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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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화. 조상 덕 (2)
아작-.
살짝 단단한 속껍질이 으스러지며 달콤하고 시원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청량한 향기를 풍기는 과육이 순식간에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꿀꺽-.
그로우 푸르트를 맛본 로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맛있네?”
그로우 푸르트는 귀한 영약이다.
물론 안 귀한 영약이 어디 있겠냐마는 드래곤조차 쉽게 보지 못하는 게 바로 그로우 푸르트였다.
‘도감에는 희귀도가 중상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도감의 정보와는 달리 그로우 푸르트는 구경하기 어려웠고, 온갖 영약을 맛본 로이스조차 먹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도감이 작성될 당시에는 그로우 푸르트가 제법 쉽게 구할 수 있는 영약이었을지 모르니까.’
쩝쩝-.
입안에 남은 그로우 푸르트의 단맛을 음미하는 사이 쌍둥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아! 치사하게!”
“그걸 혼자 먹냐!”
“나도 그거 한 번도 안 먹어 봤단 말야!”
쌍둥이의 반응에 로이스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독식만큼 달달한 게 또 어디 있을까?’
매우 성공적인 시식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간에 기별은 안 가지만, 드래곤 하트로 모여드는 영약의 기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히죽히죽-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로이스의 눈에 멍하니 굳어 있는 파브로가 들어왔다.
“넌 왜 그러고 있냐?”
“아니… 그… 그거, 그냥 그렇게 드셔도 되는 겁니까?”
“안 될 이유 있어?”
“네?”
“먹으려고 구해 온 거지 장식하려고 구해 온 거 아니잖아.”
“그야… 그, 그렇기는 하죠.”
분명 맞는 말이지만, 그 난리를 치며 되찾아 온 열매가 게 눈 감추듯 사라지니 허무한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꺼흡-.
잘게 트림을 토해 낸 로이스를 보고 있자니 울컥하고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지난 몇 주간의 내 개고생이…….’
고작 트림 한 번으로 끝나 버렸다니…….
파브로 다시금 들었던 고개를 살포시 눕히고 눈물을 훔쳤다.
그런 파브로를 뒤로하고 로이스는 잔뜩 쌍둥이와 핀에 다가갔다.
그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어때? 나 좀 큰 거 같아?”
마치 새 옷을 자랑하듯 로이스가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를 관찰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아리송함만이 가득했다.
“글쎄……?”
“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로이스 님.”
“잘 좀 봐 봐! 분명 이거 약빨 죽인다고 했단 말이야! 난쟁이 똥자루였던 파브로를 거인으로 만들어 준 거라고!”
“…암만 제가 드워프지만 그래도 지금은 로이스 님이 더… 끄아악.”
로이스가 누워 있는 파브로의 손가락을 사뿐히 짓밟았다.
그사이 카니가 로이스의 옆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이마와 로이스의 이마 사이에 손을 넣고 키를 재 보는 카니.
그녀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갸웃거렸다.
“흠…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똑같아.”
영 시원찮은 반응에 로이스가 고개를 돌려 다음 희생양을 찾았다.
“라비나!”
“네?”
한쪽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던 라비나가 차려 자세로 말했다.
“네가 보기에 나 좀 큰 거 같지 않냐?”
“커요? 뭐가요?”
“키!”
척하면 척!
눈치 하면 라비나!
이번이 점수를 딸 기회라고 여긴 라비나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큰 거 같아요! 확실해요!”
“진짜지?”
로이스의 눈이 반짝였다.
그때 라비나의 등짝을 내리치는 손이 있었으니.
짝-.
“악!”
“너, 거짓말하면 못써! 우리 로이 괜히 기대한다고!”
“…죄, 죄송해요, 언니.”
라비나가 등을 어루만졌다.
둘의 대화에 실망한 로이스가 마지막 한 명에게 시선을 돌렸다.
“파브로.”
“…네.”
“네가 보기에는 어때?”
“…그냥 옆으로 길쭉해 보입니다.”
“2초 안에 안 일어나면 이번에는 손이 아니라 주둥이를 밟아 주겠어.”
살벌한 협박이 끝나기 무섭게 벌떡 일어선 파브로가 로이스의 요모조모를 살폈다.
그러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음… 잘 모르겠습니다만?”
“잘 좀 봐 봐.”
“아무리 잘 봐도 그냥 정수리만 보이는 쥐똥만 한 키… 칵!”
겁대가리 없이 입을 놀리다 정강이를 까이고 다시 바닥에 널브러진 파브로.
반면 로이스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왜지?’
어째서 한 명도… 단, 한 명도 자신이 키가 컸다고 말하는 이는 없는 걸까?
‘느낌상 분명히 큰 거 같은데… 약효도 제대로 돌았고.’
그런데 왜 아무도 못 알아보는 거지?
“…불량품인가?”
그때, 고심하던 로이스의 뇌리로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설마?!”
눈을 번뜩인 로이스가 순식간에 공간 이동을 펼쳐 사라졌다.
“로, 로이스 님?”
“로이?”
“어디 가?”
그의 돌발 행동에 놀란 이들이 눈을 끔뻑였다.
그렇게 몇 분이 흘러…….
츠팟!
다시금 돌아온 로이스.
“아…….”
그의 얼굴에는 좌절이 가득했다.
털레털레 걸어온 그가 소파에 주저앉았다.
살면서 이토록 무기력한 로이스의 모습을 처음 본 카니가 걱정스럽다는 듯 옆에 앉았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에 답하듯 들려온 작은 목소리.
“…컸어.”
“응?”
“나… 키 컸어… 1㎝…….”
로이스의 얼굴에 좌절이 서렸다.
이에 카니가 어깨를 토닥였다.
“1㎝면 많이 컸잖아? 다행이네!”
안 큰 거보다는 낫다고 위로해 주던 카니의 손이 곧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우뚝 멈췄다.
“본체가…….”
“응?”
“본체가… 1㎝ 컸더라.”
“…….”
차마 이건 위로할 수 없는지 카니의 동공도 흔들렸다.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로이스이다 보니 자신의 신장은 매번 측정해 두었다.
본신의 키 2020㎝.
거기서 변신을 했을 때 정확히 170㎝가 된다.
그런데 조금 전 가서 키를 재 보고 오니 2021㎝가 되어 있었다.
변신한 상태의 신장이 본 신의 신장에 비례해 줄어드니, 2020㎝가 2021㎝가 됐다면 현재 로이스의 키는…….
“170.08㎝…….”
그것도 단순히 수학적인 계산으로 0.08㎝가 큰 거지… 그걸 누가 알아주겠는가.
육안은 물론 측정 장치로도 측정이 불가능한 수준.
사실상 거의 크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대충 발바닥에 살이 쪄도 그것보다는 많이 크리라.
로이스의 얼굴에 음울함이 깃들었다.
‘아무리 내가 드래곤이라지만, 이리도 약빨이 안 받을 줄이야…….’
맨날 ‘내 미래의 1㎝!’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건만 진짜로 1㎝만 클 줄 누가 알았겠나.
그것도 본체가 말이다.
“우우…….”
로이스가 시무룩하게 늘어졌다.
좌절하는 로이스를 보며 칸은 대놓고 폭소를 터뜨렸고, 핀과 파브로도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카니는 그런 로이스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와락 껴안았다.
“로이, 넌 안 커도 지금 충분히 예뻐!”
“…저리 가.”
“크지 말고 그냥 이대로 자라 주라, 로이!”
“나 이미 다 큰 거라고… 우으…….”
“헤헤!”
야단법석인 상황에서 라비나만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좌절한 로이스는 한동안 시무룩하게 늘어져 보냈다.
그사이, 겨울 대륙 동부에 몇 가지 소문이 유행처럼 떠돌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제도에 나타난 전신이었다.
전신에 관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것은 스노우 킹 군단의 전멸이 알려지면서였다.
당시 제국민은 물론이거니와 인접한 국가에서도 제도가 스노우 킹 군단에 포위된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만약 제도가 무너진다면 그대로 겨울 대륙 동부의 판도가 바뀌는 상황.
때문에 나름 정보를 수집한다고 알려진 기관들은 제도를 향해 귀를 열어 두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식은 모든 기관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스노우 킹과 몬스터 군단 전멸 확인.] [제도 피해 전무.]제도의 상황은 저 짧은 문구로 설명이 됐다.
무언가 이변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기에 더 의아스러웠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정보기관들은 제도가 어떻게 스노우 킹을 물리쳤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추가로 전해진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만했다.
[전신의 교단 교주가 나타나 단신으로 토벌.]도무지 믿기지 않는 소문에 모든 이들이 이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지만, 얻어지는 것은 더욱 황당한 이야기뿐이었다.
[전신 교주의 일격에 수만의 몬스터와 스노우 킹이 전멸.]때론 진실을 알려줘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물며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을 단순히 소식으로만 접한 사람들이 이를 어찌 믿을까.
제도로부터 흘러나온 진실은 계속해서 퍼져 나가며 살을 불렸다.
제도에 전신이 강림했다느니.
전신 교의 교주가 신과 인간 사이에서 나온 혼혈자라느니.
실은 전신 교주가 유희를 나온 전설 속 드래곤이라는 등의 허황한 소문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그렇게 전신 교에 관한 소문이 활활 불타오를 때 이를 단번에 잠재우는 사건이 터졌다.
대형 사건의 중심지는 이번에도 역시 제국이었다.
[제국 내전 발생.] [서부 사단장이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반역을 도모.]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뭐라? 몬스터 군단이 전멸해?!’
제도의 상황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도 빠르게 정리되자 서부 사단장 바르콘 후작은 당황했다.
황제와 그 측근들도 생각이란 걸 하는 이상 자신의 변심을 충분히 예상했으리라.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병력을 움직여 제도를 차지하는 것.
조급해진 바르콘 후작은 곧장 거병(擧兵)했다.
하지만 황제는 마치 이를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병력을 징집해 서부 사단 반역군에 맞섰고, 그날을 기점으로 제국은 내전에 들어갔다.
처음에 많은 이들이 서부 사단장이 손쉽게 반역에 성공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때 황제가 숨겨 두었던 천여 기의 초월기를 꺼내 들며 황실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팽팽해진 전황.
초월기의 수에서는 황제 측이 앞섰지만, 병력의 수에서는 압도적으로 바르콘 후작이 우세했다.
더군다나 그 병력을 이끄는 이가 서부의 전쟁터에서 평생을 보낸 바르콘 후작이었다.
압도적인 병력과 전술로 바르콘 후작은 조금씩 승기를 잡아 갔다.
이제 바르콘 후작이 조금만 더 몰아친다면 제국의 황제가 바뀌리라 예상하던 순간.
‘폐하! 소장이 왔나이다!’
생사를 알 수 없었던 동부 사단장 호안 후작이 2만의 병력을 이끌고 나타났다.
1차 저지군이 패배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보신하고 있던 호안 후작은 서부 사단장의 반역을 복직의 기회로 여긴 것이다.
그 같은 상황을 대충 눈치챘음에도 황제는 어쩔 수 없이 호안 후작을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검공이 죽은 이상, 황제 측에서 호안 후작만 한 인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장이 반드시 반역도의 목을 가져오겠나이다!”
몬스터 군단에 어이없게 패한 전적이 있었지만, 그건 모두 로이스라는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차기 제일검이라고 여겨지던 호안 후작은 총사령관직을 위임받기 무섭게 기울었던 전장의 균형을 다시 평행하게 맞춰 놓았다.
그로 인해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제국의 내전은 나날이 길어졌다.
동부를 차지한 거대한 제국이 내전에 휩싸이자 많은 문제가 연이어 발생했다.
나날이 흉흉해지는 민심과 전쟁 난민.
들끓는 도적 떼.
하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혼란 속에서도 이득을 보고 웃는 자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