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조기 교육 (4)
마나가 모여들고 그 안에서 13개의 속성이 춤을 추듯 너울졌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로이스는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런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
불과 하루 전날 켄드릭에게 일어났던 반응과 똑같으니 말이다.
다만 문제는 지금 일어나는 현상이 켄드릭한테 발생한 게 아니란 점이었다.
로이스는 타니아의 주변에 붉게 얼룩진 기운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각성했다고?’
켄드릭에게 그랬든 타니아에게도 대충 방법을 알려주기는 했다.
하지만 별반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 로이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니,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와…….”
무릇 4살이라 함은 이제 겨우 말문이 트여서 엄마·아빠 뒤를 뽈뽈뽈 쫓아다닐 나이.
6살짜리 켄드릭이 속성력을 각성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제 4살인 타니아가 단번에 속성력을 깨우쳤다.
대륙의 어느 법사든, 무사든 붙잡아서 이를 얘기하면 헛소리라고 치부할 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믿지 못할 일이 로이스의 바로 코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몇 시간이 걸린 거지?”
로이스는 시간을 살폈다.
타니아에게 주먹구구식 각성법을 알려 준 지 대략 4시간 정도.
이를 인지한 로이스의 얼굴에 또 한 번 경악이 서렸다.
“4시간?!”
인류 역사에 다시 없을 천재라는 설정을 가진 켄드릭조차 처음 각성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물론 그것도 놀라운 기록이기는 했지만, 타니아는 한술 더 떴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적어도 속성력에 관해서만큼은 타니아의 재능이 켄드릭을 넘어섰다는 소리였다.
로이스는 말없이 타니아의 주변에 일렁이는 붉은 기운을 바라보았다.
‘켄드릭과 같은 화속성이라…….’
로이스의 얼굴이 묘해졌다.
“…아이러니하네.”
자신도 그렇고, 타니아도 그렇고.
원작에서는 일찌감치 죽어서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가 품은 잠재력은 남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최초의 4속성을 품은 드래곤 로이스.
인간계 최강의 재능이라는 검성을 뛰어넘는 재능을 지닌 타니아까지.
“…이것도 운명인가.”
로이스가 그렇게 중얼거릴 때, 타니아가 눈을 떴다.
아이는 자신이 느낀 감각이 신기한 듯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그러다가 로이스와 눈이 마주치고 그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헤헤.”
로이스는 자신의 다리에 매달린 작은 머리통을 바라보다가 피식거리고 말았다.
‘이건 아주… 나보고 대놓고 키우라는 거군.’
눈앞에 넝쿨째 굴러온 호박이 있는데 이대로 그냥 놓고 볼 리 있겠는가.
“후후.”
로이스의 미소가 짙어지고.
“타니아.”
“응!”
“내일부터 너도 오빠랑 같이 와.”
“응!”
“응이 아니고 네.”
“녜!”
그렇게 그날, 로이스의 문하에 제자 한 명이 더 늘어났다.
* * *
로이스가 켄드릭과 타니아를 제자로 받아들인 지 3년이 흘렀다.
그간 로이스는 아이들에게 속성력과 무법보다는 기본적인 소양을 가르치는 데 힘썼다.
물론 힘을 쓴 것은 정확히 핀이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로이스가 모든 교육에서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도 그 나름대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맡은 바가 있었다.
바로 인성교육이었다.
“오늘은 상황에 맞는 행동 지침 요령이다.”
여느 날처럼 좁은 공간에 모여 아이들을 가르치는 로이스.
그가 나란히 앉은 켄드릭과 타니아를 보며 물었다.
“여행 중 길을 가다가 산적에게 둘러싸인 행인을 봤다. 여기서 문제! 이때 너희의 올바른 행동은?”
로이스의 질문에 켄드릭이 먼저 손을 들었다.
녀석은 당당한 목소리로 외쳤다.
“산적을 물리치고 행인을 구해야 해요!”
“산적을 물리칠 힘이 없으면?”
“그럼 행인과 함께 도망쳐야죠!”
켄드릭의 답변에 로이스가 고개는 내저었다.
“틀렸어.”
“아, 아니라고요?”
당황한 켄드릭을 보면 로이스가 진지한 목소리로 정답을 알려 줬다.
“도망쳐야지. 혼자.”
“네?”
“애초에 산적한테 덤비면 안 된다고. 행인과 함께 도망칠 수 있다는 건 너무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
“그, 그러면요?”
“모든 상황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법. 애초에 산적을 물리칠 힘이 없는데 어떻게 그 상황에서 산적에게 둘러싸인 행인과 함께 도망칠 수 있겠냐? 네 말처럼 했다가는 그날 그 자리에서 사이좋게 둘 다 목이 날아가는 거야.”
“…….”
“감당할 능력도 없으면서 무모하게 일을 벌이는 것을 보고 만용이라고 하는 거다.”
철저하게 동심을 파괴하는 로이스의 현실적인 조언에 켄드릭이 눈을 끔뻑였다.
로이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이게 맞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하는 모양새였다.
그런 반응에 로이스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 자식은 어릴 때부터 호구 끼가 넘쳤구나.’
원작에서 검성은 정의감이 투철한 캐릭터였다.
말이 정의감이 넘친다는 거지, 다른 말로는 ‘발암 캐릭터’, ‘고구마 캐릭터’였다.
원작을 보면서 얼마나 속이 터지던지.
로이스는 자신의 제자가 그런 호구 짓을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눈을 끔뻑이고 있는 켄드릭을 보며 물었다.
“자, 그럼 다음 질문. 만약 너에게 산적을 물리칠 힘이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
그 질문에 이제는 확실하다는 듯 켄드릭이 답했다.
“산적을 물리치고 행인을 구해야죠!”
“그리고?”
“…그리고요?”
그다음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듯 어리둥절해하는 켄드릭.
이를 지켜보는 로이스의 얼굴에 답답함이 드러났다.
그때 켄드릭의 옆에 작은 손이 불쑥 올라왔다.
“구해 줬으니 돈 달라고 해야 해욧!”
7살답지 않은 타니아의 똘망똘망, 똑- 부러지는 언변에 로이스가 무릎을 내려쳤다.
탁-.
“옳거니!”
켄드릭 때문에 쌓여 가던 답답함이 타니아의 답변에 씻은 듯이 내려갔다.
로이스는 타니아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동네 사람들! 우리 타니아 좀 보세요! 여기 천재가 있어요!’
타니아는 문일지십의 천재였다.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알고, 출제자의 질문이 지닌 근본적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내는 천재 중의 천재말이다.
흐뭇함이 가득한 로이스의 얼굴.
하지만 그는 그런 표정을 지웠다.
명색이 아이들의 선생인데, 고작 이 정도로 흡족해해서는 안 된다.
제자가 하나를 깨달았으니 이를 응용해 또 다른 가르침을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로이스가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흠흠. 잘했다, 타니아.”
“헤헤.”
“켄드릭 너도 잘 들어.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애초에 행인을 구할 무력이 어디서 나오겠어? 그게 다 네가 피땀 흘려 이룩한 성과야. 그런 노력의 성과로 산적을 물리쳐 줬으면 적당한 보상을 요구해야지. 이른바… 인건비라고나 할까?”
로이스의 말에 켄드릭은 아리송한 표정을, 타니아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로이스의 목소리.
“이때 만약 행인이 쥐뿔도 없는 빈털터리다? 그러면 여기서 응용이 들어가는 거지.”
“어떻게요?”
기대가 가득한 타니아의 물음에 로이스가 웃으며 답했다.
“첫째, 마음을 비운다. 아, 이놈은 쥐뿔도 없는 놈이라고 단념하는 거지. 어차피 없는 놈을 닦달해서 뭐 하겠어? 그럴 때는 주변으로 눈을 돌리는 거야.”
“주변으로요?”
“그래, 주변으로! 그게 어딜까, 타니아?”
“음…….”
타니아가 팔짱을 끼고 고민에 들어갔다.
잠시 뒤, 무언가를 떠올린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산적인가요?”
“정답이다.”
“와!”
“어차피 행인을 구하는 데 내 시간과 무력을 썼으니 그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거지, 산적들한테.”
로이스의 말에 타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켄드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 그래도 되는 거예요?”
“안 될 게 뭐 있는데? 어차피 산적도 남의 물건 털어먹는 놈들이야. 그런 나아아아쁜 놈들 주머니는 털어먹어도 돼.”
“그런가……?”
켄드릭이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해 녀석이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스는 수업에 열중인 아이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타니아는 마른 스펀지처럼 쪽쪽 잘 흡수하고, 켄드릭도 느리지만 나아지고 있네.’
착실하게 커 나가는 아이들이 그저 대견스러운 로이스였다.
물론 아이들의 부모가 봤다면 한탄했을 법한 일이었지만, 애초에 로이스를 믿고 아이들을 맡긴 그들 스스로 재앙을 자초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역사에 길이 남을 재능을 소유한 아이들이 로이스의 색으로 물들어 갔다.
* * *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느 날.
“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로이스의 방을 청소하고 있는 발렌티나.
“아유… 우리 아들은 누굴 닮아서 이렇게 깔끔할까?”
그녀는 딱히 자신이 청소하지 않아도 치울 게 없는 로이스의 방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책상 한쪽에 놓인 토토라는 토끼 인형을 보며 입을 가리고 킥킥거렸다.
‘꼭 우리 아들 같네.’
하얗고 자줏빛의 눈이 로이스를 꼭 닮은 인형이었다.
이제는 인형이 필요 없는 나이였지만, 아버지가 만들어 준 인형이라고 잘 간직하고 있는 아들의 마음씨에 발렌티나는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그녀가 로이스의 방을 둘러볼 때, 작은 진동음이 들렸다.
웅웅-.
며칠 전부터 하루에 한 번씩, 꼭 들려오는 울림이었다.
“후후.”
마치 얼른 받으라고 재촉하는 듯한 울림에 옅게 미소 지은 발렌티나.
그녀가 품에서 새하얀 구슬을 꺼내 속성력을 불어넣었다.
그러기 무섭게 구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발렌티나? 들려?]너무도 반가운 남편의 목소리.
“잘 들려.”
[허… 이거 참 봐도 봐도 신기하네.]제네로커의 목소리에는 신기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또한, 통신석을 맞들고 있는 발렌티나의 눈에도 감탄이 서렸다.
‘신기하네. 로이스는 대체 이걸 어떻게 만든 거지?’
며칠 전쯤, 로이스가 작은 구슬 몇 개를 들고 발렌티나를 찾았다.
부끄럽다는 듯 새초롬한 얼굴로 구슬을 내민 아들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아른거렸다.
‘이거, 제가 만든 통신석인데 어머니랑 아버지랑 가지고 계세요. 은화성까지도 통신 거리가 닿을 거예요.’
그렇게 통신석을 건네주고 부끄럽다는 듯 사라진 로이스.
처음에 긴가민가하던 발렌티나는 은화성의 제네로커에게 통신석 하나를 주고 왔다.
그리고 시험 삼아 통신을 해 봤는데…….
‘어? 되, 된다! 여보오오!’
‘여보!’
로이스의 말처럼 정말 은화성까지 통신 거리가 닿는 게 아니던가.
그 덕분에 제네로커와 발렌티나, 그리고 로이스는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아들, 이걸 어떻게 만든 거니?’
‘후후, 영업 비밀입니다, 어머니.’
‘또 어머니래…….’
제네로커와 발렌티나는 몰랐지만, 이는 통신석 하나 때문에 고생했던 로이스가 몇 년 전에 만들어낸 기물이었다.
수년 전에 만든 걸 왜 이제야 가족들에게 나눠 줬냐고?
‘연락이 자주 되면 괴로운 건 나뿐이니까.’
로이스가 제 부모의 성향을 모르겠는가.
통신이 된다는 걸 알면 온종일 통신석이 불나게 울릴 것이 뻔했다.
그럼에도 통신석을 나눠 준 것은 최근 켄드릭&타니아 남매를 거둬들이면서 밖에 돌아다니는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혹여 부모님이 자신을 걱정할까 봐 말이다.
하지만 그런 로이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날 이후 통신석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거 참 신기하네? 우리 아들 이런 거 어떻게 만들었대?] [로이가 천재잖아! 요즘 다른 드래곤들이 우리 로이 육아법을 알고 싶다고 난리라고!] [로이, 어딨니? 아빠 안 보고 싶어?] [로이, 뭐 하니? 와서 이것 좀 먹어 보렴! 엄마가 간식 만들었어!] [어머니, 저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평범하게 불러요. 제발!] [후후, 재밌잖아?]로이스의 불길한 예상은 실제로 적중했다.
쉼 없이 울리는 진동에 혈압이 오른 로이스.
자꾸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통신석을 회수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나서야 발렌티나와 제네로커의 광란이 잠잠해질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로이스가 꼭 필요한 것을 빼면 통신을 무시해 버렸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제네로커&발렌티나 부부의 전용 통신석이 돼 버리고 말았다.
[여보, 로이스 집에 있어? 오랜만에 목소리 좀 들어 보려 했더니… 통신을 안 받네?]“아까 아침에도 통신하지 않았어? 로이스가 하루에 한 번만 통신하라고 했다며?”
[하루에 한 번은… 너무 적잖아.]“후후, 아무튼 지금 로이 집에 없어.”
[응? 어디 갔는데?]“요즘 인근 마을 자주 다니더라고. 인간 아이들 거둬서 제자로 키우는 중인가 봐.”
[그래?]“핀한테 들어 보니 그 아이들 재능이 상당하다네? 그래서 로이가 애정을 다해 키우는 중이라고 하더라고.”
[…인간들한테 줄 애정이 있으면 이 아빠한테나 줄 것이지.]통신석 너머에서 느껴지는 시무룩함에 발렌티나는 킥킥-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녀는 의기소침한 남편을 달래며 하루 동안 밀린 수다를 떨었다.
물론 두 사람이 나누는 수다의 주제는 당연히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다.
그렇게 부부간의 대화가 통신석을 타고 오가는 사이.
마을로 떠났던 로이스는…….
땡땡땡-.
“…이건 또 뭔 소리야?”
갑자기 들려온 종소리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