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누가 내 뼈다귀를 훔쳤을까? (5)
로이스의 활약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비교가 될 뿐, 쌍둥이와 불꽃 남매의 활약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 내 거라고!”
“내가 먼저 때렸거든?”
줄기줄기 뇌전을 뿜어내며 초월기 주변에서 티격태격하는 쌍둥이.
그럴 때마다 초월기가 뇌전에 휩싸여 비틀거렸다.
그런 일이 반복된 결과.
쿵-.
결국, 초월기의 무릎이 꺾였다.
딱히 손도 대지 않고 단지 뇌전만으로 3급 초월기를 쓰러뜨린 쌍둥이.
“오! 내가 처리했다!”
“뭔 소리야? 내가 했잖아?”
둘은 쓰러진 초월기를 사이에 두고 끝까지 티격태격했다.
그들이 그러는 사이 졸지에 초월기 3기를 맡게 된 불꽃 남매.
화르륵-.
둘을 중심으로 강한 열기가 뿜어졌다.
열기가 어찌나 강하던지 몰아치고 있던 눈보라가 그들을 중심으로 완전히 증발해 버렸다.
그그극-.
켄드릭과 타니아가 상대하고 있는 초월기는 모두 4급.
흔히들 4급 초월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3티어 수련자 다섯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3급 초월기는 2티어의 수련자 둘과 동급, 2급 초월기는 1티어의 수련자와 동급이란 것이 세계에 퍼진 정설이었다.
때문에 아무리 4급 초월기 3대라고 해도 2티어의 무사인 켄드릭과 타니아를 위협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둘은 압도적으로 4급 초월기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쾅- 그극-.
타니아의 주먹질 한 번에 폭탄이 터진 듯한 소리가 들리며 초월기가 물러났고.
츠컥-.
켄드릭의 검이 휘둘러지면 초월기의 철갑에 상흔이 남았다.
타니아와 켄드릭, 둘의 방식에 차이는 있었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도 있었다.
즈글- 즈글-.
바로 둘이 만들어 낸 초월기의 상흔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는 것.
쾅- 츠컥-.
불꽃 남매는 쉼 없이 초월기를 몰아붙였다.
그들의 활약에 힘입어 마지막 초월기가 쓰러졌다.
쿵-.
국가 전략 병기 취급을 받는 2급을 포함해 총 5기의 초월기가 처리되는 데 채 5분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정적에 휩싸인 교전지.
파브로를 제외한 교단의 서른 명은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말이 초월기 5기지, 이는 어지간한 중소 영지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점령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 말은 다시 말해 로이스와 그의 일행이 나서면 어지간한 영지 하나는 5분 안에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리였다.
텅그렁-.
그들이 놀라 굳어 있는 사이 들려온 철판 떨어지는 소리.
전사들의 시선이 소리의 진원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4급 초월기를 맨손으로 해체하고 있는 로이스가 있었으니.
“아……!”
“허…….”
그제야 교단의 전사들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동시에 전사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것이 전부 현실임을 자각했다.
그때 로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너희.”
“네, 넵!”
“옙!”
로이스의 부름에 바짝 얼어붙어 답하는 전사들.
즈즉-.
가볍게 철판을 뜯어낸 로이스가 그것을 교단 전사들이 있는 방향으로 던졌다.
그가 던진 철판은 정확히 파브로의 앞으로 떨어졌고.
“이게 어디 문장인지 아냐?”
로이스가 던진 철판은 어깨 부근의 것으로 추정됐다.
하얀 칠이 덧대어진 철판.
한데, 불꽃 남매와의 전투로 도장이 상당 부분 벗겨져 문장이 드러난 상태였다.
비록 철판이 이리저리 구겨졌으나, 문양은 충분히 구별되었다.
이를 살핀 파브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알고 있는 문장이냐?”
“…칸부르크 왕국의 문장입니다.”
로이스는 다른 초월기의 어깨 부근을 차례차례 뜯어 보았다.
하지만 다른 초월기에서는 별도의 문장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로이스가 턱을 쓸었다.
“칸부르크 왕국이라…….”
작게 중얼거리는 로이스의 입꼬리가 살짝 뒤틀렸다.
“하…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네?”
“너라면 습격하면서 어깨에 자기 소속을 나타내는 문장을 버젓이 박고 올 거냐? 아무리 덧칠을 했다고 해도?”
“…….”
로이스의 말에 파브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잠잠히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애초에 말살을 목표로 왔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응?”
“로이스 님과 다른 분들이 계셨기에 이토록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지, 솔직히 말해… 무방비하게 기습을 당했다면 저희는 전멸했을 겁니다.”
“너, 이거 못 잡아?”
로이스의 ‘이 쉬운 걸 왜 못 해?’라는 듯한 표정에 파브로가 억울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그게 그렇게 쉽게 잡히겠습니까?”
“왜?”
“2급 초월기는 어지간한 왕국 내에서도 몇 대 보유하지 못한 국가 전략 병기입니다. 2급 초월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1티어급 실력자가 필요하다는 게 정설입니다만?”
“이게? 음… 확실히 때리는데 좀 단단하기는 하더라. 움직임도 빠르고, 힘도 좋고.”
“예, 뭐… 로이스 님 기준에서는 그렇겠지만… 실력 좋은 조종사가 탑승한 2급 초월기가 1티어 무사 둘과 호각을 이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오호?”
“아까 그 초월기의 움직임을 보니 조종사의 실력이 그리 떨어지는 것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제가 상대했다 치면 물, 론, 지지는 않았겠지만…….”
“네가 이 녀석한테 발목 붙잡힌 사이 다른 초월기가 전사들을 학살하고 합류하면 너도 밀릴 수밖에 없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흠… 일리가 있는 말이네.”
로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교전지에 있는 교단 전사들은 3티어 20명에 4티어 10명.
이 정도 규모치고는 분명 어마어마한 실력자들이었지만, 5기의 초월기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확실히 파브로의 말처럼 애초에 놈들이 말살을 목표로 왔다면, 목격자가 없을 테니 굳이 신경 써서 문장을 가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뭐, 자세한 건 잡은 놈들한테 들으면 될 일이지.”
그리 말한 로이스가 거침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걸음걸이만큼 이후 행해진 행동 역시 거침이 없었다.
“이쯤이 탑승구겠지?”
우직-.
로이스의 손이 2급 초월기의 후면 철갑으로 파고들었고.
기기긱-.
곧 기괴한 소리와 함께 철판이 휘며 뜯겨 나갔다.
“어마어마한 힘이군…….”
“초월기가 원래 저리 쉽게 뜯기는 물건이었던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성강에 맞고도 고작 생채기로 그치는 게 2급 초월기의 갑판이라는데 저게 저리 쉽게 뜯기겠나?”
교단의 전사들의 눈에 경외가 서린 사이, 로이스는 순식간에 초월기의 후면을 뜯어 버렸다.
그러자 드러나는 조종실 내부.
이를 본 로이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이것 봐라?’
조종실의 내부는 꽤 널찍했으며 온통 은빛으로 반짝였다.
초월기 조종에 필요한 장치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로이스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차렸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지금과 같은 구조를 위해 초석을 다져 놓은 게 바로 자신 아니던가.
‘정신파 변환 물질!’
과거, 그 가치를 알아보고 계약을 맺어 염원의 탑에 안겨 준 연구물.
자신의 선택이 이토록 찬란한 결과를 이룩해 냈다는 사실에 로이스는 그저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이어서 그의 시선이 조종석 안에 축 늘어진 사람에게 향했다.
조종석 내부와 마찬가지로 은빛의 기괴한 갑옷을 입은 사람.
‘저 슈트도 정신파 변환 물질로 만든 거네. 슈트와 조종석의 연결을 통해서 초월기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발전시킨 거구나.’
감상은 거기까지였다.
로이스는 축 늘어진 조종사의 상태를 살폈다.
동시에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죽었잖아?”
조종사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그는 조종사의 뒷덜미를 잡아 밖으로 끄집어냈다.
로이스가 꺼낸 조종사를 본 다른 이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죽었군요.”
“사인은……?”
“…독이군.”
2급 초월기 조종사의 입 주위에 흐른 검붉은 피와 푸르게 빛나는 입술을 미루어 보아 독에 의한 죽음임을 알 수 있었다.
그사이 쌍둥이가 다른 초월기를 돌며 조종사들을 데려왔지만, 그들의 상태도 전부 똑같았다.
모조리 숨을 거둔 것이다.
물론 사인은 달랐다.
3급 초월기의 조종사는 감전사, 4급 초월기의 조종사들은 열기에 의한 질식사였다.
“이런… 다 죽었네.”
로이스는 한곳에 모은 시체를 보며 전사들에게 물었다.
“이 중에 아는 얼굴 있냐?”
“…….”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에 파브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결국… 건진 건 없는 거군요.”
습격자들의 입을 통해 이번 사건의 배후를 캐냈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틀린 모양이다.
하지만 로이스의 생각은 달랐다.
“건진 게 왜 없냐?”
“네?”
“한 가지는 확실해졌잖아.”
“뭡니까 그게……?”
“누군가가 너의 죽음을 원한다는 거. 그리고 그 ‘누군가’가 신물을 훔쳐 간 놈이며, 그 자식이 원하는 게 고작 신물로 끝나지 않을 거란 거지.”
파브로가 입을 다물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자신이 돌아오고 지난 150년간 평온했던 일상이 로이스의 귀환과 함께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운명이 그를 기다렸다는 듯.
로이스가 돌아오며 모든 일이 시작됐다.
‘그러고 보니… 로이스님 주변에는 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떤 일이 되었든 로이스의 선에서 말끔하게 해결이 됐다.
이번에도 파브로는 로이스를 믿었다.
그가 신중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 물음에 로이스는 기감을 풀었다.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기감.
잠시 눈을 감고 분석을 하던 로이스가 턱을 쓸었다.
‘역시 없나?’
반경 수 킬로미터 내에 특별히 수상한 기척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놈들이 보낸 건 이 초월기들이 전부인 듯싶었다.
‘그렇단 말이지?’
로이스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가 즐겁다는 듯 말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기다려야지.”
“…예?”
“만약 이번 습격을 놈들이 계획했고, 여기서 파브로, 네가 죽었어야 했어. 그런데 아무런 피해도 없이 우리가 돌아간다면…….”
이를 들은 켄드릭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어떤 자식인지는 몰라도 당황하겠네요.”
그 말을 타니아가 받았다.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반응이 오겠죠.”
“바로 그거지!”
두 제자의 이야기에 로이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맑고 경쾌한 소리가 크게 울리고 주변의 널브러져 있던 초월기의 잔해와 조종사들의 시신이 두둥실 떠올랐다.
그러고는 마치 연기처럼 로이스의 주머니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슈슈슉-.
“헙?!”
“저게 무슨?!”
교단의 전사들이 기괴한 상황에 놀란 사이 주변에 난잡했던 주변이 말끔하게 정돈이 되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상황에 교단의 전사들은 눈을 비볐다.
로이스가 흡족한 얼굴로 말끔해진 주변을 훑었다.
“대충 정리는 됐고.”
“주변 흔적도 마저 정리할까요? 근처 수색이라도?”
파브로의 물음에 로이스가 고개는 내저었다.
“아니, 그대로 놔둬. 아무것도 하지 마.”
“어째서입니까?”
“생각을 해 봐. 제거하려 했던 놈이 버젓이 살아서 돌아갔는데, 거기다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놈들이 어떻겠어?”
“…글쎄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파브로를 보며 로이스의 입꼬리가 삐뚜름해지고.
“궁금해 미치겠지. 뭔가 일어난 거는 확실한데 알 수가 없을 테니까.”
이는 음흉한 미소로 변했다.
“그럼 입질을 기다려 볼까?”
초승달처럼 곱게 휘어진 로이스의 눈매 속에 빛이 번뜩였다.
* * *
초월기의 습격이 있은 후로 이틀이 흐른 날.
무사히 교단으로 돌아와 방구석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던 로이스는 아공간에서 시끄럽게 울려 대는 구슬을 꺼내 들었다.
엄지손톱만 한 작디작은 통신석.
작은 통신석의 짝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로이스가 재빨리 속성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들려오는 목소리.
[로이스님!]활기차고 뿌듯함이 가득한 핀의 목소리에 로이스는 녀석이 성공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영감탱이가 뭘 숨기고 있는지 알아냈어요!]이어진 핀의 이야기에 로이스의 눈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