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8)
#97화.
쿠웅-
몬스터의 거대한 사체가 몸을 뉘었다.
서우진은 ‘룬 데아’를 휘둘러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열 마리째.”
일주일 동안 서우진이 잡은 몬스터의 수였다.
그것도 고르고 골라, 최대한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놈만 사냥했기에 레벨은 순식간이 치솟아올랐다.
“13레벨이라…….”
서우진은 그야말로 폭업을 했다.
몬스터 열 마리를 잡으며 무려 13레벨을 올린 것이다.
덕분에 현재 그의 레벨은 51에 도달했다.
드디어 백시우가 말한 50레벨을 돌파해 버렸다.
“설마 이럴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백시우의 말을 떠올렸다.
그게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바로 어제 서우진은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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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서우진.
■직업적성 : 마왕 [측정불가]
■레벨 : 50
■스킬 : ???[패시브], [지고화], [신속], [나락살], [광폭], [염라], [천공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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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이 간소화되었다.
아니, 그보다는 합쳐졌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비슷한 성질이거나, 상성이 좋은 것들이 하나가 되었다.
그 효과와 성능이 훨씬 뛰어나진 것은 물론이었다.
‘‘???’는 여전히 뭔지 모르겠지만.’
레벨이 높아지며 끝도 없이 스킬의 숫자만 늘어났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간소화되었으니, 서우진이 사용하기에도 편했다.
“뭐, 그래도 남들 앞에서 쓸만한 건 몇 개 안 되지만 말이야.”
‘지고화’, ‘신속’, ‘천공검’.
이 세 가지가 전부였다.
남은 건 여전히 이질적인 것들이었기에, 보는 눈이 있는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더 심해졌지.”
이젠 이질적이다 못해 기괴할 정도였다.
‘나락살’과 ‘염라’를 사용해 본 뒤에는 사용자인 서우진조차 겁을 집어먹을 정도였다.
“효과는 좋긴 하지만, 역시 쓸 게 못 돼.”
다른 사람들이 대공처럼 마음씨 좋게 넘어가 줄 리가 만무했다.
“그나저나 슬슬 레벨이 잘 안 오르네.”
이전에는 한 마리만 잡아도 2~3레벨씩 팍팍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방금 전에도 강력한 몬스터를 사냥했음에도 전혀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점점 힘들어진다더니만.”
남은 여덟 개의 ‘소환석’을 모두 사용하면 100레벨쯤 되지 않을까? 했는데 욕심이었다.
70레벨 정도가 한계이지 않을까?
물론 그 정도만으로도 대단하긴 했지만 말이다.
“조금만 더 올리면 백시우를 따라잡을 수 있을 텐데.”
어느새 그 녀석의 레벨은 55가 되어 있었다.
로지 루비를 잡으며 오른 레벨과 그 이후로도 따로 지원을 받은 덕분인 것 같았다.
확실히 제국의 국력이 빵빵하긴 했다.
아카데미를 챙기는 와중에도 백시우에 대한 지원도 넘사벽인 걸 보면 말이다.
그에 반해 시온은…….
“아카데미에 온 이후로는 소식도 잘 안 들리네.”
다른 용사들은 여전히 각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백시우만큼은 아니어도, 무기나 마력 응집체 같은 영약도 꾸준히 보내온다고.
하다못해 C급인 김다혜조차 매주 물감과 스케치북을 지원받는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서우진은 참으로 처량했다.
“그래도 난 아일린이 있으니까.”
그 모든 지원을 준다고 해도 아일린이랑은 안 바꿀 거다.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괜한 자괴감에 머리를 긁적이던 서우진은 ‘지고화’를 발동했다.
“……!”
소음은 없었다.
다만 ‘흑염’보다 어둡고, ‘무스펠하임’보다 강렬한 초고열의 검은 화염이 몬스터의 잔해들을 태울 뿐.
아니, 소멸시켰다는 쪽이 더 어울렸다.
한 조각의 재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불살라 버렸다.
그 어마어마한 위력에 서우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실내 연무장을 나섰다.
“끝나셨습니까?”
실내 연무장의 관리를 맡고 있는 소장이 웃는 낯으로 다가왔다.
“아, 네. 끝났어요.”
“서우진 님은 참으로 열심이시네요.”
실내 연무장을 이용하는 용사들은 많았다.
하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매일 나와 훈련하는 사람은 서우진이 유일했다.
관리소장은 감명받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뭐.”
그동안 꽤나 친해졌기에, 서우진도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들어가시는 겁니까?”
“네. 약속이 좀 있어서요.”
“그렇군요. 제가 괜히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괜찮아요. 그리 급한 건 아니니까.”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관리소장은 두 손을 내저었다.
“어서 가보시죠. 뒷정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섰다.
“……흠.”
관리소장이 묘한 눈초리로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완전히 사라지고 난 뒤에야 방금 전까지 서우진이 사용하던 실내 연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모르겠군.”
내부는 엉망진창이었다.
대체 무엇을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우진이 들어갔다 나온 연무장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방어 마법이 새겨져 있는 벽과 바닥이 모조리 박살나 있었다.
“마치 전투라도 벌인 것 같은데.”
누구와? 어떻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무엇인가 있다.”
서우진은 훈련을 끝날 때마다 레벨이 올라 있었다.
볼 때마다 마력의 질이 확연히 높아지니,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가 있지 않고서야.”
혼자 훈련해서는 결코 레벨을 올릴 수 없다.
무엇인가를 ‘사냥’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심유한 눈으로 연무장을 살펴보던 관리소장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책상에 앉아 종이 위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이내 그것은 그림자 새의 발목에 묶인 채 어딘가로 전해졌다.
그는 크루시엘의 일원이었다.
* * *
“다들 모였지?”
서우진은 식당에 있었다.
아카데미에서도 꽤나 유명한 맛집인 듯했다.
서우진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지아가 강력하게 우긴 터라 약속장소를 이곳으로 잡는 수밖에 없었다.
“네에! 선생님!”
이지아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서우진을 포함한 총 여덟 명의 용사.
그들은 ‘소환석’을 이용해 모두 10레벨 이상 성장한 상태였다.
가장 낮은 김다혜가 43레벨을 찍을 정도였다.
등급이 C밖에 되지 않았기에 성장 폭이 좁았다.
한편 계수지와 구동환은 48레벨에 달했다.
‘지아는 47레벨이고.’
엘리트 친구들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서우진은 뿌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모인 겁니까? 한창 하체운동 중이었는데.”
구동환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다음 주에 있을 훈련 때문에요.”
“응? 다음 주?”
“그때 뭐가 있었지?”
다들 레벨을 올리는 재미에 푹 빠져 교육 일정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는 듯했다.
그때 이지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저! 제가 알아요! 바로바로 집단전 훈련이에요!”
“정답.”
이지아가 방방 뛰었다.
“아아, 맞다. 그런 게 있었지.”
“완전 까먹었네.”
집단전 훈련.
헬데인에서 했던 팀별 생존훈련과 비슷했다.
다만 적이 몬스터가 아닌, 다른 용사들이라는 것이 달랐다.
“팀워크나 통솔 같은 걸 숙지하기 위한 훈련이라는 것 같던데요?”
“전쟁하려면 필요하긴 하지.”
몬스터와 일대일로 싸울 것도 아니고, 서로 손발을 맞춰 적의 군세와 대응하려면 필수였다.
“한 팀에 열 명이라고 하던데.”
“저희는 여덟 명이잖아요?”
두 명이 부족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들만으로 훈련을 받고 싶지만, 인원이 정해져 있어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럼 더 영입해 와야 한다는 건데.”
“괜찮은 사람이 있으려나?”
서우진이 둘러보며 물었지만, 다들 고개를 저었다.
한동안 계속 붙어 다니는 바람에 인맥이라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였던 것이다.
서우진은 끄응- 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팀 결성하는 것도 평가에 들어간다니, 얼른 구해야 할 텐데…….”
다짜고짜 아무한테나 다가가 영입 제안을 할 순 없었다.
‘도를 아십니까’도 아니고.
“저…….”
그때, 누군가 손을 들었다.
“어, 태성 씨?”
서우진이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진태성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줄이야.
소심함의 끝판왕인 그가 입을 열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덕분에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금쯤 괜히 손을 들었다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계신 분이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요.”
서우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진태성이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 제 옆방에 사시는 분이. 저, 뭐냐. 친구가 아,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긴장한 탓인지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음, 그래요?”
친구가 없다.
딱히 끌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성격에 무슨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하지만 이런저런 걸 잴 시간이 없었다.
“혹시 그분 이름 아세요?”
“김가람, 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김가람, 김가람…….”
서우진이 이름을 되뇌며 기억을 떠올려 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분은 제가 한번 만나볼게요.”
한번 보고, 같은 팀으로 끌어들일지 말지 결정해야 할 것 같았다.
“다른 분은 또 없나요?”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 수다쟁이인 이지아마저 말이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손뼉을 짝- 하고 쳤다.
“그럼 내일까지 한번 찾아봐 주세요, 괜찮은 분이 있는지.”
“알겠습니다아!”
“그럴게요.”
대답은 참 잘했다.
서우진은 순간 자신이 진짜 선생님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밥이나 먹죠.”
이왕 맛집까지 왔으니 오랜만에 외식을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다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곧장 돌아가 버렸다.
‘소환석’을 이용한 훈련에 푹- 빠져,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운 것이다.
“집단전.”
식당 앞에 혼자 남은 서우진이 다음 주에 있을 훈련에 대해 생각해 봤다.
‘우리 팀의 전력은 객관적으로 봐도 최상위야.’
서우진과 함께 대련 훈련을 했고, ‘소환석’ 덕분에 레벨 역시 그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았다.
실력과 레벨을 갖춘데다 팀워크까지 있으니, 솔직히 질 것 같지가 않았다.
한 팀만 제외하면 말이다.
“엘리트 친구들은 어떻게 할 생각일까?”
그들의 수는 다섯 명.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용사들이다.
비록 서우진에 의해 조금 빛이 바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강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면으로 붙어도 질 것 같진 않지만.”
S등급 이상의 직업이 마음에 걸렸다.
이쪽은 서우진을 빼면 A급이 최고인데다, B급과 C급도 있었다.
등급에서 밀린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그저 훈련에 불과했지만, 서우진은 별로 지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그 엘리트 친구들에게는 말이다.
‘…확인해 볼 것도 있고.’
이전에는 일이 있어 그냥 넘어갔지만,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백시우에게서 느낀 그 마기를 말이다.
“내가 진짜로 착각한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