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뚠뚠이 (2)
카덴 도윌슨.
어린 시절 그는 자식이 없던 도윌슨 공작의 양자로 들어갔다.
양자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잡음 없이 가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지닌 탁월한 무의 재능 덕분이었다.
도윌슨 가문의 후원에 힘입어 1티어에 도달한 그는 명실상부 제국 최강의 무사로 거듭났고, 도윌슨 공작가를 제국 내 우뚝 서게 했다.
검공이란 이명을 얻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헤쳐 온 카덴 공작이었지만, 이번에 마주한 난관만은 그에게도 꽤 버거웠다.
“흠…….”
카덴 공작은 넓게 펴진 지도를 보며 고심했다.
‘지금까지 놈들이 최단 거리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이 길목을 지난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정찰대의 정보로 추측하건대 현재 진영을 펼친 곳이 스노우 킹 군단과 부딪힐 최후의 접전지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것도 앞으로 반나절 후에 말이다.
‘지리적인 이점은 우리에게 있다.’
하지만 카덴 공작의 인상을 펴질 줄 몰랐다.
“9만 대 6만…….”
현재 3차 저지선에 모인 병력은 9만이 넘는 대군.
지리적인 이점도, 수적인 이점도 도미넌트 제국군이 우위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대형 몬스터가 2천이라…….”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1, 2차 저지군이 무너진 건 초월기를 쓰지 못한 것도 있지만, 몬스터들 사이에 섞여 있는 대형 몬스터들 때문이기도 했다.
“쉽지 않구나.”
이번 전쟁의 승패는 두 가지 요소로 결정되리라.
첫째,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형 몬스터를 처리하는지.
‘대형 몬스터 문제는 어느 정도 처리됐다.’
며칠간 밤을 새워 가며 전술을 짠 결과 대형 몬스터에 최적화된 병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그리고 이번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두 번째 요소.
아니,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
그건 바로 스노우 킹을 얼마나 묶어 둘 수 있는지였다.
‘죽이는 것은 현재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최대한 놈을 묶어 둬야 하는데…….’
스노우 킹을 떠올린 카덴 공작의 낯빛이 다시금 어두워졌다.
‘내가… 놈을 묶어 둘 수 있을지.’
현 제국 내에서 그나마 스노우 킹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자신뿐이었다.
‘만약 내가 실패한다면… 제국은 끝이군.’
무거운 압박감이 그를 짓눌렀다.
그렇게 신중한 얼굴로 지도만을 노려보고 있을 때.
흠칫!
카덴 공작이 경기를 일으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이건?!”
그의 시선이 막사 밖을 향했다.
‘뭐냐! 대체 뭐가 오고 있는 거냐?!’
실로 어마어마한 기운이었다.
1티어인 자신이 기운을 느낀 것만으로도 전신에 소름이 돋을 정도.
카덴 공작은 빠르게 검을 집어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이 정도의 기운이라면.’
1티어인 자신에게 두려움을 가지게 할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스노우 킹!’
검을 챙겨 든 카덴 공작이 빠르게 막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웅성거림.
진영 전체가 술렁이고 있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거기서 카덴 공작은 이상함을 느꼈다.
‘…비명이 없다?’
만약 스노우 킹이 쳐들어온 것이라면, 비명과 고함이 난무해야 했다.
하지만 술렁거림이 있을지언정 공포에 젖은 비명은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머릿속에 생겨난 의아함을 뒤로하고 카덴 공작은 강대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둥그렇게 모여 있는 병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게 뭐냐?”
“샤벨 타이거?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큰데?”
“허… 어마어마하군.”
수군거리는 병사들 너머에서 느껴지는 무언가.
카덴 공작이 천천히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어? 사, 사령관 각하!”
“사령관 각하시다! 비켜라!”
카덴 공작을 알아본 이들이 비켜섰다.
곧 그는 병사들에 둘러싸인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윤이 나는 흰 털과 거대한 앞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음에도 그 높이가 족히 2m는 되어 보이는 신장.
크릉-.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것인지 괴물이 카덴 공작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쭈뼛-.
황금빛 호안(虎眼)을 마주한 순간 카덴 공작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의 손이 반사적으로 검 자루 위로 올라갔다.
단지 눈빛만으로도 카덴 공작은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꿀꺽-.
카덴 공작이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하고 있는 그 순간.
“진정해.”
괴물의 북슬북슬한 목덜미에서 하얀 손이 삐죽 튀어나와 털을 쓸었다.
곧 털 사이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존재.
“괜찮아. 적이 아니야.”
몸을 일으킨 이는 금발·적안의 소녀였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를 진정시키고는 카덴 공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 카덴 도윌슨 공작님이신가요?”
“…그렇다. 그대는……?”
“사무엘 후작이 이리로 가면 된다던데? 혹시 얘기 못 들으셨어요?”
“설마?!”
소녀의 말에 카덴 공작의 뇌리로 며칠 전 사무엘 후작에게서 온 전언이 떠올랐다.
[스노우 킹을 처리할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공작 각하께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당시에는 그저 헛소리라 치부하고 지나쳤다.
제국 최고의 실력자인 자신도 스노우 킹의 상대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판국에 스노우 킹을 처리할 사람이 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이후 안 그래도 신경 쓸 게 많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사실이었구나!’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스노우 킹을 처리할 존재가.
정확히는 사람이 아닌 짐승의 형상을 한 괴물이었지만.
‘됐다!’
카덴 공작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저 괴물이 스노우 킹 못지않은 존재라는 걸.
저 괴물이라면 충분히 스노우 킹을 몰아세울 수 있을 거라고.
‘이길 수 있다!’
희열감에 몸을 부르르 떤 공작이 미소를 머금고 시선을 위로 돌렸다.
괴물의 목덜미 위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미소녀.
공작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
“들었다. 그대들이었군. 사무엘 후작이 보낸다는 최고의 패가.”
“맞아요!”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공작의 물음에 소녀가 웃으며 답했다.
“아, 자기 소개를 까먹었네요.”
소녀가 괴물의 등 뒤에서 몸을 날렸다.
가볍게 지면에 착지한 그녀는 살짝 코트를 잡고 허리를 숙였다.
완벽하게 몸에 밴 귀족 가문 영애의 인사법이었다.
“인사드립니다. 트루건 가문의 차기 가주 라비나라고 합니다. 아! 제가 좀 동안이기는 하지만, 올해로 스물셋입니다!”
자주 나이를 가지고 해명해야 했던 듯, 라비나는 재빨리 자신의 나이를 덧붙였다.
“허…….”
어려 보이는 소녀가 차기 가주란 소리에 한 번 놀라고, 나이가 스물셋이란 소리에 또 한 번 놀란 카덴 공작.
그런 그를 향해 빙그레 미소 지어 준 라비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이 친구의 이름은…….”
손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털의 촉감을 즐기며 라비나가 말했다.
“나비예요.”
-크릉!
라비나의 소개에 성체가 된 나비가 길게 콧김을 뿜었다.
* * *
그로부터 반나절 뒤.
겨울 대륙 동부, 전신의 교단.
“흐흥.”
로이스는 긴 탁자 위에 다리를 올리고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온 타니아가 헤실헤실 웃으며 물었다.
마치 지금이 기회라는 듯 눈을 빛내며.
“로이스 오빠,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있지.”
“뭔데요?”
“일이 잘 풀리는 게 좋은 일이지.”
모든 게 척척 알아서 진행되고 있었다.
몹 몰이에 신난 쌍둥이가 열심히 스노우 킹을 제국으로 몰고 있었고, 제국은 우왕좌왕이었다.
아마 이번 일만 잘 풀리면 곧 스노우 킹 군단이 제국의 수도에 도착하리라.
그렇게 되면…….
‘마무리에 들어가야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었다.
로이스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니 타니아가 또 헤실헤실 웃으며 로이스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헤헤, 오빠가 기분 좋으니 저도 기분 좋아요.”
그러면서 로이스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얹는 타니아.
하지만 그녀의 머리가 어깨에 닿기 전 로이스의 손가락이 그녀의 옆통수를 밀어냈다.
“까분다. 그리고 너… 호칭 똑바로 못해?”
“…칫.”
로이스의 철벽 수비에 타니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를 본 로이스가 혀를 찼다.
‘쯧, 이게 틈만 나면 오빠 오빠 거리네.’
평소에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다가 자신이 기분 좋아 보인다 싶으면 은근슬쩍 호칭을 변경하는 타니아였다.
‘여우네 여우.’
자신을 흘겨보는 로이스의 시선에 타니아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이 천 년 묵은 구미호처럼 요사스럽게 빛나고 있었으니.
‘로이스 오빠, 처음이 어렵지 자주 듣다 보면 익숙해지는 거랍니다!’
지금도 봐라.
처음에는 오빠 소리가 나오면 칼같이 지적하던 로이스의 반응이 이제는 조금 늦어지지 않았던가.
거기서 타니아는 희망을 엿보았다.
‘앞으로도 선생님 기분 좋을 때 열심히 공략해 봐야지!’
그녀는 속으로 굳은 의지를 다졌다.
그런 동생의 집념이자 집착을 지켜보고 있던 켄드릭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그사이 로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란 타니아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어디 가시게요?”
“슬슬 놈들이 붙었을 거니까, 가서 좀 보고 오려고.”
“저도 같이 가요!”
“선생님, 저도 데려가 주십쇼!”
“됐어. 금방 끝날 거니까 너희는 여기 있어.”
“우우… 너무해요.”
“알겠습니다…….”
“핀, 너는 여기서 얘들 어디 가서 딴짓하지 못하게 잘 감시하고. 파브로 오면 나 나갔다고 말해.”
“네, 로이스 님!”
“저희가 무슨 앤가요!”
“맞습니다! 저희도 다 컸습니다!”
“자면서 엄마 보고 싶다고 울지나 말고 그런 소리 해, 오빠.”
“내, 내가 언제 그랬어?!”
“어제 잠꼬대로 그런 소리를 하기는 했지.”
“…진짜? 내가?”
“응.”
“거짓말!”
“응, 거짓말이야.”
“…죽인다!”
로이스가 떼 놓고 간다고 투덜거리던 불꽃 남매는 이내 자기들끼리 아웅다웅했다.
“나 갔다 온다!”
“다녀오세요!”
핀의 배웅을 받으며 로이스는 곧장 공간 이동을 펼쳤다.
그와 함께 로이스의 신형이 공간을 넘어, 도미넌트 제국의 3차 저지선 상공에 나타났다.
그는 발밑의 상황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오? 제시간에 맞춰 왔네.”
발아래에서는 스노우 킹 군단과 제국군이 충돌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로이스는 제국의 진영을 보며 감탄했다.
“이야, 준비 많이 했네.”
단순히 진영을 한 번 살피는 것만으로도 로이스는 알 수 있었다.
제국의 진영이 9만의 병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충돌의 여파를 줄이는 구성이란 걸.
거기에…….
“일부 병력을 빼서 특공대식으로 만든 건가?”
아마도 특공대의 목적은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는 거겠지.
로이스가 피식거렸다.
“머리 많이 썼네.”
제국 측에 나름 유능한 전술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여기서 밀리면 뒤는 벼랑 끝이니 사활을 걸만 하지.’
제국 측의 준비와 전력이 만만치 않았지만, 로이스는 여유로웠다.
그는 믿고 있었다.
“못생긴 왕돼지를 처리하지 못하면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야.”
자신으로 인해 초월기까지 발이 묶인 상황에서 단순히 저 병력만으로 스노우 킹을 상대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 저지선만 넘기면 바로 제도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몹 몰이의 끝이 보이니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졌다.
로이스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제도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조소를 머금었다.
‘그러게 누가 내 물건에 손을 대래?’
그는 다짐했다.
이번 기회에 제국의 골수까지 탈탈 털어 버리겠다고.
그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오오! 시작한다!”
제국의 운명을 건 마지막 승부.
그것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와아아아!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거센 함성을 내지르는 병사들.
그리고 이에 마주해 달려가는 몬스터 군단.
이를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로이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
막 몬스터 대군이 그대로 제국군을 덮치려는 찰나 제국 진영에서 새하얀 점이 움직였다.
로이스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뭐야… 저 털 뭉치는?”
높은 상공에서 내려다봐서 털 뭉치지 어지간한 대형 몬스터보다 큰 덩어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다.
그리고 털 뭉치를 인지한 순간 로이스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웅- 웅-.
‘이건……?’
오래전에 묶어 둔 계약이 울음을 토해 내고 있었다.
어서 빨리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여기에 있다고.
영혼이 보내오는 감각.
이를 느낀 로이스의 입에서 털 뭉치의 정체가 흘러나왔다.
“…설마 나비?”
로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 녀석이 여기 왜 있어?!’
과거 트루건 가문에 위탁했던 나비.
안 그래도 겨울 대륙에 와서 나중에 트루건 가문을 찾아가려 했건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비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렇게 나비를 바라보던 로이스의 입이 살며시 벌어졌다.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이거 설마…….’
족히 탑티어 상급은 될 것 같은 기세가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광뇌호! 진화에 성공했구나!”
하지만 감탄만 계속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몬스터 군단을 지나 빠르게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나비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연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노우 킹을 노리고 있다!’
아무리 스노우 킹이라고 해도 광뇌호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저 녀석이 여기 있다면… 라비나도 분명히 같이 있을 거다!’
수왕 라비나.
그녀의 서포트를 받는 광뇌호는 단시간이나마 광룡과 ‘맞짱’을 뜰 만한 존재였다.
스노우 킹의 목덜미가 뜯겨 나가는 것도 시간문제.
그렇게 되면 스노우 킹 군단의 진격은 여기서 막히게 되는 거였다.
로이스의 눈이 번뜩였다.
‘그렇게는 안 되지!’
다급해진 로이스.
그가 오래전 뇌호와 묶었던 ‘링크’를 활성화하며 의념을 보냈다.
[나비, 멈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