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시험 (5)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 문제가 여기 떡하니 박혀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뭔가 거래를 했다는 게 이런 거였나?’
핀에게 듣기로는 해럴드와 윌리엄이 무언가 거래를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게 시험문제로 나온 것도 그들이 한 거래에서 파생된 일이리라.
‘거래는 그렇다고 쳐도… 이게 왜 여기서 나와?’
학생들의 시험문제에 낼 정도면 이미 답을 구했다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왜 해럴드는 이 해답을 윌리엄에게 알려 주지 않았지?
윌리엄 새끼는 답을 알고도 문을 안 열고 있는 건가?
로이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단 시험문제로 낼 정도라면 답을 알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상황 자체는 로이스에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잘됐네. 안 그래도 어찌 티 안 나게 알려 주나 했더니.’
해럴드가 올바른 정답을 구했다면 상관이 없다.
다만 그가 구한 답이 틀렸을 때가 문제다.
‘내가 시험지에 적어 놓으면 최소 해럴드가 한 번은 보겠지.’
윌리엄이 해럴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자신이 적은 문제의 해답 또한 해럴드를 통해 윌리엄에게 전해지리라.
그리 생각한 로이스는 빠르게 시험문제의 답을 적어 내려갔다.
슥슥슥-.
그가 20개의 정답을 모두 적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분 남짓.
그것도 다른 문제는 1분 안에 답만 쓱쓱- 적어 버렸고 마지막 20번 문제에서 2분이나 소요됐다.
마지막 문제는 정답뿐 아니라 자세한 풀이 과정까지 적어 두느라 걸린 시간이었다.
드륵-.
자리에서 일어난 로이스가 시험지를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시험을 보고 있던 학생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로이스에게 꽂혔다.
“뭐?”
“벌써?”
잠시 뒤, 자신의 앞에선 로이스를 향해 조교가 인상을 썼다.
“뭐지?”
“다 했습니다.”
“…다 했다고?”
“네, 나가 봐도 되죠?”
로이스가 당당하게 내민 시험지를 본 조교가 피식거렸다.
그 같은 반응은 조교뿐 아니라 시험을 치르고 있는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또야?’
‘또?’
나흘 동안 치러진 시험에서 로이스는 시험이 끝나기 무섭게 답안지를 제출했다.
이를 놓고 학생들 사이에 말이 많았다.
‘그래도 명색이 입학 수석인데… 풀어서 냈겠지?’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몇 분 만에 답안을 써서 내는 게 가능해? 분명 찍었거나, 백지를 냈을 거다!’
그렇게 로이스의 행보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다른 시험이야 풀어서 냈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이번만큼은 부정적이었다.
주어진 시간을 다 줘도 전부 풀까 말까 한 해럴드의 시험을 몇 분 만에 풀고 나간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주변의 시선이 그러거나 말거나, 로이스는 태연했다.
“가도 돼요?”
시험지를 들이미는 로이스의 재촉에 조교가 이를 받아들고 슥- 훑었다.
풀이한 흔적 따위는 하나도 없이 정답 칸에만 적혀 있는 글자들.
그나마 마지막 문제에는 조금은 길게 쓰여 있기는 했지만…….
‘마지막 문제를 풀었다고?’
차라리 다른 문제를 전부 쓰고 마지막 문제의 정답 칸만 비어 있었으면, 그나마 조금은 다시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지막 문제의 답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조교는 확신할 수 있었다.
‘쯧, 대충 써 재꼈군.’
조교가 손을 내저었다.
“가 봐라, 가서 미리 손 풀어 놓고 있는 게 좋을 거다. 이걸 다 쓰려면 아마 손목 관절이 나갈지도 모르니까.”
이에 로이스는 더는 할 말 없다는 듯 휙 몸을 돌려 시험장을 빠져나갔다.
그가 빠져나가고 조교가 잘게 혀를 차며 혼잣말을 했다.
“쯧. 꼭 저런 놈들이 있지. 머리가 안 되면 몸으로 때우려는 놈들. 시험 성적과는 상관없이 애초에 작정하고 오답 정리를 하려는 무식한 놈들.”
혼잣말이 끝나고 자신을 향한 시선에 조교가 눈을 부라렸다.
“다들 여유가 넘치네? 아까 그놈처럼 손목 버릴 각오로 오답 정리 할 생각이라면 계속 그렇게 고개 쳐들고 있는 게 좋을 거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의 시선이 다시금 시험지로 돌아갔다.
사각- 사각-.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공간에 오로지 펜촉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연이어 들려왔다.
한편, 강의실을 나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던 로이스.
뎅-.
시험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한참 뒤, 방문이 벌컥 열렸다.
“으으…….”
괴상한 신음과 함께 흐느적거리며 등장한 시바.
터덜터덜 좀비처럼 걸어와 침대에 쓰러지는 그의 얼굴은 마치 영혼이 없는 이 같아 보였다.
간헐적으로 꿈틀꿈틀거리는 시바를 보며 로이스가 혀를 찼다.
“쯧쯧, 뭔 대단한 거 했다고 다 죽어 가냐? 고작 시험인데.”
“으으…….”
살짝 고개를 틀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바의 시선.
그 속에서 읽히는 생각에 로이스가 으르렁거렸다.
“재수 없다는 소리 지껄이면 그대로 이불에 묶어서 창밖으로 던져 버릴 줄 알아.”
속마음을 읽힌 시바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슬그머니 시선을 회피한 시바.
한참이나 누워서 기력을 보충한 그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가 로이스를 보며 필기시험 기간 동안 품어 왔던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요, 로이스 님.”
“왜?”
“정말 필기시험 보면서 백지 내셨어요?”
이에 로이스가 피식거렸다.
그도 귀가 있으니 다른 이들이 자신을 두고 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로이스가 조소를 머금고 답했다.
“백지는 무슨. 다 풀고 나왔구만.”
“전부 다요?”
“어.”
“에이…….”
“…뭐냐. 그 불쾌하고 불손하기 짝이 없는 반응은?”
“말도 안 되죠. 다른 시험이야 그렇다 쳐도… 아까 그 시험을 어떻게 다 풉니까?”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풀라고 내놓은 문제를 왜 못 풀어?”
“풀라고 내놓은 문제가 아닌데요?”
“…무슨 소리냐, 그건.”
“모르셨어요? 마이스터 해럴드의 마지막 문제?”
“뭔데 그게?”
“만점이란 완벽을 이룬 존재만이 얻을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열매다! …라는 게 평소 마이스터의 지론이라 마지막 문제는 늘 학생들이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로 내신다고 하더라고요.”
“…….”
“역대 시험에서 마지막 문제로 나온 게 세계 7대 난제라고 하던데요? 혹은 그에 준하는 문제이거나.”
“…….”
“그래서 해럴드 교수님의 시험은 사실상 만점이 95점이래요. 이거 진짜 유명한 이야기인데… 정말 모르셨어요?”
“…몰랐는데.”
로이스가 볼을 긁적였다.
‘세계 7대 난제거나 그에 준하는 문제라…….’
자신은 조금 전 그런 문제의 정답은 물론 풀이식까지 아주 상세하게 적어 놓고 나온 것이다.
‘나… 잘한 거 맞나?’
조금 과했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로이스는 곧 생각을 털어 냈다.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뒷일은 다음에 생각하는 거로.
* * *
그로부터 이틀 뒤.
쿵- 쿵-.
다수의 초월기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평야를 달려 나가고 있었다.
그 수가 무려 백 대.
다른 대륙의 사람들이 봤다면 전쟁이 난 게 아닐까 걱정부터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을 대륙, 그것도 사이론 인근의 주민들은 지금의 상황을 너무도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응? 허허, 벌써 때가 이렇게 됐나?”
“올해도 어김없구만.”
100대의 초월기가 달리는 것을 보는 것은 그들에게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쿵- 쿵-.
무서운 속도로 뛰어가는 초월기의 흉갑에는 초월학관을 상징하는 문장이 떡하니 박혀 있었으니, 굳이 소속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밭일하던 농부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초월기를 구경했다.
한편 농부들과는 달리 갑작스러운 초월기들의 등장에 여행복 차림의 중년인이 경악성을 토했다.
“뭐, 뭐야? 초월기들이 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인의 뒤로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다가왔다.
“자네, 외지인인가?”
“그, 그렇습니다만. 대체 저건 뭡니까? 뭔 초월기들이 떼를 지어서…….”
“저거? 초월학관 하급반 학생들일세.”
“예? 학생들이 왜?”
“시험을 보고 있는 걸세. 이맘때쯤이면 초월학관 하급반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이지. 클클.”
“대체 무슨 시험이기에 이 난리랍니까?”
“합동 실기 시험이란 건데……. 자네, 저어어기 저 산, 보이나?”
노인의 지팡이가 올라갔다.
중년인의 시선도 지팡이를 따라 움직이니 평야의 끄트머리에 아주 작은 산이 하나 볼록 올라온 게 보였다.
“예, 보입니다만.”
“초월학관에서 시작해서 저 산 정상에 있는 깃발을 들고 다시 초월 학관으로 복귀하는 거라네. 기동성과 지구력, 효율적인 속성력 분배를 시험하는 거라던가 뭐라나… 그렇게 실력 좋은 상위 성적자를 추려서 나중에 쌈박질 시험까지 본다더군.”
상당히 구체적인 설명에 중년인이 놀라 물었다.
“혹시 초월학관 관계자십니까?”
“클클, 관계자는 무슨. 이 동네서 몇 년만 살아도 다 아는 이야기일세.”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어 준 노인이 고개를 들어 멀어져 가는 초월기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올해 신입생들은 실력이 제법이구만 그려.”
“…어르신 눈에는 그게 보이십니까? 제 눈에는 다 똑같아 보입니다만?”
여행객의 질문에 노인이 눈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내가 이 자리에서 저 짓거리만 수십 번은 봤네, 이 사람아! 대충 뛰어가는 모양새만 봐도 딱 견적이 나오지! 봅세, 저 앞에 다섯 기 있지? 내가 봤을 때는 저 다섯이 가장 실력이 좋아.”
“그야, 맨 앞에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닙니까?”
“어허! 모르는 소리! 그냥 앞에서 달리고 있다고 다가 아닐세! 움직임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가! 다른 놈들은 무식하게 힘으로 달리는 데 비해 저 다섯은 요령껏 힘을 배분해서 달리고 있고!”
“…그런가요?”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지만, 중년인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흘흘흘, 두고 보세. 조금 있다가는 저 다섯 기만 이 앞으로 지나갈 테니.”
자신감 넘치는 노인의 이야기에 중년인은 슬그머니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과연 노인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30여 분이 흘렀을까.
쿵- 쿵-.
저 멀리서 거대한 발소리가 들리며 초월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수가 정확히 다섯 대.
함께 달려갔던 다른 초월기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도 격차가 많이 벌어진 것이리라.
“허, 진짜네?”
저 다섯 대가 선두에 있던 5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노인의 정확한 예측이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더니…….’
사이론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노인의 안목은 여느 초월기 관계자 못지않게 정확했다.
* * *
학생들이 학기말시험의 꽃이라 불리는 기체 평가를 받는 사이.
해럴드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음…….”
작게 신음하는 해럴드.
며칠간 제대로 잠을 못 잔 그의 피부는 매우 푸석해 보였다.
눈밑 또한 거뭇거뭇한 것이 그의 몸 상태를 알려 주었지만, 그럼에도 해럴드는 피곤조차 잊은 듯 칠판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칠판에 윌리엄이 적어 두고 간 ‘그 문제’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허…….”
해럴드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어렵구나.’
처음에는 며칠 동안 연구하면 풀어 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자만이란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차원이라…….”
1차원에서 2차원으로 차원 계수가 늘어나는 데 발생하는 변수만 해도 수백 가지.
한데 1차원의 술식을 4차원으로 변형시킨다?
거기서 파생하는 변수가 몇 개가 될지 쉬이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흠…….”
너무 머리를 쓴 탓에 지끈거리는 관자놀이.
해럴드는 칠판에서 잠시 눈을 떼고 뻐근한 목덜미를 문질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똑똑-.
“마이스터, 톰입니다.”
“…들어와라.”
톰은 윌리엄의 직계 1급 도제이자 조교를 맡은 이였다.
문이 열리고 공손하게 고개 숙여 보인 톰의 양손에는 두꺼운 종이 뭉치가 들려 있었다.
“필기시험 채점이 끝나서 가져왔습니다.”
“저쪽에 놓고 가거라. 나중에 살펴볼 테니.”
“네.”
해럴드의 명령에 톰은 100장의 시험지를 책상에 올려 두었다.
이후 나가려던 톰은 해럴드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이건… 이번 시험의 마지막 문제이지 않습니까?”
“맞다.”
“대체 얼마나 어려운 겁니까?”
“얼마나 어렵다라…….”
직계 도제의 질문에 해럴드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피식거렸다.
“만약 내가 이 문제를 풀어 내지 못한다면… 세계 7대 난제가 8개로 늘어날 거다.”
“……?!”
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려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7대 난제급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다가 푸석한 해럴드의 얼굴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연구도 좋지만, 건강을 챙기셨으면 합니다.”
“나는 걱정 말아라. 그것보다 학생들 성적은 어떻지?”
“올해 입학생들이 수재기는 수재인가 봅니다. 80점 이상 고득점자가 10명이나 됩니다. 그중 만점은 세 명이나 되고요.”
“…만점?”
해럴드의 눈썹이 꿈틀거리자 톰이 다급히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아, 죄송합니다. 95점 말입니다.”
“그렇군… 알았다. 고생했으니 가서 쉬어라.”
“예, 그럼 마이스터께서도 쉬시길…….”
해럴드의 축객령에 톰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연구실을 떠나갔다.
그렇게 연구실에 홀로 남게 된 해럴드는 다시금 칠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런 해럴드의 옆.
수북하게 쌓인 학생들의 시험지가 어서 자신을 봐 달라는 듯 놓여 있었다.
다시 한참의 시간이 흘러.
“후…….”
긴 한숨을 토해 낸 해럴드가 뻑뻑한 눈을 문질렀다.
그러고는 톰이 가져온 시험지로 눈을 돌렸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잠시 머리를 식혀 주어야 했다.
해럴드가 학생들의 시험지를 가져와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사락- 사락-.
해럴드가 보기 좋게 점수별로 정리를 해 온 톰.
가장 위에서부터 밑으로 갈수록 고득점자의 시험지였다.
시험지를 훑던 해럴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깔끔하군.”
자신이 믿고 맡긴 도제이니만큼 톰의 채점은 흠잡을 게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신중하고 꼼꼼하게 학생들의 답안을 살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남은 시험지는 단 3장.
톰이 말한 95점짜리 시험지였다.
그 첫 장의 주인은 뷘이었다.
그 안에 빼곡히 적혀 있는 풀이 과정과 답.
노력의 흔적이 보였기에 해럴드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장으로 넘겼다.
그러자 드러난 다음 장에는 놀랍게도 시바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뷘의 시험지보다는 덜하기는 했지만, 시바의 시험지도 뷘의 것 못지않게 복잡한 풀이 과정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두 학생의 시험지에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해럴드가 마지막 장으로 넘겼을 때.
“……?”
처음으로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앞선 두 장과는 달리 너무도 깨끗한 시험지.
풀이 과정 따위는 없고 오로지 답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해럴드는 시험지의 상단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로이스? 그 정신 나간 흰머리 녀석이군.”
아무리 학생들이 많아도 그 정도로 독특한 놈을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로이스의 얼굴을 떠올린 해럴드가 피식거렸다.
그러다가 그는 로이스의 시험지가 앞선 두 장과 다른 점을 또 하나 발견했다.
“흠?”
바로 마지막 문제.
지금까지 그 어떤 시험지에서도 마지막 문제의 정답 칸은 계속 비어 있었다.
하지만 로이스의 시험지에만은 답과 풀이 과정이 적혀 있는 게 아닌가.
조교인 톰은 당연히 틀렸을 거라 생각했는지 사선으로 틀린 문제라는 표시를 남겨 두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의 문제를 확인해야 하는 해럴드는 자연스럽게 로이스가 풀어 낸 마지막 문제를 읽어 내려갔다.
한 글자, 한 글자.
술식 하나하나를 확인하면 할수록, 해럴드의 눈이 서서히 벌어졌고.
“…허?”
그의 시선이 마지막 정답 칸에 닿았을 때.
“이, 이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