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9)
#98화.
얼굴을 가리는 덥수룩한 머리.
다른 사람의 접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은 분위기.
그리고 등 뒤에 맨 창.
“김우람 씨?”
서우진은 그가 진태성이 이야기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뭐야?”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맞는 것 같았다.
말투도 싸가지가 없었고.
서우진은 그를 향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춘 소개였다.
하지만 김우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자신을 향한 손을 흘깃- 보고는 그대로 지나쳐 간 것이다.
‘음.’
남들과 거리를 두는 성격이라더니.
확실히 성격에 무슨 문제가 있는 듯했다.
‘그냥 돌아갈까?’
굳이 저런 사람을 팀에 집어넣을 필요는 없었다.
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사교성 있고 인성이 바른 사람을 넣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우리 팀은 강하니까.’
괜히 분란을 일으킬 만한 사람이다.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손을 거두었다.
그러곤 저 앞으로 걸어가는 김우람을 향해 다시 말을 걸었다.
“관심 없으시면 어쩔 수 없네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작별인사였다.
하나도 아쉬울 것 없다는 듯한 음성이었다.
실제로 서우진은 일말의 미련도 갖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잠깐.”
그때, 김우람이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냐는 듯 뒤돌아봤다.
그러자 그가 물어왔다.
“서우진이면 D급이지?”
명백한 무시가 담긴 말투였다.
오랜만에 보는 반응이었다.
서우진이 백시우를 꺾은 뒤부턴, 저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신선하네.’
그래도 기분이 나쁜 것은 매한가지였다.
초면인 사람 앞에서 저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
왜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요?”
당연히 서우진의 말도 곱지 않았다.
“한번 붙어보자.”
“응?”
방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의심이 들었다.
아카데미 안에서.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붙자니.
‘무슨 소년만화도 아니고.’
너무 황당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을 허락으로 알아들었나 보다.
김우람은 등에 매고 있던 창을 꺼내들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
서우진이 웃으며 만류를 하려 했다.
그런데 말보단 김우람의 행동이 더 빨랐다.
슈화아악-!
창이 뻗어왔다.
그 안에 담긴 기세가 심상찮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큰 부상을 입을 정도의 힘.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 발자국 옆으로 이동했다.
당연하게도 창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B급. 직업이 ‘마창사’라고 했었나?’
레벨은 불명이었지만 상관 없었다.
어차피 이 정도의 수준으로는 서우진의 옷깃조차 건들기 힘들었으니까.
쉽다 못해 여유롭게 공격을 피한 서우진이 손을 들었다.
‘룬 데아’를 뽑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창대를 잡아 힘을 줘 빨래짜듯 비틀었을 뿐이다.
끼기기긱-
그 힘을 견디지 못한 창대가 비명을 질렀다.
희귀한 금속이 통짜로 들어간 창이었지만, 서우진의 힘을 견디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익!”
김우람이 창을 빼앗기 위해 용을 썼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서우진이 태연하게 물었다.
그럴수록 그의 얼굴은 더욱 붉게 물들 뿐이었다.
“다짜고짜 공격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예의입니까? 그러다 누구 하나 다치면 어떡하려고.”
서우진이 훈계하듯 말했다.
그러자 김우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적의로 가득차 있을 것만 같았다.
“닥쳐.”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것 참.”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런 놈은 자신의 팀에 필요 없다.
손에서 힘을 풀었다.
갑작스레 힘겨루기가 끝나 버리자, 김우람이 제힘을 못 이기고 비틀거렸다.
서우진은 몸을 돌렸다.
상종할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멈춰!”
뒤에서 김우람이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다시 공격해 오면, 그땐 진짜로 버릇을 좀 고쳐 줄 생각이었다.
‘안 덤비네.’
아쉽게도 김우람은 분수를 파악했는지, 더는 서우진에게 창을 놀리진 못했다.
대신 자그마한 욕설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쯧.’
괜히 기분만 잡쳤다.
“아, 어디 괜찮은 용사 없나?”
터벅터벅-
서우진은 어느새 김우람이란 싸가지 없는 놈을 머리에서 지우고, 아카데미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 *
“안녕하세요!”
새로운 인물이 연무장에 나타났다.
활기찬 성격에 사람 좋아 보이는 푸근한 인상.
아카데미 최고의 마당발인 이지아가 데려온 용사였다.
“나이는 25세! 레벨은 38, 직업은 C급의 ‘연금술사’입니다!”
자신을 박민성이라고 소개한 남자의 옆에서 이지아가 에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칭찬해 달라는 표정이었다.
“수고 많았어.”
서우진이 이지아의 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저만 믿으라고 했죠?”
그런 말은 한 적 없는 것 같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잘했으니까.
“‘연금술사’시면… 비전투 직업이네요?”
“혹시 전투 직업만 찾으시나요?”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는 모습에 서우진이 재빨리 손을 저었다.
“그럴 리가요. 저희는 그런 차별 없어요.”
애초에 서우진의 친구인 강병규도 비전투 직업인 ‘탐험가’였다.
굳이 직접 전투에 끼어들지 않아도 그들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헬데인에서 수도 없이 겪었다.
“다행이네요.”
박민성이 헤실- 웃음 지었다.
“또 거절당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또?”
서우진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참 다양한 표정의 소유자였다.
“다들 전투 직업을 선호하거든요. 저 같은 비전투 직업은 다른 분들하고 어울리기가 좀 힘들어요.”
인맥이라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였는지라 그런 줄 몰랐다.
“비전투 직업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서우진이 강병규를 흘깃 보며 말했다.
“그쵸? 싸움만 못할 뿐이지, 그거 말곤 많은 걸 할 수 있거든요!”
태세 전환이 빨랐다.
박민성은 신이 나서 자신의 스킬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제조 – [상태 이상 물약], [해독 물약], [버프 물약], [속성력 증가 물약]…….
변화 – [성질 변화], [속성 변화], [물질 변화], [형태 변화]…….
등가교환 – [철의 거인], [호문클루스 제작]…….
‘뭔가 중간에 좀 익숙한 게 포함되어 있는 거 같은데?’
‘연금술사’의 스킬들은 지원가의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확실히 함께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에요.”
박민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단점 없는 직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하하!”
구동환이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그는 심각한 단점이 있긴 했다.
본인만 인정 안 하고 있지만 말이다.
“무슨 단점입니까?”
서우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일지도 모르는 질문이었지만, 같은 팀원이 되기로 한 이상은 단점도 확실하게 공유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돈이 많이 들어요.”
“네?”
“‘제조’든 ‘변화’든 ‘등가교환’이든. 스킬을 사용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요. 거의 쏟아붓는다고 보시면 될걸요?”
생각지도 못한 단점이었다.
‘아니, 당연한 건가?’
저런 효과를 지닌 것들을 만드는데, 아무 대가도 없이 뚝딱뚝딱 만드는 것도 이상했으니까.
“얼마나 많이 들어요?”
이지아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음…….”
잠시 계산하던 박민성이 이내 입을 열고 대답했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물약 하나를 만드는 데는 보통 30골드 정도 들더라고요. ‘변화’나 ‘등가교환’은 더 들 수도 있고.”
“3, 30골드?”
강병규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서우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모두 제대로 된 경제 관념이 잡혀 있지 않은 탓이었다.
“그게 얼마나 되는데?”
아카데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주어지는 용돈은 대충 10골드 내외.
그걸 생각해 보면 조금 많긴 하지만, 저렇게 놀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너무 많이 들어.”
다른 사람들과 달리 ‘탐험가’인 강병규는 화폐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10골드면 대략 100만 원이라고 보면 돼.”
…100만 원?
그러니까 용돈을 한 달에 그렇게 받고 있었단 말이다.
“우, 우리 용돈이 생각보다 많았네.”
이지아조차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잠깐. 그럼……?”
“30골드면 300만 원쯤 된다는 말이지.”
물약 한 병에 300만 원.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저건 충분히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사람이 없어.”
“저도 못 찾겠어요.”
“혹시 이미 팀이 다 완성된 거 아니야?”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팀원이 구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집단전 훈련이 벌써 내일이에요. 지금까지 못 찾은 거 보면 분명 팀 편성이 모두 끝난 거 같아요.”
계수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한 명 남아야 하는 거 아니야? 10인 1조니까.”
용사들의 총원은 100명이었으니, 한 명이 남아야만 했다.
‘설마?’
구동환의 지적에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제발 자신이 생각하는 그건 아니길 빌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설마는 사람을 또 잡았다.
“야, 서우진.”
누군가 연무장으로 들어오며 싸가지 없는 말투로 서우진을 불렀다.
불안한 예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덥수룩한 머리가 가장 먼저 보였다.
‘아…….’
예상했던 대로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우람이었다.
그는 등 뒤로 창을 빗겨 멘 채,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시 남은 한 명은 저놈이었어.’
자신을 찾아온 걸 보면 알 만했다.
그 어떤 팀에도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아니, 애초에 제안하러 온 사람도 없었을 터였다.
오직 서우진을 제외하면 말이다.
“무슨 일이지?”
일부러 싸늘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주변의 팀원들이 살짝 놀라며 쳐다봤다.
그런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괜히 낯이 부끄러웠지만, 서우진은 내색하지 않고 김우람을 노려봤다.
만약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팀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면 받아주…….
“덤벼. 만약 네가 이기면 네 팀에 들어가 주마.”
생각하는 걸 멈췄다.
창을 드는 그의 모습에 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말로 해선 들어 처먹질 않네.”
죽이진 않는다.
죽을 만큼 잘못한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저 버르장머리만큼은 고쳐 줘야겠다.
저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래, 한번 붙어보자, 이 중2병 새끼야.”
서우진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빠아악-!
검면이 김우람의 옆머리를 쳤다.
“으아악!”
한 방이었다.
온갖 폼을 죄다 잡던 놈이, 단 한 방에 연무장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오히려 때린 서우진이 어리둥절해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저씨,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아직 어린 거 같은데.”
“아니, 잠깐.”
그렇게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다.
조금 화가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럼 저 모습은 뭐예요?”
서우진이 변명하자 이지아가 김우람을 가리켰다.
그는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연무장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러게. 대체 뭐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