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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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2)
로이스는 죽어 버린 오크들의 사체를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콰작-.
짧은 파육음이 들리고, 검은 공간이 나타나 오크 시체를 그대로 집어 삼켜 버렸다.
말끔히 오크의 사체를 치워 버린 그는 한쪽에 쓰러진 일가족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초입이라고 해도 간단한 무장조차 하지 않고 들어오다니.’
녹치산맥은 각종 이종족과 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몬스터들도 존재했다.
특히 산맥 깊은 곳은 일반적인 존재들은 쉽사리 발을 디딜 수 없는 험지였다.
그나마 인간들이 오가며 길이 생겨난 산맥 초입은 안전한 편이었지만, 그마저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데, 저기 누워 있는 일가족은 변변한 무장도 없이 산맥 초입에 들어오지 않았던가.
무장하지 않은 나약한 인간은 몬스터들에게 좋은 먹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로이스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미 숨이 끊어진 사내와 달리 아직 살아 있는 중년의 여인.
그녀가 실눈을 뜨고 로이스를 바라보았다.
“그… 아…….”
무언가 말을 전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보였다.
또한,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로이스가 여인을 보며 물었다.
“아이를 부탁한다고?”
그 물음에 여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의 품에 안겨 기절한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
이제 막 6~7세는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로이스가 여인의 품에서 아이를 빼내 들었다.
꺼져 가는 어미의 눈빛을 보며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아직 내가 누구를 건사할 형편이 안 돼서 확실하게 책임진다고는 못하겠네.”
“…….”
로이스의 말에 어미의 눈빛이 간절해졌다.
이에 로이스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다만 이 아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종종 도와줄게.”
“아…….”
“아이 이름은?”
그런 로이스의 물음에 어미는 숨을 쥐어짜며 답했다.
“리…아.”
짧게 내뱉은 한마디.
그것이 끝이었다.
입가에 안도의 미소를 머금으며 여인은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로이스는 그런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로이스의 어깨에 매달린 핀이 물었다.
“어쩌시려고요?”
발렌티나를 피해 나왔다가 난데없이 인간 아이를 줍게 된 로이스.
그가 자신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며 볼을 긁적였다.
“어쩌긴, 이미 도와주겠다고 했으니까 도와주긴 해야지.”
“그 아이 키우시게요?”
“미쳤냐? 내가 얘를 왜 키워? 내가 키운 애들은 민폐 쌍둥이로 충분해. 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고.”
“그러면……?”
“어차피 이 근처에 마을 있다며? 거기에 맡겨야지.”
“아하!”
“적당히 골드 좀 쥐여 준다고 하면 보호자 해 주겠다는 사람 나오겠지. 거기에 가까우니까 틈틈이 와서 상태 좀 보고. 솔직히 오늘 처음 본 생판 남한테 이 정도면 충분한 거잖아?”
안 봤다면 모를까, 부모 잃은 꼬맹이를 남겨 두고 떠나기는 영 찝찝하지 않은가.
때문에 로이스는 인근 마을에 적당히 아이의 보호자를 찾아 맡길 생각이었다.
“보자, 그럼 가장 가까운 마을이…….”
안 그래도 최근에 생긴 마을에 놀러 가려고 나왔으니 그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선택이리라.
그렇게 막 로이스가 발을 떼려는 찰나.
“응?”
로이스의 시선이 돌아갔다.
“왜 그러세요?”
“인간이다.”
로이스의 기감에 인근까지 접근해온 기척이 잡혔다.
“아무래도 비명을 들은 게 우리만은 아닌 거 같네.”
그리 중얼거린 로이스는 피식거리며 잠든 아이를 바라보았다.
‘넌 내가 아니었어도 죽을 팔자는 아니었나 보다.’
다가오는 이들의 속도를 보니 몇 초 이내 도착할 듯싶었다.
거기다 느껴지는 기운이 일반인보다 조금 강성한 기운이었다.
다시 말해 속성력을 수련한 자들이란 소리였다.
오크 몇 마리는 가볍게 처리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로이스가 웃는 사이 그의 말처럼 인간들이 나타났다.
바스락-.
인근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세 명의 사내.
각종 무장과 활, 동물의 모피 등을 걸친 걸 보아 인근 마을의 사냥꾼들인 모양이었다.
그들은 부부의 시체를 보고 살짝 놀란 눈빛을 해 보였다.
황급히 달려온 사내들이 죽은 부부의 상처를 살폈다.
“…몬스터한테 당했군.”
“이 근처에서는 못 보던 얼굴인데.”
“이틀거리에 있는 영지에서 폭동이 일어나서 도망친 영지민들이 꽤 되는 모양입니다. 건너편 마을에도 그렇게 도망쳐 온 이들이 몇몇 있다더군요.”
“쯧쯧.”
사내들은 자기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로이스에게 물었다.
“어찌 된 게냐?”
그 물음에 살짝 고민한 로이스가 답했다.
“오크한테 당했어요.”
“한데 오크는?”
“모르겠네요. 갑자기 도망치던데요?”
자신이 처리했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둘러대기로 선택한 로이스.
그 말에 사냥꾼들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오크들이 도망쳤다?”
“네.”
사냥꾼들이 턱을 쓸었다.
곧 그들의 안색이 딱딱해졌다.
“이거 위험한데…….”
“오크들이 도망칠 정도라면… 위험한 놈이 이 근처에 있다는 건데.”
“오우거나 트롤 종이 여기까지 내려온 건가.”
“그보다 얼른 움직입시다. 정말로 상위 포식자 놈들이 내려왔다면 여긴 상당히 위험하니.”
그리 결정을 내린 이들이 로이스를 향해 말했다.
“동생을 데리고 따라오너라.”
“에?”
움찔한 로이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
자신은 그냥 저들에게 아이를 맡기려 했다.
한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로이스가 당황한 사이 사냥꾼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턱수염 사내가 지시를 내렸다.
“자네랑 자네는 망자를 챙기게.”
“예? 형님!”
“어린애들일세. 적어도 부모 장례는 치르게 해 줘야지 않겠나.”
“하… 알겠습니다.”
길게 한숨을 내쉰 사냥꾼 동료가 시신을 챙겨 들었다.
이를 본 로이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호오?’
몬스터들은 피 냄새에 민감한 법.
이런 숲속에서 피 냄새를 풍기는 시신을 챙겨 간다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들을 위해 시신까지 챙겨 장례를 치러 주려는 모습을 보니 딱히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뭐 하느냐! 어서 따라오너라!”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턱수염 사내를 보고 로이스는 고민했다.
‘이걸 어쩌냐…….’
뭔가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갔지만…….
‘뭐, 어차피 가려고 했던 거니까.’
그리 여긴 로이스는 붉은 머리 아이를 안고 사냥꾼들을 따랐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머엉-.
로이스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방문을 바라보았다.
‘아니… 잠깐 나갔다 온다던 사람이 왜 이렇게 안 와!?’
사냥꾼의 마을은 오크의 피습이 있던 곳으로부터 약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
대략 20가구 정도의 집이 밀집해 있는 작은 규모의 마을.
그곳에 도착하기 무섭게 사냥꾼은 로이스를 자신의 집에 데려다 놓고 밖으로 나섰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말이다.
덕분에 로이스는 처음 본 사내의 집에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핀.”
“네!”
“네가 가서 어머니한테 말씀 좀 드려. 나 여기에 있다고.”
“넵!”
일전에 있은 가출 사건 이후 로이스는 장시간 자리를 비우면 꼭 이렇게 핀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보고하고는 했다.
안 그러면 또 집에서 난리가 나니 말이다.
그렇게 핀이 떠나가고 얼마나 흘렀을까.
로이스는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이 아이…….’
아이를 내려다보는 로이스의 시선에 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으음…….”
침대에 누워 있던 붉은 머리 아이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로이스와 아이의 시선이 마주치고.
“…….”
“…….”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는 둘.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이였다.
“…누구세요?”
이에 로이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누굴까.’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졸지에 꼬맹이 보호자 신세가 되어버린 로이스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네가 리아지?”
“…네.”
“나는… 음… 지나가던 잘생긴 오빠라고나 할까?”
로이스가 그리 자신을 소개할 때.
드륵-.
마침내 문이 열리며 집주인이 등장했다.
“미안하구나. 회의가 길어져서.”
아무래도 상위 포식자가 산맥 초입까지 내려온 것에 대해 마을 사람끼리 논의를 했던 모양이다.
진짜 무서운 존재가 바로 자신의 앞에 떡하니 앉아 있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그리 말하며 들어온 턱수염 사내를 보고 리아는 슬쩍 로이스의 뒤로 몸을 숨겼다.
누가 봐도 턱수염 사내를 경계하는 모습.
때문에 로이스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이 꼬맹이가 나를 언제 봤다고 이렇게 들러붙어?’
그렇다고 자신을 의지하는 애를 떼어 놓을 수도 없으니, 그냥 내버려 두는 로이스였다.
반면 턱수염 사내는 그런 리아의 반응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지 별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로이스의 앞에 의자를 가져와 앉으며 물었다.
“나는 잭이라고 한다.”
“전 로이스요.”
“그래… 이제 어찌할 생각이냐?”
“글쎄요.”
너무 담담한 음성에 잭이 되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쯤에서 로이스는 그의 오해를 바로잡아 줬다.
“딱히 전 이 아이와 상관이 없는 사람인지라.”
“응? 그게 무슨 말이냐?”
“말 그대로인데요. 전 이 아이의 가족도 뭐도 아닙니다만?”
“하, 한데 아까는 왜 같이 있었던 게냐?”
“그쪽이랑 비슷한 이유죠. 비명이 들려서 갔을 뿐입니다. 다만 제가 그쪽보다 먼저 도착했을 뿐.”
“그, 그러냐……. 난 영락없이 남매인 줄…….”
“어딜 봐서요?”
분명 로이스와 붉은 머리 아이가 닮은 구석은 없었다.
그럼에도 잭이 둘을 남매로 본 것은 여자아이가 로이스란 아이를 경계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된 이유로 전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쪽이 구했으니 이 아이는 그쪽이 맡아 주시죠.”
사뭇 매정하다 할 수 있을 정도의 말이었다.
하지만 잭은 로이스를 잡을 수 없었다.
아직 어려 보이는 소년에게 아이를 책임지라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잭을 대신에 로이스를 잡는 손이 있었으니.
“오빠…….”
새하얗고 작은 두 손이 로이스의 손을 잡았다.
로이스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붉은 머리 꼬맹이를 내려다보았다.
“오빠… 안 가면 안 돼요?”
간절함과 애절함이 깃든 아이의 목소리였다.
로이스가 아이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서 있자 잭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말대로 이 아이는 내가 맡으마. 그래도 너를 이리 의지하는데 며칠 정도는 같이 있어 주지 않겠느냐? 최소 아이가 마음이라도 다잡게.”
잭의 그런 요청에 로이스는 말없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하…….’
로이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강압적으로 자신을 붙잡는다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뿌리치고 갔으리라.
하지만 저 어린 눈망울을 봐라.
슬그머니 마음이 약해지는 로이스였다.
그리고.
‘이 꼬맹이… 묘하게 마음이 쓰인단 말이지.’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리아라는 꼬맹이한테 무언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조금 전부터 이상하리만치 신경에 거슬리는 느낌.
‘뭔가 있는데, 정확히 뭔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로이스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꼬맹이와 자신 사이에 무언가가 있음을 말이다.
때문에 그는 이대로 떠나느냐, 아니면 남느냐를 놓고 고민했다.
30초 사이에 못해도 200번은 고민한 듯한 로이스.
그가 결단을 내렸다.
‘좀 지켜보면 알겠지.’
아무래도 찝찝함을 남기고 가는 것보다는 정체 모를 느낌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게 나을 듯싶었다.
로이스가 볼을 긁적이며 답했다.
“뭐… 며칠 정도라면.”
그의 답변에 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날의 로이스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만든 이 인연이 어떤 식으로 흐름을 이어 나갈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