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새로운 목표 (3)
로이스의 방문을 부술 듯 박차고, 제 방 드나들듯 들어온 1남 1녀.
호리호리하고 늘씬한 몸매에 밝은 은발, 청록색의 눈동자.
닮아도 너무 닮은 두 남녀를 보는 순간 로이스의 얼굴에 불쾌함이 서렸다.
‘아, 이것들… 더 컸네?!’
2차 수면기에 들어가기 전 본 쌍둥이들은 안 그래도 컸었는데 수면기를 마친 녀석들은 그때보다 더 훌쩍 자라나 있었다.
185㎝에 달하는 큰 키와 짧은 머리, 선 얇은 미청년이 된 칸.
로이스와 비슷한 키,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에 고양이상의 미녀 카니.
칸은 그렇다 쳐도 카니까지 자신과 비슷할 거라고는 생각 못 한 로이스는 우울해했다.
그런 로이스의 앞으로 쪼르르 온 쌍둥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이… 수면기 안 들어갔어?”
“왜 안 컸어? 똑같네?”
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로이스의 이마에 혈관이 불거졌다.
파직-.
“나도 컸거든!”
“그런데 눈높이가 똑같은데?”
칸의 웃음기 담긴 목소리에 이미 불거진 혈관이 두 배로 불거졌다.
파지직-.
“네가 멀대같이 큰 거뿐이다!”
“야, 칸! 우리 로이 놀리지 마!”
칸을 째려본 카니가 슬그머니 로이스를 껴안으며 말했다.
“우리 로이는 더 크면 별로야. 지금이 딱이라고! 로이가 너만큼 크면 내가 이렇게 보들보들한 행복을 느낄 수 없잖아?”
그러면서 카니는 로이스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매우 매우 행복해하는 얼굴로 말이다.
반면 남매의 합동 공격에 열이 뻗친 로이스.
눌린 찐빵이 된 그가 쌍심지를 켜며 버럭 소리쳤다.
“이것들이… 떨어져!”
“아, 조금만 더!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 충전 좀 하게 해 주라!”
“꺼져!”
어떻게든 달라붙으려는 카니와 악착같이 밀어내는 로이스.
기어코 걷어차인 카니를 보며 낄낄거리는 칸까지.
오랜만에 모인 삼총사의 모습에 핀은 그저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10여 분간의 실랑이 끝에 로이스에게서 떨어진 카니.
“진짜 못됐어.”
산발이 된 그녀가 머리를 정돈하며 로이스를 노려보았다.
그런 카니에게 관심을 끈 로이스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여긴 왜 왔냐?”
“왜긴! 우리 로이 보러 왔지!”
“봤으니 가지?”
“싫어.”
로이스가 다시 실실거리며 다가오는 카니에게서 슬그머니 떨어졌다.
그러면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물었다.
“그래서 진짜 왜 왔는데?”
“후후.”
“흐흐. 몰라서 물어?”
쌍둥이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로이스의 좌우를 포위했다.
이에 로이스가 팔짱을 꼈다.
“어, 몰라서 묻는데?”
로이스의 답변에 쌍둥이가 상처받았다는 눈망울로 소리쳤다.
“너, 여행 간다며! 유희, 유희!”
“그것도 곧!”
“하아…….”
둘의 외침에 로이스가 살짝 이마를 감싸 쥐었다.
쌍둥이가 찾아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이것들이 어떻게 알았지?’
물론, 쌍둥이가 자신의 여행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어느 정도 짐작은 갔다.
‘어무니…….’
로이스네와 쌍둥이네는 날아서 3분 거리였다.
두 집이 가까이 붙어 있고, 남편들이 원로직으로 은화성에 가 있는 동안 심심한 두 아내가 무얼 하겠는가.
바로 폭풍 수다였다.
‘좀 조심해 달라고 했는데…….’
원래 수다란 게 말하다 보면 나중에는 내가 뭘 말했는지도 모르게 되는 법이었다.
하물며 아침에 해가 떠서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수다를 나누는 두 아주머니가 자신들이 뭘 말했는지 기억하기나 할까?
아마 쌍둥이도 거기서 자신의 소식을 듣고 온 것이리라.
카니가 로이스를 보며 배신당했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뭐가?”
“여행을 가면 우리한테도 말해 줬어야지!”
“내가 왜?”
“우리도 같이 갈 거니까!”
“누구 마음대로?”
“…그럼 칸 빼고 나랑 가자.”
“야, 카니!”
“왜, 뭐?”
티격태격하는 쌍둥이를 보며 로이스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싸울 거면 너희 집 가서 싸워.”
그 말에 다시 쌍둥이가 의견을 합쳐 소리쳤다.
“우리도 데려가 줘!”
“맞아! 우리도 데려가 달라!”
시위하듯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는 쌍둥이를 보며 로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냉정한 눈빛으로 물었다.
“좋아. 그럼 내가 너희를 데려가야 할 이유를 3가지만 대 봐. 내가 납득할 수 있게.”
그 물음에 쌍둥이가 시위를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그러다가 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 친구잖아?”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두 번째는?”
이번에는 카니가 우물쭈물 말했다.
“음… 로이랑 가면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서 재밌고…….”
카니의 말을 칸이 이어받았다.
“…우리가 심심하지 않아서?”
로이스의 이마에 가라앉았던 혈관이 다시 튀어나왔다.
‘이것들이…….’
결국에 나랑 가는 게 재밌다는 소리를 다르게 말한 거뿐이잖아!
로이스가 녀석들을 노려보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야, 내가 너희를 데려갈 이유를 대라고 했지, 너희가 가고 싶은 이유를 대라고 했냐?”
로이스의 싸늘한 지적에 쌍둥이가 움찔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냉랭한 목소리.
“자, 그럼 이제부터 내가 너희를 데려가면 안 되는 이유를 딱 2가지만 말해 줄게.”
“음… 안 말해 주면 안 될까?”
“구, 굳이 듣고 싶지 않은데…….”
“시끄러. 조용히 하고 들어.”
“넵.”
“옙.”
로이스의 싸늘한 눈빛에 본전도 못 건지고 입을 다문 칸과 카니.
녀석들이 로이스 앞에 얌전히 무릎 꿇었다.
곧 이어지는 로이스의 속사포 같은 목소리.
“첫째, 너희랑 가면 내가 너무 정신없고, 신경 쓰이고, 머리 아프고, 바쁘고, 혈압 오르고, 짜증 나고, 귀찮고, 매우 정신없고, 힘들다.”
“저기 로이……? 첫 번째 이유에 이미 우리와 같이 가면 안 되는 이유가 대충 10개 정도 들어간 거 같은데……?”
“…정신없다는 두 번이나 말했어.”
“조용히 해.”
“응…….”
“미안…….”
로이스가 노려보자 쌍둥이가 다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두 번째, 나는 너희 친구지, 보모가 아니다. 너희들 데려가면 그 뒷바라지 누가 하냐? 내가 하겠지?”
“우, 우리도 다 컸어! 이제 우리 할 일은 우리가 해! 그치 칸?”
“맞아!”
“검 휘두르는 거 말고 너희가 할 수 있는 걸 말해 봐.”
“미안…….”
“…조용히 하고 있을게.”
“나는 이것저것 알아볼 게 있어서 유희 겸 여행을 가려는 거지 너희 보모 노릇 하면서 여행할 생각은 없다. 이의 있으신 분?”
“우우…….”
“으으…….”
진실로 무장한 로이스의 칼질에 쌍둥이가 좌절하듯 쓰러졌다.
이에 로이스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없으면 가 봐.”
의기양양.
로이스의 얼굴에 승리의 기쁨이 가득했다.
하지만 쌍둥이가 누구던가.
세상에서 제네로커&발렌티나 부부만큼이나 로이스를 잘 알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좌절하며 쓰러졌던 두 남매가 눈을 마주치고.
끄덕-.
한 번의 고개 끄덕임과 함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녀석들이 은은한 목소리로 물었다.
“로이… 우리, 친구지?”
“그렇지? 우리 친구지?”
쌍둥이의 질문에 로이스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이것들이… 왜 이러냐?’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듯싶었지만, 그래도 친구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다.
“친구지. 하지만 친구라고 한쪽에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야.”
“물론이지!”
“우리도 로이한테 그럴 생각 없어!”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쌍둥이가 각자 허리춤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저건?’
쌍둥이가 손에 쥔 주머니.
그것은 로이스가 쌍둥이들의 생일날 만들어 준 아공간 주머니였다.
곧 그 안으로 쌍둥이가 손을 집어넣고.
쿵-.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쿵-.
쌍둥이가 꺼내 든 것은 1.5m는 되어 보임 직한 보석 상자였다.
그것도 각각의 주머니에서 하나씩, 모두 2개를 말이다.
쌍둥이는 자신만만하게 보석 상자를 개봉했다.
곧 휘황찬란한 광채가 그 안에서 뿜어지고.
“……?!”
금빛 물결의 향연에 로이스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쌍둥이가 됐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랑 같이 가면 로이가 힘든 거 알아.”
“그러니까 우리도 로이 말 잘 들을게.”
“우리, 친구잖아?”
“이건 우리 때문에 고생할 로이를 위한 선물이야!”
“우리… 친구지?”
번갈아 가며 들려오는 쌍둥이의 목소리에 로이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쌍둥이를 데려갔을 때의 고난이냐.
아니면 눈앞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비냐.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갈등하던 로이스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너희가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이는데……. 까, 까짓것 같이 가자!”
미래에 있을 고난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선택한 로이스였다.
이에 친구비를 상납한 쌍둥이의 얼굴에도 화색이 번졌다.
* * *
친구비에 혹해 쌍둥이를 데려간다고 말한 로이스.
정신을 차리고 나서 후회해 보았지만, 이미 내뱉어진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쌍둥이에게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그 첫 번째는 허락이었다.
“너희… 아주머니한테 이야기는 했어?”
그 물음에 움찔한 쌍둥이.
“우, 우리 엄마는 딱히 신경 안 쓸걸?”
“맞아. 아빠는 우리보고 언제 독립하냐고 맨날 물어보더라…….”
자신의 집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로이스가 혀를 찼다.
“쯧쯧. 그건 그거고, 아무리 성룡이 되었어도 부모님께 이야기는 해야 할 거 아냐! 얼른 집에 가서 허락 맡고 와!”
“응…….”
“갔다 올게…….”
로이스의 훈계에 쌍둥이가 쭈뼛쭈뼛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 녀석들이 돌아왔다.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말이다.
“따라갔다 오래!”
“엄마가 미리 짐도 싸 놨어!”
“…….”
로이스의 얼굴에서 어이가 사라졌다.
쌍둥이네 아줌마는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알고 계셨던 걸까?
‘설마 녀석들한테 나 여행 간다고 한 게… 아줌마 아냐?!’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아니, 미리 짐까지 싸 둔 걸 보면 이건 확실했다.
살짝 한숨을 내쉰 로이스가 두 번째 조건을 제시했다.
“이번 여행에서 얻게 되는 각종 부산물은 내가 챙긴다? 이의 있으신 분?”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순히 레어 터 보기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 물음에 즉각적인 답이 돌아왔다.
“없어!”
“그냥 로이 다 가져!”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었을지도 모를 조건.
하지만 녀석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오로지 로이스와 같이 여행을 갈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는 듯 말이다.
이에 로이스는 피식거렸다.
‘어릴 때 겪은 여행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었나 보네.’
헤츨링 시절 겪은 귀가 여행은 자신뿐 아니라 쌍둥이에게도 추억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아득바득 따라가려는 걸 테지.
“우리 언제 가?”
자신에게 어깨동무하는 칸과.
“로이, 우리 언제 출발해?”
팔을 껴안으며 배시시 미소를 보내 오는 카니까지.
척하니 달라붙은 쌍둥이의 재촉에 로이스가 속으로 피식거렸다.
‘뭐, 지루하지는 않겠네.’
이번 여행도 시끌벅적할 듯싶었다.
‘어차피 간다고 말도 다 했고, 핀도 짐을 다 쌌고.’
그렇다면 굳이 길게 끌 필요 없었다.
“그래, 가자, 가!”
“우와!”
“출발!”
환호하는 쌍둥이.
그러다 녀석들이 의문을 담아 물었다.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
그들의 물음에 로이스가 웃으며 답했다.
“제일 먼저 들러야 할 데가 있어.”
“……?”
쌍둥이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