 발동하기도 전에 온몸이 터져 나갈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마력은 충분했지만, 그의 육체가 견뎌내질 못한 것이다.
손이 덜덜- 떨려왔다.
“부, 불가능해.”
적어도 지금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육체의 재구성을 이뤘는데도…….’
백시우는 15레벨이 되었을 때, 육체가 전투에 적합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패시브 스킬 ‘환골탈태’ 덕분이었다.
육체가 바뀐 뒤 훨씬 더 빠르고, 강한 신체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스킬 세 개를 동시에 발동하는 것은 무리였다.
‘대체 서우진 씨는 무슨 수를 쓴 거지?’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자신과 비교하자면 한참이나 낮은 수준인 D급 용사가, 20레벨 대의 B급 용사를 한 방에 눕힌 것을 본 게 시작.
수준과 어울리지 않는 고차원적인 수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랄드 사건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 순 없었지만, 서우진이 뭔가를 한 게 분명했다.
덕분에 자신들이 살아 있을 수 있었고.
유적.
로지 루비.
재앙과도 같은 일을 함께 겪으며 점점 더 서우진에게 감탄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서우진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자신이 더 낫다고.
은연중에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뒤쳐져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서우진은 말도 안 되는 실력으로 자신의 몸을 갈랐다.
불가해(不可解)한 일이었다.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수를 쓴 것일까?’
백시우의 뇌리에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검게 타오르는 오러.
자신을 내려다보며 오연하게 서 있는 자세.
불길했다.
그리고 불쾌했다.
도무지 자신과 같은 용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자태였다.
‘마기?’
혹시나 그 검은 불꽃은 마기가 아니었을까?
그것이라면 자신이 이렇게 쉽게 패배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백시우의 생각이 점차 편협해지고 있었다.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도 잊을 정도였다.
아니,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할 수가 없었기에.
‘맞아. 서우진 씨는 용사가 걷지 말아야 할 길을 걷고 있는 걸지도 몰라. 아마 그럴 거야.’
그래야만 했다.
감겨 있던 백시우의 두 눈이 떠졌다.
불신, 질투, 시기, 분노, 광기.
온갖 저열한 감정들이 그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백시우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계속해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에 급급할 뿐이었다.
“서우진.”
차갑게 가라앉은 음성이 내뱉어졌다.
“내가 네 정체를 밝혀내 주마.”
백시우의 마음에 마(魔)가 깃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