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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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존버! (1)
뜨거운 여름의 태양이 떠올랐다.
짹짹-.
새의 지저귐이 방 안으로 흘러들며 활기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 안에 자리한 엘비스의 얼굴에서는 한 점의 활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
며칠은 잠을 못 잔 듯 퀭한 얼굴.
눈 밑에 자리한 검은 그늘과 혼탁한 눈빛이 엘비스의 속마음을 대변해 주었다.
‘이게 어찌 된 거지?’
침대에 앉은 엘비스가 속으로 절규하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끼익- 삐걱-.
그의 작은 움직임 한 번에 낡은 나무 침대가 부서질 듯한 소리를 냈다.
이를 들은 엘비스는 방 안을 살폈다.
오래되어 때가 탄 낡은 나무 바닥.
거기에 방 안에 자리한 집기류도 하나같이 오래되어 보이는 것들뿐.
이에 엘비스의 입에서 탁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 말도 안 돼…….”
처음 모래시계를 돌려 과거로 돌아왔을 때.
성공적으로 회귀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의 기억이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 * *
회귀한 엘비스는 낯선 천장을 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여기가 어디지?”
자신이 사용한 모래시계.
시간을 되돌리는 역천의 물건에도 한계는 있었다.
광룡의 탄생을 막을 수 있는 시점까지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았겠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엘비스는 가능한한 최대한 과거로 시간을 되돌렸고, 그가 계산한 회귀의 시점은 아직 광룡의 공격에 가문이 휩쓸리기 전이었다.
막 광룡의 공격이 시작되고 슬슬 그 여파가 여름 대륙에 닿을 때쯤.
‘광룡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으니, 가문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엘비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쯤이면… 내가 가문에서 마나 집적 이론을 연구할 때군.’
때문에 엘비스는 자신이 눈을 뜰 장소가 가문의 어딘가가 될 거라고 여겼다.
한데, 웬걸?
막상 눈을 뜨니 낡고 거미줄이 쳐진 천장이 자신을 반기는 게 아닌가.
거기에 천장만 낡은 게 아니었다.
“무슨 냄새가?!”
땀으로 찌들어 누렇게 변해 버린 옷에서 쿰쿰한 냄새가 올라왔다.
심지어 그런 옷을 자신이 입고 있다니?
회귀 전, 가문에서 지낼 당시 자신은 이런 옷을 입어 본 기억이 없었다.
‘설마… 회귀 시점이 잘못 계산된 건가?!’
지금이 광룡의 공격에 가문을 잃고 대륙을 떠돌던 시절이라면 이런 환경에 처해 있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랬다면 그저 걸칠 수 있는 옷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만 있다면 감사했을 테니 말이다.
“그럴 리가… 나의 계산은 정확했을 텐데?”
엘비스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끼익-.
저벅- 저벅-.
낡은 나무판이 비틀리는 소리와 발소리.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은 엘비스의 얼굴이 날카로워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낯선 환경.
그런 상황에서 접근해 오는 의문의 발소리.
엘비스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속성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
어린 시절 천재라 불리며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쌓아 올린 속성력.
비록 전성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기는 했지만, 당시 자신이 보유한 속성력의 총량은 또래 법사들에 비해서는 월등했다.
한데, 그랬던 속성력이…….
‘어, 없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회귀 전의 막대한 속성력에 익숙해진 탓에 자신이 착각한 것이리라 여겼지만, 한 번 두 번, 몇 번을 확인해도 육신에서 속성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어찌 된 거냐?!’
난데없는 상황에 그가 넋을 놓은 사이, 방문이 벌컥 열렸다.
그와 함께 들려온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엘비스의 정신을 일깨웠다.
“해가 중천이야! 언제까지 자빠져 있을 거야!”
방문을 열고 들어온 소년을 본 엘비스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그가 홀린 듯 중얼거렸다.
“…앤드류?”
방문을 열고 나타난, 이제 막 열다섯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
저 얼굴을 어찌 잊겠는가.
엘비스가 벌떡 일어나 소년에게 달려가 와락 껴안았다.
“…앤드류 맞지? 그렇지?”
광룡의 공격에 가문이 휩쓸릴 때, 무너진 천장에 깔려 유명을 달리한 자신의 남동생.
다시는 못 볼 거라 여긴 이의 등장에 엘비스는 감격스러웠다.
정작 앤드류는 난데없는 형의 포옹에 질겁했지만.
“뭐, 뭐야?! 왜 이래? 징그럽게?!”
“너……! 아 그래…….”
동생이 자신을 밀어내자 엘비스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하긴… 나에게 앤드류의 죽음은 과거일지 모르나 여기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
그렇기에 앤드류가 이리 반응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로 인해 엘비스의 혼란이 더욱더 깊어졌다.
‘가만… 지금 앤드류가 살아 있다면 아직 광룡이 여름 대륙에 나타나기 전이라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된 거란 말인가?
혼란스러운 엘비스가 정색하며 앤드류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뭐가?”
“여긴 어디고? 그… 네 옷은 왜……?”
엘비스의 시선이 자신의 것처럼 허름한 앤드류의 옷에 닿았다.
“내 옷이 어때서?”
“어, 어째서 너와 내가 이런 옷을 입고 있는 거지?”
“왜 입긴? 그럼 벗고 다녀?”
“대체 왜?”
“뭐라는 거야 진짜. 형, 어디 아파?”
“아니, 난 멀쩡해! 아, 그래. 아버지! 아버지는? 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시냐?”
“아빠? 아빠야 아침 일찍 밭일 하러 나가셨지.”
“바, 바, 밭일?!”
엘비스는 지금 자신이 뭘 들었는지 몰라 눈을 끔뻑였다.
그가 다급히 되물었다.
“지, 지금 밭일이라고 했냐?”
“어.”
“밭일이라고? 에스테반가의 가주가 지금 밭일을 하러 나갔다고?”
그런 엘비스의 물음에 앤드류가 정색했다.
“형… 입 조심해. 아버지 앞에서 에스테반의 ‘에’ 자라도 꺼냈다가는 그날 바로 몽둥이찜질 당할 테니까.”
“그, 그게 무슨?”
당황하여 입을 끔뻑거리던 엘비스의 어깨를 앤드류가 토닥여 줬다.
“형, 진짜 어디 아프구나? 오전은 그냥 쉬고 점심쯤 나와. 아무래도 상태가 많이 안 좋네.”
“…….”
“아버지한테는 내가 말해 놓을게.”
“…….”
“그럼 쉬어.”
그리 형을 다독인 동생이 방을 빠져나갔다.
엘비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 * *
회상을 마친 엘비스는 마른세수를 했다.
“하…….”
회귀한 그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엘비스는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모은 정보를 머릿속에 정리했다.
첫째, 회귀는 정상적으로 일어났고 자신의 시점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둘째, 현재 에인폴트 공화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신 공화국의 전신이었던 프렌체 왕국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에인폴트란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셋째, 에인폴트 공화국의 위원가였던 자신의 가문은 이제 ‘성(姓)’만 남아 있을 뿐, 귀족이 아닌 평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아버지는 자식들이 저주받을 ‘에스테반’을 입에 담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있었다.
허울뿐인 귀족의 핏줄만 내세웠다가는 굶어 죽는다며 말이다.
며칠에 걸쳐 이와 같은 정보를 모으는 동안 엘비스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사실은 엘비스의 혼을 쏙 빼놓기 충분했다.
‘말도 안 돼… 이건 꿈이야.’
그가 넋이 나가 현실을 부정하고 있을 때 방문이 열렸다.
끼익-.
낡은 경첩 소리와 함께 들어온 소년.
“뭐야? 아직도 그러고 있어?”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동생을 보며 엘비스가 입을 열었다.
“앤드류…….”
“왜?”
“혹시나 해서 다시 물어보는데… 정말… 정말 광룡이 나타나지 않은거냐?”
“이 인간, 아직도 그런 헛소리를 하네.”
“헛소리가 아니라… 지금쯤 광룡이 봄 대륙을 쑥대밭으로 만들…….”
“아니, 형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동화 속 드래곤 타령이야! 제발 정신 차려!”
“…….”
“그럴 시간에 나가서 밭이라도 한 줄 더 갈아!”
“그… 아… 하아…….”
엘비스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난 며칠간 모은 정보가 모두 이해 못 할 것들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 가지 않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광룡.
지금쯤 여름 대륙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을 광룡과 봄 대륙에 관한 소문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
그러기는커녕 광룡을 언급하는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했다.
이는 동생뿐 아니라 그의 부모님, 나아가 마을의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광룡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세상은 평화롭다고 말했다.
엘비스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그것도 크게 잘못됐다.
아무리 부정을 해 봐도 주변의 모든 상황이 지금의 상황이 현실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엘비스는 인정할 수 없었다.
‘광룡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동료들은 무엇 때문에 희생해야 했단 말이냐!’
또한, 자신은 무엇을 위해 회귀한 거고!
회귀 전 겪은 상황과 너무도 간극이 큰 현재 상황에 엘비스는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때문에 검증이 필요했다.
‘그래… 내 두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 광룡도, 봄 대륙도!’
그렇게 결심을 내린 엘비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려는 듯 보이는 형을 보며 이에 앤드류가 물었다.
“어디 가게?”
“앤드류, 난 떠난다.”
“엉? 뭔 소리야?”
“아무래도 확인해 봐야겠다. 정말로 광룡이 나타나지 않은 건지. 세상이 평화로운 건지.”
“…….”
진지한 얼굴의 형을 보며 앤드류는 말이 없었다.
대신 슬금슬금 방문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렇게 방문을 막아선 앤드류가 돌연 소리쳤다.
“엄마! 아빠! 형이 미쳤어! 가출한대!”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방문 너머로 뻗어 나가고.
“엘비스! 또, 네놈이냐!”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대체 이게 며칠째야!”
문밖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엘비스는 암담해졌다.
그가 거미줄 쳐진 천장을 공허하게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광룡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봄 대륙으로 떠나려면 일단 집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 일 듯싶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 * *
녹치 산맥의 어느 산자락에 있는 한적한 산골 마을.
고즈넉한 풍경을 지닌 마을의 상공에 변화가 생겨났다.
츠팟!
허공에서 불쑥 생겨난 로이스와 쌍둥이.
하늘에 둥둥 떠서 발아래 펼쳐진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며 쌍둥이가 물었다.
“로이, 저기가 네가 말한 그 마을이야?”
“생각보다 큰데?”
녀석들의 질문에 로이스도 신기하단 얼굴로 답했다.
“그러게.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제법 규모가 커졌네.”
리아의 가족이 자리 잡은 산골 마을은 못 본 사이에 제법 가구 수가 더 늘어나 있었다.
일전에 60가구 남짓이었다면 이제는 100가구 정도.
한 가구당 2명씩만 잡아도 최소 200명이 모여 사는 마을인 것이다.
아마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살리라.
도무지 이런 산골에 있을 규모가 아니었다.
‘원래는 오우거의 습격에 사라졌을 마을이 이렇게 커지다니.’
자신으로 인해 살아남은 마을이 이토록 번창하니 로이스도 뿌듯함이 들었다.
로이스가 흐뭇해하는 사이 카니가 그의 옆으로 붙었다.
“아무튼, 저기에 네 제자들이 있다는 거지?”
“어.”
“어디야? 얼른 가자!”
“내가 내 제자들 만난다는데 네가 왜 신났냐?”
“우리 로이 제자니까!”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지만, 로이스는 무시했다.
대신 쌍둥이를 이끌고 리아의 집 앞에 내려섰다.
앞마당에 서서 로이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형태의 주택.
그리고 그 옆에 지어진 작은 목조 건물.
‘저게 아직도 있네.’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지어 놓은 학교를 보며 로이스는 피식거렸다.
짧게 감상을 마친 로이스가 집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안에 있나 보네.’
집 안에서 기척을 느낀 로이스가 조용히 문을 두들겼다.
쿵- 쿵-.
큼지막한 울림이 퍼져 나가고.
“…누구세요?”
말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