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집으로 (4)
로이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이 이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째서……?”
태어나 처음으로 모친을 보는 자리가 이런 곳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
그때 로이스의 뇌리를 스치는 과거의 기억이 있었다.
“설마?”
언젠가 로이스가 제네로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부지, 어무니는요? 전 엄마 없어요?’
‘떽! 그게 무슨 소리니! 네가 왜 엄마가 없어!’
‘그럼… 어무니는 어디 계세요?’
‘아이를 낳은 엄마 드래곤은 특수한 지역에 들어가 몸을 회복하고 나오거든.’
‘그럼 언제 나오세요? 언제 어무니 볼 수 있어요?’
‘우리 로이 엄마 보고 싶니?’
‘보고야 싶죠…….’
‘후후, 조금만 참으렴. 우리 로이 나이가 300살쯤 되면, 그때는 엄마를 볼 수 있을 거야.’
그때 제네로커는 분명 그리 말했었다.
아이를 낳은 어미 드래곤은 일종의 산후조리 기간을 거친다고.
그 때문에 아빠 드래곤들이 엄마 드래곤을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거라고.
로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설마 여기가?!”
그제야 이해가 갔다.
보호막을 깨부수는 순간 느껴진 고밀도의 청량한 마나.
그것이 왜 존재했는지를 말이다.
“…여기가 산후 조리원이었어?”
드래곤에게 있어 몸조리한다는 것은 무릇 허해진 마나를 보충하는 일이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영약으로 먹는 거였지만, 자연의 마나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밀집하는 곳에서 수면기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마나를 채워 주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특히 아이를 해산한 엄마 드래곤에게는 후자의 경우가 더욱더 효과적이었다.
이를 깨달은 로이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섬의 법진과 결계는… 이걸 위해서였구나.”
약해진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그리고 고밀도 마나 밀집 지역의 존재와 드래곤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무인도는 오로지 산후조리를 하는 엄마 드래곤을 위해 만들어진 섬이었으리라.
그것도 로이스의 어머니를 위해 말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어쩌다 보니 어머니의 산후조리를 방해한 셈이 되었다.
다행히 크리스털 안에 들어간 엄마에게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결계가 깨지면서 외부에서 이곳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고 만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무방비하게 수면에 들어간 드래곤의 존재 역시 세상에 알려지게 되리라.
이를 자각한 순간, 무언가 불쾌한 찝찝함을 느낀 로이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러고 보니…….”
로이스의 눈에 자리한 의문.
“억지력은 왜 날 이곳으로 보낸 거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안달 난 운명이 어째서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것일까?
어째서?
‘단순히 나에게 어머니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이리로 보낸 거는 아닐 텐데?’
그리 고민하고 있던 로이스의 시선이 급작스럽게 돌아갔다.
“……?!”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쌍둥이와 핀이 있는 해안가.
갑작스럽게 로이스가 시선을 돌린 것은 한가지 이유에서였다.
“뭐야… 이 기분 더러운 기운은?”
저 멀리한 방향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기감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로이스는 이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끈적끈적하고 농도가 짙은 오물과도 같은 감각.
매우 불쾌한 느낌을 말이다.
“대체… 뭐야?”
저 먼바다 어딘가에서 다가오고 있는 ‘그것’은 마치 자신의 존재를 일부러 알리기라도 하듯 여과 없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데 그 존재감이 심상치 않았다.
“드래곤인가…?”
그러나 로이스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냐, 이건 달라.”
분명 엄청난 압박감과 존재감이 느껴졌으나 드래곤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물며 놈의 적의가 이곳을 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에 로이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한 가지 가정을 해 보았다.
만약 운명이 자신을 어머니가 있는 이곳으로 일부러 보낸 거라면.
거기에 자신의 손으로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는 결계를 부수길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설마 이걸 노리고?!”
로이스는 확신이 섰다.
‘분명 이걸 노린 거다!’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는 결계를 없애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어머니가 위기에 노출되어야지 자신을 이 섬에 붙잡아 둘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만약 다른 곳에서 저런 놈을 만났다면 도망치면 그만이지…….’
그러나 지금 자신의 뒤에는 어머니가 계신다.
자신 때문에 위험에 노출된 어머니가 말이다.
‘이대로 어머니를 공간 이동시키면….’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로이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안 그래도 약해진 몸으로 든 수면기인데… 외부에서 충격을 받아 잘못되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자신 때문에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는 크리스털에 금이 갔다.
로이스의 얼굴에 걱정이 깃들었다.
‘크리스털이 최후의 보호 장치이자 존재감을 가려주고 있던 거 같은데.’
그런 보호 장치를 자신이 부쉈고 금방이라도 깨져 나갈 듯 위태위태한 상태.
이 상태로 공간 이동은 무리일 듯싶었다.
‘성공할 수도 있지만, 혹여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어머니의 목숨을 놓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로이스는 이를 악물었다.
“결국… 싸워야겠네.”
도망칠 길은 없다.
도망쳐서도 안 된다.
그러면 어머니가 위험해진다.
싸워서 어떻게 해서든 이곳을 지켜내야 한다.
결심을 굳힌 로이스가 손을 뻗었다.
곧 그의 손끝에서 온갖 성법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법의 목표는 어머니를 보호하는 것.
자신이 망가트린 법진의 중심축에 로이스는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안도가 되지 않는지 몇 번이고 상태를 확인했다.
“엄마….”
비록 지난 세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머니였다.
그럼에도 이토록 걱정되는 이유는 역시나 피가 이어졌기 때문이겠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성법을 남발해 주변에 안전지대를 만든 로이스.
크리스털 속에 잠든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가 몸을 돌렸다.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말이다.
츠팟!
공간 이동을 펼친 로이스의 신형이 사라졌다.
* * *
츠팟!
허공에서 생겨난 로이스.
그를 발견하자마자 핀이 쪼르르 날아들었다.
“로이스님!”
그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한가득하였다.
“로이스님! 쌍둥이님들이 이상해요!”
핀의 이야기에 로이스의 시선이 쌍둥이에게 향했다.
녀석들은 마치 망부석이라도 된 듯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쌍둥이의 몸에서 흉흉한 기세가 피어올랐고, 얼굴은 잔뜩 굳어진 상태였다.
‘쟤들도 느꼈구나.’
자신이 느꼈는데 쌍둥이라고 느끼지 못했을 리 없었다.
로이스가 다가가자 그제야 몸을 돌린 쌍둥이.
“로이, 로이. 이상한 게 오고 있어.”
“…기분 나빠.”
자신의 등장에 그나마 얼굴을 풀고 칭얼거리는 쌍둥이의 등을 두들겨준 로이스.
“괜찮아.”
“로이 얼른 집에 가자.”
“여기 더 있기 싫어.”
그런 쌍둥이의 말에 로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안돼. 못가.”
“왜?”
“로이… 여기 있으면 안 돼.”
쌍둥이가 로이스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에 로이스는 일일이 설명을 해주기보다는 한번 보여주는 것으로 대처했다.
츠팟!
쌍둥이와 핀을 데리고 공간 이동을 펼친 로이스.
크리스털 안에 잠든 새하얀 드래곤을 본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헙?! 드, 드래곤?”
“예쁘다…. 로이 같아!”
“우와… 누구야?”
핀은 난데없는 성룡의 등장에 기겁했고, 쌍둥이는 순백의 아름다운 드래곤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이어진 로이스의 목소리.
“우리… 엄마야.”
“로, 로이스님의 어머님요? 어떻게 이분이 여기에?”
“자세한 거는 나중에 얘기해 줄게.”
핀이 놀라 눈을 껌뻑일 때, 로이스가 쌍둥이를 보며 말했다.
“아마 저기서 다가오고 있는 기분 나쁜 녀석은 우리 엄마를 노리고 오는 걸지도 몰라.”
혹은 자신을 노리고 오거나.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지만, 십중팔구 어머니를 노리고 있으리라.
“그래서 난 갈 수 없어. 엄마를 지켜야 해. 그러니… 너희만이라도 가.”
로이스는 직감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무언가가 절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어쩌면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위기 중 오늘이 가장 큰 고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위험 속에 쌍둥이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쌍둥이까지 휘말리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로이스는 쌍둥이를 공간 이동으로 섬에서 내보내려 했다.
하지만 쌍둥이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싫어! 안가!”
“우리가 도와줄게!”
“로이스가 엄마 지키는 거 우리가 도와줄게!”
로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가.”
“안가!”
“가라고! 여긴 위험해!”
“싫어! 로이 도와줄 거야!”
쌍둥이는 완강하게 버텼다.
그렇게 녀석들과 얼마를 싸웠을까.
결국, 먼저 백기를 든 것은 로이스였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좋아.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말 잘 듣겠다고.”
“응응! 약속할게!”
“응응!”
쌍둥이의 약속을 받아낸 로이스가 이번에는 핀을 바라보았다.
“핀.”
“네.”
“엄마를 부탁할게.”
“네?”
“혹여 우리가 뚫리면 네가 마지막 보루가 되어줘.”
“하, 하지만….”
“부탁할게.”
로이스의 간절함에 핀의 눈에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그렇게 역할을 분담한 로이스는 쌍둥이를 데리고 다시 공간 이동을 펼쳤다.
츠팟!
이번에 로이스와 쌍둥이가 나타난 곳은 백사장의 상공.
로이스는 바다 저편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안색을 굳혔다.
‘놈들이 이곳까지 오는 시간은 최소 몇 시간은 걸리겠지.’
거기에 우연히도 놈이 다가오는 방향이 백사장의 맞은편이었다.
만약 자신이 결계를 부순 시간부터 놈들이 돌진해 들기 시작했다면, 아직 약간의 여유는 있었다.
지금부터는 그 시간을 잘 이용해야만 했다.
백사장을 따라 길게 늘어진 나무 성벽을 본 로이스는 돌연 헛웃음을 흘렸다.
“핫.”
“로이, 왜 웃어?”
“뭐 재밌는 거 있어?”
“아니, 너희들 소꿉장난이 이렇게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서.”
“……?”
고개를 갸웃거리는 쌍둥이를 보며 로이스는 미소를 지었다.
주변 나무들을 초토화시키며 요새를 만드는 쌍둥이를 보고 무슨 전쟁을 준비하느냐고 그랬었다.
그런데 진짜 전쟁을 치르게 될 거라고는 그 누가 예상을 했겠는가.
어찌 되었든 쌍둥이들의 소꿉장난이 이번만큼은 큰 도움이 될 듯싶었다.
‘성벽에 법진을 새긴다.’
최대한 성벽을 중심으로 놈과 맞서야 했다.
이른바 수성전이었다.
“해 보자.”
한시도 지체할 틈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성법을 새겨 둬야 한다.
로이스는 빠르고 정확하게 성벽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각종 법진이 나무 성벽에 아로새겨졌다.
하나, 둘, 셋….
약 4시간이 흘러 로이스가 13번째 법진을 새겼을 때.
“…왔다.”
로이스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을 수평선으로 돌린 로이스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대체… 얼마나 끌고 온 거야?”
수평선이 들끓고 있었다.
곧이어 수면 위로 치솟는 각종 해양 몬스터.
그 수가 심상치 않았다.
“쉽지 않겠네…….”
싸움을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