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87)
#86화.
서우진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은 여섯 마리의 볼카도르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아아아-!
놈들의 포효가 들려왔다.
하지만 서우진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룬 데아’를 가로로 휘둘렀을 뿐이다.
스걱-
여섯 마리의 거대한 몬스터가 모조리 반으로 쪼개져 몸을 뉘었다.
녹색 피가 흘러내리며 작은 개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서우진은 그때까지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착각인가?’
백시우에게서 느껴지던 미약한 마기.
착각이라기엔 너무도 익숙한 기운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무려 백시우였으니까.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 녀석에게서 마기가 느껴진다는 건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는 쪽이 더 신뢰될 정도였다.
“수, 수고하셨습니다.”
뒤에서 가이나스의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와, 이걸 한 방에 주님 곁으로 죄다 보내 버리시네요? 스킬도 안 쓴 거 같은데, 어떻게 한 거예요?”
“아저씨! 왠지 저번보다 더 강해지신 거 같은데요? 맞아요?”
다들 몰려와 서우진에게 질문을 퍼부어댔다.
“음, 다음에 얘기해 줄게.”
서우진은 잠시 생각할 것이 있다며 양해를 구한 뒤, 백시우를 쳐다봤다.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여전히 잘생겼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짓는 미소는 평온해 보였다.
‘역시 착각이었나 보다.’
지금은 마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연달아 큰일을 겪다 보니 신경이 좀 예민해진 걸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거두었다.
‘저렇게 바른 녀석이 마기라니. 말도 안 되지. 차라리 성유라라면 모를까.’
‘성녀’에게 마기라…….
서우진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대몬스터 전투법 교육 시간이 끝났다.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는 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물론 서우진은 별생각이 없었다.
이번 교육은 그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제 뭐할까요?”
이지아가 물었다.
“식사하고 어제 못한 훈련을 해야지!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으하하!”
대답은 구동환에게서 나왔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서우진을 향했다.
“그럽시다. 어제 약속했으니…….”
솔직히 오늘도 개인 연무실에서 혼자 ‘소환석’을 사용해 레벨을 좀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몇몇을 보니, 도무지 다음으로 미루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들 표정이 환해졌다.
특히 계수지와 구동환이 신나 보였다.
“그럼 잠시 후에 연무장에서 뵙죠.”
“밥은요? 같이 안 먹어요? 오늘 맛있는 거 나온다고 그랬는데.”
이지아가 올려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잠깐 어디 들를 곳이 있어.”
아쉬워하는 이지아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들어갈 수 있을까?’
어느새 아카데미 밖으로 나온 서우진의 표정에는 자신이 없어 보였다.
“뭐, 밑져야 본전이니까.”
어깨를 으쓱이며 마음을 편히 먹고는 길을 재촉했다.
“용사님인가?”
“아카데미 제복을 입고 있는 걸로 보니, 맞나 본데?”
“…그렇게 강해 보이진 않은데.”
길거리의 사람들이 서우진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밖으로 나오면 으레 받는 시선들이었다.
저들의 입장에선 용사들이 그야말로 하늘 위의 존재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자신들을 돕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지라, 서우진을 쳐다보는 시선은 호감으로 가득했다.
‘끄응.’
서우진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몇 번이나 겪어본 일이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내가 아이돌도 아니고.’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속은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와아, 용사님이다!”
“여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조그마한 아이들은 나무로 만든 장난감 칼을 휘두르며 서우진을 불러댔다.
물론 그럴수록 서우진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기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거대하다는 말도 부족한 건물의 입구에 도착했다.
“하늘탑.”
제국 수도의 사람들에겐 경외의 대상인지라, 주변에는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조금 조용해진 것을 느낀 서우진이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들어갈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같은 걱정을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문전박대를 당하면, 조금 자괴감이 들 것 같았다.
“흠흠.”
헛기침하며 노크하기 위해 손을 들 때였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스르륵- 하고 열렸다.
“응?”
서우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안에서 누군가 빼꼼-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어? 서우진 용사님 아니신가요?”
남자아이였다.
전에 방문했을 때 자신을 안내해 주던 아이.
‘마력사라고 했었지?’
마법사의 위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서우진은 마력사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평범한 아이를 대하듯,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들어갈 수 있습니까?”
그 말에 아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약속이 되어 있으신가요?”
“그건 아닌데…….”
“약속도 없이 그냥 찾아오셨다는 뜻이에요?”
이제는 숫제 미친놈을 보는 듯한 눈빛 같았다.
서우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여, 역시 안 되겠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오긴 했지만, 괜히 쪽팔렸다.
“아니요? 들어오세요.”
“어?”
그냥 돌아가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가 문을 활짝 열었다.
“들어가도 된다고?”
너무 당황해 존대도 잊었다.
“들어오고 싶으시다면서요.”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늘탑은 손님을 가리지 않아요. 언제든 방문하고 싶을 때, 오셔도 된다는 뜻이에요.”
몰랐다.
이런저런 복잡한 절차도 있고, 검문도 하고,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들어갈 수 있을 줄이야.
“제국민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어요.”
“그런 것치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던데…….”
“하늘탑을 존중한다는 의미거든요. 마법사들의 연구를 방해하지 않겠다면서 소음도 내지 않으려고요.”
‘어차피 소음방지마법이 걸려 있어서 안 들리는데’라며 중얼거리는 아이의 모습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얼른 들어오세요.”
아이가 재촉하자 서우진은 재빨리 하늘탑 내부로 들어갔다.
우웅-
예전에 느꼈던 그 이질적인 기운이 다시 몸을 훑었다.
‘대체 이 기운은 뭘까?’
그때도 생각했지만, 마력이랑은 조금 다른 성질이었다.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아이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늘 방문하신 목적은요?”
“아, 마르테스 님을 뵙고 싶어서요.”
“…마르테스 님을요?”
아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분은 만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에요.”
당연했다.
그녀는 하늘탑의 주인이었으니까.
지구로 따지면, 대기업 본사로 찾아가 다짜고짜 회장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한 짝이다.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그래도 물어는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아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한 아이의 손에 푸른빛이 맺혔다.
‘마법인가?’
종류는 모르겠다.
애초에 서우진에게는 마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으니까.
그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아이가 묘한 눈으로 서우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탑주께서 뵙자고 하시네요.”
“어, 정말입니까?”
마음 같아서는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아이의 말대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아이는 서우진을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다른 방향이었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탑주께선 지금 최상층에 계시거든요.”
서우진의 의문을 알아차린 것일까?
아이가 설명해 주었다.
“최상층이요?”
끝이 보이지 않는 탑이다.
대체 몇 층이 끝일까?
서우진은 문득 생긴 궁금증을 물었다.
“저도 잘 몰라요. 탑의 층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안내에 집중할 뿐이었다.
“여기로.”
서우진이 아이와 도착한 곳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원형의 공간이었다.
“이동마법진이에요.”
“아아.”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걸어서 최상층까지 올라가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엘리베이터 같은 걸 탄다고 해도, 어마어마하게 오랜 시간이 걸릴 터.
“탑 내부에는 수없이 많은 이동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어요. 물론 외부인은 사용하지 못하지만요.”
그렇게 말한 아이가 마력을 흘려보내자,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화아악-!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탑주님은 저 안쪽에 계실 거예요.”
아이는 자신에게 허락된 영역이 여기까지라는 듯, 마법진 안을 벗어나지 않은 채 한쪽을 가리켰다.
시선을 돌릴 필요도 없었다.
마법진 밖에는 오직 하나의 문밖에 없었으니까.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그럼 다음에 봬요.”
아이는 히죽- 웃고는 그대로 다시 사라졌다.
“후우-”
서우진이 심호흡하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어떻게 들어오긴 했는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소환석’.
가능하다면 그것을 조금 더 얻고 싶었다.
열 개 정도만 얻을 수만 있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될까?’
마르테스의 성격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마법사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소환석’을 얻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듯했다.
‘일단 부딪혀 봐야지.’
서우진이 문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똑똑-
“들어오거라.”
문이 열렸다.
순간 눈앞에 별천지가 펼쳐졌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서우진의 눈앞에 검은 우주와 함께 빼곡한 별들이 보였다.
‘…뭐지?’
뒤를 돌아봤다.
방금 자신이 들어온 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마법이구나.”
서우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경험은 꽤나 많이 해본 덕분이었다.
그래도 신기하긴 했기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
그 속에서 저마다의 색을 뽐내고 있는 별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아득해질 정도로 거대한 세계였다.
“그리 놀라지 않는구나.”
그리고 그 중심에서 마르테스가 서우진을 맞이했다.
여전히 작고 인형 같은 외모의 그녀는, 반갑다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다시 뵙습니다.”
서우진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재회의 날이 멀 것이라 생각했거늘, 의외로다.”
말하는 마르테스의 눈빛은, 마치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마른침을 삼킨 서우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탁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할 것이라… 혹, ‘소환석’이 더 필요한 것이더냐?”
기다렸다는 듯 되묻는 마르테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