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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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누가 내 뼈다귀를 훔쳤을까? (2)
“찾았습니다!”
장시간 외부에 나가 있다가 초췌한 몰골로 찾아온 한 명의 전사.
추적단이 가져온 소식에 파브로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저, 정말이더냐?”
“예! 놈들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어디인가?!”
“퍼실러스 영지입니다. 놈들의 흔적이 그곳으로 이어졌습니다!”
“수고했다! 전사들을 모아라! 내가 선두에서 이끌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에 교단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파브로는 급히 퍼실러스 영지로 갈 인원을 추리기 시작했다.
그 수가 30여 명.
하지만 아직 외부에 나가 있는 추적단과 다른 전사들에게도 소식이 전해졌으니 추후 합류할 인원은 못 해도 수백 단위가 되리라.
아니, 어쩌면 이미 퍼실러스 영지에 그들이 도착해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자마자 수십 필의 설마(雪馬)가 교단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나아갔다.
물론 그 속에 로이스 일행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빠르게 눈 덮인 평원을 달려 나가는 이들.
대전사의 옆을 떡하니 차지한 로이스 일행을 본 추적단원이 옆의 동료에게 물었다.
“대전사님 옆의 애송이들은 누군가?”
외부에 있다가 급히 다시 출정하였기에 아직 로이스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한 그로서는 당연히 가질 만한 의문이었다.
그 질문에 교단의 동료가 질겁해 주변 눈치를 보며 답했다.
“쉿! 입조심하게!”
“응?”
“저 앞에 가는 흰머리를 한 분이 교주님일세! 그리고 나머지는… 나도 잘 모르네. 교주님 제자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친구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자네, 지금 나랑 장난하나? 교주님? 우리 교단에 언제부터 교주님이 있었다고?”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거로 보이나?”
“……?”
답을 준 전사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해 보이자 추적단원이 눈을 끔뻑였다.
그러다가 추적단원의 의문 어린 시선이 선두로 향했다.
말을 탈 줄 모르기에 각각 카니와 칸의 뒤에 앉은 타니아와 켄드릭.
녀석들은 처음 보는 겨울의 풍경에 홀려 연신 주위를 둘러보기 바빴다.
그 순박한 모습이 추적단원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교주님? 제자? 친구?’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추적단원의 눈에 자리한 혼란은 쉬이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였다.
한편, 파브로와 나란히 설마를 몰며 나아가는 로이스.
그가 정면을 응시하며 물었다.
“퍼실러스는 어떤 곳이야?”
“칸부르크 왕국에 속한 귀족의 지역이고 루터 퍼실러스 후작이 다스리는 영지입니다. 저희 본단으로부터 설마를 타고 대략 5시간 정도 거리에 있습죠.”
“후작가가 다스리는 영지면… 규모가 꽤 크겠네.”
“예, 아마 이 인근에서 거기만큼 큰 영지는 없을 겁니다. 아니, 칸부르크 왕국 전체를 뒤져 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일걸요?”
“그 퍼실러스 후작은 어떤 사람인데?”
일전에 만나 본 퍼실러스 후작을 떠올린 파브로가 살짝 인상을 쓰며 답했다.
“그는… 전형적인 무사입니다.”
“전형적인 무사?”
“예. 무(武)를 숭상하고 강함을 좇는 사내입죠. 무에 병적으로 집착한다고 알려져 있고 왕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입니다. 그러면서도 왕가에 충성하는 우직한 신하이기도 합니다.”
“네가 보기에 그 사람이 범인 같냐?”
“글쎄요…….”
파브로가 턱을 쓸었다.
그는 고민 끝에 답을 내놓았다.
“저희가 보관 중이었던 로이스 님의 영약… 그러니까 전신의 신물은 겨울 대륙에서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그에 따라 기괴한 소문도 같이 떠돌고 있습죠.”
“어떤 소문?”
“전신의 신물을 손에 넣으면 세상을 쥐락펴락할 힘을 얻을 수 있다느니… 전신의 가호가 깃든 신물을 지니고 있다면 남다른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느니……. 그것 말고도 해괴한 소문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 그 후작이 힘에 집착하는 놈이니 신물을 훔쳤을 수도 있다?”
“그렇죠. 안 그래도 10년 전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던 후작이 최근 나타났는데, 벽을 넘지 못해 꽤 예민한 상태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 너 이것저것 제법 많이 알고 있다?”
“아무래도 저도 지위가 지위인지라… 이래저래 들은 게 많습니다.”
으스대는 파브로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 로이스가 피식거리며 물었다.
“근데 그 후작이란 놈, 나이 많냐?”
“일흔둘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경지도 2티어 최상급 정도 되고?”
“…어떻게 아셨습니까?”
파브로가 귀신을 본다는 듯 로이스를 바라보았다.
이에 로이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10년이나 폐관 수련 들어갔던 놈이 성격 괴팍해져서 나타나면 뻔하지. 너도 겪어 봐서 알 거 아냐? 2티어의 끝에 놓인 벽이 얼마나 큰지.”
“그건… 그렇죠.”
“슬슬 정해진 수명이 거의 다해 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으니 어떻게든 1티어에 들어서 명줄을 늘려 보고 싶은 거겠지. 그러니 성격이 지랄맞아질 수밖에.”
로이스의 말에 파브로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보며 로이스가 턱을 쓸었다.
“아무튼, 그 후작이란 놈은 범행 동기가 확실하다는 거네.”
“예.”
영약을 훔쳐 간 놈들의 종적이 퍼실러스 후작의 영지에서 끊겼으니 영지의 주인 또한 용의자로 넣어야 했다.
심지어 범행 동기까지 확실하니 점점 더 퍼실러스 후작이 범인이라는 정황에 가까워졌다.
이에 로이스는 의문을 품었다.
‘철저하게 계획해서 신물을 훔쳐 낸 놈들이 이렇게 쉽게 꼬리가 잡히도록 놔뒀을까?’
물론 교단 추적자들의 추적술과 끈기가 뛰어나 잡히지 않을 꼬리를 잡아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로이스의 얼굴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그런 거라면 차라리 좋겠지만, 영… 구리단 말이지.’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했으나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범인을 찾을 단서가 마땅치 않으니 말이다.
혹여 퍼실러스 영지로 이어진 흔적이 놈들의 계략일지언정 가서 확인해야 했다.
‘…가 보면 알겠지.’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른 후.
로이스와 교단 일행은 퍼실러스 영지의 외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반겨 준 것은 삭막한… 아니, 살벌한 분위기였다.
넓게 포진해 성벽을 둘러싼 수백 명의 전사와 그에 맞서듯 대치하고 있는 병력.
그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살기가 짙게 주변을 장악했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붙을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제법 거리가 떨어졌음에도 느껴지는 묵직한 분위기에 표정을 굳힌 파브로가 로이스에게 속삭였다.
“…이번 일은 저에게 맡겨 주시죠. 로이스 님이 직접 나서시는 것보다는 제가 처리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
괜히 로이스가 나서는 것보다는 겨울 대륙에서 인지도를 쌓은 자신이 해결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여긴 파브로였다.
그의 요청에 로이스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어차피 나도 나설 생각은 없었어. 기본적으로 ‘우리’의 유희 컨셉은 힘숨찐이잖아.”
“…네?”
로이스가 한 말 중 ‘우리’가 드래곤을 뜻하는 것은 알아차렸지만, ‘컨셉’이며 ‘힘순찐’이 뭔지 못 알아들었다.
이에 로이스가 히죽거리며 답했다.
“그러니까 힘을 숨긴 찐… 아니, 그냥 대충 힘을 숨긴 존재다…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해. 아무튼, 나는 얌전히 있을 테니까 네가 알아서 해 봐.”
“아, 네…….”
힘순찐인가 뭔가 하며 힘을 숨기고 싶으신 분이… 그래서 오자마자 교단 전사 수백을 때려눕히셨습니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이를 내뱉을 정도로 파브로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
대화를 나누는 사이 로이스와 교단 일행은 곧 성벽을 둘러싼 전사 측에 합류했다.
정확히는 전사들이 파브로를 알아보고 길을 터 준 거였다.
“오셨습니까?”
파브로를 알아본 추적단의 책임자가 인사를 건네 왔다.
“어떻게 된 거냐?”
“퍼실러스 후작의 병력이 저희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은 설명한 거냐.”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교단의 적이 퍼실러스 영지에 숨어들었기에 수색 협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만…….”
“그런데도 저리 막아서고 있다?”
“예.”
파브로가 인상을 썼다.
그때 대치하고 있는 후작가의 병력 측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누구십니까? 교단의 늙은 괴물이 아니옵니까?”
살벌한 분위기 속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그와 함께 후작가의 병력 뒤쪽에서 설마를 탄 노인이 나타났다.
검은 털가죽을 두른, 장대한 체구에 붉은 얼굴.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까지.
삼국지 속 관우의 나이 든 모습이 이러할까?
심지어 노인은 한 손에 거대한 창을 들고 있었다.
그를 본 로이스가 속삭였다.
“저자가 루터 후작이냐?”
“그렇습니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파브로가 앞으로 나섰다.
“오랜만이구나, 루터. 철모르고 날뛰던 애송이가 제법 나이를 먹었어. 미친 망아지처럼 교단에 쳐들어왔던 네놈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껄껄. 거 젊은 날의 치기는 잊어 주시구려. 대전사.”
대전사라는 호칭이 언급되기 무섭게 후작 측 병력이 술렁였다.
그 술렁임 속에는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반대로 교단 전사들의 사기는 치솟았다.
그런 상황을 알고 있기에 후작은 살짝 기세를 일깨웠다.
병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일깨우기 위해서 말이다.
우웅-.
2티어 최상급에 이른 화 속성 무사의 기운.
이에 같은 속성을 지닌 불꽃 남매가 눈을 빛냈다.
그사이 후작은 파브로를 지그시 응시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교단에서 뭉그적거리고 있을 늙은 괴물이 예까지 오시다니… 아무래도 교단이 쫓고 있는 죄인이란 것들이 제법 중죄를 저지른 모양이옵니다?”
“맞네. 하여 그대의 영지를 수색하려니 길을 터 주게.”
“불가합니다.”
칼같이 뚝 떨어진 답에 파브로가 인상을 썼다.
“불가하다?”
“이곳은 퍼실러스가의 선조께서 국왕 전하께 일임을 받아 다스려 온 영지입니다. 이 영지를 통치하는 것은 퍼실러스 가문이나, 실질적인 주인은 칸부르크 왕국의 전하시지요.”
“그래서?”
“이 루터 퍼실러스에게 지엄한 국왕 전하께 하사받은 땅을 조화로이 다스릴 의무가 있는데, 어찌 수백의 무사를 함부로 영지에 들이겠습니까?”
“그것은 지금 칸부르크 왕국과 우호적인 동맹을 맺어 온 교단을 적으로 여긴다는 말인가?”
“그런 말은 한 적 없습니다. 그저 칼을 찬 수백의 무사가 영지를 헤집고 다니면 영지민들이 얼마나 불안에 떨겠습니까? 저는 그저 그것이 우려스러울 따름이지요. 오해는 마십쇼.”
“그게 그 소리 아닌가!”
역정을 내는 파브로의 몸에서 기세가 솟구쳤다.
이에 노출된 후작이 움찔했다.
‘허, 괴물은 괴물이로구나…….’
겨울 대륙의 강자를 논하면 어김없이 언급되는 이가 바로 교단의 대전사였다.
교단에 웅크린 늙지 않는 괴물.
그 위명을 겨울 대륙에서 칼밥을 먹는 이들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런 존재가 기세를 뿜어냄에도 후작은 물러서지 않았다.
마치 파브로와 사생결단을 내려는 듯 기세를 더욱 끌어올렸다.
츠츠측-.
둘 사이에 공기가 일렁이고, 양 진영으로 긴장이 퍼져 나갈 때.
파브로의 귓속으로 메시지가 들려왔다.
[아, 답답해. 야, 빠져 봐.]오랜만에 들어본, 로이스의 메시지에 흠칫한 것도 잠시.
그의 몸은 기나긴 세월의 공백을 무시하고 매우 충실히 로이스가 한 말을 그대로 시행에 옮겼다.
먼저 기세를 거둔 파브로가 뒤로 물러났다.
그를 대신해 로이스가 쏜살같이 앞으로 나섰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문 어린 시선 속에 로이스가 고개를 삐딱하게 한 채 입을 열었다.
“교단에 도둑놈이 들어 신물을 들고 사라졌습니다. 그 도둑놈의 흔적이 댁네 영지로 이어졌고요.”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쪽 진영에 술렁임이 퍼져 나갔다.
후작 측은 교단의 신물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에.
외부에 나가 있어 로이스를 알지 못하는 교단의 전사들은 치부나 다름없는 일을 처음 보는 청년이 먼저 밝혔다는 사실에.
양 진영이 각자의 이유로 놀라고 있을 때 후작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자넨 누군가?”
“그건 알 거 없고요.”
간단해도 너무 간단한 로이스의 답에 후작의 얼굴이 경직됐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이스는 제 할 말을 이어 갈 뿐이었다.
“아무튼, 일단 이쪽은 사정을 밝혔으니 좀 들여보내 주시죠?”
“불가.”
“이야, 정중하게 요청을 했는데도 거절한다라…….”
로이스의 입꼬리가 살며시 비틀렸다.
“그럼 어쩔 수 없죠. 힘으로 뚫고 들어가는 수밖에. 어차피 이렇게 패싸움하기 좋게 나뉘어 있는데, 한판 뜨시렵니까?”
로이스의 건들거리는 말투에 후작의 수염이 부르르 떨려 왔다.
한편 뒤에 있는 쌍둥이와 불꽃 남매가 작게 담소를 나눴다.
“오? 싸우는 거야?”
“난투는 처음인데…….”
“괜찮아. 별로 어렵지 않아.”
“그래요?”
그들의 긴장감 없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파브로.
“허…….”
그가 멍하니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힘순찐은 개뿔…….”
아무래도 일 수습하러 왔다가 일만 더 키우고 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