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86)
#85화.
서우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교육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대몬스터 전투법.
이전에 루데인의 지휘 아래 시행했던 테스트와 비슷했다.
상대가 트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들이라는 것과 수가 많다는 게 다를 뿐.
‘그래 봐야 어제 내가 한 것의 열화판일 뿐이야.’
아카데미에서 준비해 온 몬스터들은 강했다.
하지만 서우진이 어제 사냥한 놈들과 비교하자면…….
‘와이번과 참새 정도의 차이일까?’
다른 용사들은 몰라도, 서우진에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훈련이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위안 삼았다.
“이번 훈련을 위해 백금기사단이 많은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제국 제1기사단.
다섯 수호자를 제외하면 제국에서 가장 강한 최상급 기사 로나인이 단장으로 있으며, 개개인이 상급 이상으로 이루어진 최강의 기사단이었다.
그런 이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 몬스터들을 공수해 왔다고 하니, 제국에서 아카데미에 얼마나 큰 공을 들이고 있는지 실감이 되었다.
“금일 훈련은 일대다 전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훈련에 대해 설명하는 교관은 루데인이 아닌, 다른 기사였다.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그의 이름은 가이나스.
제국의 상급 기사였다.
가이나스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용사 한 분에 몬스터 열 마리. 이게 기본 골자이고, 몬스터의 위험도에 따라 수는 조절될 예정입니다.”
용사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리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마경 헬데인에서 일주일간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그것은 동료와 함께 팀을 이룬 전투였다.
오직 혼자서 다수의 몬스터들과 싸워본 경험은 전무했다.
하물며 상대가 이전과는 달리 한눈에 보기에도 강력한 놈들이었으니…….
긴장을 안 하는 쪽이 이상했다.
‘흐아암-’
물론 서우진은 예외였다.
이 정도로 긴장하기엔, 그가 겪어온 것들이 너무 아까웠다.
물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은 더 있었다.
‘저 녀석들…….’
자신과 함께 훈련하던 이들과 엘리트 친구들.
그들은 긴장은커녕 오히려 기대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응?’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문득 백시우와 시선이 마주쳤는데, 그의 기색이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뭐지?’
뭐가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다.
정명해 보이는 기운도 그대로고, 순해 보이는 얼굴도 그대로다.
그런데도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서우진의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백시우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착각인가?’
여전히 예의가 바른 모범생의 모습이었다.
서우진이 멋쩍은 표정으로 마주 인사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때문에 보지 못했다.
악의에 찬 백시우의 음울한 눈빛을.
* * *
“템페스트 블로우!”
스킬 이름처럼, 이지아의 주먹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퍼버버버버벅-!
그녀의 상대는 아르곤 다섯 마리.
철갑주를 연상시키는 외피로 온몸을 감싼 짐승형 몬스터였다.
웬만한 충격으로는 아무런 데미지도 입힐 수 없는 단단한 외피였지만, 이지아의 주먹은 놈들의 방어력을 무시했다.
으적- 으지직-!
외피에 균열이 생기고, 이내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에-!
깜짝 놀란 놈들이 주먹을 무시하고 공격 일변도로 태세를 바꾸었다.
외피만 믿고 있다간 그대로 당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이었다.
“블래스트 이펙트!”
이번엔 연환격이 아닌, 일점 강타였다.
콰과과과광-!
달려들던 아르곤들이 순식간에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주먹의 위력이 놈들의 방어력을 아득히 상회했기 때문이었다.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쉽게 승부가 나긴 했지만, 아르곤은 꽤나 위험도가 높은 몬스터였기에 상당한 경험치를 줬던 것이다.
“오예! 레벨 업! 드디어 37레벨이다!”
이지아가 피 묻은 주먹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좀 무섭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주먹을 휘두르는 앳된 소녀.
서우진은 왠지 모르게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저씨! 저 잘했죠?”
헤헤- 하고 웃으며 다가오는 이지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운 것과는 별개로 그녀가 잘 싸운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앞서 몇몇 용사들이 훈련을 거치긴 했지만, 이지아처럼 완벽하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부상을 입고 실려 나간 용사도 있을 정도니…….
어느새 옆자리에 도착한 이지아는 옆에서 자신의 무용담을 펼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음은 지혜 차례인가?”
서우진의 질문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가이나스가 김다혜의 이름을 호명했다.
“다녀옴.”
김다혜는 이지아에게 짧게 말하고는 자신의 스케치북을 챙겨 연무장으로 나갔다.
“용사님이 상대하실 몬스터는 마고로스입니다.”
가이나스의 말을 들은 서우진은 몬스터 도감을 떠올렸다.
‘1미터 정도의 소형 몬스터였지?’
작은 덩치 탓인지 방어력은 형편없었지만, 이빨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공격력에 모든 스탯을 몰빵한 몬스터란 뜻이었다.
‘어떻게 싸울까?’
김다혜의 스킬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비록 낮은 등급 때문에 그 한계가 명확하긴 했지만, 일정 수준 이하의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는 그녀만큼 효과적인 용사는 없을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마르고로의 숫자는 20마리.
이지아가 상대한 아르곤의 수보다 네 배나 많았다.
방사능을 직빵으로 얻어맞은 쥐처럼 생긴 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역겹게 생겼다.
하지만 김다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멍하니 스케치북을 들어올릴 뿐이었다.
“시작!”
가이나스의 신호와 함께 마르고로가 달려들었다.
“소환.”
동시에 김다혜의 음성이 울려 퍼지고, 스케치북에 그려져 있던 병기가 현신했다.
“미, 미니건?”
“우왁, 미쳤다! 저거 뭐야?”
“저런 게 가능하다고?”
용사들, 특히 남자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허허-’
서우진 역시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긴 했지만, 설마 저런 무기까지 ‘소환’해 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위이이잉-
총열이 돌아간다.
오직 마력으로만 작동되는 덕분에 외부전력이나 유압력이 필요 없었다.
그저 마력이 허락하는 한, 무한히 회전하며 마력탄을 쏟아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투타타타타타타타-!
분당 최대 4,000발.
그 경이로운 발사 속도와 위력은 종이 맷집에 불과한 마르고로들을 문자 그대로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케- 끽-!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20마리가 모조리 녹아내렸다.
휘우우우웅-
적들이 사라지자, 김다혜가 손을 뗐다.
회전력을 미처 소화해 내지 못한 총열이 헛바퀴를 돌며 뜨거운 열기를 토해냈다.
“대, 대단하네요, 내 친구. 그쵸?”
그 말 많던 이지아마저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김다혜가 보여준 화력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나도 한번 쏴보고 싶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쯤 미니건을 들고 난사해 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심지어 탄피 걱정과 총기 고장의 위험성이 였으니, 더욱 그랬다.
서우진은 나중에 한번 쏴봐도 되냐고 부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로 돌아오는 김다혜를 맞이했다.
그 후로 훈련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쉽게 이기는 용사도 있었고, 힘겹게 막아낸 용사도 있었다.
다만 확실한 건, 이전에 비해 용사들의 실력이 확연히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고작 트롤 한 마리 때문에 벌벌- 떨던 이들은 더 이상 없다.
“이제 우리 쪽에선 아저씨만 남았네요?”
일행은 전부 손쉽게 훈련을 끝마쳤다.
서우진과 했던 훈련의 성과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물론 구동환과 계수지는 뒤늦게 합류하긴 했지만, 그들이야 본래부터 뛰어났고.
“나도 이제 슬슬 차례가 돼가는 거 같은데?”
남은 용사는 몇 명 없었다.
“어? 백시우다.”
“드디어 ‘검신’ 차례네. 뭘 보여줄까?”
용사들이 기대감에 찬 눈으로 연무장으로 나오는 백시우를 쳐다봤다.
대련 훈련에서 서우진에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최강의 용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한 번의 패배로는 그가 쌓아온 아성이 무너지지 않았다.
백시우는 여전히 용사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번에 상대하실 몬스터는 가르아데스입니다.”
‘응?’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붉은 피부와 붉은 눈동자를 지닌 인간형 몬스터가 연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용케도 저런 놈을 잡아왔네.”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다.
오늘 등장했던 놈들을 모조리 합쳐도, 저놈 한 마리만 못할 터였다.
그 정도로 강하고 격이 높은 몬스터였다.
부르타엘과 동급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몬스터를 잡아왔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웠다.
최상급 기사인 루데인도 힘겹게 사냥한 놈을 대체 어떻게 생포한 건지…….
‘로나인이라는 기사일까?’
초극의 경지에 이른 수호자들을 제외하면, 제국 최강의 기사라 불리는 이였으니 가능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제국에서 저 녀석을 신경쓰긴 하는구나.’
이 와중에도 백시우의 경험치를 확실히 챙겨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스르릉-
백시우의 검이 뽑혔다.
예리한 기운에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였다.
과연 백시우가 어떻게 싸울지 궁금해졌다.
로지 루비를 죽였을 때처럼 일검에 끝낼까?
아니면 실전 감각을 갈고닦기 위해 최대한 능력을 자제한 채로 싸울까?
어떤 방식이든 서우진은 백시우가 보여줄 검이 기대되었다.
“시작하십시오.”
핏-!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백시우의 검이 검집에 들어가 있었다.
웬만한 용사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서우진을 비롯한 몇몇만이 안색을 굳힐 뿐이었다.
‘더 빨라졌어.’
그토록 단단한 가르아데스의 피부에 실금이 생기고, 스르륵- 하며 머리가 굴러떨어졌다.
피도 흐르지 않았다.
마치 놈의 육체가 아직도 자신의 죽음을 모르는 것처럼…….
“정말 대단하네요.”
계수지가 감탄했다.
지난번 대련에선 3합을 겨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만큼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백시우의 검은 대단했다.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고, 저만한 몬스터를 죽이다니. 으허, 정말 한번 붙고 싶구만.”
구동환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호승심을 드러냈다.
“붙는다면 제가 먼저예요.”
계수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와 잠시 투닥이던 구동환이 머리를 긁으며 서우진에게 물었다.
“지난번하고는 조금 다를 거 같지 않습니까?”
그는 서우진에게 물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구동환보다도 더욱 경직된 얼굴로 되돌아가는 백시우를 쳐다볼 뿐이었다.
‘저 녀석…….’
아까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가 조금 명확해졌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하지만 감각은 계속해서 경종을 울렸다.
백시우의 검이 뽑히는 것과 동시에 뿜어져 나온 낯익은 기운.
서우진은 그 포근함을 놓치지 않았다.
‘……마기였지, 그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