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4)
#93화.
산산이 부서진 마기가 명멸한다.
부릅뜬 게랄드의 눈이 서우진의 모습을 담았다.
“네놈…….”
죽여야 할 버러지였다.
실제로도 죽일 생각이었다.
이전에 마주했을 때,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준 순간부터 해온 생각이었다.
때문에 기꺼웠다.
이런 곳에서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
그런데…
감히 자신의 일격을 막았다.
제국의 날개 중 하나를 꺾어버릴 일격을 말이다.
하지만 게랄드가 놀란 것은 단순히 공격이 막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순백의 검을 감싸고 있는 검은 불꽃.
그것에서부터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찌 마기를 다루느냐?”
저놈은 용사다.
마왕의 천적이자, 마기의 상극이다.
그런 용사가 마기를 양분 삼아 타오르는 불꽃을 휘두른다.
게랄드의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마기는 개뿔.”
비웃음과 함께 검이 날아든다.
게랄드는 감히 마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뒤로 날렸다.
저 불꽃에 닿았다간, 결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이전에 보았던 검은 생명체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의 뜻은 쉽사리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어딜!”
방금 전까지 죽음을 떠올리고 있었을 대공이 허공을 붙잡고 비틀었다.
우득-!
동시에 팔이 부러진다.
이조차도 상정 외의 상황이다.
분명 저 암캐의 힘으론 이 육체를 파괴할 위력이 없을 터인데.
‘아…….’
부러진 팔을 본 게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의 최초 일격이 생각보다 커다란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단단한 피부에 금이 가고, 마기 회로가 찢겨 있었다.
덕분에 충분한 방어를 해낼 수가 없었던 듯하다.
통증이 밀려왔지만, 하찮다.
뒤늦게 마기를 집중하자 덜렁거리던 팔이 다시 굳건해졌다.
찰나의 순간 동안 이루어진 일이었다.
용사의 제2격이 다가오고 있었다.
새삼 박살난 자신의 도끼가 안타까웠다.
“물러나거라!”
적색 마기가 주먹을 휘감으며 순백의 검과 충돌했다.
꾸우웅-!
순간적으로 공간이 일그러졌다.
공간이 둘의 충돌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었다.
게랄드는 감탄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저 용사가 이룩한 경지가 낮지 않다.
‘저 날개 때문인가?’
마력의 순환이 날개를 거치며 몇 배로 증폭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측량할 수 없는 마력을 기반으로, 대공과 함께 몰아쳤다.
콰과과과과과광-!
순식간에 수십 합의 공방이 오갔다.
마기가 깨져 나간다.
피로를 견디지 못한 육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득보다는 실이 많겠다.’
용사의 저 비정상적인 신위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둘의 합공이 1분만 더 이어진다면 게랄드는 죽음을 피할 수가 없었다.
‘자리를 피해야겠군.’
치욕이었다.
붉게 물든 안구가 다시 한번 용사의 얼굴을 담았다.
뇌리에 깊이 각인시키겠다는 듯.
전신의 마기를 끌어올려 전면에 터트렸다.
“흐윽!”
“음…….”
둘의 신음이 들려왔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게랄드는 이 승기를 이어갈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은 도주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으니.
“네놈, 다시 보자꾸나.”
공간이 접혔다.
뒤늦게 용사의 검이 따라왔지만, 늦었다.
게랄드는 어느새 사라져 모습을 감추었다.
* * *
서우진은 허공을 노려보았다.
‘죽였어야 했는데.’
대공의 앞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무스펠하임’을 사용했다.
게랄드가 스치듯 말한 마기라는 단어를 그녀가 못 들었을 리가 없다.
페널티가 상당하다는 ‘셀레스티얼 윙’까지 발동했는데…….
이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도 놈을 죽이지 못했다.
전투에는 승리했지만, 서우진은 짙은 패배감이 들었다.
“아이야.”
그때, 옆에서 브리아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우진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여전히 타오르는 적발을 뒤로한 채 서우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가 사용하는 그 힘.”
그녀의 손이 이쪽을 향했다.
그 안에 담긴 기운에 절로 긴장감이 치솟아 올랐다.
“그게 뭐니?”
결국은 물었다.
서우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그 어떤 변명을 댄들,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건…….”
그래도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기에, 입을 열려던 차였다.
검은 날개가 사라졌다.
‘셀레스티얼 윙’의 지속 시간이 끝난 것이다.
고작 2분.
전력으로 사용한 덕분에 모든 능력이 다섯 배로 증폭되긴 했지만, 시전 시간은 1/5로 줄어들었다.
날개가 사라지자 서우진이 빠르게 바다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딴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끄아아아아악!’
소리 없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온몸이 찢기는 듯했다.
육체의 진화를 겪을 때보다도 강한 충격.
머릿속에 벼락을 정통으로 맞은 듯했다.
비명조차 나오질 않았다.
울컥-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페널티가 있다더니…….’
이건 상상을 초월했다.
허락되지 않은 힘을 사용한 대가는 서우진을 확실히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눈을 감은 건지, 뜬 건지도 알 수가 없다.
온통 암흑만이 가득했다.
‘죽나?’
자연스레 죽음을 떠올렸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해 대공을 구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상황을 보아하니, 어차피 대공은 게랄드를 이겨낼 수 없었다.
그럼 서우진 역시 죽었을 것이다.
그러니 후회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파도 너무 아팠다.
‘이런, X발…….’
결국 서우진의 의식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 * *
“흔적은?”
아그나가 담뱃재를 털며 물었다.
“북서쪽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잡을 수 있을까?”
“아이들을 믿으시지요.”
부하는 아그나의 걱정을 일축했다.
“하긴, 그 녀석들이라면 상처 입은 게랄드 정도는 잡을 만하지.”
크루시엘의 최대 전력, 기동 특무 부대를 파견했다.
애초에 그런 괴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만든 무력대였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하온데 피해가 너무 크지 않은지 우려됩니다.”
크루시엘은 게랄드의 움직임을 미리 포착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했다.
제국령 전체의 정보망을 재점검하고, 모든 수상한 움직임을 감시했다.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게랄드를 찾는 일은 지난했지만, 이번에는 늦지 않게 감지해 낼 수 있었다.
그래서 함정을 약간 파두었다.
게랄드가 아무리 괴물이라 해도, 대공과 격돌한 뒤에는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 틈을 노려 제국의 대적 중 하나를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메르노타인이 반파되었고, 대공 역시 죽을 뻔했다.
아그나는 그만한 희생을 예상하지 못했다.
“놈이 생각보다 강했지.”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했다.
“그래도 서우진이 그 자리에 있어서 다행이었어.”
그것도 변수 중 하나였다.
설마 그 서우진이 메르노타인에 나타날 줄이야.
덕분에 대공이 목숨을 건졌고, 게랄드가 도주했다.
조금 틀어지긴 했지만, 결국엔 아그나의 계획대로 된 것이다.
“메르노타인에 대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마. 재건은 물론, 보상에도 힘쓰도록.”
그녀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 정도였다.
게랄드를 잡는 대가로 이 정도는 싼 것이었으니까.
부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듭니다.”
부하가 나가자 아그나는 책상을 두드렸다.
서우진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게랄드를 몰아낼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적어도 1년 이상은 더 성장해야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보기 좋게 그녀의 판단을 빗겨 나갔다.
“어떻게 한 걸까?”
대공과 게랄드의 전투에서 서우진이 도움을 줬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정보원의 수준으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갔다간 싸움에 휘말려 시체조차 찾지 못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파악할 수가 없었다.
“대공께 여쭤봐야 하나?”
제국의 수호자를 미끼로 던졌음에도, 그녀의 음성에는 일말의 자책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아그나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고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것은 잠시 후, 그림자로 이루어진 새의 발목에 묶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도끼가 떨어져 내린다.
피하기 위해 몸을 틀어 도망쳤다.
하지만 도끼는 여전히 머리 위에 있었다.
아무리 도망을 쳐도, 절대 멀어지는 법이 없었다.
스킬을 사용했다.
감추고 있던 모든 것들을 쏟아부으며 도끼를 부수기 위해 공격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마치 모래처럼 스러져 나갔다.
‘이건 죽겠다.’
자신이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새 산보다도 거대해진 도끼가 정수리를 가르며, 온몸을 벌레처럼 짓이겨 버렸다.
“끄허억!”
눈을 뜬 서우진이 비명을 지르려다 숨을 집어삼켰다.
칼로 전신을 여미는 듯한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하지만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아일린이었다.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대답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 작은 행동만으로도 온몸이 떨려왔다.
“이만하길 다행이에요.”
아일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 이번엔 정말로 죽을 뻔했어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게랄드의 도끼에 머리가 쪼개져 죽는 꿈까지 꿨을까?
“그래도 대공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된 걸까?’
분명 브리아니는 그의 이질적인 스킬을 목도했다.
그것을 생각해 보면 살려주기보단, 고문하고 심문해서 정보를 얻어내는 쪽이 더 어울렸다.
‘아, 일단 살린 뒤에 할 생각인 걸까?’
이야기를 들으려면 서우진이 살아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일단은 몸조리에 힘쓰고 있어요. 하늘탑의 마법사와 아이에르의 사제들도 도착했으니, 금방 몸을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아일린은 그릇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변명거리를 생각해야 해.’
살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하긴 했지만, 이제는 그 수습을 해야 할 때였다.
‘뭐라고 말을 해야 대공이 믿을까.’
그냥 용사의 스킬 중 하나라고?
유적에서 얻은 1회용 아이템을 사용했다고?
무슨 변명을 해도 추궁을 당할 것만 같았다.
통증 덕분에 제대로 된 사고가 힘들었다.
가만히 누워만 있는데도 사신이 목에 낫을 들이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거 회복될 수 있긴 한 건가?’
이렇게까지 망가져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질기디 질겼던 마력 회로가 걸레 조각이 됐고, 육체는 유리처럼 약화됐다.
마력은 한 줌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생명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줄줄 새는 느낌이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자신의 몸을 관조한 서우진이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용케도 살아 있다 싶다.
그때,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붉은 머리카락.
“정신 차렸니?”
대공이 찾아왔다.
익살맞은 표정과 장난기 가득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의심과 냉막함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