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조기교육 (1)
로이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이 진짜 검성인가?’
로이스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래, 켄드릭이란 이름이 흔한 이름일 수도 있으니까.’
물론 원작에서처럼 붉은 머리를 한 켄드릭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아닐 수도 있잖아?’
로이스는 신중해졌다.
‘켄드릭… 켄드릭이라…….’
그가 알고 있는 검성 켄드릭의 어린 시절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제네로커의 레어 인근 마을에 살았다는 것.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는 것.
광룡 제네로커에게 마을이 초토화되면서 여동생을 잃었다는 것.
‘가만, 여동생?’
이를 떠올린 로이스가 리아를 보며 물었다.
“리아, 너 혹시… 딸도 있냐?”
로이스의 물음에 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혹시 이름이…….”
“후후, 타니아에요. 이제 4살 됐죠.”
“……?!”
로이스의 얼굴이 한 번 더 굳어졌다.
‘아… 젠장.’
그는 한탄했다.
‘이거 아무래도… 맞는 거 같은데?’
켄드릭의 여동생.
그녀의 죽음은 작중 검성에게 ‘복수’라는 목표를 형성해 주는 요소였다.
때문에 원작에서도 종종 여동생의 이름이 언급될 때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정확히 ‘타니아’였다.
‘아…….’
만약 녹치산맥에 자리한 산골 마을에서 켄드릭이란 이름을 가진 소년을 찾는다면 몇 명은 어찌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붉은 머리.
타니아란 이름을 가진 여동생.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켄드릭이 얼마나 될까?
모든 조건이 모여 눈앞의 여섯 살 꼬맹이가 검성 켄드릭이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이대도 얼추 맞는 거 같고.’
현재 로이스의 나이는 483세.
이대로 16년이 흐른다면 499살.
즉, 원작의 로이스가 죽는 시간대에 켄드릭은 20대 초반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눈앞의 꼬맹이도 16년 뒤면 22살이 된다.
“흠…….”
로이스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좋아. 이 녀석이 검성이라 치자. 그런데… 왜 여기서 나와?!’
그가 알고 있기로는 검성 켄드릭이 살던 마을은 이곳보다 훨씬 더 제네로커의 레어에 가까운 곳이었다.
때문에 로이스는 조금 시간을 두고 검성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그것도 자신이 구해 준 여자아이의 아들이 검성 켄드릭일 줄이야…….
‘아… 이래서였구나! 그래서 묘하게 리아에게 끌렸던 거였어!’
그제야 로이스는 자신의 직감이 왜 리아를 도우라고 말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한참이 지나도 로이스가 말이 없자, 리아가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건데…….”
“그럼 그건 천천히 생각해 보고… 일단 들어와요. 언제까지 문 앞에 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럴까?”
로이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리아가 배시시 웃으며 그를 안내했다.
밖에서 본 것과는 달리, 리아의 집은 제법 널찍했다.
몇 개의 방과 부엌이 나뉜 구조였다.
실내를 훑어본 로이스가 말했다.
“살림 잘하는 거는 여전하네.”
“후후, 이게 다 오빠한테 잘 배워서 그런 거죠.”
어린 시절 리아는 살아가며 필요한 모든 것을 로이스에게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글자, 학문, 생활에 필요한 이런저런 지식까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로이스가 리아에게 많은 것을 알려 준 것이다.
리아의 추켜세움에 로이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거야 그렇지. 근데 네 남편은?”
“아마 조금 있으면 돌아올 거예요. 그것보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 아직.”
“잘됐네요. 그럼 오랜만에 같이 먹어요!”
“응. 그러자.”
오랜만에 로이스와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리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때였다.
“엄마…….”
한쪽 방에서 아장아장 걸어 나오는 여자아이.
“우리 니아 깼어요?”
“웅…….”
리아가 딸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으며 로이스에게 안겼다.
“엉……?”
“잠깐만 봐줘요. 식사 준비를 해야 해서, 후후.”
그리 웃으며 리아는 부엌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거실에 남게 된 로이스, 켄드릭, 타니아.
로이스는 자신의 품에 안긴 여자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리아를 닮아 붉은 머리카락과 하얗고 포동포동한 볼살.
아이답지 않게 뚜렷한 이목구비에 아름답게 빛나는 녹색의 눈동자.
생전 처음 보는 이의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칭얼거림조차 내지 않을 정도로 낯가림이 없는 아이였다.
‘딱 동네 어른들한테 귀여움받을 만한 애네.’
반면 미래의 검성이라는 켄드릭은 어떠한가.
로이스의 시선이 한쪽 방구석으로 향했다.
“…….”
벽난로 뒤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자신을 경계하는 저 녹색의 눈동자를 봐라.
누가 저 꼬맹이를 미래의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생각을 하겠나.
“하아…….”
로이스가 길게 한숨을 내쉬자 그의 품에 안겨 있던 타니아가 까르르거렸다.
‘이게 뭔…….’
살짝 옛 생각이 나서 놀러 나왔다가 뜬금없이 애들을 보고 있지를 않나.
심지어 그 애들 중 하나는 나중에 제 아버지 멱을 딸지도 모를 흉악무도한 놈이었다.
로이스는 타니아란 아이를 눈앞까지 들어 올렸다.
빵긋빵긋 잘도 웃는 예쁜 아이.
그렇게 483살 먹은 드래곤과 네 살배기 아이가 눈빛을 주고받을 때.
“켄드릭! 타니아! 아빠 왔다!”
문이 벌컥 열리며 금발 녹안의 사내가 들이닥쳤다.
그가 실내로 발을 내디딘 순간 로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
“…….”
둘 사이에 한동안 정적이 감돌고.
돌연 사내가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 들며 소리쳤다.
“웬 놈이냐! 당장 우리 딸 내려놓지 못해!”
자신의 집에서 낯선 이가 딸아이를 들고 있으니 놀라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가 내지른 고함에 소란을 듣고 리아가 나타났다.
“아론, 왔어요?”
“여보! 웬 꼬맹이가 우리 애들을!”
“괜찮아요. 이분은…….”
“아! 아는 애요?”
“애, 애는 아니고…….”
“거, 뉘 집 꼬맹이인지는 몰라도 훤칠하게 생겼구만.”
아론이라 불린 금발 사내의 말에 로이스의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리아.”
“네?”
“미안.”
“……?”
“너 오늘 과부 될지 모르겠다.”
그의 입꼬리가 씰룩이고.
‘이 새끼가 자꾸 누구보고 꼬맹이래!’
로이스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 * *
다행히 리아가 과부가 될 일은 없었다.
그녀가 재빠르게 상황을 진정시켰기 때문이었다.
한바탕 소란이 날 뻔했던 순간이 지나고.
리아와 아론, 타니아와 켄드릭, 그리고 로이스는 한 식탁에 빙 둘러앉았다.
그때 아론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흠흠, 마,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뭐라고?”
“그 어린 시절부터 보살펴 준 오빠가 한 분 계신다고…….”
그리 말하며 아론은 로이스의 얼굴을 흘끗거렸다.
누가 봐도 열다섯쯤으로 보이는 외모.
정녕 저 소년이 리아가 말한 ‘오빠이자 은인’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가 그렇게 로이스를 살피는 사이 로이스도 아론을 바라보았다.
‘이게 리아 남편인가?’
사냥꾼 마을 주민답지 않게 수려한 외모.
결혼식 때 그를 한 번 본 게 다였지만, 그전에 이야기를 대충 들어 알고 있었다.
‘외지인이었다지?’
아론은 인근 영지에서 호위 무사를 하던 이였고, 임무차 이 마을에 들렀다가 리아를 보고 한눈에 반해 눌러앉은 경우였다.
‘확실히 리아가 예쁘기는 하지.’
아론이란 이도 그렇지만, 리아도 시골의 여인답지 않게 귀티가 났다.
‘이른바 선남선녀끼리 잘 만난 케이스랄까?’
그렇게 둘 사이에 약간의 탐색전이 있을 때.
“아우…….”
리아에게 이유식을 받아먹던 타니아가 돌연 로이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에 리아가 웃으며 딸에게 물었다.
“우리 딸, 삼촌한테 가고 싶어?”
“웅.”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타니아.
리아가 난감하다는 듯 로이스를 바라보았다.
로이스는 한숨을 내쉬며 팔을 뻗었다.
“줘.”
“죄송해요.”
입은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재빠르게 딸아이를 넘긴 리아.
그녀는 로이스에게 넘어가기 무섭게 빵긋빵긋 웃는 딸아이를 보고 살짝 놀라 말했다.
“니아가 오빠를 잘 따르네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앤데.”
“…얘가 낯을 많이 가린다고?”
“네.”
“이게? 어딜 봐서?”
로이스는 자신의 껌딱지가 된 타니아의 볼을 쿡쿡 찔렀다.
말캉하게 되돌아오는 탄력이 일품이었다.
“꺄항-.”
로이스가 볼을 찌를 때마다 간드러진 웃음을 터트리는 타니아.
리아는 그 모습이 너무도 신기했다.
“니아가 원래는 진짜 낯가림이 심하거든요. 그쵸?”
동의를 구하는 아내의 물음에 아론이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오죽 낯가림이 심하면… 저한테도 낯을 가리겠어요.”
“그건 당신이 수염 안 깎고 니아한테 뽀뽀하니까 그런 거죠!”
“그런 거였어…?”
눈앞에서 투닥거리는 부부와 그것이 일상인 듯 무시하면 수프를 떠먹는 여섯 살의 켄드릭.
그리고 자신의 무릎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네 살배기 여자아이까지.
누가 봐도 평화로워 보이는 그 상황 속에서 로이스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어쩌지…….’
일단 주둥이에 수프를 한가득 묻혀 가며 먹고 있는 저 칠칠치 못한 꼬맹이가 미래의 검성인 거는 99% 맞는 거 같다.
그렇다면 저 녀석을 어찌해야 할까?
‘잠재적인 위험은 배제하는 게 맞지만…….’
아직 어린아이를, 그것도 리아의 아들을 죽여 없앨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게 내버려 둘까?’
광룡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타니아가 죽지 않는다면 검성이란 존재가 생길 이유도 없었다.
만약 로이스가 이대로 두고 본다면 저 여섯 살 아이는 검성이 아닌 사냥꾼 켄드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놈이지.’
그놈, 엘비스가 문제였다.
미래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조력자인 검성을 그가 그대로 두고 보겠는가.
자신 같아도 제일 먼저 켄드릭을 찾으려고 할 터였다.
‘그렇다면…….’
그 순간 로이스의 머릿속으로 좋은 방법이 스치고 지나갔다.
‘엘비스 놈이 나타나기 전에… 켄드릭을 내 편으로 만들면 되는 거잖아?’
심지어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엘비스가 켄드릭을 만나기 전에, 그것도 어린 시절의 켄드릭을 자신이 먼저 만났으니 말이다.
로이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여전히 투닥거리고 있는 부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리아.”
“네?”
로이스의 부름에 그제야 시선을 돌린 리아.
“너 혹시 켄드릭 교육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음… 아직 어려서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요……?”
“그렇단 말이지.”
말은 저렇게 하지만 자고로 애들 교육에 무관심한 부모는 없는 법이다.
로이스는 그 점을 파고들었다.
“그럼… 내가 좀 봐줄까?”
“네?”
로이스의 말에 잠시 눈을 끔뻑이던 리아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그녀가 곧 큰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요? 정말 그래 주실 수 있으세요?”
“뭐… 네 아이인데. 잠깐 시간은 낼 수 있지.”
“그래만 주신다면 저야 좋죠!”
어린 시절 로이스에게 많은 것을 배운 그녀였기에 그가 얼마나 학식이 풍부한지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이 산골 마을에서 로이스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그때 한쪽에서 들려오는 볼멘 목소리.
“켄드릭은 내가 가르쳐도…….”
“아론!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여, 여보?”
아론이 살짝 못마땅하다는 듯 끼어들었지만, 자식 교육열 넘치는 리아의 단호함에 이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결혼한 이래 이토록 매서운 눈빛을 한 리아는 처음 본 아론이었다.
리아가 열기 가득 한 눈으로 로이스를 바라보며 외쳤다.
“로이스 오빠, 꼭 좀 부탁드릴게요!”
간단하게 부모의 승낙을 얻어 낸 로이스.
그가 환히 미소 지었다.
“걱정 마. 열심히 가르쳐 볼게.”
더불어 로이스는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엘비스 녀석을 향해 비릿한 조소를 날려 줬다.
‘어디 한번 켄드릭을 데려가고 싶으면 데려가 봐. 이 녀석이 널 따라가고 싶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의 시선이 말똥말똥한 켄드릭의 녹안과 마주했다.
이에 로이스는 어린 검성을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렇게 그날.
미래의 검성 켄드릭의 조기교육… 아니, 조기교육을 가장한 세뇌가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