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존버! (4)
봄 대륙, 녹치 산맥의 어느 산자락.
너른 공터가 자리한 상공에 다수의 인영이 나타났다.
바로 로이스와 함께 공간 이동을 한 일행들이었다.
“우아아악!”
“떠, 떨어진다!”
공간 이동에 익숙한 쌍둥이와 달리 허둥거리는 불꽃 남매.
그들이 높은 상공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언제 해 보았겠는가.
당황해 펄떡거리는 둘의 뒷덜미를 잡아 준 건 로이스였다.
곧 다섯의 신형이 지면에 닿았다.
탁-.
“노, 놀래라.”
“학… 깜짝이야.”
숙제 검사를 한다면서 뜬금없이 손을 잡으라고 했다.
그 손을 잡았더니, 난데없이 공중에서 떨어지지를 않나…….
불꽃 남매에게 로이스는 여러모로 별난 스승이 아닐 수 없었다.
“아…….”
타니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로이스가 일행을 데리고 온 장소는 아무것도 없는 널찍한 평야.
타니아가 궁금증을 담아 물었다.
“여긴 왜 오신 거예요?”
“말했잖아. 숙제 검사 한다고.”
“……?”
“숙제 검사를 뒷마당에서 했다가는 너희 집 날아갈 수도 있을걸?”
로이스의 이야기에 불꽃 남매가 멈칫했다.
일단 로이스가 말한 숙제 검사가 대련임을 모르지는 않았다.
켄드릭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그 말씀은… 전력을 다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럼 대충 하려고 했어?”
켄드릭의 시선이 쌍둥이에게 꽂혔다.
그들도 조금 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숙제 검사의 상대가 스승님의 친구라는 쌍둥이 남매임을 말이다.
“하지만…….”
무언가 염려하는 듯한 켄드릭의 눈빛.
타니아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이에 로이스가 실소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한편으로는 이번 숙제 검사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겠지.’
어릴 때, 아버지인 아론과 로이스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패한 적이 없을 것이다.
그게 또래이든 혹은 그 이상의 연배이든.
때문에 녀석들의 마음에 자만이 깃들었을 수도 있었다.
‘이번에 왕창 깨지고 나면 정신이 좀 들겠지.’
하늘 밖에 하늘이 있음을 깨닫는다면…….
자신들보다 뛰어난 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불꽃 남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녀석들의 숙제 검사 상대로 자신보다는 쌍둥이가 제격이었다.
스승인 자신에게 져 봤자, ‘역시 스승님은 우리가 따라갈 수 없구나!’라며 안도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이스가 이번 숙제 검사를 쌍둥이에게 맡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었으니.
‘위계질서 한번 잡아 줘야지.’
오늘 보니 불꽃 남매의 성격도 보통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쌍둥이의 성격이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점.
나중에 가서 뇌전 남매 대 불꽃 남매 간에 마찰이 생기기 전에 지금 위계질서를 한번 잡아 주는 것이 필요할 듯싶었다.
불꽃 남매와 쌍둥이를 한 번 쓱 훑은 로이스.
그가 적절히 양념을 치기 시작했다.
“켄드릭, 타니아.”
“네!”
“네?”
“까불지 마. 내가 너희 수준도 파악 못 했을 거 같아?”
“…….”
“만약 너희가 쌍둥이의 털끝이라도 건드린다면 소원 하나씩 들어 주마.”
“소, 소원요?”
“그래, 소원. 대신 그러지 못할 시, 내 수발은 물론이고 쌍둥이 수발, 우리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일어나는 모든 잡무는 너희 담당이다.”
“…….”
“할래? 말래?”
로이스의 도발적인 눈빛에 불꽃 남매가 흠칫했다.
그들의 본능이 경고했다.
이 도발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아직도 저 스승이란 작자를 모르는 거냐고.
하지만 젊은이의 패기와 자존심이 경고를 넘어섰다.
“좋아요!”
“하겠습니다!”
불꽃 남매가 넘어오자 로이스가 씨익 웃으며 쌍둥이를 불렀다.
“칸, 카니.”
“응!”
“왜?”
싱글벙글 답하는 쌍둥이.
하지만 이어지는 로이스의 협박에 그들의 표정이 단숨에 변했다.
“단 한 대라도 맞으면 떼 놓고 간다.”
자신들이 어떻게 로이스를 따라왔던가.
그런데 한 대라도 맞으면 되돌아가라고?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을 가볍게만 여기던 쌍둥이의 눈빛이 변했다.
불붙은 쌍둥이를 보며 로이스가 슬쩍 뒤로 물러섰다.
“방식은 너희가 알아서 정해.”
그렇게 로이스가 뒤로 물러나자 쌍둥이 대 불꽃 남매의 대치 구도가 이뤄졌다.
그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카니였다.
입가에 도발적인 미소를 머금고.
“어떻게 할래?”
카니의 도발에 타니아가 눈빛을 굳히고 답했다.
“2대 2로 가죠. 방식은 상대방 측이 모두 항복하거나 전투 불능이 되면 이기는 거로.”
“마음대로.”
“나쁘지 않네.”
카니와 칸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남매 진영이 거리를 벌렸다.
긴장된 눈빛의 불꽃 남매와 여전히 여유 있어 보이는 쌍둥이.
숨 막히는 적막이 이어지고, 켄드릭이 동생에게 물었다.
“뭔가 느껴져?”
“아니… 전혀.”
“둘 다?”
“응, 둘 다.”
타니아의 답에 켄드릭의 낯빛이 더욱 굳어졌다.
그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타니아의 경지가 자신보다 높음을.
한데, 그런 타니아마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이런…….’
맨 처음 쌍둥이를 봤을 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 소리는 두 가지 경우를 의미했다.
쌍둥이가 속성력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거나.
혹은, 자신의 경지를 웃도는 존재이거나.
물론 전자의 경우였다면, 스승인 로이스가 저토록 자신감 있게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하지 않았으리라.
다시 말해 저 쌍둥이가 자신은 물론 타니아까지 넘어서는 강자라는 소리였다.
“쉽지 않겠네.”
“…응.”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목적은 쌍둥이에게 승리하는 게 아니라 저들을 털끝만큼이라도 건드리는 거였으니 말이다.
‘그 정도라면…….’
‘…할 수 있다!’
지난 세월 수련을 하며 서로의 대련 상대가 되어 주었던 불꽃 남매.
그만큼 서로의 장단점, 습관 등을 잘 알고 있었고 합격술에도 능했다.
그렇기에 자신 있게 2대 2 대련을 제안한 거였다.
‘선공!’
‘선공이다!’
눈빛으로 의견을 맞춘 그들이 곧장 쌍둥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달려가며 켄드릭은 검을 꺼냈고, 타니아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불꽃 남매의 선공을 지켜보고 있는 로이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호오?”
그때 로이스의 가슴 언저리에서 볼록 고개를 내민 핀이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동작이 깔끔하네요?”
단지 달리는 자세와 은연중에 위치를 잡아가는 모습만을 보고도 핀은 불꽃 남매의 합격술이 수준급임을 눈치챘다.
“일단 먼저 카니 님을 노리는 거 같은데요?”
“정확히 봤어. 핀, 많이 늘었네?”
“헤헤. 그럼요!”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핀의 안목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그게 다 로이스와 쌍둥이의 대련을 무수히 지켜본 결과였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이 싸움의 결말을.
핀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상대가 좋지 않네요.”
“그래, 좋지 않지.”
합격술을 내세워 압박하려는 불꽃 남매.
그러나 그들은 알았어야 했다.
자신들보다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남은 물론 합격술까지 뛰어난 존재가 바로 쌍둥이임을 말이다.
‘금방 끝나겠네,’
로이스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타니아의 다리와 켄드릭의 검에서 성강이 치솟았다.
화르륵-.
짙고 짙은 홍염은 극한의 열기를 머금었다.
‘전력으로 간다!’
‘단번에 끝낸다!’
로이스 선생님이 인정한 강자라면 자신들의 이런 공격도 얼마든지 막아 낼 것이다.
타니아의 다리가 카니의 발목을 노리고 하단을 쓸었으며, 켄드릭의 검이 카니의 상단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그때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던 카니와 칸.
그렇게 불꽃 남매의 공격이 막 카니의 몸에 닿으려는 찰나.
파측-.
한 줄기 전류가 치솟고 카니의 몸이 사라졌다.
“……?!”
“어?!”
놀란 타니아와 켄드릭.
어느새 칸의 옆에 나타난 카니의 입술이 달싹였다.
“칸, 네가 남자애 맡아.”
“응.”
짧게 답을 나눈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며 다시 그 자리에 전류가 치솟았다.
어느새 그들의 모습은 불꽃 남매 앞에 도달해 있었다.
카니가 타니아를.
칸이 켄드릭을.
각각의 앞에 상대방이 도착한 순간 불꽃 쌍둥이는 경악했다.
‘뭐……?!’
‘빠, 빠르다!’
이게 단순히 빠르다는 수준으로 말할 수 있는 걸까?
쌍둥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불꽃 남매는 보지 못했다.
곧 놀란 이들의 앞에 빛이 번쩍였고, 불꽃 남매는 반사적으로 몸을 보호했다.
그리고.
쾅-.
동시에 굉음이 울리며 불꽃 남매가 좌우로 튕겨 나갔다.
미처 균형도 잡지 못하고 허공을 날아가는 그들의 옆에 쌍둥이가 나타났다.
다시 빛이 번쩍이며 폭음이 발생하고.
쾅-.
“칵!”
“컥!”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불꽃 남매가 수직으로 땅에 꽂혔다.
이를 보며 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쌍둥이님들이 로이스 님을 정말 따라가고 싶었나 봐요. 전광석화에 몸통 박치기까지 쓰시다니.”
“…그거,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킥킥, 맨 처음에 그렇게 부르신 게 로이스 님이셨잖아요. 쌍둥이님들도 좋아하시고.”
“끙…….”
핀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로이스가 앓는 소리를 냈다.
‘…이러다가 이거 저작권법 걸리는 거 아냐?’
틈만 나면 쌍둥이에게 ‘뇌전쌍둥몬 100만 볼트! 전광석화! 몸통 박치기!’를 외쳐 댄 로이스.
이에 쌍둥이가 기어코 그와 비슷한 기술을 만들어 온 것이 바로 저것들이었다.
뇌전이 지닌 특성인 빠름과 강함.
빠름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전광석화와 극한의 쾌를 강으로 바꾸는 몸통 박치기.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기에 죄인은 입을 열 수 없었다.
대신 어물쩍 말을 돌릴 뿐.
“그나저나… 끝났네.”
“애초에 싸움이 될 리가 없죠. 쌍둥이님들도 탑티어인데… 켄드릭과 타니아는 아직 한참 멀었죠.”
핀의 말에 로이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세월, 쌍둥이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
그건 바로 쌍둥이가 탑티어에 올랐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쌍둥이가 탑티어에 오른 것은 로이스 때문이었다.
‘그땐 몰랐지. 녀석들한테도 승부욕이란 게 있을 거란 걸.’
허구한 날 놀러 와 자신을 괴롭히는 쌍둥이를 어떻게 써먹을까 싶었던 로이스는 녀석들과 대련을 시작했다.
물론 대련은 늘 로이스의 승리였다.
한데, 매일 지기만 하니 쌍둥이도 열이 받았었나 보다.
‘우씨! 로이, 나빠!’
‘꼭 이길 거야!’
그날부터 쌍둥이는 로이스를 따라 수련을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430살 무렵 탑티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전광석화와 몸통 박치기도 바로 녀석들이 탑티어에 올라 만든 기술들이었다.
오로지 로이스를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한편 몸통 박치기에 당해 바닥에 널브러진 타니아와 켄드릭.
그들의 몸에 잔류한 뇌전이 번뜩일 때마다 타니아는 근육이 비틀리는 고통을 느꼈다.
‘아……?!’
타니아가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해 보았지만, 전류가 꿈틀댈 때마다 고통은 극심해졌다.
그런 그녀의 귓속으로 카니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그거 알아?”
“……?!”
“53,154번. 우리와 로이스가 대련한 횟수야. 그리고…….”
“……?”
난데없는 이야기에 타니아가 눈을 끔뻑였다.
곧 이어진 카니의 이야기에 타니아의 눈이 커졌다.
“53,154번. 우리가 로이스에게 진 횟수이기도 하고. 그것도 나와 칸이 동시에 덤벼서.”
“……?!”
이런 괴물들을 상대로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고?
놀란 타니아를 보며 카니가 미소 지었다.
“너, 어디 가서 우리 로이 제자라고 말하고 다니려면 좀 더 노력해야겠다.”
그 말과 함께 카니가 손을 내저으니 다시금 뇌전이 번쩍이고.
‘아……!’
타니아의 의식이 끊겼다.
곧 켄드릭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숙제 검사가 종료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