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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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화. 초월학관 (2)
로이스의 옆자리를 차지한 이는 다름 아닌 시바였다.
시바가 밝게 웃는 얼굴로 외쳤다.
“여, 역시 로이스 님이셨군요! 세상에! 입시생 수석에 이름이 있어서 설마 했더니……!”
수석이란 소리에 좌중의 시선이 우르르 로이스에게로 몰려들었다.
이에 살짝 한숨을 내쉰 로이스.
“…좀 조용히 하지?”
“아… 죄, 죄송합니다.”
“그것보다 네가 여기 왜 있냐?”
“네? 그야 당연히 합격했으니 여기 있죠.”
“반 배치 성적순으로 자른 거 아냐?”
“아마 맞을걸요?”
“그런데 네가 왜 여기 있어.”
“…….”
그러니까 다시 말해, 네 실력이 1반에 있을 정도냐 이 말이었다.
로이스의 무시 발언에 시바가 시무룩하게 답했다.
“딱 턱걸이로 25등 했습니다…….”
“제법이네.”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로이스 님이야말로 여긴 어찌? 분명 여행가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는데 일정이 좀 변경됐어.”
“학관은 어떻게 붙으신 겁니까?”
“어떻게 붙긴 뭘 어떻게 붙어? 실력으로 붙었지. 딱히 어려운 것도 없더만. 원래 시험은 평소 실력으로 보는 거야.”
“크흠.”
로이스의 진심 가득한 말에 시바가 헛기침했다.
자신의 얼굴에 날아드는 ‘재수 없는 놈’이란 시선에도 로이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책상에 엎드렸다.
“아무튼, 난 잔다.”
“아, 넵! 주무십쇼.”
하지만 로이스는 잘 수 없었다.
“로이스 님, 로이스 님. 저쪽 친구가 차석이라고 합니다. 저 친구는 그레이엄 공방장의 손녀라고 하고요. 아, 그리고 저 중에 마이스터의 집안사람도 있다고 했는데… 아, 저 친구인가 봅니다!”
엎드린 로이스의 귀에 쉼 없이 재잘거리는 시바.
로이스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넌 대체 그걸 어디서 알아 온 거냐?”
“하하, 동급생이기 이전에 경쟁자가 될 이들 아닙니까? 사전 정보 수집은 필수지요!”
“경쟁자?”
“초월학관을 졸업할 때 1반으로 졸업하면 그만큼 유리하지 않습니까.”
“그게 왜……?”
“…설마 아무것도 모르십니까?”
살짝 당황한 시바는 이내 건수를 잡았다는 듯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설명은 길었지만, 핵심은 간단했다.
‘랭킹제구만. 그중에서도 1반은 상위권을 상징하는 그룹이고. 성적이 떨어지면 입학 때 1반이었던 이도 2, 3, 4반으로 떨어질 수 있고.’
이른바 경쟁을 위한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록 같이 입학한 동급생들이지만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가 느껴졌다.
“그렇게 1반으로 졸업하면 바로 염원의 탑 4급 도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4급 도제?”
“아, 4급 도제는 말이죠…….”
현재 염원의 탑의 구조는 간단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그랜드 마이스터들.
그들의 제자이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갖춘 15명을 마이스터라 칭했다.
또 그런 마이스터의 제자를 1급 도제.
그런 식으로 4급 도제까지 이어지며 그 밑에는 4급 도제가 되지 못한 문하생들이 있었다.
‘보자… 그러니까 문하생은 인턴이고 4급은 사원, 3급은 계장, 2급은 차장이나 과장, 1급은 부장급인가? 마이스터는 임원급이고.’
거기에 현재 학관에 교수로 와 있는 마이스터는 총 5명이고 몇몇 수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급 도제들이 강의한다는 게 시바의 설명이었다.
시바가 떠드는 것을 열심히 듣고 있으니, 로이스에게 ‘수석이란 놈이 그런 것도 모르냐?’라는 눈빛이 날아와 꽂혔다.
로이스의 얼굴이 좌중의 시선으로 따끔거릴 때쯤, 한 노인이 강의실의 앞문을 통해 들어섰다.
그를 본 로이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어? 저 양반은?’
노인의 정체는 면접장에서 자신과 질의응답을 한 이.
시바가 노인에게 선망의 눈빛을 보냈다.
“마이스터 해럴드…….”
“유명한 사람이냐?”
“당연히 유명하죠! 그랜드 마이스터 더글라스 님의 제자 중 한 분인데요!”
“호오?”
시바의 속삭임에 로이스의 눈이 반짝였다.
‘더글라스의 제자라…….’
어쩐지 고집스러움이 드워프의 그것 같더라니.
로이스가 그리 시선을 보낼 때, 강단에 선 해럴드가 입을 열었다.
“정식으로 기술 법사의 길을 걷게 된 그대들을 환영한다. 해럴드라고 한다.”
짧은 인사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후 그가 하는 이야기는 크게 별것 없었다.
간단한 격려와 학사 일정.
고작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왔나 싶을 정도로 정말 별 내용 없는 이야기를 마친 그는 강단에서 내려서려 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질문 있습니다.”
잠시 멈춘 해럴드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손을 든 백발의 청년이 있었다.
동시에 해럴드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그놈이군.’
지원 동기가 독특했던 놈.
그리고 입심만큼이나 나름 실력도 갖춘 놈.
해럴드가 몸을 돌려세웠다.
“로이스라고 했던가?”
“예.”
“나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한 기억이 없는데?”
“에이, 그래도 첫 시간인데 질문 한두 개는 받아 주시죠.”
로이스의 가벼운 말투에 주변에서 옅은 술렁거림이 퍼져 나갔다.
해럴드가 누구던가.
그랜드 마이스터 더글라스의 제자이자 염원의 탑에서도 손에 꼽히는 장인이었다.
여간 깐깐한 성격이 아니라, 들리는 소문으로는 염원의 탑 도제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인물이라 했다.
그런 이를 앞에 두고 저리 경박한 말투라니.
모두가 경악하고 있을 때, 해럴드만은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로이스가 선수를 쳤다.
“염원의 탑에 들어가면 그랜드 마이스터님들을 만나 뵐 수 있나요?”
로이스의 질문에 좌중의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그랜드 마이스터.
기술 법사의 길을 걷는 이라면 누구나 존경하고 선망하는 칭호.
때문에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들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적막 속, 해럴드를 향한 스물다섯 쌍의 시선.
잠시 침묵하던 해럴드가 입을 열었다.
“궁금하거든 탑에 들어와 보거라.”
그 말을 끝으로 해럴드는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조금은 기대했던 이들이 허망한 눈빛을 했다.
하지만 로이스는 달랐다.
‘이것 봐라?’
조금 전 해럴드는 분명 답을 회피했다.
‘없으면 없다, 알려주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되는데 말이지.’
로이스는 해럴드의 말 속에서 그가 그랜드 마이스터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한편, 그렇게 해럴드가 강의실을 빠져나간 뒤, 조교가 들어왔다.
“오늘 일정은 이걸로 끝입니다. 여러분의 적응을 위한 학관 측의 배려이니 오늘은 푹 쉬세요. 내일부터는 정신없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조교마저 나가고 여기저기서 살짝 술렁임이 퍼져 나갔다.
갑자기 붕- 떠 버린 시간에 다들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싶었다.
그때 강의실의 앞쪽에서 한 남자가 일어나 로이스에게 다가왔다.
갈색 머리의 그는 로이스를 훑어보았다.
“네가 로이스라고?”
“그런데?”
“반갑다. 뷘 레밍턴이라고 한다.”
가볍게 손을 내민 그를 보자마자 시바가 로이스의 귀에 속삭였다.
“쟤가 이번 차석이래요, 차석!”
그 말에 로이스가 웃으며 뷘의 손을 잡았다.
“아하, 네가 나 다음이구나.”
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맞잡은 뷘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지금은 내가 차석이지만, 다음에는 네가 나의 다음일지도 모르지.”
“글쎄…….”
로이스가 피식거리며 손을 놓았다.
“뭐, 열심히 해 보라고.”
“격려 고맙다.”
“별말씀을.”
어깨를 으쓱이는 로이스를 보고 뷘의 눈빛이 대번에 사나워졌다.
수석과 차석의 신경전에 다른 신입들도 자리를 뜨지 않고 흥미롭게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로이스의 뷘이 눈싸움을 하고 있을 때.
드르르륵- 쾅!
거칠게 열리는 문소리.
그리고 들려온 우렁찬 외침.
“로이이이이!”
문을 열고 들이닥친 검은 옷의 여인이 도도도- 달려와 그대로 로이스에게 안겼다.
끈덕지게 달라붙은 은빛 정수리에 로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왜 여깄냐…….”
“우리 로이 보고 싶어서 끝나자마자 바로 왔지. 아웅… 우리 로이를 30분이나 못 봤어.”
로이스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카니에게 좌중의 이목이 쏠렸다.
“미친… 누구야?”
“…예쁘다.”
“쟤, 걔잖아. 이번 조종반 수석. 소문으로 듣기는 했는데… 장난 아니네.”
기술반 정원의 성비 중 70% 이상이 남자였다.
그렇다 보니 남다른 미모를 가진 카니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이는 뷘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카니를 보며 살짝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리고 로이스를 찾은 것은 카니뿐만이 아니었다.
“로이스 오빠아아!”
카니에 이어 들이닥친 타니아.
그녀는 로이스를 선점한 카니를 보며 살짝 뾰로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로이스의 옆에 있는 시바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시바네?”
“타, 타니아!”
타니아의 등장에 시바가 너무도 기뻐하며 손을 흔들었지만.
“응, 시바 안녕.”
“…….”
타니아는 짧게 인사하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녀는 스리슬쩍 로이스의 옆으로 다가와서는 작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다 같은 신입생인데 제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거는 이상하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그냥 오빠라고 부를게요.”
딱 봐도 이번 기회에 사심을 채우겠다는 의도가 빤히 보였다.
그래도 나름의 일리가 있는 소리였기에, 그리고 대꾸하기 귀찮았기에 로이스는 대충 손을 휘휘 내저었다.
“…마음대로 해라.”
“네, 로이스 오빠!”
타니아가 만개한 꽃처럼 화사하게 미소 지으니 이를 지켜보는 사내들의 눈빛이 또 한 번 변했다.
그 뒤로 찾아온 켄드릭과 칸.
이번에는 기술반 여성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와… 저게 바로 신이 내린 비율이란 거구나.”
“기술반 비실이들이랑은 차원이 다르네…….”
백색 제복 틈바구니에 낀 흑색의 제복의 네 명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로이스에게 찰싹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카니와 타니아.
은근슬쩍 교실 구경 중인 켄드릭과 칸.
거기에 그들의 중심에 있는 로이스까지.
좌중의 시선이 그들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삽시간에 동물원의 동물 신세가 된 상황에 로이스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여전히 로이스에게 매달려 있던 카니가 주르르 딸려 올라왔다.
로이스의 껌딱지가 된 그녀가 빼꼼히 고개를 들어 물었다.
“어디 가게?”
“기숙사…….”
피곤하다는 얼굴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로이스와 병아리처럼 쪼르르- 그에게 따라붙는 일행.
이를 보고 구경꾼 중 누군가 투덜거렸다.
“세상 불공평하네. 잘생기고 예쁜 것들이…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냐?”
물론 그렇게 투덜거리는 신입도 로이스 일행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로이스가 기숙사 자신의 방에 도착했을 때.
그가 뒤를 돌아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니들… 안 가냐?”
“나중에 갈게!”
“오늘은 로이 방 구경하고!”
“…이 좁은 데 다 들어가겠다고?”
기숙사는 기본 2인 1실이었다.
그런데 문 앞에 있는 이는 로이스를 포함해서 6명.
‘응? 6명?’
무언가 셈이 이상했다.
그 원인은 간단했다.
“…넌 왜 여깄냐?”
로이스의 물음에 일행의 눈이 일제히 가장 후미로 향했다.
그곳에 서 있던 시바는 쏟아지는 시선에 움찔 어깨를 떨며 답했다.
“그게… 저도 303호인데.”
“…어?”
그제야 로이스는 방문 앞에 쓰인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이스] [시바 번트]로이스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같은 배를 타고 왔고 거기에 같은 반에, 같은 방까지.
‘이게 뭔…….’
로이스가 혀를 내두를 때, 한쪽에서 뒷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시바, 나랑 방 바꿀래?”
“…제가 여자 기숙사에 들어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에이, 괜찮아. 정 뭐하면 떼 줄게.”
“뭐, 뭘 뗀다는 겁니까?!”
카니의 요사스러운 눈빛에 몸서리를 친 시바가 후다닥 로이스의 뒤로 숨었다.
로이스의 한숨이 짙어졌다.
‘주변에 소란이 끊이지 않는 거는 내 숙명인가?’
그사이 나머지 일행이 막무가내로 방으로 쳐들어갔다.
양쪽으로 놓인 두 개의 침대를 공평하게 차지하고 뒹굴뒹굴하는 넷.
정작 방의 주인인 시바는 눈치를 보다가 한쪽 구석에 쭈그러졌다.
“…의자가 있는데 왜 방구석에 쪼그리고 있는지는 건지.”
그렇게 한번 혀를 차준 뒤, 로이스는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세 가지.’
첫째, 초월학관은 물론 염원의 탑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리와 불합리한 점들을 찾아낼 것.
‘어차피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고.’
원래 단점이란 것은 조금씩 환경에 익숙해지면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알기 싫어도 자연스레 알게 되리라.
그리고 두 번째 할 일.
그날 밤의 대화에서 윌리엄이 찾고 있는 무언가를 먼저 찾는 것.
‘그 자식이 분명히 그랬지.’
[어쩌면… 탑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윌리엄은 염원의 탑에서 찾지 못한 ‘그것’을 이 초월학관에서 찾으려고 하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그 위치는 윌리엄도 아직 모르고 있을 터.
‘그럼 그걸 내가 먼저 가로채면 되는 거다.’
어차피 자신이나 윌리엄이나, 둘 다 물건의 위치는 모른다.
그렇다면 먼저 찾는 게 임자였다.
다만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윌리엄이 조금은 유리하겠지만.
‘나에게는 윌리엄이 있지.’
찾는 게 무엇인지 모르나 모든 걸 알고 있는 윌리엄을 쫓으면 되는 일이었다.
윌리엄의 일거수일투족.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단서를 얻어 낼 생각인 로이스.
때문에 그는 윌리엄에게 감시에 최적화된 이를 붙였다.
‘핀, 믿는다!’
자신이 가르친 은신 성법과 작디작은 외형이라면 별로 어렵지 않게 윌리엄을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구매자 측에서도 다시 연락한다고 했다.’
탑의 가장 큰 비리를 밝힐 단서가 윌리엄에게 붙은 핀에게 달려 있었다.
‘그 일은 일단 핀에게 맡기고…….’
그리고 세 번째 할 일.
‘녀석들을 찾아야 하는데…….’
과거 염원의 탑의 제자들, 자신의 신분을 밝혀 줄 이들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비리를 밝혀내 봤자, 발언에 힘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특히 비리를 일으킨 상대가 열다섯 마이스터 중 하나였다.
이제 막 탑에 들어온 자신의 발언 따위는 가볍게 무시당하리라.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랜드 마이스터들의 행방을 찾아내야 했다.
그리고 현재로서 녀석들의 행방을 알만한 이들로는 역시 마이스터들밖에 없었다.
‘해럴드라는 노인네를 생각해 보면… 분명 무언가 있기는 한데.’
해럴드뿐 아니라 다른 마이스터들도 알고 있는 게 있을 것이다.
계속 파 보다 보면 무언가 건지는 게 있을 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마이스터들에게 접근해야 했다.
다행히 현재 초월학관에는 윌리엄과 해럴드를 제외하고도 세 명의 마이스터가 더 있었다.
‘정보… 마이스터들의 정보가 필요해. 주기적으로 정보를 물어다 줄 정보원이 있으면 좋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로이스의 시야에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시바의 모습이 잡혀 들었다.
‘…어?’
동시에 로이스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그건 좋은 먹잇감을 눈앞에 둔 사자의 미소였다.
‘난 최대한 널 보내려고 했어.’
일부러 떼 놓으려고 해도 어느 순간 다시금 이어지는 시바와의 인연.
로이스는 이제는 완전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 정도면 대 놓고 운명적인 인연 아닌가?
‘이건 나 잡아 잡숴 달라고 꾸역꾸역 기어 온 네 잘못이다.’
그것도 시바가 자신의 유능한 호구가 될 운명이란 것을 말이다.
“후후후.”
그렇게 로이스가 미소를 지을 때.
“어흐흑. 감기인가… 칸 형님… 저 이불 좀 주세요…….”
알 수 없는 오한에 시바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