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6)
#95화.
“하늘탑부터 갈까?”
아카데미로 가서 애들을 만나고 싶긴 했지만, 그보다는 보상과 선물이 더욱 땡겼다.
이만큼 고생했는데,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했다.
“저는 아카데미로 돌아가 먼저 보고를 하고 있을게요.”
용사의 수행 기사로 온 참이다.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히 보고를 해야만 했다.
“그런 것도 해야 해?”
서우진이 물었다.
“기사니까요.”
기사는 단순히 쌈박질만 해대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체계가 있었고, 그것은 아카데미로 파견 온 아일린도 지켜야 할 사항이었다.
“기사도 고생이네. 어쩔 수 없지. 조금만 더 수고해.”
“조심히 다녀오세요.”
서우진은 아일린과 헤어져 하늘탑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카데미 제복을 입지는 않았지만, 브리아니가 준 옷이 지나치게 고급이었기 때문이다.
짙은 갈색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코트.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셔츠와 일자로 쭉- 뻗은 검은색 바지.
그리고 허리춤에서 덜렁거리는 ‘룬 데아’까지.
제국의 수도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특상의 의복이었다.
서우진은 그들의 시선이 불편한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마음 같아서는 벗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마법 방어랑 물리충격감소 마법이 걸려 있다고 했던가?’
이 옷에 부여되어 있는 마법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입었던 자동온도조절 마법이 걸린 누더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벗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주다니.’
새삼 대공의 위치가 실감이 났다.
서우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여전히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하늘탑에 도착했다.
‘오늘도 그 아이가 나오려나?’
마력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아이를 떠올리며 하늘탑의 문을 두드렸다.
스르륵- 하며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바르시크.
마도사의 위에 앉은 그가 직접 서우진을 맞이했다.
“어, 안녕하세요?”
서우진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바르시크에게서 느껴지는 품격은, 왠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들어와라. 탑주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넵.”
바르시크의 뒤를 따라 하늘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이가 안내했던 것처럼, 서우진을 하늘탑의 최상층으로 인도했다.
그때와 다른 것은, 바르시크는 마법진에서 벗어나 서우진과 함께 마르테스의 방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똑똑-
노크하자, 저절로 문이 열렸다.
우주를 빗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왔구나.”
차를 마시던 마르테스가 서우진을 반겼다.
“안녕하세요.”
브리아니와는 다른, 고귀한 기품이 느껴졌다.
“이리 와 앉거라.”
마르테스는 미소를 지으며 서우진을 안으로 들였다.
우주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가 내준 의자에 앉았다.
푹신한 감촉에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보이니 다행이다. 걱정을 많이 했느니라.”
“덕분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마르테스가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침대에 누워 있을지도 모른다.
“과례니라.”
마르테스는 고개를 저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표정이 밝았다.
“일단 약속했던 것부터 줘야겠지.”
말을 하며 바르시크에게 손짓했다.
“여기 있습니다.”
그가 마르테스에게 가죽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받거라. ‘소환석’이니라.”
서우진은 반색하며 주머니를 받았다.
‘응?’
그런데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분명 열 개를 주기로 한 것 같은데, 무게를 보면 그보다 무거웠던 것이다.
슬쩍 주머니를 끌러 안을 확인했다.
‘하나, 둘, 셋……. 열다섯?’
‘소환석’은 열 개가 아니었다.
무려 열다섯 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눈을 끔뻑였다.
“내 너에게 선물을 주겠다 하지 않았더냐?”
서우진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마르테스의 미소가 짙어졌다.
“가, 감사합니다.”
애들에게 한 개씩 나누어줘도 여덟 개나 남는다.
그 정도면 백시우의 레벨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에 든다니 흡족하다. 허나, 아직 멀었느니.”
마르테스는 그리 말하고는 허공에서 무언가를 더 꺼내 들었다.
“반지?”
푸른색의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반지였다.
“이것은 내 친우를 구해준 보상이니라.”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툭-
손가락이 닿자, 빛으로 화해 왼쪽 검지에 안착했다.
마치 맞춤 제작이라도 한 것처럼 꼭 맞았다.
“‘아이기스’이니라.”
그게 무엇이냐는 듯 멀뚱히 쳐다봤다.
그러자 뒤에서 설명이 들려왔다.
“하루에 한 번.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방패를 소환할 수 있다.”
바르시크였다.
“…모든 공격이요?”
서우진의 물음에 마르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까지는 무리겠다마는, 에인션트 급 드래곤의 숨결 정도는 무리 없이 막아낼 수 있느니라.”
그러니까 고룡의 브레스도 막아낼 수 있다 이거지?
서우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루 한 번이라는 제약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흠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미친 성능을 자랑하는 아이템이었다.
옷에 걸린 마법들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제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요?”
이런 반지라면 제국에서도 보물 중 보물로 취급할 것 같았다.
황제 정도나 되어야 쓸 수 있지 않을까?
“상관없느니라. 어디 가서 또 다치지 말라고 주는 것이니.”
마르테스의 눈이 장난스럽게 휘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했다.
“내 친우를 구해준 것에 대한 선물이니, 부담된다 생각지 말거라.”
확실히 하늘탑의 주인은 배포가 남달랐다.
“정말 잘 사용하겠습니다.”
적어도 목숨을 몇 번은 구해줄 수 있는 아이템이다.
마르테스가 원한다면 그랜절이라도 올릴 수 있었다.
“내 회포를 더 풀고 싶다만, 아쉽게도 할 일이 있느니라.”
“아,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꼭 다시 들르거라. 그때 못다 한 이야기를 하자꾸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우진은 허리를 꾸벅- 숙이고는 방을 나섰다.
바르시크가 따라 나와 서우진을 1층으로 옮겨주었다.
“아, 그리고 바르시크 님.”
하늘탑을 나서려던 서우진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멈춰 섰다.
“말해라.”
“그… 비슷한 문양을 더 찾았는데, 해석을 부탁해도 될까요?”
바르시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더 찾았다?”
따가운 시선이 박히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말을 이었다.
“어디서 찾았지?”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대답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건 좀… 대공께서 함구하라 하셔서요.”
브리아니의 이름을 좀 팔았다.
아무리 바르시크라 하더라도, 그녀의 이름 앞에선 함부로 캐묻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은 맞았다.
“조만간 찾아가도록 하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서우진이 웃으며 하늘탑을 나섰다.
이번 문양이 해석된다면, ‘이계마왕록’에 대해 조금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금 기대가 되었다.
서우진은 품에 있는 ‘소환석’과 손가락의 반지를 쓰다듬으며 기분 좋게 아카데미로 향했다.
미친 듯이 힘든 외출이었지만, 얻은 것도 많았기에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 * *
촤아아악-!
검은 갑주의 기사 한 명의 몸이 찢겼다.
붉은 피가 허공에 흩뿌려졌지만, 비명소리 하나 내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순간에도 손을 뻗어 적의 움직임을 방해하려 했다.
“귀찮은 놈들이구나.”
게랄드의 미간이 좁혀졌다.
벌써 몇 명째인가?
자신의 손에 목숨이 달아난 놈의 수가?
기십 명은 넘었음에도, 저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추적했다.
‘곤란하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대공과 용사를 상대하며, 상당히 무리했다.
특히 마지막 용사의 검에 육체가 깨지고 있었다.
강대한 마기로 붙잡고는 있었지만, 시간을 계속 끈다면 곧 붕괴하고 말 터였다.
“날파리 같은 놈들.”
검은 기사들은 하나하나가 위협적이었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마기를 뚫고 몸에 상처를 냈다.
“크루시엘인가?”
이만한 전력을 보낼 만한 놈들이라면 그 쥐새끼들밖에 없었다.
그토록 행적이 밝혀지지 않기 위해 조심했건만, 아무래도 꼬리를 밟힌 듯했다.
우득-
다시 한 명의 목을 꺾었다.
숨이 끊어진 놈의 시체를 한쪽으로 던졌다.
“후으으-”
호흡이 흐트러진다.
저런 놈들에게 위기를 맞이할 줄이야.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기감에 몇 놈이 더 걸려들었다.
게랄드는 놈들의 숨통을 끊는 대신, 자리를 피하기로 결정했다.
발을 내밀자 공간이 접히며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적어도 수 킬로미터는 이동했다.
이 정도면 바로 따라붙지는 못…….
게랄드가 생각을 멈추며 팔을 들었다.
검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콰가각-!
“음…….”
놀랍게도 검은 마기를 뚫고, 팔을 관통했다.
지금까지 상대한 날파리들과는 격이 다른 검격이었다.
“낯이 익은 검이다.”
팔에 꽂힌 검을 내려다봤다.
수수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내재된 힘이 결코 가벼이 볼 수 없었다.
끼기긱-
검이 홀로 움직이며 팔을 빠져나와 한쪽으로 날아갔다.
“검공.”
게랄드가 침음했다.
“운이 좋군.”
검공 다리엘이 자신의 검을 잡아 들고는, 웃었다.
“설마 내가 당첨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게랄드의 이동 경로에 크루시엘의 기동 특무 부대가 넓게 포진해 있었다.
어느 곳으로 공간이동을 하든 걸릴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다리엘도 그중 한쪽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엉망진창이 된 게랄드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
“네놈의 신이 너를 버린 모양이다.”
다리엘이 게랄드를 조롱했다.
“너 따위가 입에 담을 분이 아니다.”
그 말에 분노했다.
“그 아이에게 당했다지? 벌써 두 번째다. 그 정도면 네가 모자라다는 뜻이야.”
다리엘은 비꼼을 멈추지 않았다.
‘이곳이 내 무덤이 되겠군.’
제국의 날개를 꺾으러 왔다가, 자신의 목이 달아나게 생겼다.
죽음이 무섭지는 않지만, 그분의 강림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화르르륵-
마기가 불타오르며 게랄드의 전신을 휘감았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끌어올린 탓에, 기운이 심상찮았다.
“약해졌구나, 게랄드.”
하지만 다리엘은 고개를 저었다.
본신의 힘에 절반도 이르지 못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것만으론 내 검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잘 알 테지?”
다리엘이 물었다.
하지만 게랄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전의를 가다듬으며 마기를 예리하게 연마할 뿐이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다, 너와 나의 악연도.”
몇 번을 부딪쳤을까?
하지만 둘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번번이 승부를 내지 못했다.
다리엘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국의 적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워했다.
“오라.”
게랄드가 주먹을 쥐며 자세를 잡았다.
동시에 다리엘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스아악-
게랄드의 육체가 먼지로 화했다.
* * *
“……응?”
서우진은 갑자기 터져 나오는 빛에 눈을 부릅떴다.
“이, 이게 갑자기 왜?”
아카데미로 돌아가던 도중, 서우진은 레벨 업을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