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1)
#90화.
“대체 돈을 얼마나 들인 걸까?”
서우진은 자신의 방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마련되어 있는 기숙사도 엄청나게 고급스러웠다.
제국에서 돈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공성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이거 진짜 백금이지?”
방 내부를 수놓고 있는 화려한 문양.
그것은 분명 백금이었다.
“이것만 팔아도 몇억은 나오겠네.”
허허- 웃으며 방을 구경하다 침대에 걸터앉았다.
침대의 매트리스 역시 너무도 푹신했다.
마치 수면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이대로 누웠다간 곧장 잠에 들 정도로 부드러웠다.
‘갖고 가고 싶다.’
기숙사에 두면 얼마나 좋을까?
이지아와 김다혜가 부러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좀 쉬자.”
오늘 하루 종일 아일린의 스파르타 교육을 받았더니, 피곤했다.
얼른 자고 일어나서 택배를 배송하고 싶었다.
‘다크 엘프라…….’
서우진은 철창 안에 갇혀 있던 어린 다크 엘프를 떠올렸다.
아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마음이 찝찝해졌다.
아무리 적이라고는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가 그렇게 구속되어 갇혀 있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헬데인에서 보지 않았던가?
다행히 용사들은 무사했지만, 그들의 손에 죽은 기사들도 있었다.
만약 자신이 돕지 않았더라면, 강병규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아무리 안타까워도, 다크 엘프는 적이었다.
그것도 매우 위협적인 적.
“그런데 뭐가 묘하다는 걸까?”
하늘탑까지 데려가 조사를 해봐야 할 정도면, 심상찮은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 텐데.
대공조차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그 다크 엘프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이들까지 있다니…….
“이거 또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아니겠지?”
서우진은 제발 그러지 않길 바랐다.
아카데미에서 벗어날 때마다 항상 위험한 일에 연루되었다.
이번엔 부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길.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역시 좋았다.
눕자마자 스르륵- 하며 눈이 감겼다.
‘좋아, 얼른 자고 내일…….’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콰아아아앙-!
폭발음과 터졌다.
서우진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지?”
폭발은 대공성에 먼 곳에서 일어난 것 같았다.
그런데도 이곳까지 충격이 전해질 정도였다.
게다가 포근하고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기…….’
폭발에서 마기의 향기가 풍겼다.
방금 전까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우진 씨!”
문이 벌컥 열리며 아일린이 뛰어들어 왔다.
어느새 갖춰 입은 것인지, 아니면 아직 벗지 않은 것인지.
그녀는 푸른 갑주를 입은 채 검까지 챙겨 든 상태였다.
“무슨 일이야?”
“시가지에서 폭발이 일어났어요.”
서우진은 ‘룬 데아’를 집어 들며 아일린과 함께 방을 나섰다.
대공성 내부는 혼란스러웠다.
기사와 병사들이 다급히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시종들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평화로운 이 도시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일이었기에, 그들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대공은?”
서우진이 물었지만, 아일린이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곧장 서우진의 방으로 달려왔으니까.
‘혹시 나 때문인가?’
단 한 번도 다른 누군가에게 침범받지 않은 도시라 했다.
그런데 자신이 이곳에 온 날.
습격이 벌어졌다.
당연히 자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가자.”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안에 있을 순 없었다.
더 큰 피해가 일어나기 전에 막아야만 했다.
서우진은 아일린과 함께 대공성 밖으로 나가기 위해 달음질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브리아니가 루마스라고 불렀던 노인 집사가 둘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손님들께선 염려하지 마시고 안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무시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뜻인 것 같았다.
“하지만…….”
“메르노타인은 약하지 않습니다.”
루마스는 정중하게, 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대공의 기사단도 준비를 마쳤고, 병사들 역시 이미 출정을 시작했습니다. 소요는 곧 잠잠해질 겁니다.”
루마스의 얼굴에는 확신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것은 자신감이기도 했다.
메르노타인의 강함을 믿는다는 자신감.
그것을 본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굳이 억지로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알겠습니다.”
루마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자.”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괜찮을까요?”
아일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녀 역시 이번 습격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대공이 직접 육성한 병력이라며. 매시브 가디언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뛰어나다니 금방 수습할 수 있겠지.”
확실히 조금 전에 뛰어다니던 기사와 병사의 수준이 높아 보였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군기를 유지하며 빠르게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들이라면 웬만한 습격쯤은 웃으며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우리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닐까요? 라는 말은 뒤로 삼켰다.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모르지. 어쩌면 그 다크 엘프를 구하겠다고 벌인 일일지도.”
그동안은 소극적인 습격이었지만,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해서 소란을 일으킨 것일 확률도 있었다.
“확실한 건 없으니까, 우린 일단 돌아가서 대기하고 있자.”
정 심각해 보이면 그때 나서도 될 일이었다.
성에는 대공이라는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가 있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서우진은 아일린과 함께 같은 방에서 한참 동안이나 상황을 지켜봤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최초의 폭발 이후로, 벌써 한 시간 가까이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저 멀리서 간간이 전투 소리가 들려왔고, 마기도 여전히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공은 안 나서나?”
“그 정도의 존재는 쉽게 움직이지 않아요.”
“그래? 그분이 나서면 상황이 쉽게 끝날 것 같은데.”
서우진의 말에 아일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기야 하겠죠. 대공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마왕의 추종자들 중에서도 몇 있었고, 심지어는 몬스터나 마수들 중에서도 있었다.
그들이 메르노타인에 나타날 확률은 마른하늘에서 내려친 벼락을 맞는 것보다 낮을 테지만…….
“만약을 위해서 함부로 움직여선 안 돼요. 만에 하나라도 이 습격이 그분을 노리는 것이라면 큰일이 벌어질 테니까요. 게다가 아직은 그렇게 위험한 상황도 아니니까. 수하들에게 맡기는 편이 낫죠.”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납득한 것은 아니었지만, 쉽게 생각할 문제도 아니란 걸 깨달은 것이다.
‘여기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겠지.’
자신이 끼어들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일까?”
“마기가 느껴지는 걸 보면 다크 엘프나 다른 마왕의 추종자들이 저지른 일일 거예요.”
그것은 서우진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목적이 뭐냐는 것이었다.
“우진 씨를 노리는 것일 수도 있고, 아까 말한 것처럼 잡혀 있는 어린 다크 엘프를 구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만약 서우진을 노리고 저지른 습격이라면 난감했다.
괜히 자신 때문에 애꿎은 이들이 피를 흘린 것일 테니.
마음이 무거웠다.
“역시 여기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건 성미에 안 맞네. 지금이라도 나가서 도와…….”
말을 하던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아일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앉은 채 몸이 굳어버렸다.
“…이런, X발.”
갑자기 마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와 주변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것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덕분에 아일린은 마비가 된 것처럼 몸이 굳어졌다.
서우진은 이런 광경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게랄드.”
이 마기는 분명 그 괴물의 것이었다.
* * *
“피해는?”
“아직 파악 중입니다.”
브리아니의 물음에 붉은 날개 기사단의 단장, 메이거스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정체는 밝혀냈어?”
“아무래도 마왕의 추종자인 듯싶습니다.”
“이번에도 그 아이를 구하러 온 거야?”
“아직 파악 중입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브리아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메이거스.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르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브리아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연일까?”
많이 생략되어 있는 질문이었지만, 메이거스는 용케 그 질문의 뜻을 알아들었다.
“이번 일은 용사를 노린 것이 아닐 확률이 큽니다.”
“왜지?”
“용사가 도착한 지 고작 하루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사이에 준비하고 일을 결행하기에는 지나치게 체계적입니다.”
서우진의 메르노타인 행이 결정된 건 어제다.
도착한 건 오늘이었고,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 모든 걸 예상하고 습격을 준비했다는 건 무리였다.
“그럼 역시 그 어린 다크 엘프겠네.”
“그것도 확실하진 않습니다.”
“…그건 또 왜?”
브리아니의 찌푸려진 미간이 펴질 줄 몰랐다.
계속해서 자신의 말에 태클을 거는 자신의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가 그들이라면, 도시를 공격하기보단 다른 방법을 찾겠습니다.”
메르노타인에는 수많은 병력이 있었다.
심지어 제국의 수호자인 대공도 있다.
몇 번이나 구조를 시도했으니, 구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저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도시를 공격하는 것보단, 다른 방법을 찾는 게 훨씬 효과적일 터였다.
예를 들면, 수도로 향하는 기차를 공격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긴, 그렇겠지?”
브리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거스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뭐지? 어떤 놈이 감히 내 도시를…….”
거기까지 말하던 브리아니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의 끝에는 방금 전까진 없던 존재가 서 있었다.
창가에서 달빛이 스며들며, 그 존재의 얼굴을 비췄다.
다크 엘프였다.
하지만 평범한 놈들과는 달랐다.
잔혹한 미소도 그렇고, 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도끼도 그랬다.
결정적으로 브리아니는 저 얼굴을 알고 있었다.
“…메이거스, 저 광신도 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고저가 없는 냉막한 질문에, 메이거스가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하늘탑에서 공을 들여 만든 그의 마법검이 짙은 마력을 흩뿌렸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그 역겨운 모습을 드러내느냐, 게랄드.”
마기가 옥죄여왔다.
하지만 최상급 기사인 메이거스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상급 기사조차 억눌렀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가 얼마나 높은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게랄드는 그런 메이거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럴 가치가 없다는 듯.
오직 브리아니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입을 열었다.
“제국의 암캐야.”
“뭐래, 더러운 마왕의 발닦개가.”
브리아니가 코웃음을 치며 게랄드를 노려봤다.
“그분의 뜻을 받들어, 오늘 네 수급을 취하겠노라.”
게랄드가 도끼를 들어 그녀를 겨누었다.
마기와 더불어 광폭한 살기가 치솟아 올랐다.
그 모습에 브리아니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자신은 있고?”
붉은 머리카락이 넘실거린다.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듯, 마치 타오르는 화염처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