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
#8화.
테스테론은 서우진을 싫어한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경멸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것은 단순히 등급이 낮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약한 놈.’
처음 매시브 가디언에 왔을 때부터 서우진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낯선 환경과 긴장감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 했지만, 적응한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항상 남의 시선을 의식했고, 향상심이라는 걸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기사인 테스테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딴 놈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 누구보다 쉽고,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용사라니.
그래서 그는 서우진을 용사 취급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꼴을 당해도 마땅한 쓰레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두려움에 벌벌 떠는 와중에도 아일린을 구하기 위해 드레이카스의 앞을 막아선 서우진.
물론 직접적으로 뭔가를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행동은 겁쟁이나 나약한 자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때부터 테스테론은 서우진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뭐, 티는 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강해지면 된다.”
그 말 한마디가 테스테론이 서우진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자 격려였다.
‘뭐지? 제정신인가?’
서우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테스테론이 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보자, 테스테론은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물론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만.”
그리곤 걸음을 재촉했다.
피식-
서우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테스테론의 행동이 마치 츤데레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런 괴물 같은 근육을 가지고 안 어울리게.’
푸른 방패 기사단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헬창이 츤데레라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가? 나도 같이 웃지.”
그때, 반 슬레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서우진은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행동에 반 슬레인은 계속해서 자신과 거리를 두려는 그의 태도에 살짝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다, 이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레벨 업을 했더군. 축하허이.”
그는 진심으로 서우진의 성장을 기뻐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덕분이죠,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반 슬레인이 아니었다면 서우진은 벌써 매시브 가디언에서 도망쳐 토벌에는 참가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 속뜻을 알아들은 건지, 반 슬레인의 미소가 짙어졌다.
“자네 조금 바뀐 것 같군.”
“그런가요?”
단순히 당돌한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육체의 균형도 좋아졌고, 미약하지만 마력도 느껴지는구만.”
아직 활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반 슬레인이 아니었으면 눈치도 채지 못했을 미약한 마력.
하지만 양이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서우진이 마력을 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고작 2레벨이 되었다고 마력을 품다니?
평범한 사람은 평생을 수련해도 느끼지 못하는 게 마력이다.
그걸 단 한 번의 레벨 업만으로 이뤄낸 것은 정말 사기적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바뀐 것은…….
“눈빛이 변했어.”
처음 봤을 때의 서우진의 눈동자는 거의 죽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소심하고, 자신 없고,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만 하는 것이 엿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분명 달라졌다.
‘자신감이 생겼군.’
육체의 변화나 마력이 생긴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발전이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건 앞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이야기이고, 그건 곧 빠른 성장과 이어진다는 뜻과 일맥상통했으니까.
“그런가요?”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좋군, 좋아.”
멋쩍어하는 모습이었지만, 이전의 소심함은 보이지 않았기에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신 건지……?”
단순히 잡담을 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반 슬레인의 위치는 그 정도로 가볍지 않았으니 말이다.
특히 아직 전투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지금은 더더욱.
“이런, 나이가 드니 자꾸 깜빡깜빡하는군.”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말을 하는 모습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외모로 저런 노인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게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줄 것이 있어서 불렀다네.”
‘줄 것?’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축하 선물 같은 겁니까?”
서우진이 웃으며 물었다.
농담처럼 한 질문이었지만, 놀랍게도 반 슬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나?”
“엥?”
“가져오너라.”
어리둥절해하는 서우진을 뒤로하고, 반 슬레인은 뒤에 있던 기사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 뭔가를 가지고 왔다.
‘검?’
그것은 검이었다.
마치 밤하늘을 벼려 만든 것 같은 검은색의 검집에 황금빛의 화려한 장식이 새겨져 있는 아름다운 검.
“명색이 용사인데, 보급 검을 들고 다닐 순 없지.”
검을 건네받은 반 슬레인은 그것을 서우진에게 내밀었다.
“젠로이츠 왕국의 특산품인 흑철로 만든 검일세. 단단하기로는 대륙 전체에 소문이 자자하지.”
“이거 너무 화려한 거 아닙니까?”
멋있긴 했다.
보급 검과는 외형부터가 천지 차이였으니…….
하지만 그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아직 일반 병사들보다도 못한 실력에 이런 화려한 검을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낯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부담스러워할 필요 없네. 사실 이런 것밖에 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다른 왕국의 용사들은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 중이었다.
단순히 버스만 타는 것이 아닌, 국보급의 장비까지 내주는 상황이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왕국의 재정은 그리 넉넉하질 못해서.”
넉넉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궁핍에 가까웠다.
특별한 자원이 생산되는 지형도 아니고, 매년 수많은 전사자의 보상을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빠듯했으니까.
이만한 검을 챙겨주는 것도 시온의 입장에서는 꽤나 큰 무리를 한 것이었다.
“그래도…….”
“받게.”
사실 다른 용사들이 사용하는 검에 비하면 초라했다.
형식상 겉은 화려했지만, 검 자체는 기사단의 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
그렇기에 반 슬레인은 민망한 표정으로 검을 건넸다.
반쯤 강제로 쥐여 주는 검을 서우진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아…….”
손에 착 감기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검을 빼 들었다.
스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검집과 같은 흑색의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급 검과는 차원이 다른 예리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무거워.’
지금의 서우진이 쓰기엔 버거웠다.
만약 이 검으로 몬스터와 싸웠다간, 몇 번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지쳐 쓰러질 게 뻔했다.
레벨 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고작 2레벨.
최소한 아일린 수준까지는 강해져야 이 검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되네. 당분간은 쓰던 것을 사용하고, 더 성장을 하면 그때 뽑으시게.”
굳이 지금 선물을 한 이유는 축하의 의미도 있었지만, 다른 뜻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서 이 검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라는 독촉 말이다.
눈치 하나는 빠른 서우진이 그것을 알아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결국은 감사 인사와 함께 검을 갈무리했다.
속으로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이다.
“잘 어울리는구만.”
반 슬레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반면 서우진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고.
‘어울리긴 개뿔.’
이런 걸 돼지 목의 진주라고 했던가?
다루지도 못할 화려한 검을 차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벌써부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것만 같았다.
그래도 명령은 명령이니 차고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전투도 마무리되어 가는 듯하니, 자네도 오늘은 이만 쉬게나.”
뒤를 돌아보니 그의 말대로 어느새 전장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징그러울 정도로 많았던 스노울 무리가 지금은 점점이 흩어져 병사들에 의해 학살을 당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저기서 싸운 거구나.’
속으로 허허- 하며 웃었다.
용케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다 싶다.
첫 전투와 첫 레벨 업.
거기에 부담스러운 선물까지.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하루를 보낸 서우진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레벨 업과 동시에 육체는 완전히 회복되었지만, 정신적으로 너무도 지친 것이다.
“감사합니다.”
반 슬레인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아일린과 함께 몸을 돌렸다.
“고생하셨어요.”
서우진에게 배정된 막사로 돌아가던 도중, 문득 아일린이 말했다.
“하하…….”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힘들었기에 그저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늘은 푹 쉬셔야 할 거예요. 내일부터는 더 힘들어질 테니까.”
토벌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스노울은 무서운 몬스터이긴 했지만, 이 북방에서는 명함도 제대로 내밀지 못할 만큼 약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강력한 몬스터들이 즐비하다.
오늘보다 더 위험해질 것은 당연한 일.
조금이라도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오늘 휴식을 잘 취해야만 했다.
“내일은 어떤 놈들이죠?”
서우진의 물음에 아일린이 살짝 놀랐다.
“좋은 자세예요.”
정보는 중요하다.
앞으로 상대해야 할 몬스터에 대해 알아둔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전투를 할 수 있을 터.
이전과는 다른 서우진의 적극적인 태도에, 아일린은 최대한 자세히 앞으로 마주할 몬스터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것은 날이 저물고 저녁 식사를 끝낸 뒤, 취침 시간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제가 시간을 너무 빼앗았네요.”
괜히 신이 나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다 보니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푹 쉬라고 한 주제에 이렇게 늦게까지 붙잡고 있었던 게 민망했는지, 아일린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부탁한 일인데요, 뭘.”
실제로 아일린의 설명은 서우진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지, 조금이나마 미리 생각해 둘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실전과는 꽤나 다르겠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레벨 업도 했겠다, 솔직히 내일이 기대되기까지 했다.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만하진 마세요.”
서우진의 표정을 본 것일까?
아일린이 나지막이 경고했다.
“레벨 업을 통해 조금 강해진 것은 제가 봐도 느껴져요. 하지만 아직 서우진 씨는 약합니다.”
“윽.”
뼈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건 누구보다 제가 가장 잘 알고 있거든요?”
적어도 눈앞의 아일린 정도로는 강해져야 여유를 조금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전까지 자신은 이곳에서 약자다.
그것을 잊지 말아야 했다.
‘죽지 않으려면 말이지.’
서우진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자, 아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뵙죠.”
아일린은 싸늘한 인사와 함께 막사 밖으로 나가 버렸다.
“쩝.”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조금 친해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괜한 멋쩍음에 재빨리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