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7)
#96화.
검은 공간에 도착한 서우진은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왜?”
길을 걷다 레벨 업을 하다니?
무슨 웹소설 제목도 아니고…….
“길만 걸어도 레벨 업이야?”
허허- 하고 웃었다.
그러곤 대체 왜 레벨 업을 한 것인지 고민을 해보았다.
무려 5레벨이다.
38레벨이 됐다.
무려 이지아의 레벨을 추월한 것이다.
‘이만한 경험치를 줄 만한 놈이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게랄드가 죽은 건가?”
고작 3분가량의 전투를 벌인 게 전부였다.
그사이에 꽤나 큰 타격을 주긴 했지만, 그게 한계였다.
죽일 수도 없었고, 치명상을 입히는 것도 무리였다.
만약 브리아니가 없었다면, 죽는 건 자신이었을 터.
만약 게랄드가 죽어서 레벨 업을 한 것이라면…….
“경험치가 어마어마하네.”
혼자 잡았다면 수십 레벨을 올릴 수도 있었겠다.
새삼 그 괴물 놈이 얼마나 강한지 실감이 났다.
“그런데 누가 죽인 거지?”
경험치가 들어온 걸 보면, 서우진의 기여도가 인정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럼 게랄드는 그때의 부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싸웠다는 건데…….
‘대공은 아닐 테고.’
그녀는 지금 메르노타인을 복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망간 게랄드를 쫓아가 죽일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해 봐야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서우진은 크루시엘의 존재도, 그들이 가진 힘도 몰랐으니까.
결국 고민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지나가던 검공이라도 만난 모양이지.”
정답을 맞혔지만, 서우진은 그런 사실도 모른 채 검은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38레벨이라니.”
50레벨이 되기까지, 이제 고작 12개의 계단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가 되면 뭔가 바뀐다고 했었지?”
백시우의 말이었다.
5레벨에 스킬이 주어지고, 10레벨에 직업이 정해진다.
그리고 50레벨이 되면, 또 한 번의 변화가 생긴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절대 평범한 건 아닐 것이다.
“머리에서 뿔이라도 자라는 건 아니겠지?”
농담 같지 않은 말을 내뱉으며 아카데미로 들어섰다.
“아저씨!”
아일린을 통해 소식을 들었는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괜찮아요? 많이 다쳤다면서요? 거의 죽을 뻔했다고 하던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다, 야.”
“쇠질이 부족해서 그럽니다, 쇠질이! 오늘부터 요일별로 저랑 같이 상, 하체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렇게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기꺼웠다.
서우진은 웃으며 질문 하나하나에 대답을 해주었다.
숨길 건 숨기고, 밝힐 건 밝히면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그러니까 이걸 사용하면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다고요?”
계수지가 ‘소환석’ 하나를 든 채 물었다.
“그 어떤 몬스터라도 다 소환할 수 있다고 하네요.”
“……레벨 업을 할 수 있겠군요.”
아카데미에서 보급해 주는 몬스터는 안정적인 경험치를 쌓을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걸론 너무 부족했다.
서우진과 함께 훈련하며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강해지고 싶은 향상심을 지녔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대신 감당할 수 있는 몬스터만 소환해야 해요, 괜히 자기가 고른 놈한테 죽고 싶지 않으면.”
“그거야 당연하죠.”
계수지가 기대감으로 가득찬 표정을 지었다.
싸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성격다웠다.
“총 열 번을 소환할 수 있으니,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10레벨 이상은 올릴 수 있을 거예요.”
말이 10레벨이지, 결코 쉽지 않았다.
이지아만 해도 그만큼 레벨 업을 하면, 단숨에 엘리트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런 걸 우리한테 줘도 됩니까?”
구동환이 떨떠름한 음성으로 물었다.
고맙긴 하지만, 공짜로 이런 아이템을 받는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저 혼자는 다 못써요. 아직 남은 것도 있으니, 다 같이 강해지는 게 좋죠.”
“역시 아저씨예요!”
이지아가 엄지를 척- 올렸지만, 서우진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칭찬하려는 것 같았지만, 말의 내용이 좀 거슬렸던 것이다.
‘대단하다는 거냐, 아니면 진짜 아저씨 같다는 거냐.’
괜히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흠흠, 당분간은 레벨을 올리는 데 주력하죠. 대련 훈련은 그 후로 미루고.”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
서우진의 말에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지아가 가장 먼저 허리를 꾸벅- 하며 인사를 했다.
“감사요.”
김다혜가 그 뒤를 이었고, 다른 사람들도 서우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 정도면 호감도작은 충분하겠지?’
웬만해선 서우진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 그리고 소환은 개인 연무실에서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봐야 좋을 건 없으니까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경험치 버프다.
서우진의 말마따나, 많은 사람이 알아봐야 잡음만 생길 것이다.
“알겠습니다아!”
“그럼 모두 해산!”
굳이 일일이 한 명씩 몬스터를 골라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저들도 많은 경험을 쌓은 용사들이었으니까.
자신의 실력쯤은 확실히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알아서 잘 고르겠지.’
스스로의 위험을 자초할 만한 바보는 없었다.
‘……아닌가?’
서우진이 신나서 방방 뛰고 있는 이지아를 쳐다봤다.
저 녀석은 왠지 사고를 칠 것 같긴 했다.
‘신경 끄자.’
이지아가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 같아도, 아니었다.
남들을 보살필 줄도 알았고, 눈치도 빨랐다.
가벼울지언정 바보는 아니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서우진은 서로 모여서 제이로빈이 배포한 몬스터 도감을 살펴보고 있는 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 * *
“네가 원하던 것이다.”
툭-
다리엘이 아그나의 책상 위로 둥근 물체 하나를 던졌다.
“결국 잡았군.”
“몸통은 없다.”
수도 없이 많은 조각으로 잘리며, 먼지로 화했으니까.
“이거면 충분해.”
아그나는 게랄드의 잘린 머리를 들어올렸다.
방금 전까지 작성하고 있던 서류들이 검은 피로 범벅이 되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무려 게랄드를 처단했으니까.
“아까운 대공만 잃고 놓칠 뻔했는데, 네가 고생했다.”
“흥. 상처 입은 쥐새끼를 잡는 게 무슨 대수라고.”
다리엘은 딱딱한 소파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이제 몇이나 남았지?”
마왕의 추종자들 중 가장 유명한 강자는 게랄드다.
하지만 그가 가장 강한 건 아니었다.
“하나가 죽었으니, 이제 열둘.”
13사도가 12사도로 줄어들었다.
“지랄 맞게 많이도 남았군.”
“그중 소재가 파악된 건 고작 셋이다.”
아그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크루시엘의 모든 역량을 동원했음에도 그 정도밖에는 밝혀내지 못했다.
대부분은 제국령 밖에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 세 놈은 언제 칠 생각이고?”
어디 있는지 안다면, 가서 죽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아그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못 죽여.”
“…무슨 말이냐.”
“네 실력으론 안 된다는 말이지.”
“허!”
다리엘의 몸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폭사됐다.
“따가우니까 그만둬.”
아그나는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전부였다.
“재미없군.”
순식간에 기운이 갈무리됐다.
마력의 수발이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내 실력으로 안 된다는 건 무슨 뜻이냐?”
“제노니아, 고른, 아르데토스.”
아그나는 이름 세 개로 대답을 대신했다.
“…확실히 무리겠군.”
그 세 명은 마왕의 추종자들 가운에서도 특히나 강력한 이들이었다.
검공으로서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적어도 날개가 셋은 모여야 확신할 수 있어.”
검공, 마공, 권공, 암공, 대공.
그중 셋이 모여야 저들 중 하나를 상대로 필승을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냐? 네 성격에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진 않을 텐데.”
“1년. 그 정도만 기다리면 돼.”
아그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때쯤이면 놈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는 듯 말이다.
“용사를 이용할 생각이군.”
“맞아. 그 시간이면, 그 녀석들도 쓸 만해지겠지.”
검을 날카롭게 벼린다고 생각하면 될 터였다.
“서우진이라는 놈은 지금도 충분히 예리한 것 같다만.”
게랄드를 상대로 선전했다.
비록 혼자 상대한 것이 아니라곤 하지만, 지금 용사들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눈여겨보고 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대공에게 물었지만, 모르겠다는 답변만 왔지. 뭔가 숨기고 있는 건 확실한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단 말이야.”
아그나는 브리아니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덕분에 서우진에 대한 의심이 더 짙어졌다.
“차라리 잡아서 심문하는 게 어때?”
감추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방법은 많다.
특히 크루시엘에는 그 종류가 수백 종은 될 터.
아직 덜 여문 용사 하나를 잡아다가 뒤를 캐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웠다.
“그 녀석을 건드렸다간 가만있지 않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런 건 내 검으로 잠재워 주마.”
다리엘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아그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공과 검공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면 생각해 볼게.”
멈칫-
다리엘이 아그나를 쳐다봤다.
“대공은 그렇다 치고, 마공까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서우진에게 꽤 큰 호감을 지니고 있더라고.”
“허어-”
마르테스는 고귀하다.
이름뿐인 황족, 대공과 비교해도 그 격이 아득히 높았다.
그런 마공이 일개 용사를 총애한다고?
다리엘은 믿을 수가 없었다.
“궁금하면 직접 가서 물어보던가.”
아그나가 툭- 말했지만,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분간은 옆에서 지켜만 봐야겠군.”
마공의 눈이 있는 한, 서우진을 납치하는 건 불가능했다.
만약 가능하더라도 그래선 안 된다.
마르테스의 분노를 온전히 감내하는 건, 검공에게도 두려운 일이었으니까.
“볼일 끝났으면 이만 가봐.”
아그나가 새로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축객령을 내렸다.
“받을 건 다 받았으니 꺼지라는 거냐?”
“나는 이걸 좀 감상해야겠으니까, 나가.”
아그나의 손에 게랄드의 머리가 들어올려졌다.
그동안 지독하게도 자신과 크루시엘을 괴롭힌 놈의 머리다.
다리엘이 나가면, 그대로 박제해서 집무실에 걸어둘 생각이었다.
일진이 좋지 않을 때마다 그걸 들여다볼 요량으로.
“기분 나쁜 놈.”
“년이거든?”
“기동 특무 부대에 많은 피해가 났으니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줘라.”
게랄드를 잡기 위해 수십 명의 기사가 죽었다.
이름도 남기지 못한 이들이다.
제국을 위해 스스로 택한 길이었다.
적어도 보상만큼은 제대로 해주고 싶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가라고.”
“…그러지.”
코웃음을 내뱉은 다리엘이 문을 나섰다.
하지만 아그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게랄드의 머리를 흔들며 가지고 놀았다.
광기가 가득해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