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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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화. 탑의 주인 (1)
쥐 죽은 듯한 적막이 감돌았다.
250여 년 만에 공개된 탑주의 방.
그 한가운데서 스스로를 탑주라고 칭하는 청년.
하필 새로운 탑주가 탄생한 이때, 그것도 탑 내의 상황이 생생하게 중계되는 순간 나타난 존재로 인해 모두가 당황으로 얼어붙었다.
또한, 스스로 탑주라 말한 로이스의 발언이 계속해서 뇌리에 맴돌았기에 좌중은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숨소리마저 들리는 짧은 적막이 이어지던 그때.
“저 아이는……?”
아구스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라우라가 물었다.
“아는 놈입니까?”
“이번… 초월학관 하급 기술반의 학생이네.”
“초월학관의 학생?”
라우라의 되물음에 아구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왜, 이번에 필기 전 과목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있지 않았나? 그 녀석이네.”
아구스의 설명은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아아!”
이에 라우라와 윌리엄이 들어봤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다미안은 성난 얼굴로 버럭 소리쳤다.
“뭣들 하는 게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언제까지 멍하니 있을 셈이냐! 당장 저 정신 나간 놈을 끌어내지 않고!”
“아… 네!”
“아, 알겠습니다!”
다미안의 명령에 1급 도제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다급히 로이스를 향해 다가가려는 찰나.
“다미안 필스.”
나직하게 울린 로이스의 목소리에 1급 도제들의 움직임이 다시금 멈췄다.
다미안의 이름을 부른 로이스가 품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바로 로이스가 만들어 낸 살생부였다.
로이스는 지난 이틀간 핀이 알아 온 정보를 읊기 시작했다.
“나이는 58세. 염원의 탑에 들어온 건 26년 전이며 마이스터에 오른 건 7년 전이군.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고…….”
다미안의 인적 사항을 읊어 가던 로이스의 눈이 싸늘하게 변했다.
“상습적으로 젊은 도제들을 성희롱해 왔군. 그것도… 남자만? 이건 뭐 하는 놈이야?”
로이스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뭐, 개인적인 성향은 존중해야 한다만… 싫다는 이를 억지로 취하고 지위를 이용해 입막음한 건 상당히 역겹네.”
로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수의 시선이 다미안에게 쏠렸다.
당황과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다미안이 버럭- 소리쳤다.
“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야!”
쩌렁쩌렁한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로이스는 수첩의 페이지를 넘겼다.
“다음은 라우라.”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라우라가 움찔거렸다.
“올해 나이 51세. 귀족들에게 뒷돈을 받고 초월학관에 부정 입학을 주선함. 또한, 초월학관 내에 연구회를 가장한 사조직을 만들어 학생들의 진로를 미끼로 돈을 받아 처드셨군. 거기다… 얼씨구? 탑의 운영 공금을 주기적으로 횡령해서 제 주머니를 채웠네?”
“……?!”
“다른 곳에서 해 처먹었으면 나도 뭐라 하지는 않았을 텐데… 감히 내 탑에서 이딴 짓을 벌여?”
“……?!”
자신들이 벌인 짓이 로이스에 의해 낱낱이 까발려지자 다미안과 라우라가 광분할 수밖에 없었다.
“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딴 날조를 하는 거냐!”
“뭣들 하고 있어! 당장 영상 송출기 꺼 버려!”
“우선 저 빌어먹을 놈부터 끌어내!”
“어서!”
이미 로이스의 목소리가 영상 송출기를 타고 생중계되었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에라도 막아야 했다.
하지만 1급 도제들은 로이스의 이야기에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하니 다미안과 라우라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 이것들이?!”
다급해진 라우라가 직접 송출기를 꺼 버리려 움직였다.
그 순간.
딱-.
로이스의 손가락이 튕겨지며 강한 압력이 라우라를 짓눌렀다.
“악!”
영상 송출기 근처에는 가 보지도 못한 채, 바닥에 무릎 꿇은 라우라.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당장 라우라를 풀어 줘라!”
갑작스러운 아연실색한 마이스터 중 몇몇이 소리쳤지만, 로이스는 이를 무시했다.
대신 그는 문 뒤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해럴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해럴드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탑주님.”
“……?!”
공손한 해럴드의 태도,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탑주란 명칭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거기서 영상 송출기 잘 지키고 있어. 내 허락 없이 손대려고 하는 놈은 가차 없이 대갈통 날려 버려. 죽여도 상관없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해, 해럴드?”
“해럴드, 미치셨소?!”
로이스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고 다른 마이스터들이 소리쳤지만, 해럴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해럴드는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초월기 수리용 해머를 꺼내 들어 바닥을 내리찍었다.
쿵-.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해머의 머리가 바닥을 울리니 그 소리를 들은 이들이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해럴드의 지척에 있던 델피나는 볼 수 있었다.
해럴드의 입가에 맺힌 연한 미소를 말이다.
‘이 영감탱이… 재밌는 일이 있을 거라더니, 이걸 말하는 거였는가!’
그는 알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현재 상황도, 그리고 저 탑주를 자칭하는 청년의 존재도.
어이없어하는 델피나가 눈을 끔뻑이는 사이 로이스의 호명은 계속됐다.
“이네스.”
한 차례 이름이 불린 다음, 어김없이 해당 마이스터가 저지른 죄목이 낱낱이 공개됐다.
이네스에 이어 발렌, 레오넬, 덤프.
그들이 저지른 죄도 가지각색이었다.
상습적인 폭행에 횡령, 심지어…….
“마이스터란 놈이 절도? 그것도 취미로?”
황당할 정도의 죄목까지.
기록된 정보를 읊던 로이스가 혀를 내둘렀다.
“쯧. 이런 것들이 마이스터라고 불리고 있다니… 남부끄럽지도 않냐?”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그딴 망발을 늘어놓는 거냐!”
“해럴드, 당장 그 송출기 끄란 말이오!”
“이건 모함입니다!”
라우라, 다미안, 이네스, 발렌, 레오넬, 덤프.
윌리엄과 에일리오에게 붙은 마이스터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죄를 부정했다.
오히려 화를 내며 로이스를 노려보았고 영상 송출기를 끄기 위해 해럴드를 향해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해럴드가 해머를 휘두르며 두 눈을 시퍼렇게 떴기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발렌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아구스, 어떻게 좀 해 보시오!”
염원의 탑도 성탑이기는 하나 그들이 익히는 것은 기술 연구에 특화된 성법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이 자리에서 가장 무력이 높은 아구스를 바라보았다.
그가 해럴드를 제압하고 영상 송출기를 꺼 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흠… 글쎄, 나는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네만?”
아구스는 작금의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에일리오가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네.”
“호오?”
“대체 이러는 저의가 뭔가?”
“저의?”
“증거도 없는 모함 따위로 우리 염원의 탑에 흠을 내려는 이유 말일세.”
“증거라…….”
로이스가 피식거렸다.
“증거가 필요한가?”
“…뭐라?”
“너희가 저지른 부정을 내가 알았다는 사실 자체가 증거이며, 너희를 벌할 근거다.”
지독히 오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로이스에게 어울리는 발언이기도 했다.
애초에 그가 하는 일을 일일이 증거를 보이며 ‘내 말이 사실이니 너희는 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설득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 증거 따위는 필요 없었다.
로이스는 탑의 하나뿐인 탑주이며 심판을 내리는 자일 뿐.
염원의 탑에서는 그의 말이 법이자 진리였다.
“내가 죄를 확인했으니 너희는 그저 달게 벌을 받기만 하면 되는 거야.”
로이스의 이야기에 에일리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미쳐도 곱게 미쳤어야지. 다미안.”
“예.”
“내려가서 호위 법사들과 호위 무사들을 데려오게.”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다미안이 곧장 등을 돌려 달려 나가려 했다.
딱-.
하지만 또다시 손가락이 튕겨지는 소리와 함께 다미안의 육신이 철퍼덕 바닥에 넘어졌다.
“큭! 컥!”
자신을 짓누르는 압력에 다미안이 퍼덕거렸다.
“가긴 어딜 가? 이제부터 시작인데.”
로이스에게서 뿜어진 서늘한 기운으로 주변 온도가 확 내려갔다.
이제는 네 차례라는 듯 에일리오를 본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에일리오 도미닉. 올해 나이 67세.”
지금껏 사람들의 죄를 밝혀낸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오자 좌중의 이목이 로이스의 입에 집중됐다.
대체 저 입에서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이야기는 좌중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었다.
“너는 탑의 마이스터들을 선동해 분란을 일으켰으며, 검은 금 용병단에게 사주해 그랜드 마이스터들을 살해하려 했다.”
“……?!”
로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악과 헛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랜드 마이스터 살해라니!”
“맙소사!”
주변에 퍼져 나가는 술렁거림에 에일리오가 소리쳤다.
“조용!”
짧고 굵직한 목소리가 이목을 잡아끌었다.
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로이스를 노려보았다.
“저런 얼토당토않은 헛소리에 왜 이리 소란을 떠는 건가!”
좌중을 사로잡는 에일리오의 존재감.
제법 침착한 그의 모습에 로이스가 미소를 지었다.
과연 저 침착함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그것이 사뭇 기대됐다.
“헛소리라고? 흠… 아까 증거라고 했냐? 다른 놈들은 몰라도 네놈의 죄에는 증거가 있지.”
“…….”
“아, 정확히 말하면 증인이라고 해야 하나? 뭐 비슷비슷한 거니까 대충 넘어가도록 하고.”
손을 휘휘 내저은 로이스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증인 1, 2, 3호 들어와라.”
그의 이야기에 좌중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 의아함이 경악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르릉-.
로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탑주의 방 한쪽이 열렸다.
저벅-.
그리고 열린 공간 너머에서 등장한 3인.
“증인1 더글라스, 증인2 플로리아, 증인3 에리카다. 얘들은 알지?”
죽었다고 전해진 그랜드 마이스터들의 등장에 좌중의 표정이 변했다.
어떤 이는 놀라 굳어 버렸고, 어떤 이는 기뻐했다.
놀라 굳은 이는 에일리오와 윌리엄, 그리고 앞서 로이스가 죄목을 밝힌 6명이었으며, 나머지 이들은 대체로 그랜드 마이스터들의 생환을 기뻐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파울라가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 스승님!”
죽은 줄 알았던 스승 에리카의 등장에 파울라의 눈에 반사적으로 습기가 차올랐다.
그런 제자를 보며 에리카가 미소를 보냈다.
“파울라.”
“네, 스승님.”
“의심해서 미안.”
“예?”
“난 네가 나쁜 년이라고 생각했거든.”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있어, 그런 게.”
어리둥절해하는 제자를 보며 에리카는 키득거렸다.
로이스가 알아 온 정보에 의하면 파울라는 자신을 배신한 게 아니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스승을 닮아 허술하기 그지없던 파울라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에일리오에게 이용당한 것뿐이었다.
한편, 굳어진 얼굴을 애써 풀어낸 에일리오가 플로리아를 향해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스승님! 다른 분들도 모두 돌아가셨다고…….”
“저야말로 묻고 싶네요, 에일리오.”
“예?”
“왜 그랬죠?”
“…….”
“왜 우리를 죽이려고 한 거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언제 스승님을 죽이려고 했단 건지요? 어찌 그런 말씀을…….”
“그대는 끝까지…….”
플로리아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깃들었다.
그 순간 로이스가 끼어들었다.
“그만해라, 플로리아. 손수 키운 제자라고 마지막 기회라도 주려 하는 거냐? 왜? 이제 와서 죄를 인정하고 빌면 용서라도 해 주게?”
“…….”
“쯧, 무르긴.”
“…죄송합니다, 탑주님. 어리석은 제자의 처분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씁쓸한 표정으로 플로리아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지금 플로리아 님이… 탑주님이라고?”
“내 귀에도 그렇게 들렸네만?”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는 청년과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공손함을 표하는 플로리아.
그랜드 마이스터인 플로리아의 태도는 자칭 탑주라 하는 로이스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그랜드 마이스터들이 등장하면서 마냥 로이스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때 로이스가 손을 뻗었다.
“네놈이 그렇게 좋아하는 증거를 보여 주마.”
그 말이 끝나자 바닥에 엎드려 있던 다미안의 육신이 붕 떠올라 로이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컥!”
그대로 로이스에게 목줄이 잡힌 다미안이 발버둥 쳤다.
동시에 로이스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치솟으며 다미안에게 깃들었다.
그의 눈이 멍하게 풀리자 로이스가 목을 놓아 주었다.
“이, 이놈! 다미안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조용히 하거라.”
“더, 더글라스 님!”
“탑주님께서 하시는 일이시다! 다물어라!”
로이스를 향해 소리쳤던 마이스터가 더글라스의 불호령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소란이 잦아들고, 로이스가 다미안을 향해 물었다.
“이름.”
“…다미안 필스.”
“나이.”
“예순하나.”
“…이 새끼, 나이까지 속인 거야?”
“그렇습니다.”
“가지가지 하네. 좋아, 네가 가진 가장 큰 비밀은?”
“저는 어린 남자를 좋아합니다.”
“평소 라우라는 어떻게 생각했지?”
“돈만 밝히는 골 빈 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화를 주고받는 둘의 모습에 마이스터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더군다나 다미안이 사석에서 라우라를 보고 돈만 밝히는 골 빈 년이라 욕하는 것을 알고 있던 이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들은 깨달았다.
로이스가 무슨 방법을 쓴 것인지는 몰라도 다미안이 진실만을 고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에 위기감을 느낀 에일리오가 소리쳤다.
“이놈! 다미안에게 건 사술을 풀어라!”
에일리오의 외침을 무시한 채 로이스의 질문은 계속됐다.
“에일리오가 벌인 짓을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습니다.”
“놈이 무슨 짓을 벌였지?”
“탑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랜드 마이스터들을 죽이려 했습니다.”
“방법은.”
“검은 금 용병단에게 의뢰했습니다.”
“검은 금 용병단은 어떻게 알게 되었지?”
“마이스터 발렌이 의뢰 방법을 알아 왔습니다.”
“네가 에일리오에게 붙은 이유는?”
“제 성벽을 알고 에일리오가 협박했습니다. 협조하지 않는다면 마이스터의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자신을 도우면 신제품 연구부를 맡겨 준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도 다미안의 자백은 계속되었고, 그의 진실 고백이 계속될수록 에일리오와 그를 도왔던 이들의 안색이 파리해져 갔다.
그렇게 약 10분여가 흘렀을 때.
“쿠헉!”
피를 토해낸 다미안.
그의 눈과 귀, 코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리고.
털썩-.
“크럭, 크륵!”
바닥에 쓰러져 바들거리던 그는 어느 순간 움직임이 완전히 멈춰 버렸다.
이를 본 누군가가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주, 죽었어?”
한때 마이스터라고 불리던 이의 최후.
너무도 비참하고 허망한 죽음에 모든 이들의 사고가 정지했다.
다만 로이스는 다시금 손을 뻗었다.
“다음은 너야.”
그 말과 함께 발렌의 육신이 두둥 떠올라 로이스의 손에 끌려갔다.
이미 다미안이 어떻게 죽어 갔는지를 본 발렌이 크게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도 다미안 꼴이 날 터이니 말이다.
“으, 으아악! 사, 살려 줘! 살려 주십쇼! 전부 말하겠습니다! 전부!”
“뭘?”
“모, 모두 에일리오가 시킨 짓입니다! 그가 조용히 그랜드 마이스터들을 처리할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해서 전 그냥 검은 금 용병단을 추천해 줬을 뿐입니다!”
“그래? 항마갑은 누가 반출했냐? 검은 금 용병단이 쓰고 있던 거.”
“그, 그건 이네스입니다!”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이네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 아니에요! 저, 저는 그냥 창고에서 그것만 빼돌린 것뿐이고 그걸 시킨 건 에일리오였단 말입니다!”
경악, 혼돈, 공포.
한 명의 마이스터가 죽고 다른 이들이 두려움에 질려 자신들의 죄를 줄줄이 읊었다.
또한, 그들은 하나같이 이번 일을 시킨 것이 에일리오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에 로이스가 피식 조소를 보냈다.
“다들 그렇다고 말하네?”
“…….”
“더 할 말은?”
로이스의 물음에 에일리오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