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3)
로이스는 그날부터 레어와 마을을 오가는 생활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낮 동안 마을에서 돌아다니다가 밤에 레어로 돌아가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사흘이 흘렀을 즈음.
로이스는 마을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어이, 로이스! 와서 이거나 좀 먹어 봐라!”
“응. 잘 먹을게.”
“로이스, 갈 때 이것 좀 잭한테 전해 줘!”
“알았어.”
비록 20여 가구밖에 되지 않는 작은 규모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외지인인 로이스가 마을 어디를 가도 환영받는다는 것은 그의 놀라운 친화력을 보여 주는 결과였다.
쭙쭙-.
얻은 육포를 빨며 마을을 돌아다니는 로이스.
그는 한적한 마을을 보며 감탄했다.
‘평화로운 마을이네.’
현재 로이스가 있는 마을은 생긴 지 그리 오래된 곳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을에 질서가 잡혀 있고, 가난하지만 주민들의 얼굴에 행복이 엿보였다.
그 모든 게 잭이라는 사냥꾼 덕분이었다.
‘어쩐지 사람 좋아 보이기는 하더만…….’
잭이란 이가 어디서 무얼 하던 이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마을의 대소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촌장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거였다.
‘마을 사람들도 그를 잘 따르고.’
따지고 보니 리아가 이 마을에 정착한 것은 참으로 다행히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니던 그때, 핀이 로이스에게 속삭였다.
“그런데요, 로이스 님.”
“왜?”
“언제까지 그 리아라는 애를 돌봐 주실 생각이세요?”
“글쎄. 그냥 꼬맹이가 마음을 다잡을 때까지?”
“음… 그럼 지금도 괜찮은 거 아닌가요? 그 애도 적응을 잘하고 있던데요?”
핀의 말처럼 리아는 7살 어린애답지 않게 알아서 본인의 일을 척척 해냈다.
어린애가 어찌나 당차고 씩씩하던지.
그 나이 때 아이들이라면 투정도 부리고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겠지만, 리아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되레 잭이 살림에 리아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감탄하지 않았던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아이가 똑똑하고 의젓하다며 감탄했을 상황.
하지만 로이스는 되레 고개를 내저었다.
“핀, 그 꼬맹이가 깨어나서 나한테 처음 한 말이 뭔지 알아?”
“뭔데요?”
“‘누구세요’라고 하더라.”
“네? 그게 왜요?”
“보통 그 나이 때 꼬맹이들은 그렇게 낯선 환경이면 부모를 찾거든. 혹은 울거나.”
“아!”
핀이 살짝 감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확실히 로이스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로이스의 이야기가 계속됐다.
“그리고 그 녀석… 깨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모님에 대해 묻지 않았어.”
“네? 아… 설마?!”
낯선 환경에서 어린아이가 부모를 찾지 않는다는 게 뭘 의미하겠는가.
로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알고 있는 거야. 제 부모가 죽었다는걸.”
“그런…….”
“그 꼬맹이, 꽤 똑똑하고 영리한 애야. 녀석은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림받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지. 자신이 쓸모가 있어야 잭이든 나든 자길 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불쌍하네요…….”
핀이 안타까운 얼굴을 해 보였다.
이에 로이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지금은 딱히 할 것도 없으니까, 주워 온 꼬맹이나 잘 돌봐 주자고. 그 녀석이 마음을 다잡을 때까지.”
안 그래도 최근에 할 일을 전부 끝내서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말이 꼬맹이를 돌봐 주는 거지 솔직히 심심함을 달래 줄 소일거리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로이스가 리아라는 애를 돌봐 주려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으니.
‘도무지 모르겠단 말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리아라는 애를 볼 때마다 묘한 느낌이 강해졌다.
‘진짜 그냥 별거 없는 꼬맹이인데.’
혹여 자신이 알고 있는 원작 내용에 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나오는지 떠올려 봤지만, 그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걸까?’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느낌.
때문에 로이스는 조금 더 꼬맹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 생각한 로이스는 발길을 옮겼다.
그의 목적지는 리아가 있는 잭의 집.
끼익-.
“나 왔다!”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를 잭이 반겨 주었다.
“오? 왔는가? 대체 넌 어딜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게냐?”
“말했잖아. 난 집이 이 근처라고.”
“그래도 위험할 텐데……. 안 그래도 요새 몬스터들 동태가 심상치 않으니까 조심하거라.”
“걱정 말라고.”
“그런데 자네… 언제부터인가 말이 좀 짧아졌구만?”
“아, 그랬나?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내가 생각보다 나이가 좀 많아서.”
“흠…….”
잭이 로이스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녹치산맥을 오가는 수려한 외모의 소년에게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무언가 범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은자인가……?’
그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녹치산맥에 터를 잡은 기이한 은자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본인 입으로 나이가 많다고 하는 소년은 어쩌면 실제로 나이가 많을 수도 있었다.
때문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로이스의 말을 흘려 넘겼다.
그때 로이스가 물어왔다.
“리아는?”
그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들려온 비명.
“악!”
챙-.
그 소리에 잭과 로이스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향한 곳은 부엌이었다.
깨진 그릇과 그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는 붉은 머리 여자아이.
리아는 로이스와 잭을 보고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죄, 죄송해요.”
비록 진흙을 구워 만든 별거 아닌 접시가 깨진 거였지만, 리아는 무척이나 큰 잘못을 저지른 듯 안색이 파리했다.
“자, 잘못했어요. 저, 저는 그냥 여기를 좀 치우려고…….”
허둥거리는 리아를 향해 잭은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괜찮다. 그건 그리 안 비싼…….”
잭이 리아를 위로하려는 찰나.
로이스가 불쑥 리아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딱-.
리아의 이마를 쥐어박았다.
“이보게!”
잭이 놀라 소리쳤지만, 로이스는 매서운 눈으로 리아를 노려볼 뿐이었다.
안 그래도 파리해졌던 리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를 본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야, 꼬맹이.”
“…네.”
풀죽은 리아의 답에 로이스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애쓰지 마.”
“…예?”
“애쓰지 말고 적당히 하라고. 나도 저 턱수염 아저씨도 일곱 살짜리 꼬맹이를 착취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
“네가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어렵게 구한 생명 내칠 생각 따윈 하지 않아. 이봐, 잭.”
난데없는 부름에 잭이 놀란 눈으로 답했다.
“응? 왜, 왜 그러나?”
“이 꼬맹이가 집안일 안 하고 그러면 내쫓을 거야?”
“그럴 리가!”
“들었지? 너 아직 애다. 괜히 우리를 나쁜 어른 만들지 말라고.”
“…….”
“그러니까 적당히 해. 이 은혜 갚고 싶거든 나중에 커서 갚아. 그러면 되는 거야.”
로이스의 말에 리아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할 뿐.
그러던 아이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흐아앙!”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며 로이스에게 매달렸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혈혈단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
고작 7살 어린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무거웠던 현실에 억눌렸던 서러움이 로이스 때문에 폭발한 것이다.
“흐윽-.”
로이스는 자신의 배에 얼굴을 묻고 우는 아이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리아의 울음소리가 잦아들 때쯤, 로이스가 말했다.
“다 울었으면 가자.”
로이스에게서 살짝 떨어진 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딜요?”
“엄마 아빠한테 작별 인사는 해야지.”
어린아이에게 조금 잔혹할 수 있었지만, 빠르게 털어내는 게 앞으로 리아가 살아가는 데 더 나을 거란 게 로이스의 판단이었다.
그의 말에 리아는 입을 다물었다.
“…….”
“싫으면 나중에 말해.”
로이스가 됐다는 듯 상황을 정리하려는 찰나.
“아, 아뇨!”
리아가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녀석은 로이스의 손을 살그머니 잡았다.
“지금… 갈래요. 오빠랑…….”
로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잭을 바라보았다.
“갔다 올게.”
“그, 그렇게 하시게…….”
잭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집을 떠나가는 로이스와 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나보다 낫구나…….”
보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로이스란 소년의 말은 사실인 듯싶었다.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리아를 달래 주는 그의 배려심은 그 나이대 소년의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 * *
로이스의 손을 잡고 부모님의 무덤을 찾은 리아.
작은 아이는 그렇게 그날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힘들 슬픔이었을지 모르지만, 리아는 그날 이후 훨씬 얼굴이 밝아졌다.
또한, 씩씩하게 하루하루에 충실했고, 마을에 정착해 나갔다.
잭도 로이스도 틈틈이 그런 리아를 도왔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하루, 이틀, 한 달, 반년, 일 년, 이 년.
리아의 나이가 9살이 된 어느 날.
앞니가 빠진 꼬마 숙녀가 로이스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했다.
“나 나중에 크면 오빠랑 결혼할래요!”
“안 돼.”
“왜……?! 왜 안 돼요?!”
“난 어린애한테 관심 없어.”
“오빠 바보!”
그날 리아는 대성통곡을 하며 베개를 눈물로 적셨다고 잭이 알려 주었다.
이른 나이에 첫 실연의 아픔을 겪은 아이는 소녀가 되어 갔다.
로이스는 어린아이가 소녀와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역시 딱히 별 특별한 거는 없는데?’
리아에게 느꼈던 기묘한 직감의 실체는 딱히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리아가 15세가 되었을 때.
“…나도 틀릴 때가 있구나.”
자신이 직감이 빗나간 거라고 여긴 로이스는 조금씩 마을을 찾는 횟수를 줄여 나갔다.
처음에는 며칠에 한 번, 나중에는 몇 주에 한 번.
그렇게 마을을 찾는 횟수가 줄어 들어가니 처음에는 삐져 있던 리아도 나중에는 로이스가 바람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가 언제까지나 자신의 곁에 머물 존재가 아니란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리아가 17세가 되던 해.
로이스는 1년 만에 마을을 찾았다.
앞니가 없던 코흘리개 꼬마 아이는 어느새 어른에 가까운 소녀가 되어 있었다.
“오빠!”
“꼬맹이 안녕.”
오랜만에 만난 리아는 로이스를 반갑게 반겨 주었다.
그렇게 다시 마을에서 며칠을 보낸 로이스는 다시금 레어로 돌아왔다.
그 뒤로도 로이스는 1년에 한 번씩 리아를 찾았다.
열여덟 살의 리아.
열아홉 살의 리아.
스무 살의 리아.
일곱 살의 어린아이가 완전히 어른이 된 것을 본 로이스는 그렇게 다시 마을을 떠났다.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 자신의 2차 수면기 준비를 위해 말이다.
2차 수면기를 위한 점검을 마치고 나니 훌쩍 지나 있는 세월.
3년이 흘러 로이스는 다시 마을을 찾았다.
“로이스 오빠?”
23살이 된 리아는 잭의 집 앞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흰 머리 소년을 보고 놀란 눈을 해 보였다.
그녀는 로이스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오라버니는 여전하시네요.”
어리고 어렸던 자신이 이렇게 클 동안 로이스는 조금도 자라지 않았다.
열다섯 소년의 몸.
처음에는 그것이 의문이었지만, 나중에는 납득하게 됐다.
‘신비로운 사람.’
처음부터 그는 그랬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존재.
어떤 때는 오빠 같기도.
어떤 때는 아버지 같기도.
오랜 세월 자신의 곁을 맴돌며 지켜 주는 바람 같은 존재.
지금에 와서는 로이스라는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리아였다.
로이스는 리아를 보며 웃어 줬다.
“잘 살고 있나 보네. 그럼…….”
“잠깐만요!”
다시 떠날 듯 보이는 로이스를 다급하게 잡아챈 리아.
그녀가 볼을 살짝 붉혔다.
“오빠, 저… 결혼해요.”
“……?!”
로이스가 놀라 눈을 끔뻑였다.
그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와… 나중에 나한테 시집오겠다던 꼬맹이 어디 갔나? 나 차인 거야?”
“먼저 찬 거는 오빠였잖아요!”
한동안 투닥거리던 리아와 로이스는 서로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래서 언제 하는데?”
“내일요.”
“…내가 딱 맞춰 온 거네?”
“그러게요. 어쩜 이렇게 딱 맞춰 오신 건지.”
“그래서 남편 될 상대는 누군데?”
“그게…….”
로이스와 리아는 마당의 한쪽에 앉아 그간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눴다.
그리고 다음 날.
“축하합니다!”
“행복하게 사세요!”
모두의 축복 속에 리아는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는 여인이 된 아이.
인근의 지붕에 앉은 로이스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리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로이스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반짝이는 빛이 결혼식장에 아름답게 내려앉았다.
단순히 반짝이는 성법에 불과했지만, 마치 그 빛이 오늘의 신부를 축복하듯 보였다.
“와…….”
“이게 뭐지?”
“예쁘다…….”
난데없는 빛에 놀란 하객들이 웅성거릴 때, 리아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정확히 로이스가 앉아 있는 지붕으로 말이다.
리아와 눈이 마주친 로이스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순간 로이스는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지어주는 리아의 미소를.
“잘 살아라, 꼬맹이.”
츠팟!
짧은 축복을 남기고 로이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다시 7년이 흐른 어느 날.
“으그극!”
나무에 기대 책을 읽던 로이스는 짧게 기지개를 켰다.
그러다가 서서히 깔리는 붉은 노을을 보며 생각했다.
“잘 살고 있나?”
붉은 노을 덕분에 떠오른 붉은 머리의 아이.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결혼을 한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이에 로이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궁금하면 보고 오면 되지.’
어차피 성법 한 번이면 다녀올 거리였다.
그리 생각함과 동시에 로이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츠팟!
로이스가 나타난 곳은 그가 자주 찾던 마을의 상공이었다.
옹기종기 모인 마을을 보며 로이스는 감탄했다.
“오? 제법 늘었네?”
세월이 흐르며 20가구에 불과했던 마을이 60가구 가까이 늘어나 있었다.
아마 이 인근에서는 가장 규모가 있는 마을이 아닐 듯싶었다.
그렇게 짧은 감상을 마친 로이스는 기감을 펼쳤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익숙한 기운을 찾아내고 움직였다.
탓!
로이스의 신형이 마을 외곽의 한 집 앞에 떨어 내렸다.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아담한 집.
로이스가 문을 두들겼다.
똑똑-.
“누구세요?”
안쪽에서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로이스에게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에 그가 웃으며 답했다.
“나야!”
한동안 문 안쪽에서 답이 없었다.
그러나.
다다닥-.
무언가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여인.
“오빠!”
이제 서른 살이 된 리아였다.
그녀는 7년 만에 만난 로이스를 반갑게 껴안아 줬다.
“왜 이제 왔어요!”
“이래저래 바빠서. 잘 지냈지?”
“그럼요!”
“얼굴을 보니 잘 지낸 거 같네.”
리아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그렇게 로이스와 리아가 반갑게 해후를 하고 있을 때.
“엄마…….”
리아의 뒤로 작은 그림자가 달라붙었다.
붉은 머리의 사내아이였다.
마치 어린 시절 리아를 그대로 쏙 빼닮은 녀석.
로이스가 의문을 담아 물었다.
“아들?”
“네. 이제 여섯 살 됐어요.”
그리 말하며 리아는 자신의 다리에 달라붙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리아의 아들은 로이스를 향해 경계심을 보이다가 어미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 아들의 모습에 리아가 웃으며 말했다.
“켄드릭, 로이스 삼촌이란다. 삼촌한테 인사해야지?”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에 아이가 로이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녀석의 말똥말똥한 시선에 로이스가 웃으며 답했다.
“아들이 아주 엄마를 쏙 빼 닮…….”
그 순간 로이스의 얼굴빛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로이스의 눈에 당황이 깃들었다.
“자, 잠깐. 이 녀석 이름이 뭐라고?”
“예?”
“네 아들 이름!”
로이스의 다급한 목소리에 리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답했다.
“켄드릭이에요.”
“……?!”
로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 켄드릭? 켄두릭도 아니고 칸드릭도 아니고?”
“…갑자기 왜 그러세요?”
리아의 물음에 로이스는 뒷골이 쭈뼛 솟아올랐다.
‘이런 미친……!?’
그는 정말로 오랜만에 매우 당황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켄드릭.
어찌 그 이름을 모르겠는가.
그가 알고 있는 원작 내용 중에서 ‘켄드릭’이란 이름을 쓰는 존재는 단 한 명뿐이었다.
‘검성… 켄드릭.’
인간계 최강의 검.
참룡검의 주인.
광룡의 목을 베는 자.
원작 속 켄드릭의 묘사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섯 살짜리 어린애의 얼굴 위로 투영됐다.
이에 로이스는 한탄하듯 중얼거리고 말았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