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확실한 한 방 (2)
‘에인폴트?’
그 명칭을 듣는 순간 로이스의 뇌리로 원작의 스토리가 스쳐 지나갔다.
작중 스토리가 후반에 도달했을 즘.
많은 성장을 거친 주인공 일행이 본격적으로 마룡 제네로커 토벌 계획을 시작하는 단계였다.
당시 필요했던 것은 마룡이 불러들인 수많은 마물을 맡아 줄 병력.
즉, 주인공 일행이 마룡에게 나아갈 길을 뚫어 줄 존재였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 일행을 적극적으로 돕는 몇몇 국가가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현재부터 먼 미래에까지 위상을 이어 갈 하워드 제국이었고, 또 다른 나라는 에인폴트 공화국이라 했다.
‘이 에인폴트가 그 에인폴트인 건가?’
미래의 에인폴트 공화국 역시 여름 대륙을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였다.
로이스가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그 레반스란 놈이 프렌체 왕가를 집어삼키고 공화정으로 체제를 변화하려 하는 중이고… 미래의 에인폴트 역시 여름 대륙에 기반을 둔 국가였다라… 이게 우연일까?’
여름 대륙을 기반으로 둔 공화정 체제의 국가.
이게 우연일 리 없었다.
정황상 너무 척척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그럼 레반스의 체제 변환은 성공했다는 거고, 에인폴트 공화국의 기틀을 만들어 낸 놈이란 건데…….’
먼 미래의 에인폴트 공화국은 주인공 일행이 마음 놓고 활약할 수 있도록 지지를 해 주는 중요 국가 중 하나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 녀석… 엘비스 에스테반의 가문이 있는 곳도 바로 에인폴트였지.’
원작의 주인공, 엘비스 에스테반.
그의 가문은 에인폴트 공화국의 12집행위원 가문 중 하나였다.
그것도 에인폴트 가문 다음으로 막강한 권력을 지닌 가문 말이다.
‘만약 내가 여기서 에인폴트 공화국의 설립을 막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엘비스 에스테반은 어떻게 될까?’
지금은 비록 에스테반 가문의 시조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로 인해 변한 미래가 엘비스의 가문에 좋은 결과가 될 거 같지는 않단 말이지.’
로이스의 입꼬리가 살며시 말려 올라갔다.
‘이거…….’
곧 그의 눈이 반짝였다.
‘기회인 건가?’
지금껏 로이스가 여러 히든 피스를 가로챘기에 엘비스 일행의 전력이 크게 약화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엘비스와 관련된 것은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표정을 수습한 그가 페이지를 보며 물었다.
“만약 내가 도와준다면… 어떻게 하려는 건데?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도와달라고 하는 거는 아니겠지?”
처음에는 단호히 거절할 듯싶었던 로이스가 갑자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페이지도 화색을 지었다.
그때 페이지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의 계획은 간단하다. 레반스를 죽이는 것뿐.”
목소리의 주인은 어느덧 정신을 차린 그렉이었다.
그의 이야기에 페이지가 설명을 덧붙였다.
“원래라면 이렇게 급작스럽게 일을 꾸미지 않았겠지만… 이미 저쪽에서 먼저 움직이고 있어요.”
페이지의 얼굴에 다급함이 깃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하의 목숨이 위태로워요.”
그 이야기에 로이스는 별로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들의 계획이란 게 그저 ‘재상을 죽인다’라는 단순한 계획이니 말이다.
아니, 이걸 계획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그냥 저들의 최종 목적일 뿐이다.
로이스가 조소를 머금고 물었다.
“재상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확률은 반반이에요.”
아니, 틀렸다.
이들의 계획은 실패한다.
레반스는 살아남고 에인폴트 공화국이 만들어지니까.
실패가 정해져 있는 미래에 섣불리 끼어들 수는 없었다.
그게 비록 자신 역시 에인폴트 공화국이 만들어지는 걸 막아야 하는 입장임에도 말이다.
또한, 로이스가 뜸을 들이는 이유.
‘나도 에인폴트가 생기는 걸 막아야 하지만… 그걸 알고 있는 건 나뿐이잖아?’
다시 말해 저들의 처지에서 자신은 이 계획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존재라는 거다.
이런 상황을 로이스가 그냥 놓칠 리 없었다.
“성공 확률이 반반이라. 너무 높게 잡은 거 아냐?”
“…네?”
“애초에 레반스를 암살할 수 있었다면 진즉에 그렇게 했겠지. 이제 와서 암살을 시도한다고 갑자기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너무 긍정적인 미래만 보고 있는 거 아냐?”
“하, 하지만…….”
페이지가 무언가 변명을 해 보려 했지만, 로이스의 말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레반스가 모르고 있을까?”
“……?!”
페이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무슨 소리냐.”
“약골 할배, 프렌체 왕궁에 언제 들어왔어?”
“약골이라니! 아, 아무튼… 나는 한 달 전쯤 들어왔다.”
“그런데 프렌체 왕국의 실질적 지배자라는 재상이 그걸 몰랐을까?”
“이 지하 거점은 알려지지 않았거니와 나도 비밀리에 움직였기에….”
“확신하지 마. 자신의 가장 큰 적인 레온 혁명군을 20년간 지켜본 레반스가 아무런 조치도 안 해 뒀겠어?”
“……?!”
로이스의 말이 너무 조리가 있었기에 그렉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말야.”
로이스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상황이 참 공교롭게 됐잖아?”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분명 이번 비공선 사건은 레반스가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계획일거야. 그런데 그게 물거품이 됐지. 안 그래?”
페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런데 말야 그 비공선에 20년 전 행방불명된… 아니, 왕국을 떠났던 공주가 타고 있네?”
“하, 하지만 그건 모두 우연…….”
“응, 우연이지. 그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하지만 레반스도 그렇게 생각할까?”
로이스의 손이 그렉을 가리켰다.
“한 달 전 프렌체 왕국에 돌아온 레온 혁명군의 단장과.”
이번에는 페이지로 돌아가는 손끝.
“비공선 계획이 무산되며 등장한 페이지. 내가 레반스였다면, ‘아 이것들이 내 계획을 알고 방해했구나!’라고 생각했을 거 같은데?”
페이지와 그렉는 침묵했다.
무언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그들을 보며 로이스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 상황이라면 재상의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거야. 그런 경계를 뚫고 암살을 시도하겠다고? 거기에 성공 확률이 반반?”
로이스가 비릿한 미소를 날렸다.
“잘해 봐. 나는 이딴 무모한 계획에 끼어들어 목숨 날릴 생각 따윈 없으니까.”
그리 말한 로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탓에 깬 쌍둥이가 눈을 비볐다.
“로이… 집에 가?”
“끝났어?”
“응. 가자.”
쌍둥이의 손을 잡은 로이스가 여전히 멍하니 앉아 있는 둘을 흘낏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그냥 부탁이란 말로 때우려고 한다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무슨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살짝 운을 뗐다.
조급해진 상대방이 이를 덥석 물기를 기다리며.
아니나 다를까.
바로 입질이 왔다.
“보, 보상! 계획만 성공하면 보상해 드릴게요.”
페이지가 다급히 외쳤다.
이를 들은 로이스가 눈을 빛내며 슬며시 물었다.
“보상? 무슨 보상? 네가 해 줄 수 있는 보상이 뭐가 있는데?”
“그, 그건 차차 생각을…….”
“그냥 막 던진 거냐?”
“…….”
“그리고 만약 내가 혹할 보상을 너희 측에서 제시한다고 해도… 난 아무런 계획도 없는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로이스가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지금 아쉬운 것은 저쪽이었다.
이로 인해 자신의 몸값이 뛰어오르리라.
로이스는 페이지와 그렉의 반응을 지켜봤다.
‘과연 어떻게 나오려나?’
한 명의 실력자가 아까운 이때 저들에게 자신과 쌍둥이는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였다.
그에 따라 저들이 어떻게 보상을 책정할지.
로이스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두 사람의 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답이 나왔다.
“방법이! 아니, 계획이 있습니다!”
한데, 그 답이 나온 곳이 영 이상했다.
“엉?”
로이스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사명감으로 가득한 얼굴을 한 파브로가 있었으니…….
‘아니, 저건 또 왜 저래?’
갑작스러운 파브로의 반응에 놀란 로이스.
하지만 놀라기는 페이지와 그렉도 마찬가지였다.
“방법이 있다고요?”
“무슨 방법 말인가?”
“재상이 레온 혁명군을 경계하고 있다면, 그 경계심을 돌리면 됩니다.”
“어떻게 말인가?”
그렉의 물음에 파브로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재상의 목적이 군주제를 철폐하고 공화정을 세우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프렌체 왕국의 것을 온전히 가져다 쓰면서 말이죠.”
“그렇지…….”
“그 같은 계획이 가능했던 것은 현 국왕 전하에게 마땅한 후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난데없이 페이지 공주님이 나타났습니다. 왕국의 정당한 후계자가요!”
“…그, 그렇지?”
“만약 제가 재상이라면 일전에 하지 못한 공주님과의 정략결혼을 추진할 겁니다. 그게 더 빠르고 안전하게 이전의 체제를 수습하며 새로운 체제로 이끌고 나갈 수 있는 방안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군.”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주고받는 파브로와 그렉.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로이스의 입이 살며시 벌어졌다.
‘파브로 저 자식…….’
파브로를 보는 로이스의 눈에 불신이 나타났다.
‘왜 저렇게 말을 잘해?!’
원래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그런 로이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브로는 제 할 말을 이어 나갈 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페이지 공주님이 그 혼사를 거절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쩌면 전하를 인질로 잡고 혼사를 강제로 진행할 수도 있겠지. 20년 전보다 더 강하게 전하를 옭아맬걸세.”
분명 그럴 소지가 다분하기에 페이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파브로는 거기까지도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재상이라고 할지라도 약혼자가 있는 공주님과 혼사를 진행할 수는 없겠죠.”
“야, 약혼자?”
“네. 그리고 공주님의 약혼자가 등장하면 재상도 발에 불이 떨어 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들이 결혼이라도 하면 새로운 왕위 계승자가 생겨나는 걸 테니까요.”
“그럴 거면 차라리 남편이 낫지 않나?”
“그래서는 안 됩니다. 난데없이 남편이 등장하면 재상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국왕 전하의 목숨이 더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그렇군, 흐음…….”
그렉이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아무튼, 자네 말은 페이지 공주님이 위장 약혼을 하라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일세…….”
그렉이 살짝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시국에 누가 페이지 공주님의 약혼자 행세를 하려 할까. 프렌체 왕국에서 재상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자일세. 이 나라에서 그런 재상에게 알아서 찍히려 들 자는 없겠지. 실제로 약혼자 행세를 했다가는 언제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렉의 말에 페이지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스도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모두가 안 될 거라고 말할 때 홀로 된다고 말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있습니다!”
단호해도 너무 단호하게 ‘있다!’를 말하는 파브로.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 떨어질 줄 몰랐다.
“있다?”
“예.”
파브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서 강한 의지의 기운이 일렁였다.
그가 페이지를 보며 말했다.
“재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페이지 공주님의 약혼자가 되어 줄 사내가.”
“오호?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나?”
그렉의 물음에 파브로가 페이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살며시 무릎을 꿇은 파브로.
좌중은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사이 파브로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페이지 앞으로 내밀었다.
이를 본 로이스의 입이 조금 더 벌어졌다.
파브로가 내민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
그건 바로…….
‘바, 반지?’
은빛의 아름다운 반지를 페이지에게 내민 파브로가 당찬 목소리로 외쳤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페이지 공주님. 저와 결혼… 아니, 약혼해 주십쇼!”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이스의 턱이 뚝 떨어져 내렸다.
순간 자신이 뭘 들었는지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두 눈을 끔뻑이는 로이스.
‘저 새끼…….’
어이가 가출한 그의 시선이 파브로 옆얼굴에 팍팍- 꽂혀 들었다.
‘미친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