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사이론 (2)
로이스의 기억 속 사이론은 그저 작은 촌 동네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곳도 과거 파브로와 함께 마차를 타고 지나쳤던 좁은 길목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치 10대는 족히 지나갈 정도의 잘 정돈된 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길의 끝에 닿은 웅장한 도시.
‘저게 정말 사이론이라고?’
높게 쌓인 성벽은 검은 철판으로 보강이 되어 있었고.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의 크기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이건… 제도보다 더 큰데?’
그것도 그냥 조금 큰 정도가 아니었다.
못해도 제도의 2배에 달하는 크기.
또한, 성벽 위로 어지간한 소왕국에서도 보기 힘들다는 초월기가 수두룩하게 늘어서 있었다.
이는 멀리서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위압감이 들게 만들었다.
250년의 세월 동안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사이론의 모습에서 과거 로이스가 기억하는 그 촌 동네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와…….”
“와… 여기가 거기라고?”
옛 사이론을 기억하는 쌍둥이조차 놀라 혀를 내둘렀고.
“장난 아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가을 대륙 최고의 도시라고 하더니… 진짜 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있었네.”
불꽃 남매와 라비나도 난생처음 보는 도시의 웅장함에 감탄했다.
그때, 오랜 시간 강제로 봉인되어 있던 시바의 입이 극도의 흥분으로 풀려나고 말았다.
“여, 역시 사이론입니다! 강철의 도시라는 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군요! 도시 곳곳에 자리한 203개의 수준 높은 공방과 10만 명의 초월기 관계자! 그들이 만들어 내는 지상 최고의 초월기들! 세상에… 강철의 쌉싸름한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거 같지 않습니까? 저 도시에서 1년에 생산되는 4급 초월기만 무려 천 기가 넘는다고 합니다! 엄청나지 않습니까? 세상에 맙소사! 내가… 내가 드디어 여기에 오다니!”
누군가에게 들려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심장의 떨림을 주체할 수 없어 시바의 입이 자동으로 나불대고 있는 거였다.
로이스도 지금은 딱히 시바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시바가 떠드는 이야기 속에 제법 괜찮은 정보가 뒤섞여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대로 놔두다가는 몇 시간이고 제자리에서 떠들 것이 분명했기에 로이스는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시바의 입은 쉴 틈 없이 움직였지만, 이제 일행도 그러려니 하고 그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렇게 사이론으로 들어가는 정문에 선 일행.
“많네요.”
“이 시간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로이스 일행이 사이론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그런데도 사이론으로 들어가기 위한 인파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를 본 시바의 첨언이 이어졌다.
“사이론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24시간 성문을 개방한다고 합니다! 워낙에 방문자가 많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하네요.”
보통의 도시라면 치안을 위해 늦은 시간의 통행을 금지하지만, 사이론은 예외였다.
‘그만큼 치안에 자신이 있다는 소리겠지.’
그 뒤로 한참이나 줄을 서서 성문을 통과한 로이스 일행.
곧이어 펼쳐진 성벽 안의 풍경에 일행은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현대를 살아온 로이스조차 놀랄 만한 광경이었다.
‘이건…….’
지금까지의 도시 대다수가 일반적인 중세의 풍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사이론은 달랐다.
‘이건… 현대와 중세가 묘하게 뒤섞였네?’
빌딩으로 보이는 건물과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강철 구조물까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건축 양식의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다.
또한, 도시 내부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활기가 넘쳤다.
“엄청나네요…….”
“성벽 안에 또 성벽이 있다니…….”
“와, 저거 엄청 높다.”
“역시 사이론! 강철의 도시! 저, 저 내부 성벽 너머가 바로 초월기 제작 공방들이 밀집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 도시에 자리한 주요 시설들이 전부 저 안에 자리해 있죠! 그리고… 저 가장 높은 건물! 저게 바로 염원의 탑입니다! 전 세계에서 최고로 부유한 성탑! 어? 와! 저, 저기 보세요! 길거리에 초월기가 돌아다닙니다! 맙소사!”
일행의 감탄사에 일일이 설명을 덧붙이던 시바의 시선이 일반 시가지를 돌아다니는 초월기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 비싸다는 초월기가 사이론에서는 정말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일행이 주변을 둘러보는 데 여념이 없을 때, 로이스 두 눈은 도시의 중심에 우뚝 솟은 높은 탑을 담고 있었다.
‘저 방향은…….’
분명 많은 게 바뀌기는 했지만,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었다.
저 높은 탑이 있는 자리가 과거 덱스터와 함께 연구하던 그 집이 있던 자리임을.
한동안 말없이 새롭게 지어진 염원의 탑을 바라보던 로이스가 시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기서 헤어지자.”
예상치 못한 인연으로 사이론까지 동행했지만, 여기까지였다.
이제부터 시바와 자신이 가야 할 길은 달랐다.
그렇기에 여기서 헤어지는 게 옳았다.
“아…….”
로이스의 말에 시바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곧 그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로이스 일행에게 충분히 신세를 졌음을.
이제 더는 신세를 질 수 없었다.
그가 로이스 일행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아야 할지.”
“5,000골드면 돼.”
“네?”
시바의 뜨악한 표정을 보고 로이스가 피식거렸다.
“농담이다.”
그 뒤에서 ‘진담일지도……’라고 중얼거린 켄드릭이 한 대 얻어터지고 길바닥에 널브러졌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그 모습에 시바는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로이스 일행을 훑으며 물었다.
“저… 언제쯤 다시 뵐 수 있을까요?”
“그건 알아서 뭐 하게.”
“나중에 은혜라도 갚아야…….”
“됐어. 네 앞가림이나 잘해.”
“어… 음…….”
시바가 아쉬움 가득한 얼굴을 하자 로이스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기회가 되면 또 보겠지.”
“…저도 그렇게 믿겠습니다.”
“그럼 또 보자.”
“네… 그간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절대로…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바가 힘차게 답했다.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는 법.
아쉽기는 하지만 이들과 자신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이후 구토 4인방이 짧게 인사를 나누고, 로이스가 일행을 데리고 멀어졌다.
그들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던 시바도 발걸음을 떼었다.
‘여기가 가을…….’
오랫동안 품어 왔던 꿈을 펼칠 대륙.
‘나도 내 갈 길을 가자!’
그리 다짐한 시바가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초월학관 입학관이 서쪽 지구에 있다고 했던가… 그 근처에 숙소를 잡고 날이 밝는 대로 시험 신청을 하러 가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초월학관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설렘을 가득 품고, 시바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초월학관 입학관이 있는 서쪽을 향해.
* * *
한편, 일행을 데리고 시바와 헤어진 로이스.
그는 막힘없이 걸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목적지가 확실했으니 말이다.
로이스는 오로지 높게 솟은 탑을 보고 그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이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타니아가 물어왔다.
“선생님, 지금 저기로 가시는 거예요? 염원의 탑?”
“응.”
“저기 구경할 수 있어요?”
“구경하러 가는 거 아니다. 내 거 잘 있나 보러 가는 거지.”
“…네?”
“있다, 그런 게.”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타니아를 보며 로이스는 웃었다.
로이스가 염원의 탑으로 가는 것은 구경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원래 자신의 자리로 찾아들어 가는 중일 뿐.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로이스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여관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위치한 자리.
그곳에 원래…….
“빅터의 집이 있던 곳이네…….”
다리를 잃은 늑대인간 빅터가 초원을 질주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던 곳.
그는 다시 초원으로 돌아갔을까?
다시 걸음을 옮긴 로이스는 낯익은 장소가 보일 때마다 과거를 회상했다.
앞을 보지 못하던 엘프, 플로리아.
그녀의 집이 있던 곳에 들어선 찻집.
‘그녀는 숲의 푸르름을 볼 수 있게 되었을까?’
날지 못하는 조인족, 에리카의 집터에 자리한 철물점.
‘녀석은 다시 날 수 있게 되었을까?’
그리고 더글라스의 집터에 떡하니 자리한 술집으로 보이는 상점을 본 순간 로이스는 피식거리고 말았다.
‘누가 드워프가 살던 곳 아니랄까 봐, 거기에 술집이 들어서냐.’
지금은 아마 각종 술이 저장되어 있을 저 술집의 지하에서 로이스와 염원의 탑 4명의 제자가 서열을 정리했더랬지.
한 걸음, 한 걸음.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남아 있는 과거의 잔재를 느끼며 로이스는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로이스의 가슴은 묘하게 간질거렸다.
‘다들 아직 살아 있을까?’
염원의 탑 제자들은 전부 이종족이었다.
비록 25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마 살아 있는 이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품은 로이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로이스의 사정을 알고 있는 쌍둥이와 핀은 그저 작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아니, 그들도 로이스와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많이 변했네요.”
“내가 저기서 에리카 납치했었는데!”
“아, 내가 플로리아를 데려왔던가?”
이곳에서의 추억이 있는 것은 로이스뿐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로이스와 쌍둥이의 기묘한 분위기에 타니아와 켄드릭, 라비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내성 벽에 다다른 로이스 일행.
늦은 시간임에도 공방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는지 그들은 별다른 문제 없이 내성 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로이스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잠시 뒤.
“…….”
로이스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20층 높이의 거대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바로 이곳이었다.
별과 달이 빛나던 밤.
이곳에서 덱스터와 나눴던 약속.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솔직히 언제 올 수 있다고 장담 못 해요.’
‘탑주 자리를 비워 두마. 그게 설령 100년이든, 200년이든, 혹은 천 년이 걸리든……. 네가 돌아온다고 약속한다면 언제까지나 그 자리는 너를 위한 자리로 남겨 둘 생각이다. 돌아오겠다고… 나와 약속하겠느냐?’
‘그럴게요.’
‘그래, 네놈이 놓고 간 거는 나와 애들이 열심히 불려 놓고 있을 테니… 다녀오거라.’
그리고 마침내.
250년이 흘러 드디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 탑을 올려다보던 로이스가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탑의 출입구를 지키는 경비병 둘이 로이스의 앞을 막아섰다.
“누구십니까?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방문하시려거든 내일 정식 절차를 밟고 다시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가서 전해…….”
자신을 향한 경계 어린 눈초리에 로이스는 짧게 말했다.
“탑의 주인이 돌아왔다고.”
귀환한 주인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